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65화 (65/167)

65. 오라버니라 불러

“저희 주작대원들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에 대해 먼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상수인이 큼큼 거리며 탁자 옆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넘겼다.

“저희 주작대는 왜구들의 손에 살아남은 생존자 중 여자들이 주축이 되어 왜구들에 관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주 임무라 하겠습니다.

광동 포구에 무역을 위한 왜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데 그 중에 마사히로의 밑에서 움직이는 왜구들을 몇몇 파악해 놓았습니다.

저희 주작대원 중 기녀로 배수로 숙수로 왜인들이 주로 드나드는 객잔에 포진하고 있다 그들이 뭍에 나올 때 마다 최대한의 정보를 캐내고 있습니다.”

상수인이 슬쩍 뒤를 돌아보고는 뒤에 걸린 해남지역 전도를 향해 나아갔다.

“죄송하지만 마사히로가 숨어있는 곳은 아무도 모릅니다. 여기 어디에 있는 섬 중 하나라는 것 밖에는요.”

상수인이 자신의 손바닥을 쫙 펴서 해남도와 왜국 사이의 수많은 무인도가 표시되어 있는 곳을 덮었다.

“적들의 군세는 어느 정도인가?”

유검패의 질문에 상수인이 손을 내리고는 다시 전면을 바라보았다.

“최근에 나온 놈들에 의하면 현재 왜국의 에도막부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가문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삼천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지금도 계속 난민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와우, 삼천명이라....”

하후상의 말에 일행들도 해연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본래 왜국의 천황이 내려주는 호칭인 ‘쇼군(장군)’ 이라는 호칭을 스스로 붙이고 그 아래 코케닌(무사) 계급에 스무명의 직전 제자들 박아 놓고 들어오는 난민들을 제어 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왜인들이 뭘 먹고 살지?”

문득 궁금하다는 듯 막대광이 질문을 던졌다.

“좋은 질문이십니다. 본래 마사히로라는 자가 넘어오기 전까지 왜구들의 주 수입원은 광동 광서 해변마을의 약탈이었습니다.

구년 전 마사히로가 넘어와 왜구들을 통합하고 나서는 뭍에서의 약탈과 더불어 남해 바다를 지나는 상선들을 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약탈한 재물과 물건은 아까 이야기 드린 무역업자를 가장한 수하들에 의해 생필품과 군수품으로 바뀌어 마사히로가 있는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찻물을 삼켜 칼칼해진 목을 가다듬은 상수인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거기에 사로잡힌 중원인들을 서역상인들에게 노예로 팔아 넘기는 것도 주요 수입원 중에 하나입니다.”

“천하에 몹쓸 종자들이로고....”

막대광이 인상을 찌푸리며 술잔을 들었다.

“그들의 근거지를 파악할 방법은 없는가?”

검단주의 물음에 상수인이 바로 입을 열었다.

“마사히로의 수하들로 판단되는 무역상이 구입한 물건들을 실어 나르는 배에 대원을 침투시키려 해 보았으나 번번히 실패하였습니다.

그 놈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근거지를 숨기기 위해서인지 직접 몰고 온 배와 선원들만 이용하여 바다로 나아갑니다. 솔직히 현재의 자금 지원과 인원으로는 저들의 근거지를 알 방법이 없습니다.”

상수인의 말이 끝나자 제갈청하가 입을 열었다.

“근거지를 알 수 없다면 놈들이 기어나오게 만들면 됩니다.”

“어떻게?”

하후상의 질문에 제갈청하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주작대주의 말에 의하면 저들의 주요 수입원이 뭍에서의 약탈과 바다에서의 상선 습격이라면 이들의 자금줄을 말리면 되지요.”

“좋은 생각이오. 뭍에서의 약탈은 우리가 나서면 될 일이고 바다에서 문제는 어찌했으면 좋겠소?”

팽무강의 질문에 일행들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제갈청하를 바라보았다.

“이 남해바다의 제해권을 가진 곳에 도움을 요청 해야지요.”

“남해검문을 말씀 하시는지요?”

주작대주의 말에 제갈청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뭍에서야 우리가 힘을 쓸 수 있지만 바다에서의 싸움은 다르지요. 남해검문에 요청을 해서 뭍과 바다에서 한꺼번에 놈들의 목을 조이는 것이지요.”

좌중의 일행들이 그럴 듯 하다는 표정을 짓는 중에 상수인만 뭔가를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주작대주, 하실 말이 있으면 하시오.”

검단주의 말에 상수인이 결심을 굳힌 듯 다시금 입을 열었다.

“여협님의 말씀이 객관적으로는 타당 하나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어떤 문제인지요?”

“현재 남해 바다를 지나는 상선 중 근 오년 간 유일하게 왜구들의 습격은 안 받은 곳이 있습니다.”

“남해검문?”

“네, 왜구들의 왜선이 중원의 상단이고 서역인의 상단이건 닥치는 대로 습격하고 배를 끌어 가는데 유독 남해검문의 배만 건드리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 것인지 말을 돌리지 말고 하시지요.”

제갈청하의 말에 상수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어갔다.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남해 바다를 지나는 상선들과 서역상인들의 선주들끼리 주고 받은 말 중에 남해검문이 왜구들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 말씀은 남해검문이 왜구들의 습격에 협조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인가요?”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 드리자면 남해검문과 왜구의 수장 마사히로와 우리가 모르는 밀약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주작대주의 말에 중인들이 저마다의 생각에 잠겨 침묵이 무겁게 장내를 짓눌렀다.

“좋은 말씀, 감사하오. 일단 왜어를 가르칠 사람을 내일 보내 주시고 추후 다시 회의 시 주작대주의 조언을 구하겠소이다.”

검단주의 말에 상수인이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한 후 옆에 기다리고 있던 곡굉과 함께 방을 나섰다.

“어찌하려구?”

제갈청하의 물음에 북리준이 팔짱을 풀고 술잔을 잡아갔다.

“일단 지금부터 뭍에서의 돈줄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남해검문을 부군사와 함께 조만간 방문해서 직접 탐문해 보는 것으로 하자.”

술잔을 들어 흔쾌히 비운 북리준이 막대광 쪽을 바라 보았다.

“오늘 왜구들과 첫 손속을 나누어 보셨는데 어떠셨는지요?”

“그냥 칼 좀 휘둘러 본 해적 수준? 어렵지 않았다.”

“상이는?”

“막대협님의 말씀에 동감해. 전장에서 만났던 징집병 보다 조금 나은 수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북리준이 팽무강에게 시선을 던지자 어깨를 으쓱한 후 입을 열었다.

“나도 비슷해.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세 사람의 말을 듣고난 북리준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검단의 순찰이나 전투가 위협적이지 않았기에 질이 떨어지는 난민 무사들이 주를 이룬 것 같다. 하지만 오늘같이 단 한 놈의 생존자도 돌려 보내지 않는다면 센 놈들이 튀어 들어 올 것이다.

항상 방심하지 말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단 무인들의 수준을 끌어 올렸으면 합니다.”

****

곡굉의 안내로 검단주의 회합에서 나온 상수인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땅 꺼지겠수. 젊은 처자가 뭔 그리 한숨은 쉬어...”

“아, 죄송합니다!”

“죄송하라고 한 말 아니니까 그리 긴장하지 말라구. 그냥 너무 많은 걱정을 그 여린 몸에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안쓰러워서 그런 거니까...”

“곡대협의 관심, 감사드립니다.”

“나 대협 아니라니까! 그냥 오라비라고 불러줘. 난 그게 더 좋아.”

“어찌 제가....”

“허허, 난 그냥 낭인이라니까. 그쪽하고 살아온 방식이 비슷한 사람이라고. 혹여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하시라도 내게 이야기 해. 살아 있었으면 딱 상대주 나이가 되었겠구만...”

“누구를 말씀....?”

“죽은 내 누이가 있었다네. 못난 오라비를 만나 몹쓸 놈 손에 비명횡사한.....”

“아, 예....”

“내 말에 부담 갖지 말고 서로 도우면서 사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언제라도 찾아오게. 이래 보여도 검단주가 나를 형님이라 부른다네.”

“아, 알겠습니다, 곡대협....”

“그냥 오라버니라고 다음 부터는 불러주었으면 좋겠구만. 그만 가서 쉬시게!”

어느새 주작대의 처소에 도착한 곡굉이 휘적거리는 걸음으로 저 멀리 사라져갔다.

“오, 오라버니.....”

****

“칙쇼! 한 놈도 안 돌아왔다고?”

마사히로의 수제자 이며 제일 코케닌인 카이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평소보다 배의 인원을 보냈는데 한 놈도?”

네 개 대 백이십명이 넘는 인원을 약탈을 위해 내보냈는데 사흘이 지나도록 단 한명도 돌아 오지 못했다.

“어디서 단체로 술과 계집을 끼고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거 아냐?”

자신과 막역한 사제인 켄지가 소도로 손톱을 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보고 하던 수하를 내보낸 카이토가 자리에 앉아 중얼거렸다.

“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는데.....”

“남해검문주 놈의 말대로 이번에 온 신임검단주라는 놈이 뭔가 야료를 부리는 가 봅니다.”

그 때 방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가 온 몸에서 살기를 풀풀 내뿜으며 들어섰다.

“이게 누구십니까? 풍마류의 수장이신 신이치님 아니십니까?”

얄상한 표정의 켄지가 소도를 내려 놓고는 방 안에 들이닥친 신이치를 보고 이죽거렸다.

“꼬마는 꺼져라.”

“무슨 일로 이리 화가 나셨는지요?”

카이토가 자신의 스승이자 주군인 마사히로가 신이치를 자극하지 말라는 명을 기억하며 웃음을 지었다.

“사흘 전 뭍에 올랐던 자들 중에 돌아온 자가 있느냐?”

“아, 아직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곧 돌아오겠지요.”

“나하고 말장난 할 정도로 다 컸다고 생각하는가? 내 휘하에 있던 광귀삼살이라는 세 놈이 섬에 안보인다. 혹시 살행에 나갈 때 묻어 나간 것은 아닌지 확인을 해보거라.”

자기 할말을 마친 신이치가 신형을 돌려 찬바람을 쌩 일으키며 방을 나섰다.

“하아, 무서운 아저씨네...”

“에도막부와의 싸움에서 저리 밀리지 않았으면 본토에서 한 자리 차지할 실력자다. 함부로 하지 말거라.”

“사형이 그리 말 안해도 조심 하지요.”

“그나 저나 광귀삼살이라는 개새끼들이 설마 살행에 묻어 나간 거는 아니겠지? 여봐라.”

밖에 대기 하고 있던 무사에게 살행에 나간 자들의 명부를 들여 오라 이르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간 놈들이 다 당한거라면 주군께 보고 드려야 하는데.... 거기다 풍마류의 골치덩어리들이 섞여 있다면? 휴우....”

****

“어디를 가는건데?”

제갈청하가 아침 댓바람부터 광동성에 같이 가자는 말에 검단을 나섰다.

“너무 정보가 부족해. 정보를 사야겠어. 앞으로 모든 정보를 네가 취합해야 할 테니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

말을 달려 광동성 어느 한 전각 앞에 선 제갈청하의 눈에 많이 보더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천풍루?”

“그래, 마사히로와 남해검문에 대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서 정보를 사려고 해.”

“여기 금액이 장난이 아닐텐데....?”

“하하, 벌써 돈 걱정을 하는 거야? 자금은 넉넉하니 걱정하지마.”

천풍루에 들어서자 흑색 무복의 집사라는 자에게 광동성 지부장을 보러 왔다고 말하자 한 화려하기 이를데 없는 방 안으로 안내 되어졌다.

“오랜만이군!”

방 저편 발이 내려져 있는 곳에 지부장인 공소혜가 자리를 잡자 북리준이 입을 열었다.

“누구신지....?”

“벌써 나를 잊은 겐가? 섭섭하군....”

북리준이 자신의 얼굴에 씌여진 가면을 벗자 발 안에 좌정한 공소혜의 입에서 뾰족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니, 당신은.....냉혈추혼, 금구전장 야명주?”

“하아, 나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야명주요?”

“당신의 정체를 파악 하기 위해 별 짓을 다했는데 허탕만 쳤어요. 도대체 당신의 정체가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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