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백수-188화 (188/232)

제 2장 숟가락 올리면 죽는다.

“ 내가 널 만족시켜 주겠다. 연우강.”

연우강 앞으로 걸어나온 사람은 곤륜파의 전대 장문인 천산노조 창익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나선 이유는 방금 전에 연우강에게 죽은 곤륜파 무인들 중 백학 때문이었다. 백학은 어린 시절 함께 입문하여 형제처럼 지냈던 친구였다. 그런데 그가 작별 인사도 못하고 저승으로 먼저 가버린 것이었다.

창익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양손에 태양처럼 붉은 륜이 생겨났다. 강기로 만들어진 그것은 과거 천산노조의 독문 무기로 알려진 혈라륜이었다.

“ 차앗!”

천산노조는 지면을 박차고 올랐다.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그의 신형에서 은색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꼬리처럼 길게 늘어졌다. 그렇게 십여 장 높이까지 올라가자 천산노조의 모습은 은색의 용처럼 변했다.

“ 운룡대구식이다!”

주변에 있던 무인들은 기대 어린 얼굴로 천산노조를 보았다.

곤륜파의 최강 무공은 공격 무공이 아니라 바로 저 운룡대구식이다.

운룡대구식을 곤륜파의 최강 무공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신법의 효용에 있다. 보통의 신법은 빠르게 나아가거나 적의 공격을 피하는 역할을 하는데, 곤륜파의 운룡대구식은 신법 본연의 역할뿐 아니라 무공을 원래보다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역할까지 한다.

신법이 공격 무공의 위력을 더욱 강화시켜 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의 무공이라고 할 수 있다.

신법이면서 보법이고, 보법이면서 공격 무공인 운룡대구식.

오늘의 곤륜파를 있게 해준 최강의 무공이었던 것이다.

“ 내게도 운룡대구식과 비슷한 무공이 있지?”

연우강은 곧바로 일천독행신을 펼쳤다.

바닥을 밟고 나아가던 그의 신형은 어느새 허공을 평지처럼 밟고 나가는 허공답보를 펼치고 있었다.

" 타앗!"

연우강이 허공으로 올라오자 천산노조는 우렁찬 기함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여전히 그의 움직임은 은색의 용을 방불케 하였다. 연우강과 오 장여를 남겨둔 지점에서 천산노조는 수중에 있던 혈라륜을 힘껏 내던졌다.

쐐액!

두 개의 륜은 무서운 속도로 연우강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차르르!

손목에 감겨 있던 사망묵환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왼손의 사망낭조가 살기를 뿌렸다. 연우강은 일천독행신을 펼치며 혈륜을 향해 내달렸다.

일천독행신을 구사하던 일천파류흔은 자연적으로 펼쳐진다. 연우강의 양손이 허공에 궤적을 남길 때마다 가공할 기운이 주변을 휩쓸었다.

콰앙! 쾅!

둔탁한 소성과 함께 혈륜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 이야합!"

천산노조는 고함을 내지르며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순식간에 십여 장을 올라간 그는 다시 혈라륜을 생성했다. 그러고는 연우강을 향해 몸을 날리며 혈라륜을 사정없이 뿌렸다. 그것은 혈월마륜법의 이식인 나선마라였다. 두 개의 륜은 각각 나선을 그렸다.

그 나선은 교묘하게 서로 섞여 무수한 환영을 만들어내면서 연우강을 향해 쏘아져 갔다.

하지만 연우강의 동작은 변함이 없었다.

조금 전에 그랬던 것처럼 두 발로는 일천독행신을 펼치고, 두 손으로는 일천파류흔을 펼쳤다. 일천파류흔의 위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지고, 미치는 범위가 넓어졌다.

콰앙! 콰앙!

" 으음!"

혈라륜이 힘없이 부서져 나가자 천산노조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지금 그는 전력을 다하는 중이고 혈라륜은 운룡대구식에서 발생하는 힘까지 받아들여 최강이다. 그런데 그 혈라륜이 너무나 쉽게 부서지고 있다.

천산노조는 믿기지가 않았다.

이제 이십대 중반인 녀석이 허공답보의 경공을 펼치는 것만 해도 경악할 노릇이거늘, 운룡대구식을 발판으로 펼치는 혈월겁마륜을 장난처럼 막아내고 있다.

엄청난 놈이 아닐 수 없었다.

" 하지만......."

천산노조는 주먹을 불끈 틀어쥐고는 다시 내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전부 여덟 개의 혈라륜이 그의 양손에 생성됐다. 마지막 초식인 혈라지망이었다.

천산노조가 마지막 초식인 혈라지망을 끌어올리자 주선풍은 주진무에게 전음을 보냈다.

[ 천산노조는 연우강의 상대가 아니네, 군주.]

[ 겨뤄 보셨소?]

[ 기세 싸움을 했네.]

[ 어떻게 됐소?]

[ 요로 저 친구와 내 기운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냈네.]

[ 그래서 싸움을 멈추란 말이오?]

[ 멈추지 않으면 천산노조는 죽네.]

[ 이미 늦었소이다.]

" 차아앗!"

바로 그때 천산노조의 외침이 들려왔다.

주진무와 주선풍은 고개를 돌려 천산노조를 보았다. 천산노조의 손을 떠난 혈라륜은 유성처럼 연우강을 향해 쏘아져 가고 있었다.

[ 저 공격은 나라도 쉽지 않소.]

십오 장 떨어진 이곳에서도 혈라륜이 뿜어내는 기운이 감지될 정도였다. 설사 연우강이라고 해도 유성처럼 쏟아지는 혈라륜을 받아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주진무는 긴장한 얼굴로 연우강을 지켜보았다.

콰앙! 쾅쾅! 쾅쾅쾅! 쾅쾅!

정확하게 여덟 번이었다.

연우강의 양손이 여덟 번 허공을 가르고 여덟 번의 폭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여덟 개의 혈라륜은 흔적도 없이 스러졌다.

" 으음!"

주진무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연우강이 저렇듯 간단하게 혈라륜을 부숴 버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혈라륜을 무력화시킨 연우강은 천산노조를 향해 가공할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 허억!"

천산노조의 신음이 들려왔다.

[ 광풍자, 남악창검, 놈을 없애시오.]

주진무는 공동파의 전대 장문인 광풍자와 청성파의 전대 장문인 남악창검에게 전음을 보냈다.

[ 알았소이다. 군주.]

[ 알았소이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전음을 보내고는 몸을 날렸다.

그들이 몸일 날리는 그 순간 연우강은 천산노조와 삼 장 거리를 남겨두고 있었다.

천산노조 또한 운룡대구식을 펼치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 이쪽으로 유인해 오시오.]

광풍자는 몸을 날리며 천산노조에게 전음을 보냈다.

[ 알았소.]

천산노조는 광풍자와 남악창검이 몸을 날려오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천산노조가 방향을 틀자마자 연우강도 방향을 틀었고 두 사람은 삼 장 거리를 둔 채 쫓고 쫓겼다.

[ 놈은 노조와 삼 장 거리를 유지하고 있소. 내가 신호를 보내는 순간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시오.]

광풍자는 천산노조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 알았소.]

천산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려 가는 네 사람은 일직선으로 늘어선 채고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 지금이오.]

천산노조와의 거리가 사 장으로 좁혀지자 광풍자는 그가 가장 자신 있게 펼칠 수 있는 통천장으로 전력을 펼쳤고, 남악청검 관중일은 사전절광검의 최후 초식인 광절을 전력으로 펼쳤다.

두 사람의 장과 검강은 공간을 단축하며 천산노조를 향해 쏘아져 갔다.

천산노조는 장강과 검강이 바로 앞에 다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허공을 차고 위로 올라갔다.

천산노조는 이번엔 연우강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왜냐면 잠시 지체하는 사이에 연우강과 거리는 삼 장에서 이 장으로 좁혀졌고, 그 짧은 거리에서 쏘아져 오는 장강과 검강은 아무리 신법이 뛰어난 자라고 해도 피할 방법이 없다. 아니 단 한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다. 금강불괴지신에 도달했다면 장강이나 검강이 아니라 이기어검술이라고 해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 네놈이 금강불괴지신에 올랐다면 난 기꺼이 머리를 내놓겠다."

천산노조는 내심 중얼거렸다.

" 응?"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가던 천산노조의 얼굴이 문득 굳었다. 앞에서 몸을 날려오는 광풍자와 남악창검이 눈을 크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왜?"

슉!

깜짝 놀라 쳐다보고 있는데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더니 검은 광채가 광풍자와 남악창검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아랫배에서 화끈한 느낌이 오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천산노조는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멍한 얼굴로 광풍자와 남악창검을 보았다.

" 크악!"

" 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광풍자와 남악창검의 이마에서 피가 튀었다.

" 다, 당했다......." 달리 문양과 글이 새겨진 석문이 나타났다.

" 맞아, 영감. 당신네들은 당했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아랫배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며 지면이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쿠웅!

" 아아악!"

처절한 비명을 끝으로 천산노조는 숨을 거뒀다.

구룡천군 무인들은 죽어 시체가 된 세 사람처럼 말이 없었다. 그들은 백여 명 이상 죽어갈 때 이미 연우강이 엄청난 강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연우강이 상대한 세 사람은 곤륜파, 공동파, 청성파의 전대 장문인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난 아직 목말라!"

연우강은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 대단하구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자색 도복을 걸친 자가 앞으로 나왔다. 그는 화산파 전전재 문주인 오악제일검 나관이었다.

" 무량수불! 오악 혼자로는 자네 갈증을 해갈할 수 없을 것 같구먼."

" 아미타불!"

이어 무당파 도인과 소림사 승려가 앞으로 나왔다.

그들은 무당파의 전전대 장문인 광선진인과 소림사 전전대 방장 각선대사였다.

[ 안 말려?]

소림의 각선대사가 나서자 주선풍은 요료대사를 보며 전음을 보냈다. 이고으로 오기 전 연우강의 실력을 대충 파악했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 저 아이를 아는가?]

요료대사는 주선풍을 빤히 보며 물었다.

[ 내가 연우강 저놈을 어떻게 알겠는가. 다만 저들 셋마저 당하면 우린 구룡천문을 세워보지도 못하고 지리멸렬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 거지.]

[ 정말 그게 전분가?]

[ 그, 그렇다니까.]

주선풍은 연우강을 보았다.

철립 안의 얼굴.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과거 북경 객잔에서 보았던 손자 주선엽, 그 아이를 다시 만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자세히 보면 그렇게 닮은 얼굴도 아니다. 그런데 주선엽이라고 하였던 손자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연우강은 마라천력인.

[ 그럼 친부가 누구인지는 왜 물었던 건가?]

요료대사는 뭔가를 찾아내려는 듯 주선풍의 얼굴을 살폈다.

[ 아미타불!]

요료대사는 내심 불호를 읊었다.

주선풍의 눈에 애틋한 감정이 어려 있었다. 그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 그냥 궁금했을 뿐이네!]

[ 그랬군. 그런데 저들 셋도 안 된단 말인가?]

요료대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설사 연우강이 주선풍의 증손자라고 해도, 구룡천군 수십 명이 죽었고, 조금 전에는 청성파 전대 장문인인 남악창과 관중일, 공동파 전대 장문인 광풍자, 곤륜파 전대 장문인 천산노조가 죽었다. 이미 건너선 안 되는 강을 건너고 말았고, 되돌릴 수도 없다. 연우강이 죽든지 각선 일행이 죽든 결판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저 녀석은 무극지도를 익혔어.]

주선풍은 연우강을 가리켰다.

[ 각선은 이기어검술을 얻은 상태네.]

[ 단순한 무극지도가 아니라 마라천력을 바탕으로 펼치는 무극지도, 요로. 저들이 죽을 수도 있다고. ]

[ 그렇다고 해도 난 저들을 말릴 수 없네.]

[ 합공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란 말인가?]

" 나무관세음보살!"

요료대사는 불호로 대답을 대신했다.

만일 각선 혼자만 나섰다면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선 자들은 소림사, 무당파, 화산파의 전전대 수장들이다. 명예를 생각하는 자들 같으면 해서는 안 될 짓이다. 더구나 상대는 이제 이십대 중반의 신진이 아닌가. 그런데 저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앞으로 나왔다. 그건 곧 개개인의 명예는 안중에 두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각선에게 물러나라고 할 수가 없었다.

" 쯧! 대야벌에게 밀린 이유가 있었네."

요료대와 주선풍은 시선을 들었다.

경멸 어린 시선이 이편을 향하고 있었다. 그 시선의 주인은 연우강이었다.

주선풍이 입을 열었다.

" 우리가 비열하다는 뜻이냐?"

" 최고 자리라는 건 꼼수로 얻을 수 있게 아냐. 오직 강자만이 올라갈 수 있고, 세상에 대해 당당해야 해, 그렇지 못한 자는 아무리 운이 따라준다고 해도 그 자리로 올라갈 수 없어. 아니 올라간다고 해도 금세 쫓겨나고 말아."

" 그래서 우린 안 된다는 말이냐?"

"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자격이 없다는 거야. 그리고 남이 차린 밥상 주변에서 맴도는 것 자체가 아주 거지 같은 짓이야."

" 네가 아니더라도 밥상은 차려지게 돼 있다."

" 천만에. 내가 아니면 밥상을 차릴 사람은 아무도 없어. 영감. 강호 무림엔 두 부류만 있어. 한 부류는 대야벌에 몸을 의탁해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자들이고, 다른 한 부류는 당신네들처럼 총퇴식이라는 웃기지도 않는 형식을 통해 현실을 외면하는 자들이야. 지난 천오백 년 동안 대야벌에 도전했던 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어. 내가 처음이야. 그런데 당신네들은 내가 지난 사년 동안 차린 밥상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어."

연우강은 오른손을 쭉 내밀었다.

차르르!

섬뜩한 소성과 함께 사망묵환이 풀려 나와 검은 광채를 뿌려댔다.

" 그래서 우리를 비롯한 구파일방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말이냐?"

" 쿡!"

연우강은 피식 웃으며 주선풍을 빤히 보았다.

" 우리가 우스운 모양이구나."

" 먼저 말을 하기 전에 항상 입장을 바꿔놓는 습관을 들여. 그럼 해도 될 말과 해서는 안 되는 말이 금세 구분되니까."

" 건방진 놈!"

결국 듣고 있던 화산파의 오악제일검 나관이 참지 못하고 몸을 날렸다. 그는 전 내공을 끌어올려 검에 주입했다.

우우웅!

검의 나직한 검명과 함께 자색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화산파 문주만이 익힐 수 있다는 자하신공을 운기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 차앗!"

검이 완전하게 자색으로 물들자, 나관의 입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샤르릉!

나관은 허공에 점을 찍었다.

검 끝이 꺼난 자리에는 엄지손톱 크기의 자색 덩어리가 남았다. 그것은 화산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매화였다. 어느덧 매화는 백여 개에 달했고, 이윽고 그윽한 향기를 뿌려 대기 시작했다.

[ 무슨 무공인가?]

주선풍은 화산파의 고조 자하검신 노담승에게 전음을 보냈다.

[ 우리 화산에서는 검으로 피우는 매화를 검화라고 부르고, 향기를 뿌려대는 경지를 검향이라고 부르네. 검화와 검향을 얻게 되면 설화를 펼칠 수 있다네.]

[ 설화? ]

[ 두고 보면 아네.]

노담승은 빙그레 웃으며 나관을 보았다.

설마 나관이 설화를 펼치는 경지에 이르러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몽산으로 들어갔던 화산파 무인들 중 가장 강자는 자신이 아니라 나관이었던 것이다.

" 무량수불!"

나직한 도호가 나관 근처에서 들려왔다.

노담승은 시선을 들었다. 검을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고 있는 광선진인의 몸에서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광채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 천검광휘?'

노담승은 깜짝 놀랐다.

광선진인이 펼치는 무공은 무당파 무공이 아니었다.

온몸에서 강렬한 광채를 뿜어내는 무공.

그 무공은 칠백 년 전 광천자라는 무인의 무공이었다. 광천자는 저 무공으로 대야벌에 도전을 감행했다. 비록 대야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천하평에서 숨을 거뒀지만, 천검대광휘는 대야벌 백인 무인 중 오십 명을 꺽은 엄청난 무공이었다. 그런데 그 무공을 광선진인이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엔 시선을 돌려 소림사의 각선을 보았다. 각선은 금색의 거대한 손바닥으로 변해 있었다.

" 불영무영수!"

노담승은 경악한 얼굴로 요료대사를 보았다.

노담승의 시선을 받은 요료대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불영무영수는 앞에 불 자가 있어 불공처럼 보이지만 그 근원은, 혈라무영수라는 마공이다.

익히는 방법 또한 까다로울 뿐 아니라 펼치고 난 결과가 워낙 참혹하여 한때 대야벌에 의해 금지무공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 무공을 소림에서 재해석하여 만들어낸 무공이 바로 불영무영수다. 하지만 불영무영수는 창안된 직후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사라졌다. 아니 장경각 깊숙한 곳으로 집어넣었다.

그랬던 불영무영수를 각선이 들고 나온 모양이었다.

" 이야아!"

" 무량수불!"

" 아미타불!"

우렁찬 함성과 도호 그리고 불호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그것은 공격의 신호탄이었다.

휘리릭!

먼저 오악제일검 나관이 만들어 낸 검화가 눈꽃처럼 휘날리며 연우강을 향해 쏘아져 갔다. 이어 광선진인의 검에서 솟구친 광채와 거대한 손바닥이 연우강을 향해 쏘아져갔다.

그런데 세 가지 기운이 나아가는 속도는 아주 느렸다. 세 사람이 펼치는 무공 또한 무극지도의 하나였던 것이다.

[ 저들도 무극지도에 올랐네. 왕개.]

주선풍에게 전음을 보내는 요료대사의 얼굴에 슬쩍 미소가 어렸다. 저 정도면 연우강을 제압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저 녀석이 너무 태연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주선풍은 턱으로 연우강을 가리켰다.

앞에서 다가오는 기운이 무극지도라는 사실을 연우강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건 곧 무극지도를 막아낼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 저 녀석이 무극지도 이상의 무공을 익혔을 거라고 보는가?]

" 차아아!"

바로 그때 연우강의 입에서도 우렁찬 기합이 터져 나왔다. 연우강은 왼손 손바닥을 편 채로 천천히 내밀었다.

그의 손이 새카맣게 변하더니 그곳으로부터 가공할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그 기운은 소림사의 각선이 생성한 불영무영수 같은 거대한 손바닥 형상이었다.

그것은 천마삼경의 하나인 혈마 연수의 독문 무공인 흑마수였다.

" 타앗!"

두 번째 외침에 연우강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이번엔 살을 엘 듯한 한기와 함께 백색 기운이 튀어나와 손바닥 형상을 했다.

그 손바닥은 순식간에 검은 손바닥에 합쳐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우강의 오른손이 천천히 내밀어졌다. 그곳에서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간직한 기운이 튀어나와 방패처럼 서 있는 손바닥에 합쳐졌다.

하나로 합쳐진 새 기운은 앞에서 세 사람이 쏘아낸 기운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 저건?"

" 아미타불!"

" 무량수불!"

주선풍, 요료대사, 노담승은 동시에 서로를 보았다.

죽음의 기운, 한기, 열기를 동시에 간직한 무공. 그들이 아는 한 그런 무공은 천마삼경밖에 없었다.

세 사람이 펼친 무공과 연우강이 펼친 무공이 가까워지면서 강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저 무공이 나타난 모양이구려."

요료대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 현세한 게 아니라 대야벌을 그 지경으로 만든 단초를 제공한 비급이 바로 천마삼경이었네."

주선풍은 놀란 얼굴로 연우강을 보며 말했다.

" 아미타불! 그럼 밥상을 차렸다는 말은 맞구먼."

" 그런 셈이지."

주선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 하지만 저들 셋도 최강의 무공을 익혔네."

노담승은 광선진인 일행의 승리를 확신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펼친 무극지도. 그걸 막아낼 수 있는 무인은 강호상에 없을 거라고 자신했다. 아니 설사 막아낸다고 해도 중상을 입을 게 분명하다. 이번 싸움의 승리는 구파일방인 것이다.

콰콰쾅! 쾅쾅! 쾅쾅쾅!

그들이 지켜보고 있는 사이에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왔다. 충격의 여파를 견디지 못한 듯 각선 일행과 연우강은 뒤편으로 훨훨 날아갔다. 순식간에 십여 장가량 날린 네 사람은 충격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서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차앗!"

" 타앗!"

" 이야합!"

우렁찬 함성이 들려왔다. 각선 일행은 조금 전과 같은 무공을 펼쳤고, 연우강은 사망묵환을 휘둘렀다.

거대한 금빛 손바닥에 자색 매화가, 그리고 눈이 멀 정도로 강한 광채가 연우강을 향해 쏘아져 갔다.

픽! 픽픽! 픽픽! 픽픽픽!

그러나 그들이 쏘아낸 기운은 십여 장가량 나아가다가 일제히 스러지기 시작했다.

" 허억!"

" 아미타불!"

" 무량수불!"

전면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얼굴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엄청난 기운이, 아니 엄청난 수의 말들이 전방에서 밀려오고 있었다. 크기도 각각 다르고 달려오는 속도도 달랐다. 그런데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달려오는 말들의 발은 연우강이 들고 있는 무기와 같은 모습이었다.

" 우, 우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화산파의 나관이었다.

" 일만......"

그리고 소림의 각선대사의 말이 뒤를 이었다.

" 검결!"

퍽! 퍽퍽퍽! 퍽퍽퍽! 퍽퍽퍽!

광선진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천 마리의 말은 세 사람을 짓밟고 지나갔다.

" 크악!"

" 아악!"

" 으아악!"

세 사람의 온몸에서 피가 터져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 세 사람은 순식간에 걸레처럼 찢겨나가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조금 전까지 만족스럽게 웃고 있던 요료대사도, 약간은 걱정스런 얼굴로 연우강을 바라보던 주선풍도, 화산파 무인들 중 나관의 무공이 최고라고 하였던 자하검신 노승담도 굳게 입을 닫았다. 천마삼경만 해도 놀랄 일인데 이번엔 우주일만검결이었다.

아니 우주일만검결이라는 무공보다는 그 위력에 더 놀랐다고 해야 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과거 문파의 수장이었거나, 수뇌를 역임했던 자들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자파의 무공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수백 종이 넘어가는 그 무공들 중, 무극지도에 올라 있는 세 명의 무인을 일 초에 없앨 만한 무공은 단연코 없었다. 그런데 밀천의 최강 무공이라는 우주일만검결은 너무도 쉽게 세 사람을 없애 버린 것이다.

영세오천의 힘.

아니 그들이 힘을 합쳐 만든 대야벌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 밥숟가락은 절대 얹지 마. 아니 숟가락을 손에 들지도 마. 숟가락을 드는 순간 저놈들처럼 전부 죽어."

연우강은 몸을 돌려 주진무를 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여 예를 취했다.

" 오랜만입니다. 전하."

" 무공이 강해지면 황족은 안중에 없을 정도로 안하무인이 되는 모양이구나."

" 권력은 쥔 어떤 분도 그렇게 하더이다. 마치 이 세상이 자기 손바닥 안에 있는 것처럼,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는 착각 속에 살더군요."

" 내가 그랬단 말이냐?"

" 아니라고 하시겠습니까?"

" 네 가족을 전부 잡아들여 참수할 수도 있다. 연우강."

" 왕야의 머리를 이렇게 부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연우강은 바로 앞에 있는 돌을 사정없이 밟았다.

파삭!

사람의 머리 크기의 돌이 산산이 부서졌다.

" 건방진 놈!"

파악!

천해장군 철리목이 몸을 날렸다.

사실 그는 진작부터 연우강에게 당했던 치욕을 갚아 줄 때만 기다렸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연우강이 왕야를 향해 독아를 드러낸 것이다. 황족을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는 자는 이유 불문하고 참수해도 된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그 과정은 따질 필요가 없다. 황족을 죽이겠다는 말을 했고,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철리목은 순식간에 연우강 앞으로 다가갔다.

" 천해!"

막 공격을 하려는 순간 주진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때 같았으면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철리목을 부른 주진무의 목소리에는 진득한 살기가 깔려 있었다. 연우강의 행동 때문에 잔뜩 올랐던 독이 철리목을 부르면서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에 실린 탓이었다.

움찔!

철리목은 속도를 늦추고 말았다.

팽팽하게 당겼던 시위를 다시 원래 위치로 가져다 놓는 것처럼 온몸에서 맥이 빠져나갔다. 갑자기 맥이 빠지면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연우강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파악!

번쩍!

오른발을 차댐과 동시에 허리춤에서 푸른색 광채가 쏘아져 갔다.

" 헉!"

철리목은 질겁했다.

그는 급하게 몸을 틀었다. 아니 틀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뿐이었다. 풀린 근육은 생각만큼 빨리 움직여 주지 않았고, 그런 그의 단전으로 뇌섬이 파고들어 갔다.

푸욱!

" 커억!"

철컥! 철컥!

참혹하게 일그러진 철리목의 귓전으로 오므렸던 쇠를 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철리목은 시선을 들었다. 어느새 연우강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 나도 전부터 널 죽이고 싶었어."

연우강은 왼손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사망낭조가 펴진 그의 왼손은 철리목의 얼굴부터 시작하여 가슴까지 깊은 골을 만들어 놓았다.

" 크아악!"

철리목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연우강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오른손을 훑어 내리듯 철리목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이번에도 역시 다섯 개의 줄이 생겨나고 그곳으로부터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 지옥에 가서는 절대로 나대지 마. 특히 나 같은 막장 앞에서는 입도 열지 마. 개자식아!"

왼손과 오른손이 번갈아 허공을 갈랐다. 피가 튀고, 찢겨나간 살점이 튀어 올랐다. 철리목은 이미 숨이 끊어진 채였ㄷ. 연우강이 손을 멈추면 진작 쓰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연우강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광해장군 율사전, 청해장군 왕추, 풍해장군 강철익을 차례로 바라보면서 양손을 휘둘렀다.

[ 철리목은 이미 죽었다. 난 지금 시체를 가지고 장난치고 있단 말이다.]

그리고 세 사람을 향해 동시에 전음을 보냈다.

" 개자식!"

" 죽여 버린다!"

" 대형!"

" 연우가앙!"

세 사람은 진득한 살기를 뿌려대며 연우강을 향해 몸을 날렸다.

" 멈추게, 광해!"

주진무는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하지만 율사전 일행은 멈추지 않았다. 시체를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는 연우강의 말에 세사람은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들은 미친 듯이 연우강을 향해 내달렸다.

쿠웅!

세 사람이 삼 장 앞으로 다가왔을 때 연우강의 오른발이 지면 깊숙이 파고들어 갔다.

슈아악!

그리고 사망말립과 사망사화, 그리고 사망월반이 벼락처럼 쏘아져나갔다. 쌍방 간의 거리는 삼 장.

세 사람은 전력을 다해 달려가는 중이고, 암기의 속도는 그들보다 더 빠른 상황.

피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런 상황에서 하나처럼 보였던 사망철립은 여덟 개로, 사망사화는 아홉 개로, 사망월반은 네 개로 분리되면서 막아낼 수도 없게 만들어 버렸다.

퍽! 퍽퍽퍽! 퍽퍽!

스물한 개의 암기는 일제히 세 사람의 몸 안으로 파고들어 갔다.

" 커억!"

" 크아악!"

" 으아악!"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철리목보다는 나았지만 일곱 개씩 암기가 관통한 세 명의 몸은 만신창이로 변했다.

철컥! 철컥!

사망마립과 사망월반은 다시 원래 상태로 조립돼 머리와 허리로 자리했고, 사망사화는 제자리로 돌아가 장착됐다.

" 이렇게 될 겁니다. 전하. 내 가족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왕야는 물론이고, 왕야와 관련이 있는 자들, 그리고 주씨 성을 가진 자들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전부 죽습니다. 아니 죽일 겁니다."

뚝!

사망마립에서 피 한 방울이 아래로 떨어졌다.

조금 전 율사전 일행의 몸을 관통할 때 묻은 모양이었다. 연우강은 철립을 벗어 들었다. 그러고는 철립에 묻어 있는 피를 천천히 혀로 핥았다.

" 연우강, 넌 지금 나와 금의위 영반이 있는 곳에서 황제 폐하를 시해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그건 곧 구족이 참수당하는 반역 행위라는 걸 아느냐?"

연우강을 바라보는 주진무의 눈빛이 흔들렸다.

연우강이 독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남의 피를 핥을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물론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일부러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피를 핥는 연우강의 행동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두말할 필요 없이 경험에서 우러난 행동인 것이다.

" 전하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는 쪽에 내 전 재산을 걸겠습니다."

연우강은 차갑게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 연우강!"

주진무의 부름에 연우강은 다시 몸을 돌렸다.

주진무가 입을 열었다.

" 너만 미친 게 아니다. 연우강. 나도, 이 주진무도 미쳤다. 난 한 번 미치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 무상이 전하를 닮은 모양이군요. 아무튼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강호 무림은 제겁니다. 전하. 전하를 비롯한 다른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습니다."

연우강은 목례를 하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주진무는 멀어지는 연우강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공 영반.]

연우강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잠겨 들어가자 주진무는 금의위 영반 공오인을 전음으로 불렀다.

갑작스런 전음에 공오인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본래의 신색을 회복하고는 전음으로 대답했다.

[ 하명하십시오, 전하.]

[ 놈이 이끌고 있는 잠룡대 대원들의 신원은 전부 파악했는가?]

[ 이미 파악했습니다.]

[ 전부 잡아들이게.]

[ 잠룡들을 잡아들이란 말입니까?]

[ 잠룡들이 아니고 그들의 가족을 잡아들이게. 죄목은... 반란죄네.]

[ 반란죄라면........]

[ 방금 연우강이 한 말은 영반도 들었고, 이곳에 있는 수백 명이 전부 들었네.]

[ 아, 알겠습니다.]

공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공오인의 얼굴은 어두웠다.

연우강의 신분 때문이었다. 연우강을 반역죄로 엮어 넣으면 그 다음 차례는 금릉 연씨 세가가 된다. 상계의 대야벌이라고 알려진 금릉 연씨 세가를 반역죄로 엮기 위해서는 자신 또한 목숨을 걸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동창이나 금의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은 반역을 모의하고 있는 자들을 잘 잡아내는 자가 아니라, 멀쩡한 자를, 죽었다가 깨어나도 빠져나갈 수 없는 완전한 죄인으로 만드는 사람이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 알겠습니다.]

" 그런데 남철진은 어떻게 됐을 것 같은가?"

주진무는 자연스럽게 남철진의 생사로 화제를 돌렸다.

" 남철진이 데리고 들어간 자들은 금의위 최고의 무인들입니다."

" 무덤이 넓다면 연우강을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군."

" 연우강은 혼자 들어갔습니다. 반면에 남철진은 많은 부하를 대동했고요. 비록 연우강이 강하다고 하지만 똑똑한 친구니까 다른 곳으로 도망쳤을 수도 있습니다."

" 살아 나올수도 있다고 보는가?"

" 이막수, 양정일 대협, 만광진인 등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이 전부 당했을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 그럼 기다리면 된다는 말이구먼."

주진무는 고개를 돌려 몽취개 우중선을 보았다.

" 하명하십시오. 군주."

" 구룡천문의 창설을 강호에 알리고, 개파대전을 준비해 주시오."

" 준비가 너무 부족합니다. 군주."

우중선은 곤혹스런 얼굴로 말했다.

개파를 하려면 총단이 있어야 하는데 건물을 세울 땅조차 구입하지 않았다. 지금 상태로 개파를 한다면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터였다.

" 개방 총타를 손봐서 총단으로 하고, 구파일방을 각 지부로 삼는 건 어떻소?"

" 그건....."

우중선은 소림을 비롯한 다른 문파의 전대 장문인들을 보았다. 개방으로서는 개방 총타를 구룡천문 총단으로 하고 나머지 구파를 지부로 하자는 주진무의 의견에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다른 문파들이었다.

" 아미타불! 구파일방이 강호 무림의 주인이 될 때가지라는 단서 조항이 달린다면 소승은 찬성입니다."

소림 최고 배분인 요료대사가 먼저 찬성을 하자 다른 이들 또한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총퇴식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형식을 통해 강호를 떠나야 했던 구파일방 무인들로서는 당연한 선택인지도 몰랐다.

" 개방 총타를 확장하면 될 겁니다. 전하."

" 좋소. 그만 철수하도록 합시다."

주진무는 연우강이 사라진 어둠 속을 노려보다가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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