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4화 (4/167)

< 4. 금구와의 인연 >

다음 날 학당을 다녀와 작살과 어망을 챙겨 자신만의 은신처인 해저 동굴에 도착 하여 수어피를 갈아 입으려 할 때 수면에서 황금빛의 무엇인가가 쑤욱 고개를 내밀었다.

‘어, 저게 뭐야?’

북리준이 급히 거대한 석순 사이에 몸을 숨기고 쳐다 보니 장정 몸집의 세배 정도 되는 거대한 거북이 물 밖으로 나왔다.

‘와, 처음 보는 거북이네. 황금빛을 내네.’

자세히 보니 거북의 목과 다리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고 자신이 몸을 빼낸 수면을 가쁜 숨을 쉬며 노려 보고 있었다.

‘다쳤나 보네. 도와 줄까... 어?’

거북에게 다가 가려 신형을 일으키던 북리준이 급히 다시 주저 앉았다.

‘슈아아아악 화아아아악’

거북이가 노려 보던 곳에서 기음과 함께 물보라가 일어 나며 무엇인가 길쭉한 것이 거북의 앞에 또아리를 틀었다.

‘뱀? 아닌가? 신기하게 생겼네.’

거대한 몸체에 푸른 빛깔의 비늘이 가득 하고 커다란 세모꼴의 머리 위에 뿔 하나가 우뚝 솟아 있는 괴수의 모습에 석순 사이에서 눈을 빛냈다.

북리준이 보는 거북은 만년금구라 하여 바다 속에 사는 영물이었고 뒤에 나타난 괴수는 청린독각교룡이라 불리우는 만년금구와는 천적 관계였다.

“키히이이익 케에엑”

만년금구가 사나운 울음을 터뜨리자 청린독각교룡이 빛살 같은 속도로 만년금구를 덮쳐갔다.

“크에에에에엑 카하아아악”

청린독각교룡의 몸이 만년금구의 몸을 감싸 안고는 날카로운 이빨로 만년금구의 목을 노리며 달려 들었고 만년금구 또한 교룡의 목을 노리고는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아, 황금 거북이가 위험하다....’

청린독각교룡의 공격에 상처를 입은 만년금구가 등껍질 안으로 목과 다리를 집어 넣고 방어를 하자 등껍질을 공격 하던 교룡이 금구의 목이 들어간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격 하기 시작 했다.

“크하아아아악 키히히히히익”

날카로운 이빨과 뿔로 만년금구가 숨어 들어간 목 부분을 헤집기 시작 하자 붉은 피가 연신 뿜어져 나왔다.

평소 거북이를 좋아 하던 북리준이 무서움을 무릅쓰고 거북이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 발 밑에 모아 놓은 돌을 집어 들었다.

“쉬이이익 따아아악”

날아간 돌이 교룡의 몸에 맞았으나 미동도 하지 않고 연신 만년금구의 목 부분을 헤집자 북리준이 다시 돌을 집어 들었다.

‘몸은 소용 없구나. 눈, 눈을 공격하자!’

북리준이 석순 사이에서 신형을 일으켜 신중하게 조준한 후 팔을 크게 휘둘렀다.

‘퍼어억‘ 소리와 함께 교룡의 눈에 정확하게 맞은 돌을 보고 다시 돌을 집어 들었다.

“크에에에에엑”

조금만 더 파면 만년금구의 속살과 내단을 먹을 수 있을 거라 흥분에 몸을 떨던 교룡이 자신의 눈에서 일어난 격통에 고개를 들었다.

“크르르르르르”

저 앞 석순 사이에 인간 꼬맹이가 던진 돌팔매질에 다시 눈을 얻어 맞은 교룡이 거대한 포효성을 터뜨렸다.

“크헤에에에에에엑”

청린독각교룡의 포효성에 실린 광기에 순간 신형이 얼어 붙어 버린 북리준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엿됐다!”

그 때 청린독각교룡이 북리준을 한 입에 삼키려고 신형을 일으키는 순간 만년금구의 머리가 순식간에 튀어 나와 교룡의 목을 꽉 물어 버렸다.

“키헤에에에에에엑 크에에에에에엑”

만년금구의 강철같은 턱에 물려 버린 청린독각교룡이 몸부림을 치며 만년금구를 몸을 후려 쳤다.

“콰아앙 쾅 콰아아앙”

만년금구의 금석같은 등껍질은 청린독각교룡의 공격을 거뜬히 받아 내고 교룡의 목을 문 채 사정없이 땅바닥으로 패대기 치기 시작했다.

“쾅 쾅 콰아앙 쾅 쾅”

수 십 번 이상 땅에 패대기쳐진 청린독각교룡의 몸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 나가고 잠시 후 ’빠가각‘ 교룡의 목이 부러져 나갔다.

“쉬이이익 쉬이익 쉬이이이익”

목이 부러져 죽어버린 교룡을 다시 십 여회 패패기 친 후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만년금구가 입을 열었다.

“털썩”

힘없이 땅에 떨어져 버린 청린독각교룡을 보며 북리준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들어 주저 앉아 있는 북리준을 바라 보던 만년금구의 입가가 쭈욱 찢어졌다.

“웃는 거야? 난 죽는 줄 알았다고.”

만년금구가 땅에 널부러진 교룡의 몸통 부분에 입을 가져다 대고는 사정 없이 물어 뜯기 시작 했다.

“뭐, 뭐야? 먹는 거야?”

순하게 생긴 거북이 교룡의 배를 찢어 먹는 듯한 모습에 기겁을 했다.

“쟤 다음에 나를 먹는 건 아니겠지....?”

청린독각교룡의 몸을 사정 없이 찢어 발기던 만년금구의 몸이 순간 멈추었다.

마른 침을 삼키고 교룡의 몸을 헤집던 거북을 바라보던 북리준의 눈에 찬연한 붉은 빛 구슬이 들어 왔다.

“와, 아름답다.....저게 뭐지?”

만년금구의 입에 물려 있는 붉은 빛이 찬연한 구슬을 보며 북리준이 감탄을 하는 순간 ’꾸울꺽‘ 거북의 입 안으로 구슬이 사라졌다.

“저걸 찾느라 그랬구나. 난 또 저 뱀을 먹는 줄 알았네.”

청린독각교룡의 내단을 취한 만년금구의 몸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고 싸움으로 찢어지고 파인 금구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와우, 신기하네.”

붉은 빛이 잦아 들고 난 후 다시금 찬연한 황금빛을 내뿜는 만년금구가 꾸벅 북리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고맙다고? 아니야. 네가 무사하니 다행이다. 다음 부터는 싸우지 말고 도망가라.”

황금빛에 휩싸인 만년금구가 바닷물 속으로 신형을 감추자 북리준이 공동 안에 널부러진 청린독각교룡의 시체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시체를 가지고 가지.....”

붉은 혀를 길게 내밀고 죽어 있는 청린독각교룡의 시체 앞에 선 북리준이 손에 든 작살로 여기 저기 쿡쿡 쑤셔 본다.

“이 시체를 쓸 데가 있을까? 일단 구석에 가져다 놔야겠다.”

동공 안에 미리 가져다 놓은 굵은 밧줄을 청린독각교룡의 목에 묶고는 힘을 주어 당기기 시작 했다.

보름 후 항상 매일 하던 대로 학당을 다녀와 지하 동공 안에서 오늘 잡을 해산물을 어망에 담던 중 부글거리는 수면을 보며 북리준이 기겁을 했다.

’이번에는 또 뭐야?‘

급히 석순 사이로 신형을 숨기자 ’쑤우욱‘ 황금빛 거북이 고개를 내밀었다.

“어, 너구나! 잘 지냈어?”

북리준이 반가운 얼굴로 석순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꾸오오오오”

거북이 동공 위로 올라 오며 엉금 엉금 북리준에게 다가 왔다.

“혹시 나 잡아 먹으려고 온 거 아니지?”

만년금구의 고개가 좌우로 저어 지자 북리준의 눈이 동그래졌다.

“내, 내 말을 알아 들어?”

다시 고개가 위 아래로 끄덕여지자 북리준이 감탄성을 터뜨렸다.

“야, 신기한 거북이네. 우리 친구 할까?”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 거북이 입 안에서 무엇인가 툭 뱉어 내었다.

“이게 뭐야?”

어른 손바닥 보다 조금 큰 시커멓게 생긴 무엇인가를 보고 북리준이 쪼그리고 앉았다.

커다란 해삼 같이 생겼는데 모양은 육지의 산삼같은 형태를 가진 것을 손가락을 꾸욱 눌러 보았다.

“해삼인가? 모양이 희한하네....”

만년금구가 고개를 내밀어 산삼 모양의 해삼을 북리준 쪽으로 밀었다.

“이거 나 주는 거야?”

고개를 주억 거리는 만년금구를 향해 북리준이 웃음을 지었다.

“고마워! 집에 가져 가서 부모님하고 나눠 먹어야 겠다.”

만년금구가 천천히 도리질을 치는 것을 보고는 북리준이 되물었다.

“안돼? 집에 가져 가면?”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만년금구와 몇 가지 질문을 다시 던지고는 북리준이 큰 해삼을 집어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나 보고 먹으라는 거네. 그치?”

다시 고개를 주억 거리는 만년금구를 보며 북리준이 뒤통수를 긁적 거렸다.

“이거 먹어도 되나 몰라.... 뭐 해로운 거를 주지는 않았겠지.”

다시 만년금구가 고개를 들어 북리준의 엉덩이를 밀었다.

“알았어, 먹을께!”

북리준이 입에 산삼모양의 해삼을 집어 넣는 순간 청량한 향과 함께 순식간에 녹아 목 안으로 넘어갔다.

“어, 어어 꿀꺽!”

만년금구가 북리준에게 가져다 준 것은 저 바다 깊디 깊은 곳에서 몇 백년을 넘게 산 백령해왕삼이라는 영물이었다.

백령해왕삼은 무림인들이 기를 쓰고 찾으려는 영약 중의 영약으로 양강의 무공을 쓰는 무림인들에게는 천고의 보물이었다.

“어, 왜 이리 덥지?”

갑자기 몸에서 피어 오르는 열기에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진 북리준이 계속 솟아 오르는 열기에 바닷물에 몸을 던졌다.

“푸시시시시”

바닷물에 몸을 담근 북리준의 몸에서 수증기가 피어 오르고 몸 한가운데에서 솟아 오르는 열기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정신을 잃어 버리려 할 때 아주 청량하고 시원한 무언가가 북리준의 전신에 와 닿았다.

“아, 조, 좋다....”

만년금구의 거대한 등껍질에서 청량한 한기가 뿜어져 나와 양강지기에 달궈진 북리준의 몸을 식혀 주었다.

만년금구의 거대한 등껍질에 온 몸을 밀착한 채 정신을 잃고 있는 북리준의 몸에서 악취가 나는 액체가 흘러 나와 바닷물에 씻겨 나갔다.

북리준이 백령해왕삼을 복용 후 제대로 된 내공심법으로 운기를 했더라면 단전에 쌓을 수 있던 막대한 양의 양강 지기가 전신 세맥에 고여 혈관과 근육을 강화 하는 정도로 숨어 들었다.

“으으음!”

정신을 차린 북리준이 자신이 만년금구의 등에 올라타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신형을 일으켰다.

“어, 몸이 엄청 가볍네. 그나 저나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야? 부모님이 걱정 하시겠네. 친구야, 나 한테 좋은 것을 준 거 같은데 고맙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닷속에 뛰어들어 헤엄치는 북리준의 뒤를 만년금구가 느릿하게 따라 움직였다.

“휴우..... 금구는 잘 있겠지?”

찬연히 연무장을 채우는 황금색 달빛에 선한 미소를 짓고 웃는 금구에 대한 생각에 처연하게 웃음을 지었다.

“부모님의 원수를 갚고 찾아 갈게....”

살며시 천막 안으로 들어서 자신의 자리에 곤한 몸을 눕히자 잠든 줄 알았던 승진이 눈을 떴다.

“치사하게 혼자 하지 말고 내일 부터는 나도 같이 해.”

날이 밝자 다시 연무장에 신병들을 모은 고패와 경삼이 맨 앞에 양팔과 다리에 모래 주머니를 찬 채 서 있는 북리준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장난하냐?”

경삼이 발끈 화를 내려 하자 고패가 손을 들어 말렸다.

“경삼이 말대로 지금 우리가 전쟁 놀이 하는 걸로 보이나?”

“아니오.”

“그럼 우리 한테 잘 보이려고?”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주머니들은 뭔데? 하루 이틀 차고 힘들면 벗고 지랄 할 것 같으면 시작을 하지 마라. 분명히 이야기 했다. 네 놈이 그 주머니를 차고 훈련을 할려고 마음 먹었다면 끝까지 차고 훈련에 임해라.”

주위에 신병들이 불안한 눈으로 북리준과 교관들을 연신 바라 보았다.

“끝까지 차고 하겠습니다.”

군기가 빠져서 어영부영 하는 놈들의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묵직하게 채워 놓은 모래 주머니 네 개를 찬 채 연무장을 뛰는 북리준을 보며 경삼이 침을 탁 뱉었다.

“저 새끼 저거 중간에 벗기만 하면 내가 반 죽여 버릴껴!”

“이봐! 너무 무리하는 거 같은데....?”

묵묵히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 북리준 옆에서 승진이 혀를 찼다.

“난 개죽음 당하기 싫다. 왜구새끼들의 멱을 다 따버리기 전까지...”

< 4. 금구와의 인연 > 끝

ⓒ 편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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