소설리스트

황금백수-116화 (116/232)

제 7장 그들이 사는 방식.

비둘기는 회귀성을 가진 조류 중의 하나다.

즉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키우게 되면 설사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간다고 해도 본능적으로 제 집으로 찾아가는 습성을 지녔다는 말이다. 일찍이 비둘기의 회귀성을 알아낸 무인들은 그 회귀성을 바탕으로 소식을 전하곤 했다. 한 곳에서 키우던 비둘기를 새장에 넣어 다른 장소로 갔다가 급하게 소식을 전할 일이 생기면 첩지를 대나무로 만든 대롱에 넣고 비둘기 다리에 묶어 날려 보낸다. 그럼 그 비둘기는 자신이 자랐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 비둘기를 일컬어 전서구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간단한 것 같지만 전서구를 통해 소식을 보내는 방법은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은 비둘기가 자기 집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야 하고, 정기적으로 소식을 보내기 위해서는 비둘기의 수가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

더불어 자랐던 곳으로 돌아가는 회귀본능만 있기 때문에 소식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양쪽에서 비둘기를 길러 소식을 알고 싶은 쪽으로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비둘기를 키우고, 훈련시켜, 소식을 보내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비둘기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서가 반드시 따로 있어야 한다. 거대 조직이 아니면 전송 수단으로 전서구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모용출은 이름이나 전서관이라는 직위로 불리는 것보다 구작이라는 별호를 더 좋아한다.

구작이라는 별호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직업 때문이다. 그가 근무하는 장소는 천안원 호남 지부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심지어 지부장의 처소도 내려다 보인다. 가장 높은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직책.

전서관이란 직책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 거참!”

직업에 대한 만족감으로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모용출이지만 지금 얼굴은 잔뜩 먹구름이 낀 채다.

부부싸움을 한 것도 아닌 그가 이렇듯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일 때문이었다.

호남 지부인 이곳은 평소에도 하루 이십여 통 정도의 전서구가 오갔고, ‘생쥐박멸작전’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수백 통이 오갔다. 얼마나 많은 전서구가 오갔는지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랬던 전서구들이 며칠 전부터 뚝 끊어진 것이다.

“ 전서구가 벌써 떨어졌을 리는 없고.”

그는 왼편으로 시선을 주었다. 거기에는 십여 마리의 비둘기가 들어 있는 새장이 놓여 있었다. 각 소지부로부터 날아온 비둘기들이다. 원래는 수백 마리가 들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십여 일 전부터 날아오는 비둘기 수가 줄어들더니 오늘은 다섯 마리가 전부다.

모용출은 한편에 두었던 장부를 들었다.

매일 날아오는 전서구와 날려보내는 전서구의 수를 기입하는 장부였다. 모용출은 장부에 날짜를 적고 오늘 날아온 전서구의 수를 기입했다.

“ 아무래도 보고를 해야겠어.”

모용출은 전서구가 들어오는 입구로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보았다. 간혹 매 등의 맹금류의 공격을 받아 전서구의 수가 줄어드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심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심각한 일이 발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모용출은 장부를 챙겨들고 근무지를 나섰다.

아래층으로 내려온 그는 건물을 나서 지부장 처소로 향했다. 지부장 처소 주변엔 삼엄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얼마 전 내려온 궁주 때문이었다.

“ 무슨 일이냐?”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무인 한 명이 막아섰다.

“ 전서관을 담당하는 구작, 아니 모용출입니다. 보고할 사항이 있어 지부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모용출은 정중하게 대답했다.

“ 잠시만 기다려라.”

사내는 안쪽을 향해 눈짓을 했다.

잠시 후, 들어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모용출은 지부장 처소로 향했다.

“ 무슨 일이냐?”

보고 사항을 정리하여 회의실로 향하던 황보장은 의아한 얼굴로 모용출을 보며 물었다.

“ 특이한 사항이 발견됐습니다.”

“ 특이한 사항?”

“ 전서구의 수가 대폭 감소했습니다. 지부장님.”

“ 그게 문제란 말이냐?”

황보장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생쥐박멸 작전’으로 인해 머리가 터져 버릴 지경이다. 물론 사소한 거라도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전서구를 담당하는 녀석까지 보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아니 보고도 보고지만 새똥 냄새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 줄어도 너무 줄었습니다. 지부장님.”

“ 알았으니까 돌아가라. 그리고 다음부터는 보고할 때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고 오너라.”

“ 아, 알겠습니다. 지부장님.”

모용출은 벌게진 얼굴로 몸을 돌렸다.

“ 잠깐 기다리거라.”

막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나직한 목소리가 발걸음을 잡았다. 모용출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 원주님!”

모용출은 황망히 고개를 숙였다.

그를 부른 사람은 천안원 원주 음양뇌 유선이었던 것이다.

“ 전서구를 담당하는 놈입니다. 원주님.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황보장이 유선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 아니외다. 지부장. 일단 들어보고 싶소.”

유선은 모용출의 손에 들린 장부로 시선을 주었다.

모용출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황보장의 지시를 기다렸다.

“ 보고 올리거라.”

황보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용출은 장부를 펼쳤다.

“ 전서구의 수가 현격하게 줄어서 보고를 올리러 왔습니다. 원주님.”

“ 전서구의 수가 현격하게 줄었다고?”

유선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지금 이곳으로 올라오는 정보의 칠할은 전서구를 이용하고 삼 할은 인편으로 올라온다. 그런데 전서구의 수가 현격하게 줄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 얼마나 줄었느냐?”

“ 여기.....”

모용출은 장부를 내밀었다.

“ 이런!”

장부를 내려다보던 유선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이십 일 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전서구의 수가 오늘은 다섯 마리밖에 되지 않았다.

“ 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느냐?”

“ 없었습니다. 원주님.”

“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 맹금류의 공격을 받아 줄어드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이렇듯 엄청나게 줄어드는 경우는....”

“ 알 수 없단 말이냐?”

“ 그렇습니다. 원주님.”

“ 알았다. 물러가거라.”

“ 알았습니다. 원주님.”

모용출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 왜 그러십니까, 원주님?”

황보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유선을 보았다. 별것 아닌 일로 너무 호들갑을 떤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잔뜩 굳어 있는 유선의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그는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 일단 궁주님과 상의해야겠소.”

잠시 후, 유선과 황보장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 안에는 궁주 우담보와 천법원 원주 이사진 그리고 천살원 원주 이청문이 앉아 있었다.

“ 무슨 일이 있는가?”

화장실을 간다고 나갔던 사람이 잔뜩 굳은 얼굴로 돌아오자 우담보가 물었다.

“ 이것 때문입니다.”

유선은 모용출에게서 받은 장부를 탁자 위에 놓고 자리에 앉았다.

“ 이건 뭔가?”

“ 이곳에서 오고가는 전서구의 수를 기입하는 장붑니다.”

“ 전서구에 문제가 생긴 건가?”

“ 전서구의 수가 현격하게 줄었습니다.”

“ 얼마나 줄었기에.....”

장부를 들여다보던 우담보의 눈이 커졌다. 보름 전에 오갔던 전서구는 하루 칠십 마리 내외였다.

“ 다섯 마리군.”

우담보는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 그렇습니다. 궁주님. 도중에 길을 잃거나 맹금류에게 공격당해 잡아 먹혔다고 해도, 다섯 마리는 말이 안 되는 숫자입니다.”

“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됐다고 보는 건가?”

“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 허를 찔렸군.”

허를 찔린 정도가 아나리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각 소지부에서 이곳으로 올라오는 정보의 칠 할은 전서구가 담당하고, 대야벌과 오가는 소식은 전서구만 사용한다. 가장 중요한 정보 운송 수단인 전서구가 몰살을 당했다면 정보 기능은 마비됐다고 봐야 한다.

“ 누구라고 보는가?”

“ 전서구를 없앨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문파는 공동산에 있는 철응방이 유일합니다.”

“ 그들이 가진 설산신조와 비응마조를 말하는 건가?”

“ 그렇습니다. 궁주님. 그리고 철응방의 장자인 전관수가 잠룡 십 조에 소속돼 있습니다.”

“ 잠룡 십 조도 호남에 들어와 있다고 하던가?”

“ 그렇습니다.”

“ 연우강 그놈이 하오밀문과 손을 잡았다는 말이군.”

우담보는 주먹을 틀어쥐었다. 전에 연우강에게 당해 똥물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 우욱!”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우담보는 급히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다행히 토하는 추태는 보이지 않았다.

“ 구, 궁주님.”

유선은 깜짝 놀라 우담보를 불렀다.

“ 괜찮네. 유선. 그보다 연우강 그놈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건가?”

“ 반반입니다.”

“ 밀천이 철응방을 끌어들였을 수도 있다는 말이군.”

“ 그렇습니다.”

“ 좋네. 일단 전서구는 없는 걸로 해서 작전을 다시 짜보세.”

“ 먼저 전서구를 대신할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 소지부로 연락을 취해야 하고요.”

“ 소지부로 연락을 취하는 것도 인편으로 해야겠군.”

“ 그렇습니다. 그 기간만 해도 최소 육일은 걸릴 겁니다.”

“ 발 빠른 자들을 뽑고 조직을 정비하는 기간과, 이곳까지 소식을 주고받는 기간까지 합치면 훨씬 많겠구먼.”

“ 아무리 빨리 처리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기까지는 이십 일은 소요됩니다.”

“ 그 정상이라는 것도 완벽하지 않겠지?”

“ 그렇습니다. 처음 보직을 만들게 되면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원래 기능의 육 할 정도밖에 발휘할 수 없습니다.”

“ 그렇다고 해도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지금 당장 시작하도록 하게.”

“ 알겠습니다. 궁주님.”

유선은 벌떡 일어나 황보장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 청문!”

유선이 나가자 우담보는 천살원주 이청문을 불렀다.

“ 하명하십시오, 궁주님.”

궁주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변하자 이청문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 몇 명이면 될 것 같은가?”

“ 철응방 말입니까?”

“ 그렇네.”

“ 백 명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 그럼 잔살단을 보내게. 다른 놈들은 필요없고 귀조 전무웅만 데려오면 되네.”

“ 알겠습니다. 궁주님.”

이청문은 슬쩍 몸을 떨었다

천살원 집행사자들은 겉보기에는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드러나지 않는 조직이 네 개 있다.

천살단, 척살단, 잔살단, 암살단이 그것이다. 그 중 잔살단은 천살원의 필요악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이다. 불구로 구성된 그들은 집행사자들 중에서도 가장 손속이 잔악한 걸로 유명하다.

아니 잔악한 정도가 아니라 시체라고 해도 그들의 손에 들어가면 조각조각 잘려나간다.

하지만 그들의 잔임함에 함부로 눈살을 찌푸릴 수만은 없다. 불구라는 단점을 무공으로 승화시켜 집행사자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자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잔살단의 존재가 천살원의 위명을 깎아먹는다는 걸 알면서도 완벽한 일 처리 때문에 버릴 수가 없다.

그들의 단장이 바로 마악추 천잔성이었다.

더불어 귀조 전무웅만 데리고 오라는 말은, 그를 제외한 나머지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부 없애라는 명령이었던 것이다. 전혀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흥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내리는 명령이, 미친 듯이 고함을 내지르는 것보다 더 무서웠다.

“ 당장 시작하게.”

“ 알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이청문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장이 유재풍은 조용히 전면을 응시했다.

머물던 객잔의 점소이 윤오가 하오밀문 조직원이란 사실을 눈치 챈 건 오 일 전이다. 손니믕로 머물고 있었기에 술을 주문할 때나 식사를 주문할 때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화를 하면서 녀석은 우연찮게 율령궁 때문에 손님이 떨어져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말을 했다.

원래 정보는 심각한 얼굴로 맞대고 앉아 있을 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나오는 법이다. 단순하게 오가는 말속에서 감각적으로 정보를 얻어내는 자가 유능한 정보원인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녀석이 하오밀문 문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좀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녀석이 하오밀문 문도라는 확신이 섰다.

사실 그때가 가장 중요하다.

녀석은 거의 말단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족친다고 해도 쓸 만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상부에 보고할 만한 정보를 얻으려면 소지부의 지부장 급을 생포해야만 한다. 그런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이편에서도 약간의 정보를 흘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전날 슬쩍 율령궁에 대한 말을 흘려 미끼를 던졌다. 그러자 아니나다를까, 녀석은 오늘 점심 무렵 집안에 일이 생겨 일찍 퇴근할 거라고 하였다. 더불어 어쩌면 내일도 나오지 못할지 모른다고 하였다.

번쩍 하며 뭔가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느낌은 돈황에서 연우강 놈을 보았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 날 연우강이 앵속쟁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공로로 오백 명의 부하를 거느린 부영으로 승진했다.

“ 이젠 영주를 향해 달리는 거다.”

유재풍은 빙그레 웃었다.

물론 이천 명을 거느리는 영주가 되려면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무공도 지금보다 훨씬 강해야 하고, 궁주의 눈에 들 정도로 큰 공을 세워야 한다.

그 시작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 응?”

유재풍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주변을 살피며 빠르게 걷던 윤오가 상당한 규모로 보이는 장원 앞에서 우뚝 멈춰 선 것이다.

“ 역시 난 천재야.”

유재풍은 쾌재를 불렀다.

혹시 몰라 이백 명을 데리고 왔다. 그들을 데리고 오면서도 너무 많은 인원을 빼오지 않았나 하는 우려를 했는데 장원 규모로 보면 이백 명으로도 부족할 듯했다.

아니 하오밀문 문도를 소탕하는 게 아니었다면 지원을 요청해야 할 정도로 장원은 컸다.

“ 흐흐흐!”

유재풍은 낮게 웃었다.

다시 한 번 주변을 면밀히 살피던 윤오가 장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윤오의 모습이 완전하게 사라지자 유재풍은 앞으로 나아가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주변에 은신해 있던 천안원 밀정들이 일제히 장원을 향해 다가갔다.

“ 전서구만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유재풍은 입맛을 다시며 장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하오밀문 문도들을 제압한 후를 떠올리고 있었다. 수장으로 보이는 놈을 잡아 족쳐 하오밀문에 대한 정보를 빼내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놈들을 잡는다. 꼬치를 꿰든, 줄줄이 엮어 하오밀문 놈들을 소탕하게 디면 설사 무공이 부족하다고 해도 영반 자리도 꿈만은 아닐 터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각 소식을 전하는 용도로 이용하곤 했던 전서구들이 몽땅 사라지고 만 것이다. 지금 급하게 전서구를 대신할 조직을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소식을 보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일 또한 사후 보고가 될 수밖에 없었다.

“ 어쨌든!”

유재풍은 다시 수신호를 보냈다.

장원 담 옆에 대기하고 있던 밀정들이 일제히 몸을 날려 담을 넘었다. 일반 장원처럼 꾸미기 위해 그랬는지 몰라도 담의 높이는 키보다 약간 높았다.

“ 응?”

담을 넘던 유재풍의 얼굴이 의아하게 변했다.

따뜻한 지역에 있다가 갑자기 차가운 곳으로 들어갔을 때 느끼는 그런 기온 변화가 느껴졌던 것이다. 금세 본래의 상태로 돌아왔지만 공연히 기분이 이상했다.

“ 부영!”

하지만 그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온 부하들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재풍은 시선을 들어 건물을 보았다.

담에서 건물까지는 십 장 가량인데 그 사이엔 잡풀만 우거져 있을 뿐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굳이 이런저런 작전을 쓸 필요가 없는 지형이었다.

“ 먼저 건물을 포위한 다음 안으로 진입해라.”

“ 알겠습니다.”

명령이 떨어지자 밀정들은 건물을 향해 달려가면서 흩어졌다. 약 한 식경이 지나자 율령궁 밀정들의 몸에서 차가운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진입하라!”

유재풍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 와!”

“ 우와!”

우당탕! 우지끈!

우렁찬 함성과 함께 방문이 부서지고 창문이 떨어져 나갔다. 천안원 밀정은 노도와 같이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 ......!”

무기를 뽑아들고 밀물처럼 들어갔던 밀정들이 한순간에 우뚝 멈췄다. 수십 명, 아니 백여 명 정도는 숨어 있을 거라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널따란 대전으로 이루어진 안쪽에는 달랑 여섯 명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더 황당한 노릇은 느긋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었다. 잘못 들어왔나 싶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들어왔던 윤오가 그들 뒤편에 다소곳이 서 있는 걸 보면 잘못 온 것도 아니었다.

“ 너, 너는?”

뒤늦게 부하들을 따라 들어온 유재풍은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술상을 가운데 두고 앉아 있는 자들 중 한 명은 자신에게 출셋길을 열어주었던 연우강이었다.

“ 어이쿠! 유재풍, 너는 나와 인연이 많은 것 같다.”

상대가 유재풍임을 알아본 연우강은 활짝 웃었다.

“ 네, 네가 어떻게 여기에?”

유재풍은 여전히 넋을 잃은 얼굴이다.

“ 그동안 진식을 설치하느라 좀 바빴거든. 물론 불알을 흔들며 뛰어다니는 녀석은 여기 교랑이지었지만, 나도 먹을 싸들고 쫓아다녀서 말이야.”

“ 지금 이곳에 진식을 설치했단 말이냐?”

유재풍은 연우강 곁에 있는 자들을 살폈다.

거친 기운을 풍기는 것 같지만 무공은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는다.

“ 응! 그런데 부하들이 생각보다 많네. 혹시 내가 앵속쟁이라는 사실을 보고하고 나서 승진한 거야?”

“ 흥! 율령궁은 그런 하찮은 일로 승진을 시켜주는 단체가 아니다, 놈!”

유재풍의 얼굴에 자신감이 어렸다.

부하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연우강의 말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많다는 말을 뒤집으면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는 뜻이 된다. 자신이 연우강의 출현을 몰랐던 것처럼 연우강 또한 이백 명이나 되는 밀정들이 몰려올 것을 몰랐다는 말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 인원수가 좀 된다고 목에 힘을 주는 거야?”

연우강은 피식 웃었다.

“ 자충!”

“ 하명하십시오, 부영!”

“ 와! 부하를 오백 명이나 거느리는 부영이 된 거야? 검지곡에서 날 훔쳐볼 때만 해도 말단이었잖아.”

“ 그, 그것까지?”

유재풍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혀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놈은 검지곡은 물론이고 돈황에서 있었던 일까지 전부 꿰고 있었다.

“ 앵속은 너 때문에 일부러 산 거야, 인마.”

“ 나, 나 때문에 샀다고?”

“ 그래야 앵속쟁이라고 소문이 나잖아.”

“ 소, 소문?”

“ 응! 네 덕분에 난 아주 편해졌어. 날 죽이겠다고 쫓아오는 놈도 없고, 감시의 눈길도 없어지고, 아무튼 그동안 편하게 살게 해줘서 고마워.”

연우강은 눈을 찡긋했다.

“ 광랑! 인사는 그만 하면 되지 않았소?”

옆에 앉은 군무옥이 연우강을 쏘아보며 말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군무옥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 흥분했냐?”

“ 오 년 만이오, 광랑.”

군무옥은 등에 메고 있던 자루를 내려 안에 든 물건을 꺼냈다. 그것은 몽둥이 세 개였는데 두 개의 몽둥이 끝에는 마치 이리의 송곳니처럼 생긴 쇠심이 가득 박혀 있었다. 몽둥이를 가만히 쳐다보던 군무옥은 아무것도 달려 있지 않은 몽둥이를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쇠심이 박힌 몽둥이를 들어 올려 먼저 들었던 몽둥이와 끝을 맞춘 다음 안으로 밀어 넣어 돌렸다.

딸깍!

뭔가 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자 하나 남은 몽둥이를 들어 반대편에 끼웠다.

“ 저 새낀 죽이면 안 되는데.”

연우강이 군무옥이 조립하고 있는 무기를 보며 말했다. 그 무기는 군무옥이 전쟁터에서 오 년 동안 들고 다녔떤 것으로 육참낭아곤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 원래 대장은 맨 나중에 죽는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요.”

군무옥은 육참낭아곤을 가볍게 쓸었다.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와 심장으로 들어간다. 바로 그 순간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사방으로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 쳐라!”

유재풍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 좀만 한 것들!”

퍽!

군무옥은 욕설을 뱉어내며 왼손으로 바닥을 사정없이 쳤다. 바닥을 친 그의 신형이 가공할 속도로 유재풍이 있는 곳으로 쏘아져 갔다.

“ 유재풍을 살려주면 삼백 명을 더 죽일 수 있어. 전랑.”

스악!

연우강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천안원 밀정의 검이 군무옥을 향해 쏘아져갔다.

차앙!

퍼억!

군무옥의 육참낭아곤은 검을 부러뜨리며 밀정의 목을 후려쳤다.

“ 크아악!”

한순간에 목이 부러지며 처절한 비명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 한잔하자.”

연우강은 술잔을 들어올렸다.

“ 저 새끼 신났습니다. 광랑.”

마장승이 군무옥의 움직임을 좇으며 말했다.

군무옥은 거의 미친 것처럼 사방을 헤집고 다니며 밀정들을 없애고 있었다. 녀석 앞에서는 검이나 도가 무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육참낭아곤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무기는 부러지고 밀정은 목이 부러져 죽었다.

군무옥의 움직임은 성난 무소를 보는 듯했다.

그는 물러나는 법도 없고, 피하는 동작도 없었다. 긴 무기를 이용해서 적의 무기를 막아내거나 부러뜨리고 그 다음엔 목을 공격한다. 피와 살점이 폭죽의 파편처럼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그리고 군무옥은 그 사이에서 미친놈처럼 날뛰었다.

군무옥이 밀고 들어가자 천안원 밀정들은 뒤편으로 밀리더니 밖으로 나갔다.

“ 나보다 더 큰 새끼들은 전부 죽인다!”

군무옥은 고함을 내지르며 밀정들을 향해 육참낭아곤을 휘둘렀다.

철컹! 철컹!

느닷없이 육참낭아곤 끝에서 쇳소리가 흘러나오며 한 자 가량의 칼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 킬킬킬! 씨발!”

미친놈처럼 웃다가 대뜸 욕설을 뱉어내며 군무옥은 적을 향해 돌진했다. 이게 무슨 개떡같은 경우인지 그도 알지 못했다. 육참낭아곤으로 적을 후려치면서 가슴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이 든다. 타는 듯한 사막의 열기를 견디고, 저녁 무렵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몸을 맡긴 것처럼, 얼음장보다 더 싸늘한 사막의 밤을 견디고 아침해를 바라보는 것처럼, 수개월 동안 잔뜩 쌓인 욕정의 찌꺼기를 기녀의 몸속에 배출한 것처럼, 짜릿한 전율과 함께 피가 끓는다.

“ 크크크!”

나직한 괴소와 함께 육참낭아곤의 날이 허공을 갈랐다. 검이 잘리고 잘려나간 머리가 둥실 떠올랐다.

스악!

“ 아악!”

“ 켈켈켈!”

산발한 머리가 휘날리고 괴소가 허공 가득 퍼져나갔다.

“ 한잔 합시다. 광랑.”

육참낭아곤 양쪽 끝에서 칼날이 나오자 마장승은 비로소 고개를 돌리며 술잔을 들었다.

“ 너도 한잔 해.”

연우강이 잔을 들자 마장승은 이철상을 보며 말했다.

“ 아, 알겠습니다. 형님.”

멍한 얼굴로 군무옥을 보고 있던 이철상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많은 무인을 보았다. 하지만 군무옥처럼 완벽하게 무기와 하나 된 사람은 처음이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았다. 군무옥이 무기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따라 그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목을 향해 육참낭아곤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목을 디밀고 달려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광기 속으로 녹아 들어간 완벽한 일체.

놀라운 자가 아닐 수 없었다.

“ 십 년 동안 쉬지 않고 휘두르며 저렇게 돼.”

“ 십 년이라고요?”

“ 교랑, 너희들이 무공을 익히는 정도로 십 년을 생각하면 안 돼. 아사 직전이 돼야 비로소 먹고, 항문이 터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싸고, 피곤에 지쳐 쓰러져야지만 잠을 자면서 보내는 십년을 말하는 거야.”

“ 한순간도 쉬지 않는단 말입니까?”

“ 자살충동공황증이라고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죽고 싶다는 충동이 불쑥불쑥 솟구치곤 해. 그래서 그런 충동이 없어질 때까지 미친놈처럼 무기를 휘두르는 거야. 비정상적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었고.”

“ 젠장!”

이철상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 무슨 의미냐?”

“ 하늘이 불공평해서 그렇습니다.”

“ 뭐가 불공평해, 인마.”

“ 세상은 말입니다. 머리가 좋으면 적당히 게을러야 하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면 오만하기라도 해서 앞뒤 가릴 줄 몰라야 제대로 돌아간단 말입니다.”

“ 그러니까 천재면서 노력까지 하면 안 된다는 거야?”

“ 그래야 우리 같은 놈도 먹고 살 것 아닙니까. 집안 좋고, 머리 좋고, 거기에다 노력형이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이철상은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 후퇴하라, 물러나라!”

그때 정원에서 후퇴 명령이 들려왔다. 일행은 일제히 정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어딜 도망가, 새끼들아!”

군무옥은 육참낭아곤을 틀어쥐고는 담을 향해 도망치는 천안원 밀정들을 쫓아갔다.

“ 거긴.....”

“ 나둬!”

이철상이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연우강이 말렸다.

“ 저긴 진식 안입니다. 광랑.”

“ 진식 안에도 쳐 죽일 놈이 있는데 뭘 걱정해.”

“ 쳐 죽일 놈이 있다고요?”

이철상은 멍한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 방금 뒈진 새끼들이 오십 명 정도니까 아직 백오십 명이 남았잖아.”

“ 그럼 진식을 왜 설치하라고 한 겁니까?”

“ 시험해 볼 게 있어서 설치한 거야.”

“ 시험이라고요?”

“ 진식, 다른 녀석들에게도 가르칠 수 있어?”

연우강은 되물었다.

“ 진식은 가르쳐 준다고 해서 설치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형은 물론이고 그곳에 흐르는 기세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하고, 기세의 결을 알아내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 결론은 안 된다는 거네?”

“ 그렇습니다.”

“ 그럼 구 할 이상을 네가 설치하고 마지막 하나만 다른 녀석에게 시키는 건 어때, 그것도 불가능해?”

“ 연습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라면 가능할 겁니다.”

“ 그럼 그렇게 해.”

“ 거점 서른 곳에 전부 진식을 설치하란 말입니까?”

“ 응!”

“ 이런 경우엔 진식이 아니라 거미줄이라고 해.”

듣고 있던 백을상이 말했다.

“ 거미줄이라고요?”

이철상은 백을상을 돌아보았다.

“ 살인 거미가 기다리고 있는 거미줄 말이야.”

‘ 혹시......’

이철상은 연우강을 보았다.

문득 그가 이번 작전에 대해 전부를 말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원래 없이 살았던 사람은 팔자를 바꿀 만한 돈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면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려. 교랑. 뒷감당을 어떻게 할 건지 그런 건 생각하지 않게 되지.”

“ 하오밀문에서 배신자가 나올 거라는 말입니까?”

“ 그런 건 배신이라고 하는 게 아냐. 그냥 제 살길 찾아가는 거라고 하는 거지.”

“ 작전 회의 내용이 새나갈 거란 말이군요?”

“ 그럴 거야.”

“ 그럼 그에 대한 대비가 거미줄?”

간~다! 가~라!

새카만 이리가 사막을 달린다!

느닷없이 마장승의 입에서 나직한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그가 먼저 시작하자 사마윤이 따라 흥얼거렸고, 이어 백을상과 연우강이 따라 불렀다.

연우강은 술잔으로 박자를 맞추고, 사마윤은 주먹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부순다! 부숴라!

우리를 막~는 적군을 부순다!

남긴다! 남겨라!

흑랑이 나가면 시체만 남긴다!

에이! 씨부랄! 에이! 씨부랄!

.................

.................

이철상은 격하게 몸을 떨었다.

그 또한 연우강 일행이 부르는 노래를 부른 적이 있었다. 적을 막아설 때도 목청껏 불렀고 공격할 때도 목청껏 불렀다. 노래를 부르면 힘이 났고, 두려움도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사기를 돋우는 노래 이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저들 네 명이 부르는 노래는.

자신들이 불렀던 것처럼 크지도 않고, 감정도 별로 담겨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지가 오그라들 정도로 진한 두려움이 느껴진다.

사기를 돋우는 노래가 아니라 몰살의 노래였다.

한 명의 생존자도 없는 완전한 소멸의 노래.

저들이 사는 방식은 적의 몰살이었으니까.

네 사람의 노래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 끝나면 누군가가 시작하고, 그 노래가 끝나면 또 다른 누군가가 시작했다. 마치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네 사람은 돌아가면서 노래를 시작했다.

네 사람의 노래는 다음 날 저녁, 진식 안으로 들어갔던 군무옥이 유재풍을 질질 끌고 나오자 끝이 났다.

“ 해진해라, 교랑.”

군무옥이 다가오자 연우강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자 나머지 세 사람도 일어나 연우강을 따라나섰다.

“ 너도 따라와라!”

이철사은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윤오에게 손짓을 한 다음 몸을 날렸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진을 설치했던 장소로 가서 땅속에 박아두었던 막대기를 뽑았다.

“ 우욱!”

주변 전경이 드러나자 윤오는 입을 틀어막았다. 담을 따라 시체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 윤오, 너는 가서 하오밀문 문도들을 데리고 와라. 이곳을 정리해야 한다.”

“ 아, 알겠습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윤오는 급하게 대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가 떠나고 반 시진 후, 일단의 무리가 장원 앞으로 다가왔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자국 소리조차 나지 않는 그들은 전장사를 비롯한 인사대 대원 열 명이었다.

“ 태상!”

연우강 앞으로 다가온 전장사는 고개를 숙였다.

“ 전랑, 그놈 내줘.”

연우강은 군무옥을 보며 말했다.

“ 이놈 삼백 명짜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군무옥은 불만스런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 삼백 명을 전부 찾아다닐 거야?”

“ 가져가시오.”

군무옥은 유재풍을 전장사 앞으로 던졌다.

“ 크윽!”

얼이 빠진 상태에서도 고통은 느끼는 모양이었다.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오는 충격에 유재풍은 비명을 내질렀다.

“ 불지 않으면 먼저 귀를 자르고, 팔을 자르고, 다리를 자르고....”

“ 마, 말하겠소. 전부 말하겠소. 연 공자.”

유재풍은 연우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리쳤다.

“ 그래주면 좋고. 교랑, 너는 하오밀문 무인들이 도착하면 시체를 묻고 나서 거미줄을 설치하고 동정호로 와.”

유재풍을 향해 싱긋 미소를 보낸 연우강은 이철상에게 지시를 내린 후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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