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백수-193화 (193/232)

제 7장 그가 죽었다.

“ 어, 언니. 큰일났어요.”

우성연은 거칠게 문을 열고 뛰어 들어갔다.

“ 야! 이년아! 이제 간신히 잠들었는데?”

“ 지금 잠이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우성연은 유설연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 이것아. 엉덩이가 헐어서 엎드려 자는 사람에게 잠이 문제가 아니면 뭐가 문제야!”

“ 아무래도 금의위 이 잡것들이 뭔 일을 저지른 것 같아요.”

“ 무슨 일을 저질러?”

“ 이것 좀 보세요.”

우성연은 손에 든 걸 내밀었다. 양쪽 끝에 나무로 만들어진 둥근 막대가 달려 있는 그것은 황제가 명령을 내릴 때 스는 명령서였다.

유설연은 가운데로 모인 막대를 펼쳤다.

다음 자들은 감히 명나라 황조를 부정하고, 반역을 도모한 금릉 연씨 세가 무리와 결탁한 자들이다.

당장 잡아들여 황권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하여라.

1. 섬서마가 가주를 비롯한 식속 전원.

2. 신검세가 가주를 비롯한 식솔 전원.

3. 만룡전가 가주를 비롯한 식솔 전원.

4. 만금종리가 가주를 비롯한 식솔 전원.

5. ......

6. ......

첩지에는 수백 가문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 맙소사! 이건?”

유설연은 벌떡 일어났다.

놀랍게도 그건 반역을 도모한 자들을 잡아들이라는 황제의 명령서였다.

“ 우강 오빠를 따르는 잠룡대 대원들의 가족을 잡아들이라는 명령서에요. 언니.”

“ 황제 페하의 재가가 났단 말이야?”

“ 그곳에 있는 가문들 중 명 황실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가문은 한 곳도 없어요. 언니. 굳이 황제의 재가 따윈 필요 없는 사안이라고요.”

“ 그게 문제가 아냐. 이것아. 금의위 그 잡것들이 이들을 잡아들이려고 했다는 건 우강이 부모님들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의미해. 그분들 지금 어디 있다고 했지?”

“ 절강성에 있다고 했잖아요.”

“ 다시 그쪽에 연락을 해봐. 그리고 밀사를...”

“ 접니다. 소제독.”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바로 그때 밀사신장 유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마침 잘 왔어. 밀사. 안 그래도 부를 참.....얼굴이 왜 그래?”

유덕의 얼굴이 잔뜩 굳어 있자 유설염이 물었다.

“ 연 공자 부모님들이 이대진에게 잡혔답니다.”

“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유설연은 버럭 소리쳤다.

“ 절강성 지부장인 채성만이 배신을 했습니다.”

“ 배신을 해?”

“ 연 가주 가족이 그에게로 찾아간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놈이 연 가주 가족을 이대진에게 넘기고 사라졌습니다.”

“ 이런 썅노무새끼들이!”

급기야 유설연의 입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는 허둥지둥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갔다.

“ 소제독!”

“ 이대진 그 새낀 지금 어디 있지?”

“ 증발했습니다.”

“ 썅노무새끼!”

유설연은 씩씩거리며 걸었다.

안채를 나서 밖으로 나가는 순간 가마가 다가왔다. 가마를 메고 있는 자들은 팔신장 중 일곱 명이었다.

유설연은 곧바로 가마에 올랐다.

“ 금의위로 가실 겁니까?”

유덕은 가마의 자기 자리로 들어가며 물었다.

“ 당연히 거기로 가아지. 성연!”

유설연은 뒤따라온 우성연을 불렀다.

“ 네, 언니.”

“ 동창 전 지부에 비상을 걸어서 채성만을 잡아들이라고 하고, 자밀원 원주를 오라고 하고.”

“ 어디로 오라고 할까요?”

“ 금의위지, 어디야?”

“ 알았어요. 언니. 천밀위사는 소제독을 호위해!”

“ 가자!”

천밀위사들이 주변으로 포진하자 가마는 빠르게 저택을 나섰다.

‘ 참칙해라. 유설연. 침착해라.’

유설연은 심호흡으로 흥분을 가라앉혔다.

자칫 발을 잘못 디디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무작정 들이댈 일이 아니었다.

“ 왜 이렇게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거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급할 상황이 아니다.

특히 권력을 얻기 위한 싸움은 소리없이 치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야 설사 패한다고 해도 피해가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은 너무 요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요란하게 싸우게 되면 패한 쪽은 영원히 재기불ㅤㅌㅡㅇ이 된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남경왕이 아닌가.

“ 연 공자가 사고를 친 모양입니다.”

“ 우강이 사고를 쳐?”

“ 남경왕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무인들 아십니까?”

“ 사장군을 말하는 거야?”

“ 그렇습니다.”

“ 그들이 어떻게 됐는데?”

“ 북망산에서 연 공자 손에 죽었답니다. 그 자리에는 남경왕도 있었답니다.”

“ 그러니까 남경왕이 보는 앞에서 찰리목 일행을 없애 버렸다는 거야?”

“ 그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 또 있어?”

“ 혹시 구룡천군이라고 아십니까?”

“ 구룡천군은 또 뭐야?”

“ 황실이 위급한 지경에 처했을 때 써먹기 위해 비밀리에 양성한 고수들의 집단을 말합니다.”

“ 그런 자들이 있었어?”

“ 저도 최근에 알았습니다. 대부분이 은퇴한 구파일방 고수들로 구성돼 있는데 가장 나이가 많은 자는 소림의 요료 대사입니다.”

“ 요료대사면?”

“ 소림의 현 방장으로 보면 고조에 해당합니다.”

“ 괴물들이군.”

“ 그렇습니다. 소제독. 그런 자들이 오백 명이 있는데 그들을 일컬어 구룡천군이라고 하였고, 구룡천군의 군주는 다름아닌 남경왕입니다.”

“ 그럼 지금 구파일방이 모여 창설한다는 구룡천문의 주축이 구룡천군이라는 거야?”

“ 그렇습니다.”

“ 그럼 실질적인 문주는 남경왕이 되겠네?”

“ 그 구령천군 기백이 사장군이 죽던 그 자리에서 연 공자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 남경왕에게 도전장을 내민 셈이구나?”

“ 단순히 도전장 정도가 아닙니다.”

“ 그럼?”

“ 만일 그의 가족의 털끝 하나라도 건들면 북경을 지워 버리겠다고 했답니다.”

“ 남경왕 앞에서?”

“ 그 자리에 금의위 영반 공오인도 있었답니다.”

“ 그러니까 반역을 하겠다고 떠벌린 셈이네?”

“ 그런 것 같습니다.”

“ 왜 그랬을까?”

“ 남경왕은 물론이고 공오인은 다른 사람을 도발하는 데 도가 튼 사람들입니다.”

“ 우강이 흥분해서 막 뱉어 냈을 거라는 거야?”

“ 아니라고 보십니까?”

“ 밀사는 아직 우강을 잘 모르네.”

“ 모른다고요?”

“ 그는 절대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함부로 뱉을 녀석이 아냐. 그 녀석이 그 말을 뱉었다는 건 정말로 그렇게 하겠다는 거야.”

“ 그럼 그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정말로 북경을 지워 버린단 말입니까?”

“ 그는 그렇게 하고도 남을 녀석이야. 사장군을 죽이고, 구룡천군인가 하는 것들을 없앤 건 단순한 경고에 불과해. 만일 남경왕이 여기서 더 나가서, 우강이 가족에게 손을 댄다면 그는 죽어. 아니 그뿐만 아니라 남경왕의 가족도 전부 죽임을 당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와 관련된 자들도 전부 죽을 테고.”

“ 그럼 소제독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뭐가 어떻게 돼. 난 똥구멍만 고생시키고, 빈털터리가 되는 거지. 그리고 내가 이렇게 개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는 건 우강이 그 녀석을 위해서가 아냐, 밀사.”

“ 소제독을 위해서란 말입니까?”

“ 당연히 날 위해서지. 내가 남는 것도 없는데 미친년처럼 뛰어다닐 놈으로 보여? 나는 지금 공든 탑을 쌓고 있는 중이야. 그 공든 탑을 쌓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우강이고. 문제는 그 탑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도 우강이라는 거야.”

“ 그가 빡 돌아버리면 그렇게 된다는 거군요.”

“ 맞아. 밀사. 그가 돌지 않고 차분하게 일을 처리하면 난 동창 제독이 되고, 일인지하 만인지상이 될 거야. 하지만 그가 돌아버리면 난 망하게 되고.”

“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소제독. 다 왔습니다.”

어느새 일행은 금의위 건물 앞에 도착해 있었다. 금의위 건물은 삼 장 높이의 담에 둘러싸여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문 앞에는 위사 두 명이 전방을 쏘아보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 가마에서 내려 얼굴을 보이고 신분을 밝혀라!”

유설연의 가마가 대문 앞으로 다가가자 위사들은 검 손잡이를 잡으며 소리쳤다.

위사들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말, 마차, 또흔 가마를 타고 방문하는 자는, 정문 앞에 도착하면 말이나 마차 또는 가마에서 내려 얼굴과 신분을 확인한다.

그건 금의위 경비 수직 일 조에 나와 있는 사항이다.

하지만 고위급 인사들은 대부분 하인들이 신분을 밝히고 마차나 기마를 탄 채로 안으로 들어간다.

만일 정문 앞으로 다가온 가마가 유설연의 가마만 아니었다면 위사들은 분명 그냥 들여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가마의 주인은 금의위와 견원지간이라고 할 수 있는 동창의 유설연.

그냥 들여보냈다가는 무능력한 자로 낙인찍혀 곧바로 지방으로 발령이 나고 만다. 유설연의 가마를 들여보낼 수가 없었다.

“ 동창의 소제독 유설연님이 타고 계신다. 문을 열어라!”

유덕이 버럭 소리쳤다.

“ 부, 불가하오. 얼굴과 신분을 확인하고 난 다음에....”

“ 건방진 놈! 감히 위사 주제에!”

유덕은 곧바로 뛰쳐나갈 자세를 취했다.

“ 밀사!”

차가운 목소리가 유덕의 움직임을 가로막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유설연이었다.

탁!

나직한 소리와 함께 가마 문이 열렸다.

긴장한 얼굴로 지켜보던 위사들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유설연이 밖으로 나왔으니 지방으로 발령날 일은 없을 터였다.

“ 헙!”

“ 헉!”

가마 문을 바라보던 두 사람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당혜를 신은 발이 가마 밖으로 나오고 있는데, 그 발을 바라보는 순간 피가 아래로 쏠리며 심장이 폭발적으로 뛰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치 처음 여자 알몸을 보았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 마, 마주치면 안 돼.’

위사들은 내심 소리치며 유설연의 몸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들은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오히려 목욕하는 처자를 훔쳐보는 것처럼 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유설연이 얼굴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

“ 호호호!”

나직한 웃음소리와 함께 유설연의 얼굴이 드러났다.

“ 허억!”

“ 헉!”

두 사람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혈관이 활짝 열리고 엄청난 냥의 혈액이 무섭게 쏟아져 들어갔다.

“ 날 보고 싶다고 했어요?”

유설연은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 헉!”

“ 으억!”

두 사람은 신음을 흘리며 격렬하게 몸을 떨었다.

[ 내게로 와요. 당신의 하물을 한껏 사랑해줄 게요. 내게로 와요, 대협.]

유설연은 두 사람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러고는 혀를 내밀어 윗입술을 천천히 핥았다.

“ 으헝!”

“ 소, 소저!”

두 사람은 참지 못하고 몸을 날렸다.

그들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 유설연을 껴안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 아악!”

느닷없이 유설연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 죽일 놈들! 감히 소제독을 겁탈하려고 하다니.”

유설연 뒤편 허공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붉은 광채가 두 위사를 향해 쏘아져 갔다.

“ 크악!”

“ 으악!”

두 위사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위사의 목에는 비수 두 자루가 깊숙이 꽂혀 있었다.

“ 혈루향?”

담 한편에서 경악에 찬 외침이 흘러나왔다.

혈루향.

그 이름은 금의위는 물론이고 동창 무인들에게도 공포의 대명사였다.

혈루향 봉연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금의위 위사가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고, 동창 무인이 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피아는 물론이고 신분조차 가리지 않는 북경 최강의 살수.

동창에서 가장 강하고 잔인한 집단인 자밀원의 원주라고 알려진 그는 동창 제독의 명령을 받는다고 하였다. 아니 혈루향 봉연은 제독의 그림자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가 유설연 옆에 있었다.

유설연은 동창의 이인자가 아니라 이미 일인자였던 것이다.

“ 경비가 죽었다.”

경비가 죽었다는 외침과 함께 금의위 정문 주변이 살기로 뒤덮였다.

“ 호호호!”

또다시 유설연의 입에서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이번 웃음은 조금 전 위사들에게 보냈던 웃음과는 달랐다. 조금 전에는 뇌리를 진탕시키는 끈적끈적함이 잔뜩 묻어 있었는데 이번 웃음에는 진득한 살기만 요동쳤다.

‘ 엄청나군.’

그를 지켜보던 유덕은 혀를 내둘렀다.

방금 죽임을 당한 위사들은 약자가 아니었다.

정문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강호 무림으로 나가면 당장 고수 소리를 들을 정도의 무공을 지닌 자들이다.

그런데 요희나찰섭혼공에 걸려 유설연을 향해 달려간 것이다.

그들의 모습은 여자를 겁탈하려고 달려가는 자들의 행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손은 여전히 검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검 손잡이를 잡고 잔뜩 상기된 채로 동창의 소제독에게 달려드는 자가 갈 곳은 정해져 있다.

바로 지옥이다.

‘ 하지만 요희나찰섭혼공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의 심기지.’

사실 위사들이 가마에서 내려 얼굴을 보이라고 했을 때 죽이라고 명령을 내릴 수도 있었다.

물론 권력자의 부하를 죽이는 건 전 재산을 걸고 하는 도박처럼 위험하다.

죽인 자의 상관에게 경고하는 측면도 있지만 자칫 꼬투리를 잡히면 그 일로 인해 파멸하게 된다.

정계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는 것은  가까운 시일에 권력에서 밀려날 거라는 걸 뜻한다. 그렇게 되면 다른 자들도 우습게보게 되고, 결국엔 정계를 떠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권력자들은 자신이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걸 가장 꺼린다.

아무튼 유설연은 금의위 위사들에게 모욕을 당한 상태고, 그대로 넘어갔다면 웃음거리가 됐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유설연은 요희나찰섭혼공을 이용하여 두 위사를 치한으로 만들어 없애 버린 것이다.

이번 일은 그의 승리였다.

끼이익!

급하게 대문이 열리고 건장한 체격의 중년인이 나왔다. 그는 이대진의 부하이자 부진무사인 육천평이었다.

육천평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이곳까지 오면서 보고를 받았다.

문제는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위사들의 죽음을 문제삼자니 동창의 소제독에게 덤빈 자들을 두둔하는 게 되고, 그대로 두자니 금의위 체면이 말이 아니다.

여간 곤란한 상황이 아니었다.

‘ 이럴 땐 그저.....’

“ 하하하! 이거 죄송하게 됐소이다. 화화호! 저놈들이 화화호를 못알아 본 모양입니다.”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말이 유설연을 더욱 모욕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육천평은 잘 알고 있었다.

“ 호호호! 내가 워낙 활동을 하지 않으니까 못 알아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날 알아보지 못하는 놈은 없을 거예요. 육 대협. 못 알아보면 전부 저놈들처럼 될 테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유설연은 육천평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요희나찰섭혼공을 끌어올린 채였다.

“ 그, 그런 것 같소이다.”

육천평은 말을 더듬었다. 유설연의 목소리와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는 전 내공을 끌어올려 머릿속을 보호했다.

“ 이대진 남진무사를 만나러 왔어요. 육 대협.”

“ 지, 지금 그분은 안 계시오.”

“ 어디 갔죠?”

“ 그, 그건 나도 모르오.”

“ 차 한잔 달라면 주지 않겠죠?”

유설연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 내 부하 둘이 죽었소, 화화호!”

“ 호호호! 그렇군요. 아무튼 즐거운 만남이었어요. 육 대협, 그럼 내일 뵙기로 해요.”

유설연은 여자처럼 슬쩍 몸을 낮춰 보이고는 가마에 올랐다.

“ 내, 내일도 또 오실 참이오?”

“ 행선지도 모르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배일 와봐야지요. 난 이대진 진무사를 꼭 만나고 싶거든요.”

“ 할 마이 있으면 내게 하시오. 화화호!”

“ 오호호호호! 호호호.....”

유설연은 크게 웃었다.

강력한 내기를 머금은 웃음소리는 강력한 기운으로 변해 육천평을 향해 쏘아져 갔다.

“ 헉!”

육천평은 질겁하여 몸을 날렸다.

그가 몸을 날리자 음공으로 변한 웃음소리는 정문을 향해 쏘아져 갔다.

콰앙!

둔탁한 소리와 함께 대문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 무, 무슨 짓이요?”

“ 난 동창의 소제독이고 혈루향의 주인이다. 놈! 감히 부진무사 놈이 말을 섞으려 든단 말이냐?”

“ 나, 난.....”

“ 난 북경의 개작두다. 육천평. 지금껏 북경의 개작두를 건든 놈치고 살아남은 놈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명심하거라.”

탁!

“ 가요, 밀사!”

“ 모시겠습니다. 소제독.”

밀사는 고개를 숙이고는 일행을 향해 허공답보를 펼치라고 전음을 보냈다.

둥실!

가마 팔신장 여덟 명이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허공을 밟아 천천히 금의위에서 멀어졌다.

으드득!

멀어지는 유설연의 가마를 보며 육천평은 이를 갈았다.

부하들도 잃고 모욕도 당했다. 게다가 내일 또 오겠다고 하였다. 그건 곧 내일도 오늘처럼 하면 경비를 죽이겠다는 말이다.

“ 두고 보자. 유설연. 반드시......”

육천평은 주먹을 불끈 틀어쥐었다. 한동안 가마를 노려보던 그는 가마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몸을 돌렸다.

한편.

금의위를 떠난 유설연은 자밀원 원주 봉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원래 여자야, 아니면 나처럼 거시기를 잘라서 그렇게 된 거야?”

유설연은 봉연의 가슴을 뚫어질 듯 보았다.

몸에 찰싹 달라붙은 붉은 옷을 입었는데 가슴은 웬만한 여자들보다 더 컸다.

“ 저도 그게 헷갈립니다.”

“ 헷갈려?”

“ 태어날 때는 여자였습니다.”

“ 그런데 지금은?”

“ 물건이 없는 내시 같기도 하고, 남자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호호호!”

유설연은 크게 웃었다.

그는 차를 따라 봉연에게 건넸다.

“ 내가 보기엔 넌 남자에 더 가까워. 가슴이 없었더라면 멋진 남자가 됐을 텐데, 아깝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걸 잘라 버리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봉연은 제 가슴을 가리켰다.

“ 역시 세상은 불공평해, 누군 그런 가슴을 만들고 싶어서 환장하는데.....”

유설연은 부러운 눈으로 봉연의 가슴을 보았다.

“ 떼어 드릴까요?”

“ 아서라. 이년아. 그걸 잘라 붙인다고 내 것이 된다더냐? 그보다 일을 해줘야겠다.”

“ 말씀하십시오.”

“ 반포사가 활동을 시작햇다.”

“ 정말입니까?”

봉연은 깜짝 놀랐다.

반포사는 역모를 획책한 자들을 색출할 때만 움직이는 금의위 최강 조직의 이름이었다.

“ 그들이 체포할 사람들의 명단이야.”

유설연은 우성연이 가져온 명령서를 내밀었다.

명령서를 받아든 봉연은 위에서부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 연우강 공자와 관련이 있는 자들이군요.”

“ 우강을 알아?”

“ 소제독께서 푹 빠져 있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 이년아. 내가 아니라도 그녀석에게 빠진 여자들이 널렸어. 나까지 끼고 싶지 않아. 그 녀석과 난 좋은 친구일 뿐이야.”

“ 소제독이 푹 빠져 있다는 건 농담입니다. 제가 그를 아는 건 암기술 때문입니다.”

“ 암기술?”

“ 암기술에 있어서는 천하제일이라고 들었습니다.”

“ 천하제일이 아니고 고금제일일 거다.”

“ 만나보고 싶습니다.”

“ 왜?”

“ 암기술로 겨뤄 보려고요.”

“ 정력을 겨루는 건 몰라도 암기술은 안되니까 꿈 깨. 이것아. 차라리 한 번 주고 암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게 나아.”

“ 한 번 줘요?”

“ 이거 말이야. 이것아.”

유설연은 손가락으로 봉연의 가슴을 푹 찔렀다.

“ 나, 남자하고 자란 말입니까?”

봉연은 질겁한 얼굴로 소리쳤다.

“ 그럼 여자가 남자하고 자지 여자하고 자냐?”

“ 끔찍한 소리 하지 마십시오. 죽었으면 죽었지 남자하곤 못 잡니다.”

“ 너 아직 처녀겠네?”

“ 동창 소속 계집 중에 처녀가 있을 거라고 보세요?”

“ 처녀가 아니라고?”

“ 나이가 서른 다섯입니다. 소제독.”

“ 그럼 처음엔 어떻게 했는데?”

“그 짓을 하고 나서 다음 날 내내 토했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요.”

“ 널 덮친 사람은?”

“ 당연히 죽었죠.”

“ 미친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 처녀를 가져간 사람을 죽이냐?”

“ 아무튼 전 남자하곤 못 잡니다.”

봉연은 단언하듯 말했다.

“ 그럼 그 자식에게 암기술 배우는 건 불가능해.”

“ 그렇게 밝혀요?”

“ 황금백수 짓을 할 때는 항주 기녀를 몽땅 섭렵했고, 지금은 날고 긴다는 여자 세 명이 그 녀석 주변에서 알짱대고 있어.”

“ 황금백수는 또 뭡니까?”

“ 돈 넘치는 백수 건달이지 뭐겠냐?”

“ 큭!”

“ 이년아, 곱게 웃어! ‘큭’ 이 뭐야, ‘큭’이!”

“ 천성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까. 소제독께서 다리를 좀 놔주십시오.”

“ 한 번 줄 생각 아니면 포기해.”

“ 부탁드리겠습니다.”

“ 알았어. 일단 이야기는 해볼게. 지금은 그것부터 해결하지.”

“ 자밀월은 전부 동원한다고 해도 이곳에 적힌 자들을 구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소제독.”

봉연은 명령서를 가리켰다.

“ 너무 많다는 거야?”

“ 설사 반포사들의 움직임을 파악한다고 해도, 한 발 늦을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 그러니까 길목을 지켜야지.”

“ 길목이라면?”

“ 거기에 있는 자들을 잡으면 옥에 집어넣어야 하잖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금의위 옥까지는 호송해 와야 하고.”

“ 호송대를 덮치란 말입니까?”

“ 편한 길 놔두고 어려운 길로 갈 건 없잖아.”

“ 그러다 들키면 우리까지 반역도당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 동창이 반역을 도모했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웃어, 이것아.”

“ 하지만.....”

“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들키지 않으면 되잔아.”

“ 끄응!”

봉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아무튼 잘해 줄거라고 믿을게.”

어느새 가마는 유설연 집에 도착해 있었다. 가마에서 내린 유설연은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집무실에서는 우성연이 서류 더미 속에서 씨름하고 있었다.

“ 뭐 나온 거 있어?”

유설연은 옆으로 앉으며 물었다.

“ 분명히 히북 어딘가에 숨겼는데 알 수가 없어요.”

우성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누구?”

“ 누구겠어요. 우강이 오라버니 부모님을 말하는 거죠.”

“ 동창의 문서를 전부 뒤져봐. 그럼 우리가 모르는 장소에 숨어 있는 옥이 나올거야.”

“ 지금 뒤지고 있잖아요.”

우성연은 탁자 위에 잔뜩 쌓인 서류를 가리켰다.

“ 저것들이 옥에 관한 자료들이야?”

“ 원나라 때부터 옥으로 사용했던 곳에 대한 자료를 전부 챙겨왔어요.”

“ 열심히 찾도록 해.”

탁자 위에 쌓인 서류 더미를 바라보던 유설연은 몸을 돌렸다.

“ 언니!”

방을 나가려는 유설연을 우성연이 불러 세웠다.

“ 왜?”

“ 걱정 안 돼요?”

“ 무슨 걱정?”

“ 우강 오라버니 부모님이 금의위에게 잡혀갔다는 데 걱정 안 되냐고요?”

“ 내 부모도 아닌데 내가 왜 걱정을 해?”

“ 그래도 우강 오라버닌 친구잖아요.”

“ 친구 가족까지 챙겨줄 여윤 없어.”

“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우성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친구 부모라고 해도 유설연이 저렇듯 태연할 수가 없다는 건 누구보다 우성연이 잘 알고 있다.

“ 쓸데없는 데 신경쓰지 말고 빨리 찾아, 이년아.”

“ 알았어요. 언니.”

우성연은 다시 서류 더미에 파묻혔다.

“ 연 공자의 부모님들까지 잡힌 겁니까?”

옆에 있던 봉연이 물었다.

“ 금의위에선 연 공자 주변 인물들을 싹쓸이할 모양이군요.”

“ 맞아, 그렇게 하고 있는 것 ......”

유설연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 방금 뭐라고 했지?”

유설연이 물었다.

“ 뭘 말입니까?”

“ 방금 봉연 네가 한 말 말이야.”

“ 연 공자 주변 인물들을 싹쓸이한다는......”

“ 젠장! 밀사!”

유설연은 급하게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며 소리쳤다.

“ 밀사!”

그는 다시 고함을 내질렀다.

“ 부르셨습니까?”

“ 지금 당장 양성일을 찾아.”

“ 도독 동지 양성일을 말하는 겁니까?”

“ 그래, 한시가 급해.”

“ 알겠습니다. 소제독.”

“ 거령도 나가! 전부 나가서 그를 찾아!”

“ 알겠습니다. 소제독.”

곧이어 거령신장 장제남의 목소리와 함께 팔신장들이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 저도 가볼까요?”

봉연은 밖을 바라보며 물었다.

“ 아냐, 사람이 많이 간다고 될 일이 아냐. 살아 있으면 데려오면 되고, 죽었으면...”

“ 죽었으면?”

“ ...... 좆 되는 거지 뭐.”

유설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한편.

유설연 저택을 나선 팔신장은

북쪽을 향해 빠르게 몸을 날려가고 있었다. 도독동지 양성일의 집은 북경 북쪽 천년호 근처에 있기 때문이었다.

쉬지 않고 북쪽으로 몸을 날린 여덟 명은 반 시진 후 양성일의 집에 도착했다.

“ 누구냐?”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싸늘한 외침이 일행의 발목을 잡았다.

“ 난 동창의 유덕이오!”

유덕의 말에 안쪽에서 갑옷을 걸친 자들이 나왔다. 그들은 후군도독부 소속 무장들이었다.

“ 어떻게 오셨소?”

무장 한 명이 유덕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  양성일 도독동지는 내가 아는 분과 친분이 있소. 요즘 그분 주변에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서 둘러보러 온 거요.”

“ 그 아는 분이라는 사람이 누구요?”

“ 금릉 연씨 세가의 장자 연우강이오.”

“ 그랬구려. 그런데 늦었소이다. 밀사신장.”

“ 늦었다는 건?”

유덕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 따라오시오.”

무장은 유덕 일행을 안내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 으음!”

방으로 들어선 유덕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응접실에는 세구의 시체가 흩어져 있고, 바닥에는 선혈이 낭자했다.

“ 양성일 도독동지는?”

“저 안쪼이오.”

무장은 안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머리가 잘려나간 시체가 쓰러져 있었다.

“ 머리가 없는 거요?”

“ 아니오. 저 옆에 있소.”

유덕은 양성일이 죽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응접실보다 더 심했다. 양성일의 시체는 머리와 사지가 잘려나가고 몸통만 남아 있었다.

유덕의 시선이 벽면으로 향했다.

“ 저건......”

곧 만나게 될 거다. 연우강. 이건 만나기 앞서 네게 주는 선물이다.

양성일의 피로 쓴 글이었다.

“ 범인이 쓴 글인 것 같소.”

무장이 말했다.

“ 연 공자를 노리고 살인을 저질렀단 말이군요.”

“ 그런 모양이외다. 아무래도 연우강이란 자를 만나봐야겠소이다. 어디 있는지 아시오?”

“ 그를 만나려면 이곳을 지금 상태대로 보존을 해줘야 하는데 가능하겠어요?”

대답은 밖에서 들려왔다.

무장은 고개를 돌려 밖을 보았다. 넓게 퍼지는 치마를 걸친 유설연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소제독. 소생은 도독동지를 모셨던 조천성입니다.”

“ 반가워요. 청학장군. 청백리로 소문이 자자한 분을 직접 만나 뵈니 영광이네요.”

“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청백리가 아니라 가진 게 없어서 그렇게 살고 있을 뿐입니다.”

“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내가 빌려 줄 의향이 있으니까요.”

“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필요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천성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 내가 말한 대로 해줄 수 있겠어요?”

“ 이 상태 그대로 보존하는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 그래요, 청학. 참, 청학이라고 불러도 되죠?”

“ 소생과 친한 분들은 모두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 그럼 나도 그렇게 부를게요. 괜찮죠?”

“ 편하실 대로 하십시오. 소제독. 그런데 이곳을 이 상태 그대로 보존하려면 빙공의 대가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빙공의 대가가 아니라 우선 화공이 있어야 해요. 청학.”

“ 화공이라면.”

“ 이곳을 이 상태 그대로 그려 줄 화공 말이에요.”

“ 최고의 화원을 구해오도록 하겠습니다. 소제독.”

“ 아니에요. 화공은 우리에게도있어요, 화필!”

“ 말씀하십시오. 소제독.”

앞으로 걸어나온 자는 팔신장의 넷째인 화필신장 남덕무였다. 화필신장 남덕무는 순전히 그림 그리는 실력 때문에 내시가 된 자였다.

“ 이곳을 있는 그대로 그리도록 해. 손톱만큼도 다른 부분이 있어선 안 돼.”

“ 알겠습니다. 소제독.”

남덕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그림 그릴 준비를 했다.

“ 빙마.”

이어 유설연은 팔신장 중 다섯째인 빙마신장 냉가위를 불렀다.

“ 하명하십시오. 소제독.”

“ 빙마는 화필이 그림을 그리고 난 곳을 얼리도록 해. 한 곳도 남김없이 전부 얼리고, 오늘부터 우강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해.”

“ 알겠습니다. 소제독.”

냉가위는 고개를 숙이고는 화필신장이 그림을 그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 나머지는 단서를 찾아. 아무거라도 좋으니까 범인이 남기고 갈 만한 것은 전부 찾아내도록 해. 증거물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 존명!”

팔신장들은 바로 대답하고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움직일 때도 그들은 전부 허공답보 경공을 이용했다.

조천성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창이 개입하면 속옷까지 전부 까발려진다고 하였던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 누구라도 생각하십니까?”

조천성은 넌지시 떠보았다.

“ 범인은 짐작으로 말하는 게 아니에요. 청학.”

“ 하면?”

“ 범인의 이름을 말해 주는 건 바로 증거예요. 저 안에 범인의 이름이 있어요. 반드시. 그리고 이름을 가진 자는 물론이고 관계가 있는 자들은 철저하게 응징을 당하게 될 거예요. 이건 내 생각이지만 여기에 있는 피보다 수천 배는 많은 피가 북경을 적시게 될 거예요. 그들은 사람을 잘 못 봤어요.”

“ 그가 그렇게 무섭습니까?”

“ 양성일 장군에게 그에 대해 듣지 못했어요?”

“ 술을 마시면 그에 대한 많은 말을 하셨습니다.”

“ 그런데요?”

“ 워낙 믿기지 않는 말들만 하셔서요. 마치 신화에나 등장하는 소설 같은 이야기들뿐이라서....”

“ 맞을 거예요.”

“ 네?”

“ 그 소설 간은 이야기들이 전부 맞다고요.”

“ 설마요.”

“ 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해요. ‘설마.’라는 말을 말이에요.”

유설연은 차가운 눈으로 사지와 머리가 잘려 나간 양성일의 몸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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