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장 꿈을 꾸는 자
싸움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한편 구석에서 싸우는 염자생과 백리자성의 입 주변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광장 중앙에서 싸우는 종리웅과 차남승은 온몸이 피로 범벅이다. 지하 광장은 공기를 한 곳으로 모아 짠다면 피가 떨어질 정도로 혈향이 진동하고 있다.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쉬지 않고 흘러나오고 살을 베는 소리가 섬뜩하다. 힘과 힘이 강기와 강기가 부딪치고, 충격파가 천장과 바닥을 치면서 뿌연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흙먼지 속으로 섬광처럼 비명이 파고들었다. 삶과 죽음은 일초에 결정됐다.
카카캉!
쿵쿵쿵!
피를 토하며 물러나 백리자성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스윽 닦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염자생을 살폈다.
염자생 또한 백리자성과 다르지 않았다.
입 주변은 물론이고 턱 아래 가슴까지 피로 홍건하게 젖어 있었다.
“ 내가 이긴 것 같구나. 백리자성.”
염자생은 다시 광인을 들어 올리며 천천히 왼편으로 돌았다.
“ 천만에, 아직 멀었다. 염자생.”
백리자성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응대했다.
“ 네 검은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구나.”
“ 경지에 오른 무인에게 무기는 짐에 불과할 뿐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구나, 염자생.”
“ 글쎄, 그럴까?”
염자생은 피식 웃으며 백리자성을 향해 내달렸다.
혹자는 무공이 일정 경지에 오르면 무기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비슷한 실력이라면 좋은 무기를 가진 무인이 유리하게 마련이다.
가죽 부대와 기름종이로 만든 부대에 물을 채우고 두 개를 부딪치게 되면 종이 부대가 먼저 찢어지는 이치와 같다. 부대 안에 집어넣는 물을 내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안에 집어넣는 물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죽 부대가 더 오래갈 것이다. 무인에게 신검, 신도는 물을 채운 가죽 부대와 같다.
“ 가죽 부대를 가진 내가 이긴다, 백리자성!”
콰앙!
염자생의 오른발이 바닥을 뚫고 들어가고 광인이 허공을 갈랐다.
“ 차앗!”
백리자성은 기합을 내지르며 검을 들어올렸다.
염자생의 말이 틀리지 않다. 내공은 자신이 더 높고 정순하다. 하지만 초식에서는 밀리고 있다.
초식에서 밀린다는 것은 염자생이 신공을 익혔다는 말이 된다. 그것도 최근에. 만일 염자생이 처음부터 초식과 신공을 함께 익혔더라면 지금쯤 자신은 목이 잘렸을 것이다. 그만큼 염자생이 익힌 도법은 가공했다.
하지만 염자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자신 또한 편한 상태가 아니다. 결국 승부는 누가 좋은 무기를 가졌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 무기가 아니라 장으로 승부를 낸다.’
불리한 줄 알면서 계속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백리자성은 전 내공을 주입하여 검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지금껏 막아왔던 방식과는 달랐다. 손잡이 쪽을 더 높게 하고 검 끝은 약간 아래쪽으로 숙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의 검은 왼편으로 비스듬히 경사를 이룬 형태가 된 것이다. 그러고는 왼발을 앞으로 내밀고 오른편으로 돌 준비를 했다. 왼팔이 없는 약점을 이용할 참이었다.
차앙!
충격을 흘려서인지 이번엔 검이 잘려나가지 않았다.
백리자성은 검 손잡이를 놓으면서 내기를 거둬들였다. 오른쪽으로 돎과 동시에 손을 쳐낼 참이었다.
바로 그 순간, 섬뜩한 기운이 옆구리로 밀려왔다.
백리자성은 질겁하여 시선을 내렸다.
거무튀튀한 색을 띤 염자생의 손이 옆구리로 파고들고 있었다.
“ 그, 그래서....”
백리자성이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검이 잘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충격을 흘려 검이 잘리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놈이 전력을 다하지 않아 잘려나가지 않은 것이었다. 놈은 도를 휘두르며 암암리에 진력을 모으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검을 놓자마자 곧바로 도를 놓아버리고 장력으로 공격을 해온 것이다.
퍽!
짧고 강한 소리가 옆구리에서 들려오며 마기가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 커억!”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고, 상체가 꺾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몸 안으로 들어온 마기는 미친 듯이 요동치며 온몬을 휘젓고 다녔다.
그 상황에서도 백리자성은 오른손을 뻗어냈다.
퍼억!
그의 손 여시 염자생의 몸에 적중했다.
하지만 염자생의 옆구리에서는 백리자성이 당했을 때와는 달리 둔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빠르고 강한 힘은 공기 중에 짧은 소리를 남기는 것처럼 장력도 다르지 않다. 장력을 펼쳤을 때 짧고 강한 소리가 나면 안쪽은 거의 부서졌다고 보지만 길고 둔탁한 소리가 나면 충격의 강도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서로를 향한 공격에서 막심한 손해를 본 사람은 백리자성이었다. 공격을 받은 후에 공격을 했기 때문에 백리자성도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한 번씩 공격을 주고받은 지금부터다.
염자생의 몸이 움찔하는 듯하자 백리자성은 곧바로 왼손을 쭉 내밀었다. 왼팔이 없는 염자생에 비해 신체적인 조건은 그가 훨씬 유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백리자성의 왼손에는 완전한 내공이 실리지 못했다.
손이 막 닿으려는 순간, 염자생의 몸이 약간 위로 올라갔다. 발뒤꿈치를 들어 올려 까치발을 한 것이다. 자세는 단 두치가 높아졌을 뿐이지만 그 효과는 엄청났다.
급소인 명치로 향하던 백리자성이 왼손이 배를 때리고 만 것이다.
퍼억!
또다시 포대자루를 친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완전하게 내공을 싣지 못했다고 해도 충격이 상당한 듯 연자생의 입에서 피가 폭푸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 피는 상체를 숙이고 있는 백리자성의 등으로 고스란히 떨어졌다.
“ 오는 게 있으면.....”
그때 염자생의 오른팔은 위쪽으로 들어 올린 상태였다.
“ 가는 게 있다. 백리자성!”
까치발을 했던 뒤꿈치가 원래 위치가 되고, 들어 올렸던 오른팔이 아래로 향했다. 그가 까치발을 했던 이유는 바로 팔꿈치 공격을 하기 위해서였다.
퍼억!
왼손 공격을 마친 후 물러서면서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였던 백리자성의 목에서 둔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리로만 보면 큰 충격을 주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백리자성이 공격당한 곳은 맞으면 기절하게 되는 급소. 백리자성은 한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져 상체를 더욱 숙였다. 그의 의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행동이었다. 바로 그때 아래쪽에서 검은 덩어리 하나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염자생의 왼 무릎이었다.
‘ 아, 안 돼.’
백리자성은 질겁하여 양손을 얼굴을 가렸다. 거든요.”
하지만 가공할 속도로 올라오는 무릎 공격을 막아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퍼억!
코가 주저앉으며 머릿속이 텅 비었다. 더불어 백리자성의 상체가 활짝 젖혀졌다. 백리자성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휙!
강한 파공성이 앞에서 들려왔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퍽!
멀리서 들려오는 천둥소리처럼 작은 소리가 가슴팍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심장을 쥐어뜯는 듯한 엄청난 고통이 찾아들었다.
“ 크아아악!”
백리자성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갈가리 찢겨진 가슴에서는 피가 폭포처럼 흘러나왔다.
염자생은 비칠비칠 물러나는 백리자성을 보며 오른편으로 손을 내밀었다. 조금 전에 놓았던 광인이 그의 손 안으로 빨려들어 왔다.
“ 마지막이다. 백리자성!”
그는 버럭 고함을 지르며 물러나는 백리자성을 향해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백리자성 곁으로 다가가 빠르게 광인을 휘둘렀다. 광인에 의해 그려진 검은 호선은 백리자성의 목을 통과했다.
워낙 빨랐던 탓일까. 비명은 없었다. 대신 물러나던 백리자성의 동체가 그 자리에 우뚝 멈췄다.
철컥!
염자생은 광인을 던져 도갑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우뚝 서 있는 백리자성의 머리를 잡아챘다.
머리를 떼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백리자성의 시첼르 쳐다보던 염자생은 몸을 돌렸다.
츄악!
약간의 진동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이제야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는 사실을 몸이 인식한 탓인지 모르지만 그때서야 잘려나간 부분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쿠웅!
그리고 기둥이 무너지듯 백리자성의 동체가 쓰러졌다.
염자생은 백리자성의 목을 들고 연우강이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 안주 가져왔습니다. 장주님.”
염자생은 백리자성의 머리를 다른 머리 위쪽으로 놓았다.
“ 진짜 무인과 싸워본 기분이 어때?”
연우강은 염자생을 보며 물었다.
사실 백리자성은 염자생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고수였다. 만일 염자생에게 광인이 없고, 강호 공적으로 쫓기면서 얻은 풍부한 실전 경험이 없었더라면 승자는 백리자성이었을 것이다. 그 두 가지를 믿고 백리자성을 맡겼는데 승리를 얻어낸 것이다.
“ 진짜 죽을 뻔 했습니다.”
“ 원래 죽음 직전에 얻는 게 진짜 힘이 되는 거야.”
“ 장주님께서 가르쳐주신 흑마수가 없었더라면 당한 사람은 저였을 겁니다.”
백리자성과의 싸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무공은 광인이나 구유잔백일천도가 아니라 흑마수였다.
흑마수에 격중단한 백리자성은 내기를 제대로 싣지 못했고, 그 바람에 뻗어낸 장력이 약해졌던 것이다.
“ 참 흑마수는 얼마나 익혔지?”
“ 이제 삼 성까지 익혔습니다.”
“ 다음에 싸울 때는 최소한 오 성 이상을 펼칠 수 있을 거야. 운기행공으로 몸이나 다스려.”
“ 저 녀석들 도와주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술안주는 아랫것들이 장만하는 거잖아.”
“ 저러다가 저 녀석들이 술안주가 되면 어쩌려고요.”
차남승과 종리웅의 싸움은 그만큼 치열했다.
두 사람은 서 있는 시간보다 바닥에서 뒹구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오른편으로 구르고 왼편으로 구르고, 앞으로 뒹굴고 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양손과 두 다리를 뻗어내 적을 격살하고 있다.
녀석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무공초식이란 말이 없는 것 같았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적의 무기를 피하며 양손을 뻗어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치 자신이 강호 공적으로 쫓길 때 달려드는 자들을 향해 무공을 펼치는 광경을 보는 듯했다.
“ 저것도 일종의 성장통이야.”
“ 성장통이라고요?”
“ 그래, 귀노. 성장이나 발전은 자신이 가진 한계를 경험하지 못하면 절대 있을 수가 없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쥐어짠 상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는 발악이 바로 성장과 발전을 가져오는 거야.”
“ 그럼 이번 싸움이 끝나면 저 녀석들은 한 단계 더 발전하겠군요.”
“ 최소한.”
“ 운기행공하겠습니다. 장주님.”
차남승과 종리웅을 가만히 쳐다보던 염자생은 연우강 뒤로 가서는 가부좌를 했다.
“ 도와주지 않아도 돼?”
연우강은 전면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 운기행공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염자생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운기행공이 아니라 조금 전 백리자성과 싸웠던 광경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바둑이 끝나고 복기를 하는 사람처럼 백리자성과의 싸움을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염자생은 완전하게 머릿속 싸움에 빠져들어 갔다. 처절한 비명이 연이어 들려왔지만 염자생은 듣지 못했다.
그런 염자생을 보며 연우강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 한 잔 더 하시겠습니까?”
고개를 돌린 그는 차기울을 보며 물었다.
“ 아직 술이 남아 있는가?”
차기울의 시선은 허공에 떠 있는 원반에 가 있었다. 처음엔 머리 하나를 얹을 정도로 컸던 것이 지금은 손바닥 크기로 줄어들어 있다. 그 술을 전부 마신 사람은 자신이었던 것이다.
“ 이건 남겨둘까요?”
“ 마시는 게 낫겠네.”
광장으로 시선을 주던 차기울은 술잔을 내밀었다. 이미 적은 다섯 명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 크악!”
“ 아악!”
“ 으아악!”
처절한 비명이 연이어 들려오고, 다섯 명 남았던 적은 두 명으로 줄고 그 두 명도 금세 무너지듯 쓰러졌다.
마지막 두 명이 쓰러지자 차남승과 종리웅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두 사람은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광장은 온통 시체로 가득하다. 목이 잘린 시체, 팔이 잘린 시체, 가슴이 쩍 갈라진 시체들.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비가 바닥을 홍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 킥킥킥!”
차남승은 낮게 웃었다.
“ 쿡쿡쿡!”
이어 종리웅의 입에서도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 프! 하하하!”
“ 으! 하하하!”
종리웅과 차남승을 서로를 쳐다보며 크게 웃었다. 그렇게 미친 듯이 웃어젖히던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젠장!”
차남승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온몸이 씀벅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허벅지와 다리 그리고 팔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네 실력으로는 무리라고 했잖아, 자식아.”
종리웅은 차남승을 보며 히죽 웃었다.
“ 그러니까 내가 다친 게 실력이 부족해서라고?”
“ 당연히 그렇지, 인마. 그게 어디 사람 몸뚱이냐? 다져진 고기지.”
“ 사돈 남 말하고 자빠졌네. 넌 정육점에 걸린 고기 수준이야, 자식아.”
차남승은 픽 웃으며 종리웅의 상처를 가리켰다.
종리웅의 몸 또한 엉망이다.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는지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서 있는 녀석이 신기할 정도였다.
“ 난 죽지 않을 만큼만 맞았어. 인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두 사람은 킬킬거리며 연우강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이 탁자 근처로 다가가자 그곳에서 접시가 둥실 떠올라 날아왔다.
“ 뭡니까?”
차남승은 의아한 얼굴로 날아오는 접시를 보았다. 접시에는 소고기 볶음이 담겨져 있었다.
“ 열심히 일했잖아.”
“ 일이라고요?”
“ 농부는 농사짓는 게 일이고, 군인은 전쟁이 일이고, 무인은 죽이는 게 일이잖아.”
“ 그렇군요.”
차남승은 접시를 잡았다. 그러고는 손으로 소고기 볶음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 두 영감! 끝났으니까 들어와!”
연우강은 밖을 향해 소리쳤다.
그르릉!
석문이 열리는 둔탁한 소성에 이어 두 사람이 광장으로 들어왔다.
“ 이건 완전히 도살장이네.”
안으로 들어온 두자군은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 뭐 하냐, 너희들은?”
두작군의 시선이 차남승과 종리웅에게서 멈췄다.
“ 밥 먹고 있습니다. 드시겠습니까?”
종리웅은 소고기 한 점을 들어올리며 물었다.
“ 밥이 넘어가냐?”
두작군은 얼굴을 찌푸렸다. 소고기가 들린 종리웅의 손은 온통 피로 범벅이었다.
“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 어르신. 식어빠진 이놈이 왜 이리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미친놈들.”
두작군은 고개를 흔들며 연우강 앞으로 다가갔다.
“ 이것들을 전부 가져가야 하는데 방법 있어?”
연우강은 탁자 위에 수북하게 쌓인 머리를 가리켰다.
“ 그걸 가져가서 뭐 하려고?”
“ 여행하고 돌아갈 땐 선물을 준비하는 게 예의잖아. 사천 구경까지 시켜줬는데, 보통 선물로는 안될 것 같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선물로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
“ 그래서 우담보에게 머리를 선물하겠다고?”
“ 관이 있었으면 좋겠어.”
“ 몇 개나?”
“ 머리 백 개를 담을 정도면 될 것 같아.”
“ 야! 자식아. 머리 백 개를 담으려면......”
“ 우선 아직 머리가 붙어 있는 놈들부터 시작해, 영감.”
“ 그러니까 나보고 아직 머리가 붙어 있는 놈들의 목을 자르란 말이냐?”
슈캉!
두작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연우강에게서 묵사가 날아왔다. 두작군은 얼른 묵사를 잡아챘다.
“ 신검이라 아주 잘 드니까 힘은 별로 들지 않을거야.”
“ 지금은 여름이다, 연우강. 호남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부 썩는다는 걸 몰라?”
“ 이게 있잖아.”
연우강은 백리자성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슬쩍 백옥수를 펼쳤다.
쩌엉!
나직한 소성과 함께 백리자성의 얼굴이 꽁꽁 얼었다.
“ 미친.....”
“ 허 영감은 관을 맞춰오고, 아니 그것보다는 이곳에서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 네 개만 만들어. 그리고 너희 둘은 나가서 거름줄 곳 있나 찾아보고.”
“ 알겠습니다. 광랑.”
접시를 건네준 차남승과 종리웅이 밖으로 나갔다.
“ 정말 잘라?”
두작군은 연우강을 보며 물었다.
“ 난 머리 수집하는 사람이 아냐, 영감. 율령궁을 끝장내려면 머리를 가져가야 해.”
“ 어떻게 끝장을 낸다는 건데?”
“ 일단 잘라.”
연우강은 차기울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 어디 가는 거냐?”
두작군은 밖으로 나가는 연우강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 난 대장이잖아.”
“ 이걸 나 혼자 하라고?”
“ 시체는 치우기 좋게 한 곳으로 모아둬.”
“ 무섭단 말이야, 자식아.”
“ 시체는 옆에 두고 잠을 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진짜 무서운 건 시체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야. 영감. 우릴 죽이려고 하는 자들도 그 살아 있는 사람이고.”
“ 나쁜 새끼.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야, 자식아.”
두작군은 툴툴거리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두자군은 목을 자르고, 허일삼은 관을 만들고, 종리웅과 차남승이 무덤을 파는 작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작업이 끝나고 허일삼이 만든 관 안에 백옥수로 얼린 머리를 집어넣고야 일행은 비로소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하늘은 장대비를 쏟아 붓고 있었다.
연우강과 몽요가 들어간 건물은 본관 건물인 만금전 뒤편에 서 있는, 아담한 이층 건물이었다.
“ 욕실은 저기고 침실은 이층에 있습니다.”
안으로 따라 들어온 종리웅은 불을 켜며 집안 곳곳을 설명해주었다.
“ 누가 살았던 곳이지?”
연우강은 욕실 문을 열며 물었다.
“ 누나가 시집가기 전에 머물렀던 곳입니다.”
“ 그동안에는 비워두었던 거야?”
“ 딱히 들어올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 가족은 어디 있다고 했지?”
“ 사천당가에 가 있습니다.”
“ 거긴 괜찮아?”
“ 당가의 가주께서 아버지와 호형호제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습니다.”
“ 알았어. 가서 쉬어.”
“ 혹시 술 필요하십니까?”
“ 술?”
“ 좋은 안주는 없지만 육포나 건포는 남아 있을 겁니다.”
“ 귀노에게 보내.”
“ 알겠습니다. 광랑. 그럼 쉬십시오.”
종리웅은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종리웅이 나가자 비로소 몽요는 만화은시사영을 풀고 모습을 드러냈다.
“ 불편해요?”
연우강은 몽요를 보며 물었다.
그녀가 가급적이면 잠룡들이 있는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건 바싹 밀어버린 머리 때문이었다.
“ 저도 여자라고요, 우강.”
“ 그러게 왜 잘라요.”
연우강은 욕실로 들어가 욕조에 손을 담그고 혈잔수를 펼쳤다. 물이 데워지며 뜨거운 기운이 욕조 안으로 번져 갔다.
“ 흥! 밀천을 염탐해 달란 사람이 누군데요.”
“ 전 염탐해 달라고만 했지. 머리를 자르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할래요?”
연우강은 뿌옇게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욕조를 가리키며 물었다.
“ 오늘 빚 청산하세요.”
“ 빚은 몽요가 제게 진 것 같은데, 아닌가요?”
“ 그 전에 우강이 제게 진 빚이 있잖아요.”
“ 빚이라면... 아! 함께 목욕하기로 했던 빚을 말하는 거구나.”
연우강은 빙그레 웃었다.
“ 지금 갚을 거예요?”
몽요는 잔뜩 기대 어린 얼굴로 물었다.
“ 잠까지 잔 사이인데 아직도 빚을 받고 싶어요?”
“ 함께 잔 것과 목욕은 다르잖아요. 좋아하는 남자와 목욕을 하는 게 제 꿈이었다고요.”
“ 꿈?”
“ 그렇다니까요.”
“ 그럼 거절할 수 없겠네요. 지금 당장 빚 갚겠습니다. 몽요.”
연우강은 활짝 웃으며 욕실 벽에 있는 선반으로 갔다. 그곳에는 여러 가지 세안제들이 놓여 있었다.
“ 선택하세요.”
연우강은 세안제들을 차례로 훑으며 물었다.
“ 장미향 있어요?”
“ 물론이죠.”
연우강은 빙그레 웃으며 불그스름한 입욕제를 들었다. 장미 잎을 곱게 빻아 조두와 섞은 것으로 그것은 입욕제와 세안제의 두 가지 용도로 쓰이는 것이었다.
세안제를 든 연우강은 욕조 옆으로 갔다.
“ 자요.”
세안제를 건네고 욕실 밖으로 나갔다. 사망묵의를 벗기 위해서였다. 연우강이 욕실을 나가자 몽요는 입욕제를 절반 정도 욕조 안으로 쏟아 넣었다.
향긋한 장미향이 수증기를 따라 피어올랐다.
몽요는 깊게 숨을 들이켜 장키향을 음미하면서 옷을 벗었다. 옷을 개어 한편으로 놓은 그녀는 잠시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동안 열심히 가꾼 탓인지 아직은 탄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슴은 여전히 탄력 있고 아랫배는 기름지다. 군살도 전혀 없다. 하지만 나이는 육체보다 더 빠르게 나아가고 있었다.
“ 힘내라, 몽요. 이 정도면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 아직은 최고야.”
몽요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 듯 중얼거렸다.
“ 뭐 해요?”
바로 그때 문에서 연우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주안과를 구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몽요는 얼른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향긋한 장미향과 뜨거운 기운이 몰려오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얼마 만에 목욕을 하는지 모른다. 아니 동정호를 떠나고 처음으로 씻는 셈이다.
“ 주안과는 왜요?”
연우강은 안에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욕조 안으로 발을 넣었다.
“ 한 열 살 만 더 먹으면 안 돼요?”
몽요는 연우강을 돌려 세우며 등에 물을 끼얹으며 말했다.
“ 제 나이가 마음에 걸려요?”
“ 우강의 나이가 아니라 제 나이가 마음에 걸려서 그래요.”
“ 괜찮아 보이는 데요?”
“ 아직은 삼십 대니까 그렇죠.”
“ 그럼 앞으론 노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는 말인가요?”
“ 급속히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그때부터는 활짝 폈던 꽃봉오리가 지는 것처럼 시들어 가겠죠. 반면에 우강은 아직 젊고요.”
“ 그래서 불안해요?”
“ 잘난 남자를 둔 여자는 다 불안한 거예요.”
“ 불안해할 필요 없어요.”
“ 말은 다 그렇게 하지요.”
“ 난 도망칠 거니까 불안해할 필요 없다는 말입니다. 몽요.”
“ 도망을 쳐요?”
“ 꿈은 몽요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저도 꿈이 있습니다.”
“ 황금백수?”
“ 이제 돈은 어느 정도 모아졌으니까 꿈을 위해 살아야겠지요. 멋진 집을 짓고, 황금으로 집안을 꾸미고 최고급 마차를 구입하고 일년 삼백유십오일 심심하지 않게 해줄 친구를 만들고,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 대야벌은 어떻게 하고요?”
“ 물론 이번 일이 끝나야겠지요.”
“ 그럼 그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네요.”
몽요는 빙그레 웃으며 연우강 앞으로 돌아앉았다. 그러고는 연우강을 욕조 끝으로 밀어붙였다.
“ 시간?”
“ 우강과 저의 시간을 말하는 거지 무슨 시간이겠어요.”
“ 전 지금 이번 일이 끝나면 도망치겠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몽요. 절대 책임지지 못한다는 말을 하는 거라고요.”
“ 누가 책임지라고 했어요.”
“ 그럼 방금 한 말은 뭡니까?”
“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만 절 책임지면 되잖아요.”
“ 그 다음엔?”
“ 원래 전 내일은 생각하지 않고 살아요. 그냥 순간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길 뿐이에요.”
“ 그건 나하고 같네요.”
“ 그러니까 지금 우강이 할 일은 뜨거운 제 몸을 식혀 주는 거라고요.”
몽요는 연우강의 손을 잡아 제 가슴으로 가져갔다.
“아무래도 내가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건 아니겠죠?”
연우강은 빙그레 웃으며 몽요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우강.”
몽요는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거칠고 급했다.
입을 맞추자마자 혀를 밀어 넣고 어느새 손은 그를 찾고 있었다. 몽요의 얼굴엔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책임을 지네 마네 하면서도 그의 몸은 이미 확실하게 준비가 돼 있었던 거였다.
“ 이건 어떻게 된 거죠?”
입을 뗀 몽요는 그를 자극하며 속삭였다.
“ 제가 미쳤나 봅니다.”
“ 왜요?”
“ 도무지 시든 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활짝 핀 채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 같단 말입니다.”
“ 아무튼 당신은 최고예요.”
몽요는 활짝 웃으며 다시 입을 맞췄다.
혀와 혀가 얽히면서 숨결이 거칠어진다. 부드럽게 그를 탐하던 손길이 조급해진다.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던 연우강의 손은 어느새 등을 타고 흘러 엉덩이에 이르렀다. 엉덩이를 압박해드는 손길에 몽요의 몸이 조금 진저리를 쳤다.
“ 우강!”
몽요는 신음을 토해내듯 우강을 불렀다.
“ 주안과를 찾아내야겠어요.”
서로를 집어삼킬 듯 탐한 시간 끝에 그녀가 연우강의 귓바퀴를 간질이듯 소곤댔다.
“ 제가 찾아줄까요?”
“ 그것도 좋죠.”
몽요는 빙긋 웃으며 연우강의 어깨에 양팔을 걸쳤다.
“ 빨리 머리가 길었으면 좋겠어요.”
“ 지금도 나쁘지 않습니다. 몽요. 그리고.....”
연우강은 몽요의 귓불을 가볍게 베어 물고는 속삭였다.
“ 정말이에요?”
“ 전 아주 만족스럽니다.”
“ 흥! 변태!”
몽요는 눈을 흘기며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또다시 서로를 탐하던 두 사람이 처소를 나선 건 저녁 무렵이었다.
연우강은 사망묵의를 걸친 채였고, 몽요는 만화은신사영을 펼쳐 허공으로 녹아 들어가 있었다.
종리웅 일행은 만금전에 머물고 있었다.
“ 준비는?”
안으로 들어선 연우강은 두작군을 보며 물었다.
“ 마차에 실어놨다. 그런데 어디로 갈 거냐?”
“ 두 영감하고, 허 영감은 마차를 끌고 장강으로 가.”
“ 배를 타고 이동하란 말이냐?”
“ 동정호로 들어가려면 그게 편하지 않겠어?”
“ 넌?”
“ 난 또 처리할 놈들이 있잖아.”
“ 잔살단 놈들을 말하는 거냐?”
“ 계속 그렇게 날뛰게 놔둘 순 없잖아.”
“ 그건 좋은데 네가 없으면 저기 마차에 있는 머리통들이 썩어 나갈 텐데 그땐 어떻게 하라고?”
“ 이걸 사용하면 될 거야.”
연우강은 품속에서 작은 구슬이 달려 있는 목걸이를 꺼내 내밀었다.
“ 뭐냐 이건?”
두작군은 목걸이로 시선을 주며 물었다. 황금으로 돼 있는 사슬 형태의 줄에는 작은 그림이 음각돼 있고, 아래쪽에는 밤톨 크기의 구슬이 달려 있다.
한눈에 보아도 상당히 귀중한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
“ 그 구슬은 빙백신구야. 내공을 주입하면 머리 정도는 충분히 얼릴 수 있을 거야.”
“ 이게 빙백신구라고?”
두작군은 깜짝 놀라 빙백신구를 잡았다. 그러고는 슬쩍 내기를 주입해 보았다.
“ 억!”
두작군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엄청난 한기가 구슬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 비싼 거니까 조심해서 다뤄. 분실하면 목을 쳐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고.”
“ 가만.....혹시 이거 북해태상영 아냐?”
문득 떠오른 듯 두작군이 물었다.
“ 그렇다고 하던데?”
“ 진짜?”
“ 준 사람이 그랬으니까 맞을 거야. 그런데 왜?”
“ 북해태상영이 뭔지 몰라?”
“ 불 속에서도 살아나올 수 있는 보물이잖아.”
“ 그것 말고 자식아.”
“ 그럼 다른 의미가 또 있어?”
“ 북해태상영은 북해빙궁의 조사령이나 마찬가지야.”
“ 조사령?”
“ 북해빙궁 궁주의 신물이다.”
“ 궁주의 신물이라는 걸 아무에게도 막 줘도 되는 거야?”
“ 아무에게나 막 주는 게 아니라 남편에게 주는 물건이다.”
“ 남편?”
“ 수 소저가 준 거냐?”
“ 팔아먹어도 상관없다고 하던데?”
“ 그럼 이걸 받게 되면 반드시 신랑이 되야 한다고 하면서 줄까. 아무튼 넌 복 터졌다. 인마.”
“ 사겠다면 팔게.”
“ 팔아?”
“ 팔아도 좋다고 했으니까.”
“ 난 오래 살고 싶다.”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여설 그 아이가 빙허의 경지에 올랐더구나.”
“ 정말?”
“ 난 오래 살고 싶다. 연우강.”
“ 수 소저가 살수를 쓸 거란 말이야?”
“ 나 같으면 원하지 않는 사내가 북해태상영을 가지고 있으면 죽여버리겠다. 더구나 그 아이는 한 성깔 하지 않느냐.”
“ 그걸 팔면 나도 이렇게 만들어버릴까?”
연우강은 자신의 목을 스윽 그었다.
“ 남편으로 점찍은 사람을 죽일 수는 없겠지.”
“ 그럼?”
“ 네 녀석 옆으로 접근하는 여자를 전부 없애버리겠지.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느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여설 그 아이는 빙허의 경지에 올랐으니까 서리가 아니라 눈이 오겠구나. 클클클! 아무튼 고난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걸 축하한다. 연우강. 가세, 일삼.”
두작군은 껄껄 웃으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 고난의 세계는 또 무슨 말이야?”
“ 자승 형님이 그러더라. 심검 경지 위에는 공령의 경지가 있는데 공령의 경지보다 더 높은 무공이 있다고.”
“ 그게 뭔데?”
“ 마누라 바가지 신공과 자식 떼 신공이란다. 그 두가지가 발휘되면 제아무리 심검의 경지에 오른 무인도 패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아무튼 난 간다.”
두작군은 휭하니 밖으로 나갔다.
“ 동정호에서 뵙겠습니다. 어르신.”
“ 동정호에서 뵙겠습니다.”
차남승과 종리웅은 나가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 그래, 그때 보자.”
두작군은 손을 흔들며 건물을 나갔다.
[ 정말 몰랐어요?]
그때 연우강의 귓전으로 몽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팔아도 상관없다고 하면서 줬다니까요.]
[ 정말?]
[ 다시 말해요?]
[ 다른 건 주지 않았어요?]
[ 다른 거 뭐요?]
[ 여자가 남편 도리 사람에게 줄 게 뭐겠어요?]
[ 그런 거 없습니다.]
[ 정말?]
[ 정말입니다. 전 아무 조건 없이. 그것도 공짜로 주기 전에는 절대 받지 않을 겁니다.]
“ 우리도 가자.”
연우강은 어깨를 활짝 펴고는 밖을 향해 걸었다.
[ 아무 조건 없이 공짜로 주면 받을 거라고요?]
[ 그런 건 무조건 받아야지요. 그것도 받지 않으면 그게 병신이지 사람입니까?]
[ 연 공자.]
몽요는 연우강을 흘겨보며 버럭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