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34화 (34/167)

< 34. 신위를 보이다. >

“후욱 후욱 후욱”

하후상이 피범벅이 된 자신의 애창을 앞에 겨누고 거친 숨을 내뱉었다.

“오늘 힘든 하루가 되겠어, 허억 허억!”

팽무강 또한 피에 절은 자신의 대도를 들어 다가오는 마교 무사들을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 보았다.

“일대일로 절대 붙지 마라. 신경질 나는 사실이지만 우리 보다 개개인이 다 강하다.”

모용민과 언철진, 하후상과 팽무강이 한 조가 되어 겨우 겨우 마교도들을 베어 넘기는 동안 여기 저기 베인 상처에서 흘러 내리는 피로 혈인이 되어 갔다.

“후욱 후욱, 세 불리 하면 너희들 먼저 튀어라. 내 창이 네 놈들 무기 보다 조금 더 기니 바로 쫓아 가겠다.”

“병신새끼. 죽으려면 같이 죽어야지. 너만 남기고 우리가 ‘그래 이따 봐!’ 하면서 도망 가겠냐?”

모용민의 이죽거림에 하후상이 쌍욕을 뱉었다.

“개자식, 멋지게 죽으려고 했는데 기회를 안 주네.”

“온다!”

자신들의 주위에 넝마가 되어 널부러진 낭인들과 세가원들의 시체를 암울한 눈으로 바라 보던 팽무강이 바짝 도를 치켜 들었다.

“씨발, 넷이 온다...”

네 명의 검과 도를 든 천살, 추호단의 무사들이 기세등등하게 자신들에게 달려 오는 것을 보고 하후상이 창을 고쳐 잡았다.

“정도 애송이들이구나. 이런 놈들을 썰어야 돌아가서 자랑질을 할 수 있지.”

“어디 한번 재롱을 떨어 보려므나, 아가들아!”

검과 도를 늘어 뜨린 채 휘적 거리는 걸음으로 다가 오는 네 명의 마교도의 기세에 눌려 네 명의 친우들이 주춤 거리며 뒤로 물러 서기 시작 했다.

“뒤를 잘 보고 가야지. 막힌 곳이다, 크크크!”

‘내가 먼저 주의를 끌테니 뒤를 부탁 한다.’

하후상이 전음을 날리자 마자 말릴 새도 없이 창과 함께 앞으로 튀어 나갔다.

“야이, 병신 새끼야!”

뒤늦게 팽무강이 신형을 박차며 고개를 드니 추혼단 무사의 도가 하후상의 창을 막아 내고 옆에 있던 다른 무사의 도가 하후상의 목을 향해 날아 들었다.

“안돼!”

팽무강이 도신합일의 기세로 하후상에게 도를 날리는 무사에게 날아들었다.

‘아, 짧아....’

하후상의 목에 마교무사의 도가 틀어 박히려는 찰나 도를 든 팔이 툭 하니 잘려 땅에 떨어져 내렸다.

“크아아아악, 내, 내 팔이....”

잘린 오른팔을 부여 잡고 괴성을 지르던 무사가 두 쪽으로 갈라지며 하후상의 창을 받아내던 무사가 긴급히 신형을 틀다 둥실 머리가 공중에 떠올랐다.

“어디다 한 눈을 팔아?”

두 동료가 순식간에 잘려 나가는 모습에 정신을 못 차리는 천살단 무사에게 모용민의 검과 언철진의 철권이 날아 들었다.

‘카강 캉 파방 파바방’ 절정에 다다른 무사들 답게 순간적으로 자신들에게 날아 드는 검과 권을 흘려낸 무사들이 뒤를 돌아 보려는 찰나 무엇인가 자신들의 목을 감아 내는 느낌이 있은 후 세상이 빙글 돌았다.

“도, 도조장!”

순식간에 네 명의 마교도들을 도륙한 북리준이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네 명의 후기지수에게로 다가 왔다.

“도, 도대체....”

자신들이 달려 들어도 한 명을 상대하기도 버거운 적들을 비록 뒤에서라지만 순식간에 네 명을 잘라낸 무위에 팽무강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동 해야 한다. 저 편으로...”

제갈청하와 철면신산이 고전 하고 있는 남로를 향해 검을 들어 가리켰다.

팔조 조장의 막강한 무위에 하후상, 언철진, 모용민이 자리에 우뚝 선 채 북리준을 바라 보았다.

“정신들 차리시오. 이러다 다 죽소.”

북리준 뒤에 서 있던 섬전창의 고함에 네 명의 후기지수들이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일깨웠다.

“철면신산 대협과 함께 있으시오.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이오. 철면신산 대협께 내가 곧 진을 발동 할 것이라 전하시오.”

“진? 무슨 진?”

“그리 전하면 아오. 형님과 너희들도 같이 이동해.”

북리준의 옆에서 살아 남은 섬전창, 벽안독검, 독안검, 귀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땅을 박차 동창과 금의위가 싸우고 있는 곳으로 날아가는 북리준의 모습에 하후상이 중얼 거렸다.

“저 새끼, 내공이 있었네....”

천살단주를 맞이해 고군분투하고 있던 금대인이 잠시 서로 떨어져 숨을 고르고 있었다.

“금의위장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군.”

“마교도 놈 치고는 세군.”

서로 백 합이 넘게 공수를 주고 받았으나 백중세를 보인 곽대인이 천살단주의 어깨 너머로 돌아 가는 전황을 살피고는 침음성을 터뜨렸다.

“난 그 쪽만 잡고 있으면 이 싸움은 끝난다. 순순히 검을 버려라.”

“대 청조의 금의위장인 내게 항복을 권하는가, 감히?”

그 때 저 편에서 검은 물결이 갈라지며 무엇인가가 천살단주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 들자 단주의 검이 곡선을 그리며 무엇인가를 쳐 내었다.

‘채애앵’ 소리와 함께 날아간 무엇인가와 다른 방향에서 다시 날아든 암기를 정확하게 검으로 날려 보내는 동안 누군가 천살단주의 머리를 뛰어 넘어 곽대인의 옆에 내려섰다.

“너는?”

“낭인이오.”

“그게 뭐지? 흥미롭군.... 암기?”

손에 검을 든 낭인 차림의 인물의 손을 보았으나 아무것도 들린 것이 없음을 보고 암기로 생각한 천살단주가 웃음을 지었다.

‘곽대인, 잘 들으시오. 이대로 가면 우리 쪽은 전멸을 면치 못하오. 황태자와 함께 생존자들을 이끌고 남로로 이동하시오. 그곳에 도달하면 생로가 있소.’

전음으로 건네는 낭인의 말에 곽대인의 눈이 부릅떠졌다.

‘저 놈이 나를 놔 주지 않는다. 어떻게 몸을 빼내느냐?’

‘내게 맡기고 유공공과 황태자를 남로로 이동시키시오.’

그 때 천살단주의 검이 기이한 호선을 그리며 날아 들자 북리준의 검이 거친 파도를 일으키며 검을 맞이해 갔다.

“빨리!”

북리준의 고함소리에 정신이 든 곽대인이 황태자가 있는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차차차창 크카카카가각’ 천살단주와 북리준의 검이 한 호흡에 수십합을 부딪고는 떨어졌다.

“이런.... 생각지도 못한 고수가 숨어 있었네. 그래 봐야 대국에는 지장을 주진 못하지만....”

“글쎄올시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말이오.”

거칠게 검을 부딪쳐 오는 낭인의 검에 투기가 동한 천살단주가 희게 웃음을 지었다.

‘카아아앙’

자신의 뒤를 노리고 날아 드는 검을 여유있게 쳐낸 추혼단주가 흘끗 뒤를 바라 보았다.

“뭐야, 천살이 당한 건가?”

금위위장이 검을 한번 내지르고는 유공공과 황태자의 곁에 내려섰다.

“저 놈은 또 뭐야?”

추혼단주가 천살단주와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치고 있는 낭인 차림의 무사를 보고 도를 늘어뜨렸다.

“태자 저하! 세가 불리 하여 부득이 후퇴를 해야 합니다. 유공공, 남로로 태자 저하를 모시고 이동해야 하오.”

“뭔 남로?”

자신이 보기에도 자신들의 패색이 짙은 것을 느끼고는 곽대인의 말에 반문을 했다.

“그 곳에 생로가 있다고 들었소.”

“누구한테?”

“저 낭인이오.”

눈짓으로 저 뒤에서 천살단주와 대등하게 검을 나누고 있는 낭인을 가리켰다.

“저 자는 누구인가?”

“저희와 같이 온 낭인인데 숨은 고수로 보입니다.”

천살단주가 신이 나서 이리 저리 검을 놀리는 모습을 보고는 추혼단주가 자신의 어깨에 대도를 올리고는 신형을 돌렸다.

“일단 저 놈 먼저 해결해야겠군.”

유공공이 자신을 압박 하던 추혼단주가 신형을 돌려 나가자 곽대인과 황태자를 바라 보았다.

“일단 흩어져 있는 것이 불리 하오니 남로에 모여 세를 결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진행하시오!”

황태자의 명이 떨어지자 유공공과 곽대인, 팔기의 기주들이 황태자를 둘러 싼 채 남로로 방향을 잡았다.

“남로로 집결 하라!”

곽대인이 남로로 향하며 외치는 소리에 각개격파 당하고 있던 청조의 무리들이 남로로 모이기 시작했다.

“단주! 놈들이 모이고 있는데요?”

대도를 어깨에 멘 추혼단주의 뒤로 날아 내린 부단주가 입을 열었다.

“병신들이 모여봐야 병신 짓 밖에 더하겠냐? 도망가지만 못하게 잡아 놔라.”

추혼단주의 명에 추혼부단주가 천살부단주와 함께 적들이 몰려 가는 방향으로 병력을 집결 시켰다.

‘차창 콰지지직 콰창 카가가가각’

연신 검이 부딪고 검에서 발생하는 풍압에 의해 땅거죽이 뒤집어 지는 가운데 추혼단주가 다가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피이이잉’ 기음과 함께 뭔가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는 느낌과 함께 파아앗 피가 솟아 올랐다.

“호오, 이 놈 강하네.”

천살단주와 검을 섞으며 자신에게 암기를 던져 상처를 입힌 낭인을 보며 추혼단주가 하얗게 웃음을 지었다.

“비켜라. 이 놈은 내꺼다.”

천살단주의 으르렁 거리는 말에 추혼단주가 어깨에 걸친 대도를 손에 들었다.

“장난 그만하고 이만 손 털고 뜨자구.”

추혼단주의 어깨 너머로 황태자 일행이 남로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확인한 북리준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둘이 다 덤벼. 마교의 무공이 소문대로 인지 확인해 보고 싶군.”

말을 마친 순간 북리준의 두 팔이 흔들리는 듯 하더니 검고 흰 무엇인가가 천살단주와 추혼단주의 목을 노리고 비행을 시작했다.

“웃차, 차창, 차차창”

천살단주의 검과 추혼단주의 도에 막힌 무엇인가가 튕겨 나가는 듯 하더니 낭인의 팔이 유려한 선을 그리자 검고 흰 륜이 다시 번갈아 날아 들었다.

“륜이군.”

검고 흰 륜 두 개가 낭인의 팔의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목을 노리고 연신 날아 드는 것을 확인한 천살단주가 중얼 거렸다.

“저 놈 저 수투에서 나오는 건가? 저 놈 죽이고 저 장난감은 내가 가져야 겠다.”

여전히 오른손에 검은 든 채 자신들을 노리던 륜을 찾던 추혼단주의 눈에 재질을 알 수 없는 묵색 수투가 들어왔다.

“무대를 좀 옮겨볼까?”

‘파아앙’ 소리와 함께 발을 굴러 어기충소의 신법으로 공중에 신형을 띄운 북리준이 관제묘 안으로 날아 들어 갔다.

“도망가는 거야?”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뒤를 돌아 보니 적군들이 관제묘의 남쪽 방향으로 모이고 있었고 그 적들을 에워싸고 있는 단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망치지 못해. 그냥 가둬 놓고 저 새끼 장난감이나 빼앗자구. 포위만 하라고 이야기 했어.”

추혼단주가 자신의 대도를 땅에 끌고 휘파람을 불면서 관제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까운 자군. 이런 곳에서 죽기에는....”

천살단주가 앞서가는 추혼단주의 뒤를 따라 붙었다.

“어서 오시지요!”

철면신산과 무림세가의 후기지수, 낭인들이 다가 오는 황태자와 유공공, 곽대인 일행을 맞이했다.

“생존자는 이게 다요?”

유공공이 어이없는 눈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무인들을 쳐다 보았다.

“동창과 금의위 위사들은 전멸이구만.”

약 이십여명의 남아있는 우군들을 보고는 곽대인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협! 저리 우리를 포위 하도록 내 버려 둬도 괜찮겠습니까?”

섬전창이 자신들을 에워싸는 천살, 추혼단의 무사들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 보았다.

“적들은 칠할 정도가 남았군요.”

대략 눈 대중으로 자신들을 에워싸는 마교도들을 셈해 본 팽무강이 중얼 거렸다.

“정면으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그럼 그냥 항복 하자는 건가?”

철면신산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유공공을 손을 들어 저지한 황태자가 시선을 던졌다.

“다른 방도가 있는가?”

< 34. 신위를 보이다. > 끝

ⓒ 편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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