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39화 (39/167)

< 39. 살수들과의 대결 >

진법 안 긴장감이 흐르는 하루가 지나고 붉게 달아 오른 해가 하루의 일을 마치고 쉬기 위해 숲 너머로 고개를 숙이는 시각!

“이곳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 최상입니다.”

파산권이 정백기주가 내어준 호북 호남 군사 전도를 보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길이 최단거리이기는 한데 적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지.”

섬전창이 파산권이 가리킨 길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았다.

“최단시간 돌파냐 시간이 걸리더라도 은밀한 귀환이냐 선택을 해야 하네.”

철면신산의 말에 북리준이 지도의 한 곳을 가리켰다.

“이곳은 어떤 곳인지요?”

북리준이 가리킨 곳을 본 파산권이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산을 하나 넘어야 하고 중간에 강도 있네. 가지고 있는 말을 못 쓰고 나중에 배도 수배를 해야 하네. 한 마디로 지금을 쓸 수 없는 길이지.”

파산권이 지도의 한 점을 찍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곳이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이네. 도조장이 말하는 길은 바로 우리 뒤 절벽을 타고 넘어가야 한다네.”

파산권의 말에 섬전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악의 귀환로네. 물론 최단 거리기는 하지만...”

파산권과 섬전창의 말에 일행들이 동의를 표했다.

“우리에게 말이 열 필이 있네. 단숨에 대로를 치고 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유공공의 말에 북리준이 말없이 지도를 응시하고 있었다.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도조장이 굳게 다문 입을 열자 일행들이 전부 도조장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 중에 적에게 둘러싸여도 자기 한 몸 빼낼 자신이 있으신 분 있으십니까?”

“어떤 적이냐에 따라 다르겠지. 지난번 마교놈들만 아니라면 나하고 곽가 놈은 가능 하네.”

“나도 가능하다네.”

철면신산이 자신의 손을 들었다.

“숙부님,,,,”

“가만히 있거라. 도조장이 생각이 있는 듯 하니...”

제갈청하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지금 소수이며 몸 상태 또한 최상이 아닙니다. 최대한 교전의 횟수를 줄이며 귀환하는 것 만이 살길입니다.”

북리준이 팔짱을 낀 채 좌중의 인물들을 일별하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유공공님과 곽대인님 중 한 분은 황태자 저하와 함께 해 주셔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곽대인께서 같이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유는?”

곽대인이 자신을 황태자와 함께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굳은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황태자 저하를 업은 채 이 절벽을 타기에는 곽대인이 적합하지요.”

북리준이 눈짓으로 가리키는 자신들의 깎아지른 듯 솟아 있는 절벽을 일행들이 바라 보았다.

“그 말은 이 길로 가겠다는 건가?”

유공공의 말에 중인들의 표정이 침중해 졌다.

“양동작전을 폈으면 합니다. 적들도 저희가 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 말이 달릴 수 있는 대로에 집중하고 있겠지요.”

북리준이 파산권이 가리킨 대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와 유공공님, 철면신산 대협이 말을 이끌고 대로를 질주 하여 적의 이목을 끌고 다른 일행 분들은 이 절벽을 넘어 가는 것이지요.”

“성동격서라....”

“의표를 찔러야 합니다. 있는 상황을 직시 해야 합니다. 저희의 절대적인 열세입니다.”

북리준의 말에 철면신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방향으로 갈라지는데 거리가 상당하군.”

“지금부터 나무와 풀로 사람 모양을 만들어 말에 붙들어 매고 저희 세 사람은 최대한 나머지 일행들이 멀리 갈 수 있도록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그 후 각자도생이지요.”

“세 분에게는 너무 위험한 계획입니다.”

팽도강의 말에 다른 사람들이 동의를 표했다.

“누군가는 위험을 무릅써야 이 난관을 극복 할 수 있습니다. 전부 다 움직인다면 호북에 도착 하기 전에 전멸을 각오해야 합니다.”

“난 동의하네.”

유공공이 고개를 끄덕여 북리준의 계획에 찬성을 했다.

“나도 같이 하겠소이다.”

철면신산도 흔쾌히 계획에 동참하겠다고 의사를 표하자 곽대인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세 분께 큰 짐을 지워드리는군요.....”

“나머지 분들이 가시는 길도 험로가 예상됩니다. 최대한 들키지 않게 이 강까지 가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절벽을 타고 산을 넘어 나타나는 커다란 강을 건너면 바로 호북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강이 있다면 당연히 배도 있는 법! 이 후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해야지요.”

곽대인의 말에 세 사람을 제외한 중인들이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꼭 다들 호북에서 살아서 보시게....”

황태자가 굳은 얼굴로 장중의 인물들을 바라 보았다.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무엇을?”

“저희 뒤를 쫓는 무리는 마교에서 파견한 살수들로 보입니다. 최대한 그들의 수를 줄여 놓아야 산을 넘는 일행들의 뒤를 밟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일세.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철면신산이 북리준을 보며 대답을 구했다.

“어차피 이 곳으로 우리의 행적이 이어져 있기에 살수들이 계속 이 근처를 배회할 것입니다. 저와 유공공, 곽대인, 철면신산 넷이 내일 저녁 때 까지 살수들의 수를 줄여야 합니다.”

“살수들을 잡는다?”

“그들은 설마 자신들이 잡힐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하고 있을 것입니다. 최대한 많이 잡아야 합니다.”

북리준의 말대로 유공공, 곽대인, 철면신산, 북리준 넷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이 분주히 나뭇가지와 풀을 이용하여 사람 모양을 만들고 넷은 진법을 벗어나 각자의 위치를 잡고 은신을 시작했다.

잠시 후 진법 밖 수풀이 흔들리더니 아까 다녀갔던 살수 둘이 신형을 드러내었다.

“맞지? 들어만 가고 나온 흔적이 없어. 이 곳 어딘가에 뭔가가 있다구.”

두 살수가 신형을 낮추고 땅을 훑듯이 진법이 있는 절벽으로 다가 왔다.

“이 절벽 안에 숨었나?”

“들어가는 입구가 어디 있겠지. 찾아보세!”

두 살수가 양옆으로 흩어져 절벽을 살폈다.

“아무리 봐도 없는데....어?”

절벽에 손을 대고 기대려는 찰나 쑤욱 팔이 빨려 들어가고 순간 자신의 목을 쑤시고 들어오는 비수를 느끼고 전신이 절벽에 삼켜졌다.

“어이, 뭐 좀 찾았나?”

다른 살수가 동료를 찾아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다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 보니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소리 없이 떨어져 내리며 자신의 목을 휘돌리는 느낌에 세상이 암전 되었다.

“둘!”

북리준이 목이 부러진 살수를 절벽 안에 밀어 넣으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대원이 빕니다.”

보고 하는 이호의 말에 부대주가 인상을 찌푸렸다.

“몇이나?”

“한 시진에 한 번씩 제게 들러 보고를 해야 하는데 십, 십일, 십오, 십육, 십구, 이십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 놈들의 수색반경은?”

“무너진 관제묘에서 남동구역입니다.”

“전체 대원들을 모아라.”

“복명!”

부대주가 군막 안에 있는 대주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중에 ‘삐이이이유유’ 적색 폭죽이 하늘로 피어 올랐다.

“들킨 모양인데?”

곽대인이 저 멀리 하늘을 물들이는 적색 폭죽을 보고 중얼 거렸다.

“잠시 모이시지요!”

북리준이 은신한 곳에서 몸을 일으켜 세 명을 불러 모았다.

“아마도 이번에는 대대적으로 올 모양입니다. 지금까지는 수를 줄이기 위해 되도록 피를 안 보았지만 놈들이 몰려 오면 단시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쳐 없애야 합니다.”

“한 놈도 놓치면 아니될걸세. 놈들의 눈과 귀를 막아야 우리의 운신의 폭이 커질 것이니...”

유공공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안에 있는 일행들 전부를 움직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북리준이 진법 안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잠시 후 제갈청하, 팽무강, 하후상, 모용민, 언철진등이 살기등등한 얼굴로 숲 안으로 흩어져 갔다.

“오히려 당했다?”

암영추혼대주가 자신의 앞에 모여 있는 대원들을 일별하고는 중얼거렸다.

“총 여덟이 당한 듯 합니다.”

일호이자 부대주인 살수의 보고에 대주가 신형을 일으켰다.

“앞장서라! 감히 우리에게 독아를 드러냈으니 우리가 왜 암영추혼으로 불리는지를 보여 줘야겠지.”

암영추혼대주를 포함한 십삼인의 살수가 전면의 숲 속으로 신형을 녹여 들어갔다.

암영추혼대 일호이며 부대주가 손을 들어 자신들의 전면을 가로 막고 있는 거대한 절벽을 가리켰다.

“저 쪽 방향으로 여덟이 전부 다 향했습니다.”

“이런 숲에서 왜 우리 암영추혼대가 무적인지 증명하라.”

“복명!”

대주를 포함한 열둘의 살수가 걸음을 옮기며 나무와 수풀과 하나가 되어 녹아 들어갔다.

‘어서오너라!’

삼호가 거대한 나무에 은신포를 이용하여 하나가 된 채 두 손에 단도를 굳게 잡았다.

‘스스슷’ 수풀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삼호가 은신해 있는 나무 정면에 누군가가 신형을 일으켰다.

‘걸렸구나.’

창을 든 거구의 사내가 조심스런 걸음으로 주위를 살피며 자신이 은신해 있는 곳을 지나려는 찰나 손에 든 단도를 내질렀다.

‘커허억’

내지른 단도가 허망하게 허공을 가르고 자신의 복부를 꿰뚫은 대도 한 자루에 시선을 던지다 절명했다.

‘좋았어!’

하후상이 팽무강을 향해 엄지를 치켜 세우고는 다시 다른 먹이감을 향해 나아갔다.

‘이인 일조로 움직이라는 말이 이거구나....’

도조장이 필히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이라는 말에 반신반의 했던 팽무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 없겠지요?”

진법 안에 황태자를 둘러싸고 있던 낭인들이 두런 거렸다.

“우리가 먼저 자리를 잡았으니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거니 너무 걱정 말게.”

벽안독검의 말에 섬전창이 진법 너머 조용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 숲은 바라 보았다.

오호와 육호가 자그마한 소로를 사이에 두고 양 옆 나무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온다!’

오호의 전음에 아래를 내려다 보니 검을 든 사십대 중후반 정도 되는 적이 신중한 걸음으로 소로를 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두 살수가 검을 머리 위로 치켜 든 채 소리없이 떨어져 내리는 찰나 어디선가 날아온 두 자루의 비수가 오호의 목과 심장에 틀어 박혔다.

‘크흐으윽’ 단숨에 절명한 오호의 신형이 땅에 뒹구는 찰나 육호의 검이 자신의 아래 있는 적을 양단하려는 찰나 씨익 웃음 짓고 자신을 쳐다 보는 시선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했구나...’

늘어뜨린 검이 솟구쳐 오르며 자신의 사타구니에서 갈라오는 검에 두 조각이 나며 땅에 떨어져 내렸다.

‘잘했다.’

저 편 나무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제갈청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든 철면신산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 명의 살수를 잡은 독안검과 정백기주가 나무 위를 옮겨 살수들을 찾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크흐윽”

자신의 반대편에 은신하고 있던 정백기주 쪽에서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오며 코와 입에서 폭포수 같은 피를 내뿜으며 나무에서 떨어져 내리는 정백기주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위험하다!’

독안검이 냅다 신형을 날려 땅을 박차고 도주를 시작 하자 정면에 나타난 살수의 겸이 자신의 가슴을 가르려 날아왔다.

‘카아아앙’ 겨우 자신의 검을 들어 막아내고는 땅을 뒹굴어 뒤이어 떨어지는 검을 겨우 피한 독안검의 눈에 자신의 가슴을 향해 내려 꽂히는 겸에 눈을 질끈 감았다.

‘후두두두둑’ 자신의 얼굴 위로 뿌려지는 뜨거운 선혈에 눈을 뜨니 도조장의 검에 목이 날아간 살수가 자신의 위로 엎어지고 있었다.

‘조심.’

‘고맙소, 대형!’

다른 먹이감을 찾아 은신하고 있던 곽대인의 뒤에 공간이 소리없이 갈라지며 누군가의 신형이 내려앉았다.

‘쥐새끼같은 놈들....’

< 39. 살수들과의 대결 > 끝

ⓒ 편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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