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 노났다! >
“독고숙부님께도 그 검을 선물도 드리겠습니다.”
“아, 난 되었네...”
“아닙니다. 저희 부녀가 두 분께 받은 것에 비하면 오히려 약소 합니다.”
“저 놈만 챙겨 줘도 된다네.”
그 때 북리준이 독고우의 옆에 서며 입을 열었다.
“도는 주인을 찾았고 검이 네 자루이니 하나는 독고우님이 받으셔도 될 듯 합니다.”
“네 놈이 싫으면 나 줘! 팔면 엄청 돈 되겠다.”
“닥쳐라. 그럼 감사히 받겠네....”
독고우가 용영검을 들고 포권을 취해 인사를 했다.
“나도 나도....”
연신 포권을 취하며 허리를 숙이는 막대광을 보며 도교교가 웃음을 지었다.
“그 검, 잠깐 볼 수 있을까요?”
도교교가 들고 있던 조화신검을 북리준이 달라고 요청하자 흔쾌히 검을 넘겼다.
“제가 지괴님의 유진 중에 이 검에 대해 본 적이 있습니다.”
북리준이 검을 뽑아 들자 예리한 예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검에 건곤무극신공을 운용하자 ‘채애앵’ 기음과 함께 검이 환으로 바뀌었다.
“와아악, 신기한지고!”
막대광이 환으로 바뀐 검을 보며 놀라 소리를 질렀다.
“진짜군요. 이 조화신검은 건곤무극신공의 기를 주입하면 환으로 바뀐다고 보았는데.... 조화신검의 주인이 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북리준이 환하게 웃으며 환을 건네자 도교교가 조심스럽게 사양했다.
“저는 자격이 없습니다. 북리봉공께서 취하시지요.”
“저는 이미 일월신검이 있고 양 팔목에 보시다시피 일월수갑이 있어 제게는 별무소용인 물건입니다.”
“그래, 환으로 변하니까 여자인 네게 맞겠다. 얼른 감사 드리거라.”
“한번 기를 주입해 보시지요.”
북리준의 말에 도교교가 환을 손에 쥐고는 여지껏 수련한 건곤무극신공의 기를 불어 넣자 ‘채애앵’ 조화신검이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시 봐도 신기한지고...”
막대광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한 자루는 자네가 가지고 한 자루는 기룡이를 주면 되겠네.”
독고우의 말에 도경명의 얼굴에 한 가닥 슬픈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 놈의 새끼는 곤륜에서 준 검이 하늘에서 준 신검으로 알고 있는데 받기나 하겠습니까?”
“나가 보면 뭔가 변화가 있을 것이네.”
독고우의 말에 도경명이 검 두 자루를 챙겨 들었다.
“여기에는 뭐가 있나 볼까?”
묵룡도를 선물 받아 기분이 최상이 된 막대광이 서책이 놓여 있는 책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책이면 다 삭았겠지......”
“어, 아닌데? 일반 책이 아니야!”
뭔가 재질을 알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책자 다섯 권이 책장 위에 놓여 있었다.
“호오, 이게 뭐로 만들 것일까?”
독고우가 번들거리는 뭔가의 가죽으로 보이는 책자를 들어 겉면에 쓰인 글을 읽었다.
“천산파천삼검?”
“오, 천산파천삼검입니까?”
도경명이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독고우가 내민 책자를 받아들었다.
“저희 천산파의 최고 검법입니다. 백년 전 모든 고수분들이 돌아 가셔서 절전된 검법입니다.”
“천산검결.... 천산십팔류....”
소중하게 책자를 가슴에 안아 든 도경명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또 있어..... 어디보자. 천유신보라....”
“오, 조사님이시여....”
절전된 천산의 비전들이 돌아온 것에 감격한 도경명이 하늘을 우러러 감사를 표했다.
“이건 진법책입니다. 지괴님의 유진입니다.”
북리준이 나머지 책을 집어 도교교에게 넘기자 겉면에 쓰인 천산진해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진법은 아무래도 도낭자가 잇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도경명이 옷소매로 흘러내린 분비물을 닦는 모습을 보고 막대광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아까 나도 저랬냐?”
“더했다!”
“큼큼, 많이 추했구나....”
“자, 이제 마지막 동굴로 가시지요!”
天山金庫(천산금고)라 쓰인 현판을 일별 하고는 일행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와우, 노났다!”
막대광이 만세를 부르며 동굴 안을 뛰어 나니고 도경명과 교교, 독고우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안을 빙 둘러싼 수납공간에 빼곡하게 들어찬 금괴와 은괴들이 횃불을 받아 쌓인 먼지를 뚫고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만세 만세!”
막대광이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연신 만세를 불러대었다.
“이, 이게.....”
도경명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뒤에 서 있던 북리준을 바라 보았다.
“전부 천산파의 소유입니다. 축하 드립니다.”
“아닐세. 이 중 일부만이라도 감지덕지하네. 온전히 소유권을 주장할 정도로 염치가 없지 않다네.”
도경명의 말에 옆에 서 있던 도교교가 자랑스런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 보았다.
“여기 있는 것들로 천산파를 다시 일으키시면 됩니다. 그것이 조사님들의 유지를 받드는 일입니다.”
북리준의 사심 하나 없는 눈빛과 말에 막대광이 북리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가 그랬지. 아주 된 청년이라고 말이야. 암, 그렇고 말고!”
다들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자 북리준이 차후 계획에 대해 논의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
“일단 오늘은 가져 갈 수 있는 만큼의 금괴와 은괴를 옮기고 나머지는 당분간 이 곳에 보관하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이 곳을 드나드는 방법은 도낭자에게 전수 하겠습니다.”
“그게 좋겠네. 객잔에 보관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네.”
“맞아. 견물생심이라고 금괴와 은괴를 보면 눈 뒤집어질 놈들이 밖에 득시글 거리니까.”
도경명과 도교교가 비급들과 공청석유, 천산신단과 신고등을 챙기고 검과 도는 독고우가, 막대광과 북리준이 금괴와 은괴를 가지고 온 바랑에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챙겨들고 천산동부를 나섰다.
‘그그그그긍’ 일월쌍륜을 가져다 대어 바위를 원래 자리로 돌려 놓은 북리준이 일행들을 돌아 보았다.
“이곳은 저희 다섯사람만이 드나드는 것으로 하지요.”
“여부가 있겠나? 자네가 없으면 이곳에 들지도 못하잖아?”
막대광의 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주억 거리자 북리준이 입을 열었다.
“이곳을 드나들 수 있게 기관을 손 보면 쌍륜이 아니더라도 입구를 열 수 있습니다.”
북리준이 안에서 바위를 열고 닫을 수 있는 기관을 떠올렸다.
여명이 웃고 떠들며 돌아오는 일행들의 앞길을 밝혀주는 시각!
도기룡은 자신의 방에서 한껏 자괴감에 빠진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고작 삼재검이었어..... 곤륜의 검이 삼재검에게 무릎을 꿇다니....’
책상에 엎드려 자신의 머리를 끌어안은 채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곤륜의 검이 문제가 아니라 이건 나의 문제야. 만일 사형들이나 사숙들이었다면 절대 삼재검에 질 리가 없다구.
나의 화후가 깊지 못해 진 것이지 절대 삼재검 따위에 비교할 수 없지, 암!”
자신의 뺨을 스스로 갈겨 정신을 차린 도기룡이 주섬주섬 자신의 짐을 싸서 객잔 일층으로 내려왔다.
“아버님과 숙부님들께 곤륜으로 돌아간다고 전해주세요. 다시 검을 갈고 닦아 제대로 된 곤륜의 검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주방에 들어와 불쑥 말을 뱉고 객잔을 나서는 도기룡을 식도를 든 채 요리를 하던 곤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멀어지는 도기룡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뭐? 곤륜으로 돌아갔다고?”
수화로 연신 무어라 이야기 하는 곤오를 보며 독고우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놈, 제대로 열 받았군.”
“허허, 천산의 무공이 돌아왔는데 자식놈은 남의 문파의 무공을 익히겠다고 지랄을 하는구나.”
도경명이 탄식을 터뜨리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에 오면 제가 설명을 잘 할께요.”
도교교가 상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버지를 위로했다.
늦은 저녁식사를 마친 일행들이 도경명의 방으로 모였다.
“어떻게 천산파를 재건할지에 대해 논의했으면 합니다.”
도경명이 자신의 딸과 독고우, 막대광, 북리준을 차례로 일별한 후 무겁게 말을 꺼냈다.
“먼저 천산파의 옛터에 자그마한 장원을 지었으면 합니다. 그곳에서 무공을 수련하고 어느 정도 무공의 체계가 섰을 때 무관을 열어 제자들을 받아야겠지요.”
“그렇지! 규모가 커지면 그때 가서 증축을 하면 되니까.”
막대광이 신이 나서 북리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죄송하지만 도낭자의 맥을 짚어봐도 될런지요?”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북리준의 말에 도교교의 얼굴에 당황스런 빛이 떠올랐다.
“오해는 마셨으면 합니다. 일단 도문주님과 도낭자가 천산의 무공을 빨리 습득 하시는 것이 천산파 재건의 관건입니다.
저는 개인적인 일이 있어 이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 제가 머무는 동안 두 분의 검을 보아 드리려고 합니다. 그 후 두 분이 검보를 바탕으로 부지런히 수련 하셔야 합니다.”
“하아, 그렇군요...”
도교교가 한숨을 내쉬고는 오른팔을 내밀자 북리준이 맥문을 짚고 건공무극신공을 흘러내었다.
“도문주님과 마찬가지로 정순한 내기를 지니고 계시는 군요. 문제는 두 분이 심공만을 연마 했기에 이 내기가 단전에 쌓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법이 있겠는가?”
“공청석유의 약력으로 단전에 쌓여 있는 건곤무극신공의 내기를 이끌어 내면 될 듯 합니다.”
“그건 북리봉공이 쓰는 것이 옳네.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네.”
도경명이 정색을 하며 이야기 하자 도교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미 일갑자의 내공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분이 천산의 무공을 빨리 습득, 운용하실 수 있어야 제가 마음 놓고 제 일을 볼 수 있습니다.”
북리준의 말에 독고우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북리봉공의 말이 맞네. 두 사람이 천산의 무공을 다룰 수 있어야 무관도 열고 사람도 받을 것이 아닌가?”
“영약은 인연이 닿는 자가 취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저는 이미 그런 인연이 있었습니다.”
“하긴 그 나이에 일갑자 내공이라면 기연이 있어야지.”
막대광이 북리준이 일갑자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가 뒤에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나온 김에 바로 시작하지요. 독숙부님과 막숙부님이 호법을 서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네, 어차피 건곤무극신공의 화후가 깊은 제가 두 분의 내기를 인도 하겠습니다.”
“추궁과혈.....”
도교교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자 북리준이 바로 말을 받았다.
“맞습니다. 막혀있는 기맥과 식맥을 건곤무극신공의 내기로 뚫어낸다면 두 분에게 쌓여 있는 내기와 공청석유의 약력이 융화되어 더욱더 정순한 내공으로 화할 것입니다.”
도교교의 면사 위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본 도경명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교교야, 의원에게 진찰을 받는다 생각 하거라.”
추궁과혈이 전신의 환부를 쓰다듬거나 내공을 담아 쳐내어 기를 순환시키는 것임에 도교교가 저어할 것을 염려하여 도경명이 딸을 안심시켰다.
‘결혼도 안한 처자에게 서슴없이 추궁과혈을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저 놈도 여자 경험이 전혀 없나 보다. 끌끌끌...’
‘그래 말이다. 어쩌면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지 않겠냐?’
막대광의 전음에 독고우가 도화빛으로 물든 도교교의 얼굴을 보며 전음을 날렸다.
“두 분은 밖에서 제가 말씀 드릴 때 까지 어느 누구도 이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
“알았네. 그리하겠네.”
독고우와 막대광이 서로를 바라보며 방을 나섰다.
“먼저 도문주님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도낭자는 저 편에서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북리준이 도문주에게 공청석유 병을 받아 들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네.”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 49. 노났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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