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백수-180화 (180/232)

제 4장 불사선곡

" 헉! 헉헉!"

어둠을 뚫고 동굴을 따라 수백 명이 내달리고 있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그들의 몸 곳곳에서 붉은 피가 떨어져 내렸다. 선두에서 빠르게 달려가는 사람은 만기팔유의 둘째인 천유였다.

" 빌어먹을!"

천유는 욕설을 내뱉었다.

패천으로 적이 들이닥친 건 이틀 전이다. 북쪽으로 이어진 통로로부터 혁련무극이 이끄는 야궐 무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밀고 들어오면 막아서는 패천 무인들을 공격해 왔다. 성난 그들의 공격에 패천 무인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릭 지금 이백여 명의 부하들과 정신없이 도망치는 중이었다.

" 크악!"

뒤쪽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 서둘러라!"

천유는 부하들을 독려하며 몸을 날렸다.

어디를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문득 주변 전경이 눈에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몇 개월 동안 지하에서 생활했고, 몇몇 장소는 자주 가기도 했지만 아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고 기억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가고 있는 벽면은 확실하게 기억이 났다.

" 어쩌면......"

그의 걸음을 더욱 빨라졌다. 어쩌면 외부로 나가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어둠 속으로 석문이 보였다. 그는 양손에 내공을 모았다. 내공은 여전히 팔 할가량밖에 모이지 않지만 저 석문을 나가는 순간 완전한 상태가 될 것이다.

" 으악!"

또다시 후미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천유는 급하게 쌍장을 휘둘렀다. 그의 양손에서 시퍼런 강기가 쏘아져 나갔다.

콰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석문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나갔다. 천유를 비롯한 패천 무인들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 응?"

" 어?"

" 헉!"

갑자기 아래로 뚝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자 일행은 깜짝 놀랐다.

" 설마......"

천유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분명 단전의 내공은 그대로다. 그런데 혈도 곳곳으로 흩어져 있떤 내공이 급속하게 단전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곧 내기를 운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패천 지하 공간 중 내기를 운용하지 못하는 공간은 단 한 곳밖에 없다.

" 음양뢰!"

천유는 신음처럼 중얼거리며 바닥으로 내려섰다.

다른 이들 또한 천유와 다르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는 그들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패천 무인들은 고개를 들어 조금 전 나왔던 동굴을 보았다.

그동안 쫓아왔던 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선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은 야궐의 궐주 야제 혁련무극이었다.

혁련무극은 차가운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음양뢰는 전에 그가 갇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 어떻게 됐는가?"

혁련무극은 고개를 돌려 뒤편에 있는 유악재를 보았다.

" 야노원 원로들은 오십 명씩 데리고 다른 통로로 향했습니다. 일다경 후면 도착할 겁니다."

" 활이 있어야겠구먼."

" 챙겨오라고 지시를 내려두었습니다."

" 어디 있는가?"

혁련무극은 음양뢰 위쪽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내공이 잔뜩 실린 그의 목소리가 절벽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 나 여기 있소이다."

잠시 후 군무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준비는 어떻게 됐는가?"

" 그쪽이 준비되면 말하시오. 여긴 끝났소."

" 알았네."

혁련무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음양뢰로 시선을 주었다.

" 그나저나 연 공자는 무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옆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복양후의 얼굴에 걱정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벌써 며칠이 지났고, 패천 잔당은 저들이 전부다. 그런데 연우강과 남궁운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심지어 지하 깊숙한 어디쯤에서 감옥 같은 곳을 발견했지만 그곳에도 두 사람은 없었다.

" 나보다 강한 사람이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혁련무극 또한 걱정스럽기 그지 없었다. 만일 연우강이 떨어진 곳에 적이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는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을 것이다.

감옥이란 감옥을 다 뒤진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연우강과 남궁운화는 없고 혼무영 나웅의 시신만 발견했다. 두 사람이 없다는 데에 한편으로는 안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더욱 걱정스러웠다.

" 그는 지옥에서도 살아나올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혁련무극은 음양뢰를 보며 중얼거렸다.

혁련무극을 비롯한 복양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음양뢰를 내려다보는 그 시각 수십 장 아래쪽 양극동에서는 연우강과 남궁운화가 비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음양천반석으로 만든 관 안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은 알몸이었다. 연우강은 가부좌를 한 채였고, 남궁운화는 두 다리로 연우강의 허리를 감은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녀가 꿈틀거릴 때마다 신음과 함께 밀착된 부분에서 백색과 적색 운무가 흘러나왔다.

두 기운 중 백색 기운은 연우강의 등을 타고 올라가고, 적색 기운은 남궁운화의 등을 타고 올라갔다.

그러고는 백회혈 안쪽으로 스며들어갔다.

와락!

뜨거운 기운이 몸 안으로 스며들어오면서 짜릿한 느낌이 뇌리를 강타했다. 남궁운화는 저도 모르게 연우강의 목을 와락 끌어당겼다.

사실 지금 남궁운화는 비몽사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우강과 함께 운우지정공이라는 요상한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 건 며칠 전부터다.

그런데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늘 남궁운화가 견디지 못해 운우지정공을 중간에 멈춰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온갖 체위를 구사하며 감각을 끌어올린 다음 내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내기를 주거나 받을 때마다 쾌감이 밀려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난 며칠 동안 겪어왔지만 오늘도 여전히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 너, 너무 힘들어요, 연 공자."

남궁운화는 말을 더듬었다.

" 참지 말아요."

" 네?"

남궁운화는 뜨악한 얼굴로 연우강을 보았다. 무려 반 시진 동안 참고 또 참았다. 그런데 굳이 참을 필요가 없다니.

" 거부한다고 해서 무공이 익혀지는 건 아니에요. 굳이 조바심 낼 필요 없어요. 오늘 익히지 못하면 내일 익히면 되는 거고, 안 되면 모레 익히면 되는 거예요. 바쁜 것도 아닌데 급할 이유가 없잖아요."

" 그, 그래도 돼요?"

" 무공 익혀서 급하게 할 일 있어요?"

" 아뇨."

" 그런데 왜 참아요?"

" 그럼 언제 익혀요."

" 참지도 말고 멈추지도 말아요."

" 그건 무슨 소리죠?"

남궁운화는 동작을 멈추며 물었다.

운우지정공은 엄밀하게 따지면 두 사람이 함께 행하는 운기행공이다. 혼자 하는 것보다 더욱 조심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감정에 휩싸이면 바로 운우지정공을 멈추곤 했다. 아니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연우강은 감정에 몸을 맡기면서도 운우지정공을 멈추지 말라고 한 것이다.

"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운우지정공에 대해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어떻게 잘못 해석했다는 거죠?"

" 말 그대로 운우지정공을 통해 공력을 증강기시키는 무공이라는 거예요."

" 정말 그럴까요?"

남궁운화의 얼굴엔 미심쩍은 심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운기행공은 자칫 잘못하면 주화입마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 무공은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설사 주화입마에 든다고 해도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

" 선천지기를 내공으로 만들면 된다는 거예요?"

" 네."

연우강은 남궁운화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입을 맞췄다.

" ........"

연우강의 입맞춤에 잦아졌던 불꽃이 다시 일며 온몸으로 번져 나갔다. 남궁운화는 마음을 풀고, 사방에서 들고 일어나는 쾌감에 몸을 맡겼다. 아니, 오히려 불을 지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단전을 가득 채우고 있던 음기가 무섭게 일더니 빠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연우강의 몸에서 흘러나온 양기와 만나 음기는 뱀처럼 엉키며 온몸을 휘젓고 다녔다.

' 그랬어..'

남궁운화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렸다.

상생이라는 건 어려운 말이 아니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불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나이를 먹으면 늙는 것처럼, 순응하는 것이 바로 상생이었다. 운우지정궁은 부부관계를 하면서 익히는 무공이고 쾌감은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그걸 거부하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우르릉!

갑자기 진기들이 우렛소리를 내며 온몸을 헤집고 다녔다. 일주천을 마친 진기는 연우강의 몸으로 흘러 들어가고 다시 나오더니 각 혈도를 타고 돌았다.

그럴수록 쾌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둥실!

느닷없이 남궁운화와 연우강의 몸이 관을 벗어나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일 장 높이까지 솟아오른 두 사람의 몸에서 백무와 적무가 흘러나왔다. 두 기운은 점점 농밀해지더니 살아 있는 것처럼 두 사람의 몸을 더듬고 다녔다. 백색 기운이 도망치고 적색 기운이 쫓아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합쳐진 두 사람의 몸이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어느새 백무와 적무는 하나로 합쳐져 분홍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남궁운화의 몸에서 작은 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처음 떨어진 것은 검은색 가루였다. 그녀의 세맥 곳곳에 숨어 있던 혼탁한 기운이 가루가 돼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검은색 가루는 살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가루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우두둑!

모든 털이 가루로 흩어지자 이번엔 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결합을 한 상태에서 남궁운화는 환골탈태를 하고 있었다.

기사 중 기사였다.

하지만 운우지정공에 취한 상태인 남궁운화는 자신이 환골탈태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다만 끊임없이 밀려오는 쾌락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파도는 이미 음양화합이 주는 기쁨을 알아버린 그녀로서는 견디기 힘들었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남궁운화는 파도에 휩쓸려 버리고 말았다.

까무룩 정신을 잃은 남궁운화가 다시 깨어난 건 잠시 후였다. 여전히 그녀와 연우강은 같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다만 허공으로 올라갔던 두 사람이 다시 음양천반석으로 만든 관 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 조금 전과 달랐다.

" 제, 제가 기절한 거예요?"

" 네."

연우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 진짜?"

" 그렇다니까요."

연우강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남궁운화를 보았다.

아직 남궁운화는 본인이 환골탈태를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 저도 이제 어른이 다 됐나 봐요."

남궁운화는 히죽 웃었다.

" 그게 무슨 소리죠?"

" 그걸 하다가 기절까지 했으면 이젠 어른이잖아요."

" 그걸 하다가 기절하면 어른이라고 누가 그래요?"

연우강은 황당한 얼굴을 했다. 설마 남궁운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 여설 언니가 그랬어요."

" 쿡!"

연우강은 피식 웃었다.

문득 동굴에서 그녀와 관계를 가질 때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 처음 맞아요?

- 제정신인 남자는 저 같은 계집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요.

- 그럼 이건 뭡니까?

- 시중에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책이 넘쳐난다는 거 몰라요?

- 책으로 배웠단 말입니까?

- 연 공자는 책으로 배운 무공으로 심검까지 펼치잖아요.

" 책에서 봤대요?"

연우강이 물었다.

"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남궁운화는 되물었다.

" 수 소저는 책을 통해 배운 게 대부분이거든요."

" 그럼 언니도 그런 경험이 없는 거예요?"

" 결단코!"

연우강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 호호호! 그럼 그 방면에서는 내가 언니네, 험!"

남궁운화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히죽 웃었다.

" 그게 아닐걸요?"

" 뭐가 아니라는 거죠?"

" 진기를 끌어올려 봐요."

" 진기라고요?"

남궁운화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진기를 끌어올렸다.

" 헉!"

그녀는 깜짝 놀랐다. 느닷없이 단전으로부터 엄청난 진기가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 이, 이게 다 뭐죠?"

남궁운화는 질겁하여 물었다.

단전에서 흘러나온 진기는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았다. 결국 단전이 두 배 이상 커졌다는 뜻이다. 남궁운화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바로 그 두배였다.

이곳이 음양지이고 운우지정공을 통해 음양쌍극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 음양쌍극기가 단전의 크기를 두 배로 늘려주진 않는다. 즉 삼 갑자의 공력을 육 갑자로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전에 쌓인 공력은 육 갑자를 상회하고 있는 듯했다.

" 환골탈태를 해서 그래요."

" 제가 환골탈태를 했다고요?"

" 그 때문에 기절도 한 거고요."

" 그러니까 어른이 돼서 기절한 게 아니고 환골탈태 때문에 기절했다는 거예요?"

" 실망했어요?"

" 에이! 좋다가 말았잖아요."

" 하하하ㅃ 그런 말이 어딨어요?"

" 전 어른이 되는 게 더 좋단 말이에요."

남궁운화는 연우강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 그럶 지금부터 어른이 되게 해줄까요?"

연우강은 남궁운화의 귓전에 대고 속삭였다.

남궁운화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우강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그의 어깨에 턱을 괬다.

' 이제 됐어요. 할아버지. 운화가 드디어 창궁무한을 얻었어요.'

머릿속에 무수한 구결이 떠다니고 있었다.

전에 연우강의 아버지가 남긴 구결이 있고, 두작군 사부로부터 듣기만 했을 뿐 익히지 않았던 광풍파랑십삼절의 구결이 떠다닌다. 여설 언니로부터 들었던 백옥수 구결이 떠다니고, 연우강으로부터 들었던 일천독행신과 일천파류혼, 그리고 일천파세혼이 부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창궁대연검법이 잡아먹고 있다. 그것은 창궁대연검법의 마지막 초식인 창궁무한, 심검이었다.

남궁운화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가득 맺혔다.

" 울다가 웃으며 여기에 털 난다고 했어요."

연우강은 남궁운화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쓸며 말했다.

" 괜찮아요. 연 공자."

남궁운화는 배시시 웃었다.

그러고는 연우강의 귓전에 대고 속삭였다.

" 어른이 되고 싶어요."

" 알았습니다. 남궁 소저."

연우강은 빙긋 웃으며 몸에 힘을 가했다. 곧 두 사람의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지금 뭐하는 거죠?"

연우강의 몸에서 적색 운무가 흘러나오자 남궁운화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미 운우지정공을 통해 음양쌍극기를 얻었다. 그런데 연우강이 또다시 운우지정공을 끌어올린 것이었다.

" 험! 나도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그런 거네요."

" 풋!"

남궁운화는 저도 모르게 픽 웃었다. 하지만 웃음도 잠시 그녀는 운우지정공을 끌어올렸다.

휘리릭! 휘익!

허공에서 불덩어리가 유성처럼 쏟아져 내렸다. 마치 폭발한 화산에서 용암이 떨어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불덩어리들은 이내 거칠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 위로 마른 장작이 다시 떨어져 내렸다.

불이 거세지면서 음양뢰를 채우고 있던 안개가 조금씩 모습을 감췄다. 그러자 음양뢰 안쪽 상황이 드러났다.

천유를 비롯한 패천 무인 이백여 명은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 으음!"

천유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음양뢰로 통하는 각 통로는 야궐 무인들이 막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활이 들려있었다.

" 정반대 상황이 됐소, 천유."

혁련무극은 천유를 보며 말했다.

" 그런 것 같군."

" 당신은 내가 존경하는 몇 사람 중의 한 명이었소."

"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네."

천유는 씁쓸하게 웃었다.

" 신유는 어디 갔소?"

" 유와 함께 떠났네."

" 유라면 모용유를 말하는 거요?"

" 알고 있었는가?"

" 이곳에 와서야 알았소."

" 대형을 만나면 한 가지만 전해 주겠는가?"

" 뭘 말이오?"

" 웅아의 시체를 찾았다고 전해주면 되네."

" 웅아라면 혼무영 나웅을 말하는 거요?"

" 대형의 손자네."

" 나웅은 누가 죽인 거요?"

" 모르네."

" 제자가 아니라 살모사 새끼를 키우고 있었구려."

혁련무극은 피식 웃었다.

만기팔유의 수장인 신유의 손자가 나웅이고 모용유는 제자였다. 그런데 제자는 천주가 되고 손자는 죽었다면 상황은 뻔하다. 나웅을 죽인 자는 모용유일 것이다.

" 허허허!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우린 후회하지 않네."

" 후회하지 않는 게 아니라 후회할 수가 없겠지. 후회를 하게 되면 당신네들 백 년 삶이 물거품으로 변하게 되니까."

혁련무극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자 각 통로에 있던 야궐 무인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오며 활시위를 당겼다.

" 맞네, 궐주. 우린 그래서 후회할 수 없네."

"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혁련무극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숙였던 고개를 들자 음양뢰 안쪽으로 화살이 쏘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패천 무인들은 각자 무기를 뽑아 들고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음양뢰 안에서 그들이 갈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간 차만 있을 뿐 처절한 비명과 함께 하나 둘 쓰러졌다.

" 활을 다오."

혁련무극은 뒤편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복양후가 활과 화살을 내밀었다. 활과 화살을 받아든 혁련무극은 천천히 시위를 당겼다. 그가 겨냥하는 사람은 천유였다.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는데도 천유는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 부하들을 살려 줄 생각은 전혀 없는가?"

천유는 혁련무극을 보며 소리쳐 물었다.

" 다시 돌아오면 패천 무인들을 한 명도 살려주지 않기로 맹세했소. 난 그 맹세를 지키고 있을 뿐이오."

혁련무극은 차갑게 마하며 당겼던 시위를 놓았다. 그의 손을 떠난 화살은 순식간에 공간을 단축했다.

푸욱!

거북살스런 소리가 천유의 심장에서 흘러나왔다.

천유는 고개를 숙였다.

앞쪽은 몸속으로 파고들어 가고 깃털만 남아 있었다.

푸욱!

이번엔 아랫배에서 통증이 밀려왔다. 다른 화살 하나가 배에 박힌 모양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혁련무극을 보았다. 하지만 혁련무극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초점을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았다.

하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대신 눈으로 뒤덮인 계곡이 눈에 들어왔다.

- 막장이라고 했느냐?

- 네.

- 저기를 보아라.

- 저기가 대야벌인가요?

- 저긴 대야벌이 아니고 하늘이다.

- 최고만 가는 자리라는 뜻인가요?

- 최고가 되고 싶은 게냐?

- 그렇게 되기 위해 이곳으로 왔으니까요.

- 내가 기회를 주마.

관제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천하평으로 나갔다가 그 아이를 보았다.

아이를 데리고 관제산 정상으로 올라간 것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었다. 새해 첫날 만난 녀석이었고, 공연히 측은지심이 일었을 뿐이다. 녀석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와서는 간단한 무공과 함께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막장을 제자로 생각한 적도 없고,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본 거지에게 적선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무공을 가르쳐 줬을 뿐이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녀석이 떠오른다.

" 군림과 꿈을 꿀 게 아니라 제자를 키웠더라면....."

천유는 눈을 감았다.

막장을 제대로 키웠더라면 마지막 가는 길이 좀 더 편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하지만 너무 늦었........."

털썩!

천유의 신형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백여 명의 패천무인들을 없애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다경가량 흐르자 음양뢰 안에 서 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천유 또한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죽임을 당했다.

" 철수하라!"

음양뢰를 바라보던 혁련무극이 철수 명령을 내렸다.

야궐 무인들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 음양뢰를 빠져나갔다. 부하들이 전부 빠져나가자 혁련무극은 석문을 나서 계단을 내려갔다.

콰앙!

중간쯤 내려갔을까.

느닷없이 음양뢰 아래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혁련무극은 의아한 얼굴로 음양뢰를 바라보았다.

차르르!

쇠사슬이 끌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패천 무인들의 시체가 놓여 있던 바위 한쪽이 쑥 꺼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시체들이 떨어져 내렸다.

" 설마......."

혁련무극은 급하게 계단 위로 올라갔다. 음양뢰 안에서는 내공을 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막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바위 아래쪽에서 검은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 연 공자?"

검은 덩어리를 확인한 혁련무극은 깜짝 놀랐다. 놀랍게도 위로 솟구쳐 오른 것은 연우강과 남궁운화였다.

" 끝났습니까?"

혁련무극을 발견한 연우강이 허공에 멈춰 서며 물었다.

" 자넨 갈수록 괴물로 변해가는구먼."

혁련무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음양뢰에서 내공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음양인밖에 없었다. 그런데 연우강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공을 펼치고 있다ㅏ. 음양뢰 아래쪽에서 기연을 얻은 게 분명했다.

" 그렇게 됐습니다. 방금 떨어진 자들이 마지막인가요?"

" 그렇네. 그들이 패천의 마지막이었네."

" 유는 어떻게 됐죠?"

" 유와 신유는 보이지 않았네."

" 그랬군요. 위에서 뵙도록 하죠."

연우강은 남궁운화와 함께 위쪽으로 날아 올라갔다. 오십여 장쯤 올라가자 벽면에 박힌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맨 아래쪽 나무에 군무옥과 백강 그리고 염자생이 앉아 있었다.

연우강은 그곳으로 몸을 날려갔다.

" 점점 괴물로 변해 가는 것 같소."

군무옥은 연우강과 남궁운화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연우강이야 원래부터 그랬지만 지금은 남궁운화의 몸에서도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음양뢰 아래쪽으로 가기 전과는 천양지차로 변해 있었다.

" 형님을 만나서 도움을 좀 받았다."

" 형님이라면 천마 그 양반을 말하는 거요?"

" 응!"

연우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 주공이 거기 있었냐?"

이번엔 백강이 물었다.

" 형님뿐만 아니라 잠마 희수연도 있었답니다."

" 자, 잠마가 거기에 있었다고?"

백강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 거기에 있었을 뿐 아니라 형님의 내공을 몽땅 가지고 사라졌다네요."

연우강은 위로 몸을 날리며 말했다.

" 내공을 몽땅 가지고 사라졌다는 건 무슨 소리냐?"

백강은 연우강을 따르며 물었다.

연우강은 지하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 맙소사."

백강의 입이 쩍 벌어졌다.

설마 희수연이 그런 식으로 살아 있었을 거라고는 굼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문득 이곳으로 찾아오라고 했던 이유가 어쩌면 지금 상황을 예측하고 그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형님도 살아 있는데 잠마라고 살아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 내가 알고 싶은 건 그의 상태가 어떤 거지 하는 거다."

" 그러니까 전에 죽은 일백마와 같았는지 그걸 알고 싶다는 건가요?"

" 수연과 우린 조건이 완전히 다르지 않느냐?"

"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자세히 몰라요. 하지만...."

" 하지만?"

" 형님 같으면 머잖아 없애야 할 사람에게 내공을 전부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일백마들과 상태가 다르다는 말이구나."

"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형님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어쩌면 정신을 차릴 수 있다는 거냐?"

" 그럴지도 모른다는 거죠. 그만 올라가요."

" 그러자꾸나."

백강을 비롯한 다섯 명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올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이 혁련무극을 다시 만난 건 반 시진 후 자모곡의 야궐 진영에서였다.

먼저 죽은 자들에게 제사를 모신 야궐 무인들은 각자 처소에 들어갔다. 무곡으로 출병했던 날부터 거의 쉬지를 못했기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야궐 무인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무곡에서 죽은 자들 때문이었다. 삼천여 명이 출발했는데 진영으로 돌아온 자는 천사백 여명에 불과했다. 천육백여 명이 무곡에 뼈를 묻은 것이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잠을 잔다는 게 무리였다.

그런 그들을 잠들 수 있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술이었다.

술을 가져온 자들은 하오밀문 문도들이었다.

많지 않은 술이었지만 야궐 무인들은 술로 슬픔을 달래며 하나둘씩 잠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하지만 단 한 곳,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창노와 남궁운화가 머무는 천막이었다.

창노는 감격한 얼굴로 남궁운화를 보았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는 이유는 방금 본 광경 때문이었다.

창궁무한.

창궁대연검법의 마지막 초식이자 심검인 그것을 남궁운화가 시범을 보여준 것이었다. 일 장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를 쳐다보기만 했는데, 가루로 흩어져 내렸다.

얼마나 놀랐던지.

장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 수고했다. 하지만 이 할애비는 네가 무공보다는 자식이나 그런 쪽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구나."

" 그런 걸 생각하기엔 전 너무 젊어요, 할아버지."

" 너도 이제 스무 살이야, 녀석아."

" 스무 살이면 아직 어린애 맞잖아요."

" 아무튼 알았으니까, 나가."

창노는 남궁운화를 떠밀었다.

" 어디로 가라고요?"

" 어디로 가기는, 우강이 그 녀석에게로 가야지."

" 왜요?"

" 네 자리는 여기가 아니고 거기야, 얼른 나가."

창노는 벌떡 일어나서는 남궁운화의 손을 잡고 천막을 나섰다. 잠시 후 둘은 연우강 천막으로 들어섰다. 천막 안에는 연우강, 허일구, 군무옥, 무원, 혁련무극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 그러니까 최근에 무인들의 움직임이 감지된 곳이 불사선곡이란 말이지?"

연우강은 찻잔을 들며 물었다.

" 우리 하오밀문에서 불사선곡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은 꽤 됐네. 하지만 그다지 활동을 하는 것 같지가 않아서 묻어뒀네."

불사선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연우강 때문이었다. 남들이 모르는 정보가 고급정보라는 말을 듣고 묵혀두었던 정보들을 다시 정리했다. 그 와중에 나온 것이 불사선곡이다.

하오밀문에서 불사선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불사선곡에 사는 자들의 평균 연령 때문이었다.

하오밀문 문도가 본 그곳 사람들은 대부분 늙은이들이었다. 그런데 도무지 늙은이들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문득 그곳이 전설로 내려오는 불사선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좀더 세밀한 조사를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아주 오래 된 비석에서 불사선곡이란 글을 발견해 낸 것이었다.

" 그들에 대해서는 계속 감시를 하도록 해. 그리고 다른 건?"

" 마웅보, 마룡보, 사자방, 맹호방, 풍운방이 멸문했네."

허일구의 말에 연우강은 무원을 보았다.

" 밀천에서 시작한 모양이구나."

" 그런 것 같군요."

연우강은 다시 고개를 돌려 허일구를 보았다.

" 공격을 시작한 건 십 일 됐고, 그들을 이끌고 있는 자는 전마 사유성이네."

" 대야벌은 어때?"

"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네."

" 일단은 감시만 해."

" 알았네. 그리고 묵야련 무인들의 움직임을 포착했네."

" 목적지는?"

" 아무래도 규동처럼 보이네."

" 묵연노도 유자웅이란 말이지."

연우강은 혁련무극을 돌아보았다.

유자웅과는 사이가 어떤지 그걸 알고 싶어하는 눈빛이었다.

" 우린 필요에 의해 맺어진 사이일 뿐이네. 특히 유자웅은 기회를 잘 이용하는 자네."

" 도움은 기대하지 말라는 말입니까?"

" 그는 이익이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네. 내 곁에 있었던 것도 담대만승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거네. 만일 담대만승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면 범일승이나 혁세군과 어울렸을 거네."

" 전형적이 기회주의자란 말이군요."

" 그렇네."

" 어떻게 하겠습니까?"

" 기회주의자라고 해도 그동안 나와 한 배를 탔던 자네."

" 칠 명분이 없다는 말이군요."

" 그런 셈이네."

혁련무극은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습니다. 그럼 일단 병력을 규동 쪽으로 이동시켜 주십시오."

" 알았네."

혁련무극은 고개를 끄덕였다.

" 다른 건?"

" 연우강은 허일구를 보았다.

" 구파일방이 움직이고 잇다는 보고를 받았네."

" 구파일방이 움직인다는 건 무슨 소리야?"

"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단 말이네."

" 구체적으로 어떤 자들인데?"

" 소림사의 전대 방장인 혜천대사, 무당파의 전대 장문인 만광진인, 화산파의 전대 장문인 양정일, 개방의 전대 방주 몽취개 운중선이 모습을 드러냈네."

"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무슨 소리야?"

" 혹시 총퇴식이라고 들어봤는가?"

" 그건 뭔데?"

" 구파일방에서 문주가 물러나면 그 당시 요직을 맡았던 수뇌들도 몽땅 물러나게 되는데 그때 금분세수 행사를 총퇴식이라고 한다네."

" 쉽게 말하면 떼거리로 하는 은퇴식이란 말이지?"

" 그렇네."

"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연우강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떤 조직이건 은퇴는 늘 있어왔다. 하지만 수장이 은퇴한다고 보좌했던 자들까지 몽땅 은퇴하는 경우는 드물다.

" 전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오십 년 전 개방에서부터 시작되어 나머지 문파로 퍼져나간 거롤 알고 있네."

" 왜?"

" 왜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 문주와 함게 일했던 장로를 비롯해 수뇌들이 전부 은퇴해 버리면 그 문파는 어떻게 될 것 같아?"

" 전력이 형편없이 약해진다는 말인가?"

" 당연한 거 아냐?"

" 강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그랬겠지."

" 대야벌 때문이라고?"

" 그렇겠지."

" 그럴 수도 있었겠네. 그런데 그자들은 정말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거야?"

" 그들은 잊힌 자들이라고 불렀네."

" 잊힌 자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데."

" 그건......"

허일구는 말끝을 흐렸다. 그들의 숫자는 파악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 일단 그들의 숫자부터 파악해. 그리고 좀더 깊이 파고들어 봐."

" 뭔가 있을 거라고 보는가?"

" 그놈들 손을 자세히 봐."

" 손을 자세히 보라고?"

" 아마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고 있을 거야."

" 숟가락과 젓가락?"

" 밥은 밥상을 차린 사람이 먹어야 하는 거잖아."

" 그러니까 그들은 자네가 차린 밥상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인가?"

" 그걸 알아보라는 거야."

연우강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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