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백수-182화 (182/232)

제 6장 마 자 하나

연우강이 낙양으로 들어왔다는 소문을 가장 먼저 접한 자는 정주에 머물고 있떤 남철진과 구룡천군 무인들이었다. 공현에 있던 그들이 낙양에 있는 다른 자들보다 먼저 접한 이유는 하오밀문에서 연우강에 대한 소문이 그들의 귀로 들어가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소문을 접하자마자 남철진은 화산파의 전대 장문인인 제검 양정일을 만났다. 연우강 척살 임무를 받은 자들이 제검 양정일을 비롯한 화산파와 무당파 무인들이기 때문이었다.

양정일은 잘 벼려놓은 검을 보는 것처럼 날카로운 기세를 풍기는 자였다.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 그놈이 낙양에 있단 말이오?"

양정일은 확인하듯 물었다.

" 정확하게는 망산에 있다고 하오."

" 함께 있는 자들은 누구요?"

" 함께 잇는 자들은 밝혀지지 않았소. 하지만 지금까지 정황으로 보면 놈은 혼자 있을 놈이 절대 아니오."

" 주변에 방수가 있을 거란 말이군."

" 그렇소. 무당파와 함께 움직여 주시오."

" 무당파까지 합치면 육십 명이오. 진무사."

양정일은 얼굴을 찌푸렸다.

삼 대가 함께 생활하는 구룡천군은 보통 일 대는 장로가 열다섯 명, 사형제들도 열다섯 명가량으로 총 서른 명 내외로 구성된다. 연우강 한 명을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는 무인의 수가 너무 많았다. 아니 인원수가 많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자존심이 상했다.

" 그는......."

" 놈의 머리를 가지고 오겠소."

양정일은 남철진의 말을 끊었다.

" 알았소. 그렇게 해주시오."

남철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남철진이 이곳 공현에 나와 있는 이유는 구룡천군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소림사에서 있을 구파일방의 회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부하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강요할 수가 없었다.

" 만광진인을 보며 낙양으로 갔다고 전해 주시오."

양정일은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연우강의 소식을 두 번째로 접한 사람은 망산 남쪽에 진영을 구축하고 있는 밀천의 수장 사유성이었다.

사유성이 머물고 있는 곳 또한 고대에 만들어진 무덤 중 한 곳이었다. 대규모 무덤이었지만 부장품은 도굴당하고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빈 무덤이었다.

사유성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옆에 앉아 있는 사군양을 보았다. 방금 사군양으로부터 연우강이 이곳에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 사실입니까?"

사유성은 확인하듯 물었다.

" 놈을 목격한 자들도 꽤 있다고 하더구나."

" 혼자였답니까?"

" 그런 모양이다."

" 혼자라....."

사유성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이번 싸움은 연우광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곳에 나타난 것은 대야벌 밀천 양쪽에 해코지를 하기 위함이 분명하다. 아니 양패구상을 유도하기 위해 이곳에 왔을 것이다.

" 왜 나타났다고 보십니까?"

사유성은 사군양을 보며 물었따. 네.”

" 대야벌과 우리 양쪽 다가 놈의 목표일 게다."

"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작은 할아버지. 그는 철무련과 우리를 양패구상시키기 위해 이곳으로 왔습니다. 문제는......"

사유성은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러고는 굳은 얼굴로 다시 말을 이었다.

"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실패도 하지 않고 원하는 걸 전부 얻어냈다는 겁니다."

"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게다. 우린 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대비를 할 테니까."

" 우리만 대비하는 걸로는 놈을 잡을 수 없습니다."

" 어떻게 하겠단 말이냐?"

" 모두악을 만나야 합니다."

" 모두악을 만나?"

사군양은 황당한 얼굴로 사유성을 보았다. 지금 밀천은 대야벌과 전쟁 중이고 모두악은 적장이다.

그런데 모두악을 만나야 하다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 하남으로 들어온 야궐 무인들의 수가 몇 명인지 아십니까?"

" 그것까지 알아봤느냐?"

" 천사백 명가량입니다. 반면에 태상천주가 이끌던 우리 밀천 무인은 거의 전멸했습니다."

" 정말이냐?"

" 그렇습니다. 작은 할아버지."

" 양 세력을 양패구상시킨 자가 연우강이란 말이냐?"

" 그것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혁련무극을 비롯한 야궐 무인들은 연우강을 추격해 갔습니다."

" 그들의 양패구상 이면에는 연우강이 있다는 말이구나."

"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 그것과 모두악을 만나는 것과 관계가 있느냐?'

"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연우강을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그들과 협약이라도 맺을 참이냐?"

" 모두악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단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두악에게 서찰을 보내주십시오."

" 직접 나갈 참이냐?"

" 무영환사대를 데리고 갈 생각입니다."

" 알았다. 일단 연락은 취해보도록 하마."

사군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

그로부터 한 시진 후.

황하 주변 작은 마을에 있던 모두악은 사유성으로부터 온 서찰을 받았다.

들었을는지 모르지만 귀하의 대야벌은 물론이고 우리 밀천의 골칫거리인 연우강이 주변에 있다고 하오. 그의 처리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 싶소.

전마 사유성.

" 누가 가져왔소?"

모두악은 망귀염옹 구작노를 보며 물었다.

" 무영환사대의 대주인 환수존 사군양의 아들 사수성이라고 하였습니다. 사군양은 사유성의 작은할아버지입니다."

" 속임수는 아니라는 말이군요."

모두악은 망산을 보았다. 만나자고 한 장소는 귀신들이 쉬어간다는 귀휴봉이다. 그곳은 사방이 확 틔어 있어 매복하기도 힘들었다.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하남성에 혁련무극이 들어와 있다고 했소?"

"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 부벌주는 어디 있소?"

" 개봉에 머물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혁련무극이 움직이면 그때야 모습을 드러내겠다는 뜻이군."

모두악의 얼굴이 슬쩍 일그러졌다.

사실 모두악은 이번 조직 개편에 불만이 많았다.

련주가 림주보다 신분이 높다는 것은 아니지만, 강호인들은 련이 림보다 높다고 알고 있고 자신 또한 그렇게 여겼다. 그런데 련주인 자신과 묵연노도 유자웅은 부맹주가 되고 림주였던 악붕과 해천일은 맹주가 됐다.

어떤 근거로 두 사람을 맹주에 앉혔는지.

솔직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 만일 혁련무극이 연우강을 쫓아 이곳 망산으로 온다면 우린 밀천과 야궐을 동시에 상대해야 합니다."

" 그건 밀천도 같은 조건이오. 혁련무극이 하남까지 왔다는 것은 나적리가 이끄는 밀천 무인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뜻이오. 염옹."

" 적의 적은 같은 편이란 말이 있습니다."

" 연우강과 혁련무극을 상대할 때는 손을 잡자는 말이오?"

" 그렇습니다."

구작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약속을 한다고 그게 지켜질 거라고 보는 게요?"

" 물론 많은 변수가 있고 상황에 따라 배신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지켜질 겁니다."

" 그럼 만나봐야 한다는 결론이군. 좋소. 차혼암영담을 귀휴봉 주변으로 포진시키시오."

" 알겠습니다. 련주님."

구작노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구작노가 나가고 난 후 모두악은 주변을 둘러보며 처소를 나섰다.

그가 사유성이 기다리겠다고 한 귀휴봉에 도착한 것은 두 시진 후였다.

귀휴봉 정상에는 찻잔이 놓인 탁자와 의자가 있었다.

모두악은 탁자 앞으로 걸어갔다.

" 오랜만입니다. 련주."

사유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디.

" 그렇구려.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었는데 적으로 만나게 돼서 안타깝소. 가주."

" 하하하! 세상사리는 게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원하는 대로 살 수는 없겠지요. 앉으시지요."

사유성은 웃으며 자리를 권했다.

모두악이 자리에 앉자 사수성이 다가와 찾산에 물을 채웠다.

" 마셔도 되는 거요?"

모두악은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혹시 차에 독을 차지 않았냐 하는 물음이었다.

" 우리 밀천은 차에 수작을 부릴 만큼 다급한 상황이 아니외다."

사유성은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

" 허허! 내가 실언을 한 모양이외다. 미안하게 됐소이다."

모두악은 사유성을 빤히 바라보며 찻잔을 들었다.

" 연우강이 이곳 어딘가에 있다는 건 들으셨습니까?"

" 난 연우강을 감시해야 할 정도로 다급하진 않소."

" 하하하! 이번엔 내가 한방 먹었소이다, 그려."

사유성은 크게 웃었다.

" 하지만 우리가 싸우가 전에 놈을 먼저 없애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오."

모두악은 차를 마시며 말했다.

" 모 련주께서 이렇듯 달변가일 줄은 오늘 처음 알았소이다."

사유성은 흡족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이곳에 올 때부터 모두악이 거절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듯 쉽게 수락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모두악은 가타부타 이유를 달지 않고 한 번에 수락해 버린 것이다.

" 단 이번 휴전은 놈을 없앨 때까지요. 놈의 목을 취하는 순간 바로 공격을 시작할 거요."

모두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나도 그럴 생각이오, 련주."

사유성도 뒤따라 일어났다.

" 그럼 행운을 빌겠소."

" 행운을 빌겠소."

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하고 각자의 진영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이 떠나가자 주변에 은신하고 있던 무영환사대 대원들이 탁자와 의자를 챙겨 사라지고 곧이어 대야벌의 차혼암영단도 소리 없이 자리를 떴다.

그날부터 망산 전역에서 은밀하게 수색 작전이 이루어졌다. 간혹 밀천 무인과 대야벌 무인이 마주치는 경우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충돌은 없었다. 충돌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가급적 빠르게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무덤 안쪽을 수색할 때도 마찬가지엿다.

혹여 마주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급하게 다른 묘실로 들어가 만남의 시간을 짧게 했다. 하지만 양측의 공조는 한 가지 소문으로 인해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연우강은 무궐 궐주 공손정우를 없애고 나서 마총 장보도를 얻었다. 그가 이곳 낙양으로 온 것은 마총 때문이다. 마총은 망산에 있다.

하남성으로 들어온 이유를 잊게 만드는 엄청난 소문이었다. 얼마 전에 스스로 천마라고 칭한 자가 나타나긴 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인들에게 있어 마총은 고금제일인이라고 불리는 천마 제석강과 그를 따랐던 일백마의 무공이 고스란히 보관돼 있는 보물창고였다.

연우강을 잡아 죽여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밀천 무인들과 철무련 무인들은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온 신경을 집중하여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문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어느 날 마침내 마총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 끄응!"

사유성은 찌푸린 얼굴로 전면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귀휴봉에서 동쪽으로 백 리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묘곡이라는 계곡이다.

폭은 이십 장가량이고, 좌우측에 십여 장 높이의 절벽이 있는 이곳은 무덤의 계곡이라고 부른다.

절벽 곳곳에 작은 동굴 수백 개가 뚫려 있는데 그것들은 전부가 무덤들이다. 아마도 저 무덤들 때문에 묘곡이라는 이름이 붙은 듯하다.

사유성은 고개를 돌렸다.

불과 삼십 장 떨어진 북쪽에 황하가 있고 유람선으로 보이는 배 한 척이 닻을 내리고 있었다.  ?”

휙!

그때 묘곡을 둘러보러 갔던 사군양이 돌아왔다.

" 어떻습니까?"

사유성은 사군양을 보며 물었다.

" 이미 모두악은 무인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더구나."

" 그들만 들어갔습니까?"

" 아니다. 개방 무인들과 금의위 위사, 그리고 전마방과 풍운방 무인도 들어갔다."

" 마총에 대한 소문을 믿으십니까?"

" 소문의 진위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마총 장보도를 가지고 있던 공손정우를 죽인 사람이 연우강이란 사실이 중요하다. 게다가 마총이라고 알려진 그곳은 최소한 천 년 이전에 조성된 무덤이고."

" 마총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는 말이군요."

" 맞다."

사군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 일단 가보지요."

" 무영환사대는 우릴 따르고, 나머진 묘곡 주변에 은신하라!"

사군양은 주변을 향해 명령을 내리고는 묘곡 안쪽으로 몸을 날려 갔다. 마총은 묘곡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오십 장 정도를 달려가자 이십 장 높이의 절벽이 앞을 가로 막았다.

" 저기다!"

사군양은 돌덩어리들이 흩어져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입구의 높이가 삼 장가량 되는 동굴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 이곳이 마총이란 말입니까?"

" 저기를 보아라."

사군양은 부서진 돌덩어리를 가리켰다.

산산이 부서진 돌을 누군가가 맞춰 놓았는데 그 위에는 마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총이라는 글자는 없군요."

아무리 둘러보아도 마 자만 있을 뿐 총 자는 보이지 않았다.

" 저 마 자와 무덤을 합치면 마총이 되지 않느냐."

" 그렇군요."

딴에는 이릴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사유성은 여전히 못마땅했다.

이곳이 정말로 마총이고 찾아냈다면 연우강은 굳이 지금 들어갈 이유가 없다. 무려 천오백 년 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곳인데 이제 와서 누군가에게 발견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야벌과 밀천이 전쟁을 끝내고 양 세력이 물러간 다음 은밀하게 안으로 들어가도 늦지 않다.

그런데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마총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은 속임수일 수밖에 없을 터였다.

" 정말로 저기가 마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유성은 동굴을 보며 물었다.

" 나는 물론이고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도 저기를 마총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다."

" 그러면 왜 들어간 겁니까?"

" 연우강이 저곳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과 설사 들어간다고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 우리와 철무련 무인들이 망산의 무덤을 수색하고 다니자 연우강이 견디지 못하고 마총을 열었단 말입니까?"

"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게다."

" 그리고 두 번째는 무공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는 거구요."

" 전자보다 후자가 더 클 게다."

" 거대한 무덤이 발견됐는데, 그 무덤이 마총이라는 소문이 돈다면 소문의 진위 여부와는 상관없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군요."

" 너라면 들어가지 않겠느냐?"

" 들어가 보겠지요."

사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 들어가겠느냐?"

" 어차피 저 안에서 승부가 날 것 같은데 들어가야지요.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습니까?"

" 횃불과 음식을 준비했다."

" 이미 들어갈 준비를 히고 계셨군요."

사유성은 쓴웃음을 지으며 무덤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사유성과 사군양을 비롯한 무영환사대 오백 명이 동굴 안으로 들어갓다.

밀천 무인들이 안으로 들어가고 반 시진 후 또다시 일단의 무리가 동굴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십절무적검 담대천호를 비롯한 군마련 무인들이었다.

" 군마팔선만 나를 따르고 나머진 이곳에서 대기하라!"

담대천호는 부하들을 향해 나직하게 말하고는 동굴로 몸을 날려 갔다.

그가 부하들에게 마총 근처에서 대기하라고 한 것은 나올 때를 대비해서였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기연을 얻어서 먼저 나오면 막아야 하고, 그가 기연을 얻어서 나오면 보물을 노리고 달려드는 자들을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하들을 마총 주변에 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담대천호 일행이 들어가고 일다경 후 또다시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제검 양정일을 포함한 화산파 전대 무인들이었다. 그들 또한 담대천호처럼 망설임 없이 동굴로 몸을 날려갔다.

그리고 그들이 들어가고 일다경 후 이번에는 도복을 걸친 자들과 승복을 걸친 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무당파의 전대 장문인인 만광진인을 비롯한 서른 명과 소속을 알 수 없는 승려들이었다.

그들 역시 지금껏 다른 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동굴 안으로 몸을 날렸다.

멀리 황하에 띄워진 배 위에서 동굴로 들어가는 자들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이들은 연우강과 군무옥, 허일구였다.

" 돌아 버리겠군."

허일구는 멍한 얼굴로 묘곡을 보았다.

지금껏 묘곡 안쪽의 무덤으로 들어간 자들만 해도 수백 명이고,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자들은 수천 명에 달한다.

하남으로 들어온 무인 대부분을 저곳으로 끌어들인 사람은 당연 연우강이다.

처음 연우강이 망산에서 가장 큰 무덤을 찾아달라고 했을 때만 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니 그가 저 무덤 입구에 마 자를 쓸 때까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 자를 쓴 곳을 약물로 처리하여 수백 년 전에 씌어진 것처럼 꾸미자 비로소 연우강이 의도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마 자와 무덤.

그것은 곧 천마의 무덤 마총을 의미했다.

하지만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느닷없이 마총이 발견되면 누구라도 의심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고 하듯 수천 명이 이곳으로 모여 든 것이다.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연우강이 한 거라고는 마 자를 쓴 것밖에 없다는 사실을 저들은 과연 알까?

" 저런 걸 일컬어 확인증후군이라고 하는 거야."

연우강은 낚싯대를 걷어올리며 말했다.

" 확인증후군은 또 뭔가?"

" 자기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절대 믿지 않는 자들이 걸리는 병이야. 주로 조직의 수장들이 많이 걸리는 병 중의 하나지."

" 그러면 무덤 안으로 들어간 자들은 마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들어갔다는 말인가?"

" 만일이라는 게 참으로 무서운 말이야. 만일 내가 들어가지 않았는데, 다른 놈이 마총의 보물을 얻으면 어떻게 할까. 설사 마총이 아니더라도 저런 엄청난 규모의 무덤이면 보물 등이 부장품으로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 보물을 다른 놈이 차지하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조바심이 나서 견디질 못해. 더구나 무공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으니까."

" 설사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살아 나올 자신이 있다는 뜻인가?"

" 그렇지. 저 안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죽을 거란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거지. 배를 저쪽으로 대줘."

연우강은 갈대로 뒤덮인 강변을 가리켰다.

" 알았네."

허일구는 노를 젓고 있는 자들에게 눈짓으로 지시를 내렸다.

" 그런데 저 무덤의 진짜 주인은 누구지?"

문득 궁금했다.

잠시 둘러본 적이 있는데 무덤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었다. 표시를 하면서 지도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다.

어쩌면 묘곡이라 부르는 계곡도 무덤의 일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그건 나도 모르네."

" 어떻게 발견한 건데?"

" 문도 중에 이곳 출신이 있는데, 친구들과 놀다가 우연히 저기를 발견하게 됐다고 하더구먼. 그런데 왜 그러는가?"

" 저렇게 큰 무덤을 만들 정도면 황제는 돼야 할 것 같아서 그런 거야. 아무튼....."

연우강은 궤짝을 걸머지고는 배에서 내렸다.

" 지도는 정확하게 그린 거요?"

따라 내린 군무옥이 연우강을 향해 물었다.

" 난 걱정 말고 네 일이나 잘해."

" 그럼 저기에 도대체 몇 명이나 있는 거요?"

군무옥은 묘곡 주변을 가리켰다.

" 군마련 무인 이천 명, 철무련 무인 이천 명, 밀천 이천오백, 금의위 일천 명, 구파일방 무인 상당수, 야궐 일천사백 명이다."

" 구천 명 정도 숨어 있다고 보면 되겠구려."

" 약간만 성질을 긁어도 금세 들고일어날 거야."

" 약올리는 건 내 전문이니까 걱정 마시오. 아무튼 수고하시오."

군무옥은 불끈 틀어쥔 주먹을 들어 올렸다.

" 그거 아냐?"

" 뭘 말이오?"

" 이곳에 도읍을 정했던 국가의 황제 묘는 전부 이곳에 있고, 무덤의 수가 이만 오천 개가 넘는다는 사실 말이다."

" 여기가 명당자리라는 거요?"

" 중원에서 여기보다 명당자리는 없을 거야. 여기에 무덤 자리를 마련해 주는 건 보시하는 거니까 마음껏 쳐죽여도 돼."

" 아주 좋은 말이네요."

군무옥은 히죽 웃으며 몸을 날려갔다.

군무옥이 떠나자 연우강은 묘곡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싸늘한 기운이 사방에서 밀려왔다. 검은 철립을 쓰고 검은 옷을 걸치고 궤짝을 둘러멘 연우강의 모습을 알아본 자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연우강을 향해 공격을 시도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연우강 뒤편에 나타난 몇 사람 때문이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혁련무극을 비롯한 야노원 원로들이었다. 연우강을 쫓아 대야벌을 나선 그들이 뒤따라가고 있는데 굳이 나설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동굴에 도착하기 전에 혁련무극이 연우강을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측과는 달리 혁련무극은 동굴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도 연우강을 공격하지 않았다.

무인들은 허탈한 얼굴로 동굴을 보았다.

우르릉!

바로 그때 느닷없이 지반이 흔들리는 듯하더니 동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 동굴이 무너진다!"

" 동굴이 무너진다!"

동굴 주변에 있던 자들은 질겁하여 몸을 날렸다.

가장 먼저 몸을 날린 자들은 담대천호를 따라왔던 군마련 무인들이었다. 그들이 동굴 입구 주변에 있는 이유는 동굴을 무너뜨리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연우강과 혁련무극 일행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동굴이 무너지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무너진 바위를 치워라!"

천위군마대 대주 패혼탈명창 형광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천위군마대 무인들이 동굴을 향해 몸을 날려갔다.

스악!

바로 그때 동굴 위쪽에서 차가운 기운이 아래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 크악!"

" 아악!"

" 으아악!"

천위군마대 대원 세 명이 처절한 비명과 함께 머리가 부서졌다.

" 웬 놈이냐?"

형광은 동굴 앞으로 달려가며 차갑게 소리쳤다.

" 그건 알아서 뭐 하려고?"

사내는 싸늘하게 받아치며 마주 달려갔다.

달려가는 사내의 손에는 창처럼 생긴 기다란 무기가 들려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군무옥의 독문병기인 육참낭아곤이었다.

" 밀천이더냐?"

형광은 버럭 소리쳤다.

그로서는 군무옥을 밀천 무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악이 데려온 사도맹 무인들이 자신들을 공격할 리가 없을 테니 당연한 생각이었다. 게다가 군무옥은 밀천의 잠사무형대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 밀천 무인이 몽둥이를 사용하는 거 봤어?"

순식간에 형광 앞에 선 군무옥은 육참낭아곤으로 광풍파랑십삼절을 펼쳤다. 마치 물결치는 것처럼 그의 육참낭아곤이 가공할 기우늘 뿌려댔다.

" 차앗!"

형광 또한 약자가 아니었다.

그는 그의 독문 무공인 패혼탈명창을 펼치며 광풍파랑십삼절에 대응했다. 하지만 형광은 군무옥에 비해 내공도 부족했고 무공 초식도 약했다.

" 아악!"

십여 초가 지나기도 전에 오른팡ㄹ이 떨어져 나가며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 머, 멈춰라!"

오른팔을 잃고 무방비 상태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군무옥은 다시 육참낭아곤을 들어올렸다.

" 너 같으면 서겠냐?"

군무옥은 육참낭아곤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 크아악!"

형광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잘려 나간 왼팔이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 움직이지 않으면 목을 제대로 잘랐을 거 아냐, 인마. 이번에 움직이지 마, 알았어?"

군무옥은 다시 육참낭아곤을 들어 올렸다.

휙! 휙! 휙! 휙!

바로 그때 천위군마대 대원들이 몸을 날려 왔다. 형광의 목을 겨냥하고 있던 군무옥의 육참낭아곤이 달려오는 자들에게로 방향을 틀었고, 처절한 비명과 더불어 피 비가 내렸다.

" 죽여라!"

" 없애라!"

동료들이 죽자 천위군마대 대원들은 진득한 살기를 쏟아내며 몸을 날려왔다.

" 내가 당하고 있는데 너희들은 뭐 해, 새끼들아!"

군무옥은 형광의 머리채를 잡더니 한 곳으로 사정없이 내 던졌다.

" 헉!"

" 억!"

나직한 비명과 함께 수십 명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다름 아닌 밀천의 잠사무형대였다. 그들은 부지불시간에 날아오는 형광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 크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형광의 머리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 쳐라!"

" 놈들을 죽여라!"

" 없애라!"

두 팔이 잘려나간 형광의 모습에 잔뜩 흥분해 있던 천위군마대 무인들은 살기 어린 외침을 토해내며 잠사무형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쳐라!"

" 죽여라!"

천위군마대에 이어 지옥군마대, 철악군마대, 비천군마대, 흑암군마대 무인들이 일제히 몸을 날렸다.

" 밀천 무인들은 공격하라!"

밀천 진영 측에서도 가만있지 않았다.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 밀천무인들은 환술을 펼치며 군마련 무인들을 향해 나아갔다.

" 사도맹 무인들은 공격하라!"

" 공격하라!"

밀천 무인들이 공격을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사도맹 무인들이 나섰다. 세 세력의 무인들이 드잡이를 벌이기 시작하자 묘곡은 금세 처절한 비명과 더불어 혈향으로 들어찼다.

" 허!"

복양후는 멍한 얼굴로 묘곡을 보았다.

복양후를 비롯한 야궐 무인들이 은신해 있는 장소는 황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갈대밭이었다. 이곳에서도 묘곡 상황이 명확하게 보였다. 조금 전 군무옥이 둘러보러 간다고 했을 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무려 육천 명을 싸움 붙여 버린 것이다.

물론 계기만 주어지면 곧바로 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고 하지만 저렇듯 빠르게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

" 문제는 저들인데......"

복양후의 시선이 절벽 위로 향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곳에도 수백에서 수천 명 사이의 무인들이 숨어 있는데 아직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 풍기는 기운으로 봐서는 구파일방 같기는 한데......"

" 놈이 도망친다. 쫓아라!"

문득 계곡 안쪽에서 살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복양후는 시선을 들어 계곡 안쪽을 보았다. 기다란 무기를 든 자가 빠르게 절벽을 타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수백 명의 무인들이 메뚜기처럼 따르고 있었다. 그들 역시 군마련 무인들이었다.

" 아!"

복양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전면전이 벌어진 이유를 알 듯했다.

바로 군마련 무인들 때문이었다. 저곳에 있던 자들 중 가장 자존심이 강한 자들은 군마련의 무인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군무옥은 천위군마대의 대주인 패혼탈명창 형광의 양팔을 잘라냄으로써 모욕을 주더니 급기야 밀천 진영으로 던져 버렸다. 만일 군무옥이 형광의 목을 잘랐더라면 군마련 무인들은 그렇듯 흥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무옥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돌아 버리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무튼 그가 돌아버린 자들을 이끌고 절벽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 크악!"

" 아악!"

" 으아악!"

이번에는 절벽 위쪽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군무옥을 쫓아 절벽을 올라갔던 자들이 느닷없는 기습 공격에 죽임을 당하면서 내지르는 소리였다.

" 절벽 위에 놈의 방수가 있다. 군마련 무인들은 나를 따라라!"

철악군마대의 대주 혈광자 마천이 고함을 내지르며 절벽을 타고 올라갔다.

" 여긴 철무련 무인들에게 맡기고 군마련 무인들은 절벽 위로 올라가자."

곧이어 복창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군마련 무인들은 절벽 위로 몸을 날렸다. 절벽 위로 올라가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메뚜기 같았다.

" 조오타!"

군무옥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굳이 죽여할 자와 살려야 할 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인기척이 감지되면 그곳을 향해 광풍파랑십삼절을 펼치면 그만이다. 더불어 생사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 뒤따라 올라온 자들이 처리해 줄 테니까.

" 이 새끼들아, 여긴 중원에서 가장 좋은 명당자리란다. 그냥 죽어라!"

회풍류, 사풍류, 폭풍류, 광풍류가 펼쳐지고 사방에 푸른 파도가 넘실댔다. 그 파도는 바람에 휩쓸린 것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철썩! 철썩! 철썩!

사방에서 파도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파도 속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 공격하라! 공격하라!"

숨어 있던 자들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그들은 공격 명령을 내렸다. 수백 명이 동시에 숨어 있던 곳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군마련 무인들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 숟가락을 들고 있던 놈들이네."

군무옥은 피식 웃었다.

불쑥불쑥 일어나 군마련 무인들을 공격하는 자들은 다름 아닌 구파일방 무인들이었다.

" 이젠 빠져나가야지."

군무옥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파일방과 군마련 무인들은 싸움을 시작했으니까 대충 균형을 맞추었다고 할 수 있다. 굳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 노옴!"

군마련 무인 한 명이 군무옥을 발견하고는 공격을 가해 왔다. 그는 혈광자 마천이었다.

군무옥을 향해 양손을 거칠게 뿌리자 그의 손에서 시뻘건 장력이 쏟아져 나갔다. 마천의 독문 무공인 혈인장이었다.

" 이크!"

군무옥은 다급한 시늉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 죽이겠다, 놈!"

마천은 군무옥을 따라붙으며 계속해서 혈인장을 펼쳤다. 다른 건 몰라도 형광의 복수만큼은 반드시 하고 싶었다.

" 여긴 명당자리라고 했잖아."

군무옥은 연신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면 가까스로 물러나는 듯했다. 한참을 물러나던 군무옥이 멈춰 선 곳은 황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묘곡 입구였다.

군무옥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오른손을 쭉 내밀었다. 마천과 마찬가지로 그의 손에서도 시뻘건 장력이 쏘아져 나갔다.

콰앙!

" 크윽!"

한 걸음 물러난 마천은 경악한 얼굴로 군무옥을 보았다. 부딪치자마자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잠식해 들어온 것이었다. 그가 알기로는 뜨거운 기운이 몸 내부에 잔상처럼 남는 무공은 천마삼경의 혈잔수밖에 없었다.

" 슈아악!"

그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또다시 시뻘건 기운이 밀려왔다. 마천은 양손을 거칠게 내밀었다.

콰아앙!

" 크아악!"

마천의 신형이 훨훨 날았다. 뒤로 날아가는 그의 입에서는 피가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 이건......"

" 혈잔수야."

아득해지는 머릿속으로 무공 명칭이 들려왔다.

' 처, 천마.......'

마천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곧 그의 신형은 거칠게 내동댕이 쳐졌다.

푸스스!

그리고 머리부터 시작하여 천천히 가루로 흩어졌다.

" 이제 기다리면.......응?"

편편한 바위를 골라 엉덩이를 붙이던 군무옥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세 척의 배가 황하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배의 갑판에는 하얀 옷을 걸친 자들이 서서 이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찌릿!

갑자기 머릿속에서 뭔가가 번쩍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위험이 닥쳤을 때 육감이 보내는 위험신호였다.

[ 복 대협]

군무옥은 다급하게 전음을 보냈다.

[ 왜 그러시오?]

[ 피하시오.]

[ 그게 무슨 소리요?]

[ 뒤에 적이 다가오고 있소. 그 자리에서 피하시오.]

" 적이라고....."

복양후는 황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저건?"

복양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십여 장 떨어진 곳에 세 척의 배가 떠 있었다. 닻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배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 무공으로 배를 잡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 맙소사!"

곧이어 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오십여 명의 무인들 전부가 허공을 평지처럼 디디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삼 갑자 이상의 공력이 아니면 펼치지 못한다는 허공답보 신법이었다.

" 어떻게?"

복양후는 중얼거렸다.

[ 어서 피하시오. 복 대협.]

[ 아, 알았소.]

복양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급하게 부하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하지만.

" 늦었따. 아해들아!"

머리가 멍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백의를 걸친 노인들이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야궐 무인들을 덮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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