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75화 (75/167)

75. 돈 좀 있는가?

두 사람의 말에 나머지 일행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들이 오기 전에 부군사와 남해검문에서 온 협조 공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북리준이 간략히 남해검문의 협조 사항을 설명하자 철면신산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마사히로와 남해검문의 장문이 손발을 맞추었군.”

“사백의 검단원을 선박 대수리를 위한 작업에 투입해 달라? 기간은 사흘이고?”

막대광의 말에 일행들이 각자의 생각에 잠겨 들어 가고 잠시 후 북리준이 입을 열었다.

“군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군요.”

“두 가지 방안이 있소이다. 첫 번째는 남해검문의 요청을 거절 하고 풍마류 닌자들의 습격에 철저히 대비 하는 것이지요. 이 대비의 문제는 우리의 방비가 철저해 지면 습격을 취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놈들이 세불리를 느끼고 취소 하면 다행 아냐?”

막대광의 말에 독고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뇌까지 근육인 놈은 입 좀 다물어라...”

“지랄....”

독고우의 핀잔에 막대광이 투덜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두번째는 놈들의 계획대로 놀아 주는 거지요. 단, 수백의 닌자들을 사백의 검단원들이 빠진 상태에서 잡아 낼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철면신산의 말에 좌중의 일행들이 다시 한번 각자 생각에 들어갔다.

“두번째 방법을 쓰고 싶습니다. 문제는 제가 예전에 살수들과 검을 섞어 보았는데 일반 검단원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백 명을 다른 곳으로 빼내고 북경에서 내려온 우리 인원들 백여명으로 닌자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북리준의 말에 철면신산과 제갈청하가 서로를 바라 보았다.

“일단 놈들의 습격 날짜를 특정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남해검문에서 요청한 사흘 중 하루가 그 날 이겠지요.

문제는 왜국의 살수들의 공격 방법에 대해 아는 자가 전무 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제갈청하의 말에 독고우가 살며시 손을 들었다.

“내가 왜국의 닌자들과 검을 섞어 본 경험이 다수 있네. 여기 있는 곤오도 마찬가지이고.”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마사히로의 세력 중 풍마류가 차지 하는 비중이 사할 정도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놈들을 유인하여 쓸어 버린다면 마사히로에게 꽤나 큰 타격이 될 것입니다.”

북리준의 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문제는 놈들이 이 곳에 들어 왔을 때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여 놈들을 지울 수 있느냐는 것이네.”

철면신산의 말에 북리준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창과 금의위의 군관들은 제가 명을 내릴 수 있으나 무림세가에서 파견 나온 고수들과 낭인들에게는 강제할 수가 없군요.”

“너무 승산이 없는 싸움에 참여해 달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네.”

제갈청하가 북리준의 말에 첨언을 했다.

그 때 독고우가 북리준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는 넌지시 입을 열었다.

“단주, 혹시 돈 좀 있는가?”

난데없는 물음에 좌중의 일행들이 독고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너 미쳤냐? 갑자기 웬 돈?”

막대광이 자신의 친우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자신의 머리에 다시 손을 얹었다.

“열은 없는데?”

“꺼져! 단주, 내가 지금 이야기한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 듯 해서 말일세.”

“세이경청 하겠습니다!”

독고우가 좌중의 인물을 쭉 훑어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내 정체를 아는 사람은 내 친우와 곤오, 단주 뿐이겠군.”

철면신산과 제갈청하, 곡굉, 상수인도 묵혈도라는 막대광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으나 그 친우라는 독고우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는 것에 내심 궁금증이 있었다.

“제가 말씀 드릴까요?”

북리준의 말에 독고우가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아닐세. 내가 직접 이야기 하지. 여기 있는 단주는 내가 은혜를 입었던 천산의 어느 가문과 연이 닿아 알게 되었다네. 철면신산, 풍령곡이라고 들어 보았는가?”

“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중원 무림 살수계에 두 개의 하늘이 있지요.

하나는 풍령곡이오 다른 하나는 귀혈루라 불리우고 있습니다.

‘원한이 사무쳐 하늘과 땅 사이를 메울 정도라면 풍령곡을 찾으라. 원한이 해결된 후 울리는 풍령소리에 영혼의 안식을 얻을지니....’

이 말이 회자되는 풍령곡에 대한 평가이지요.

귀혈루는 돈이 된다면 남녀노소 선인악인 구분 없이 척살을 받아 주었으나 풍령곡은 삼불의 원칙에 어긋나면 억만금을 주더라도 청부를 수락 하지 않고 있습니다. 청부대상이 어린아이와 아녀자, 선인으로 판명된 자라면 풍령의 힘을 빌릴 수가 없지요.

이러한 연유로 저희 정도 문파 중에서는 풍령곡을 일반 살수 단체라기 보다 정도의 한 문파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철면신산의 긴 설명에 독고우가 흡족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고맙네. 실은 내가 풍령곡의 전대 곡주라네.”

“에엑, 푸, 풍령곡의 저, 전대 곡주?”

곡굉이 사색이 된 얼굴로 버벅거리며 흔들리는 시선을 바로 잡지 못했다.

“풍령곡의 전대 곡주시라면 귀령검이라는 별호로 불리셨던 분이 맞으신지요?”

제갈청하의 말에 독고우가 푸근한 웃음을 지었다.

“맞네. 흘러간 이름일 뿐 이지...”

“너만 흘러간 이름이야. 난 뜨고 있는 중이고!”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의 막대광이 불퉁거렸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리 땅에서 왜구들의 살수 단체가 날뛰는 상황이더군. 난 이 상황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네. 그래서, 단주의 고민을 해결 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 하려고 하네.”

“풍령곡에 청부를 넣으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네. 물론 전대곡주인 내가 소집령을 내리면 한번쯤은 써 먹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러고 싶지는 않네. 이 청부에 대한 취지를 내가 직접 설명하고 청부금은 최대한 싸게 해서 의뢰를 성공시키겠네.”

독고우, 전대 풍령곡주의 제안에 다들 흥분된 표정으로 북리준을 쳐다 보았다.

“저야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군사님,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도 좋습니다. 우리에게 상대방이 알지 못하는 막강한 패가 생기는 것인데 반대할 수가 없지요. 물론 금전적인 문제가 남았지만 말입니다.”

“금전적인 문제는 전적으로 제가 해결 하겠습니다. 풍령곡에 대한 청부 의뢰에 대해서는 나중에 독고숙부님과 다시 논의 키로 하고, 부군사!”

“말씀하세요.”

“바로 회신을 하지 말고 이틀 정도 후에 협조하겠다고 공문을 띄워 주세요. 공문의 내용 중 사백이 아니라 오백명 전체를 보내 줄테니 이틀로 기간을 단축 하겠다는 것과 남해검문에 우리가 빚 하나를 지운다는 느낌을 강하게 실어 주세요.”

“알겠습니다. 숙부님과 함께 공문 내용을 작성 후 단주님께 검토 요청 드리겠습니다.”

“상대주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금부터 모든 정보망을 총 동원해서 마사히로 쪽 정보를 긁어 모아 주세요. 그리고, 역으로 남해검문에 오백명의 검단원 전원이 차출될 예정이라는 소문을 자연스럽게 퍼뜨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곡형님도 틈틈이 상대주님을 도와 정보 수집과 작전 수립에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네!”

“크크크, 이 곳이 중원 살수와 왜국 살수들의 전장이 되겠구나. 아주 재미있겠어!”

막대광이 정말 신이 난다는 표정으로 싱글 거렸다.

“퍽이나 좋기도 하겠다. 또 얘들 한테 칼침이나 맞지 말고 수련이나 열심히 해라.”

독고우의 말에 금새 얼굴이 벌개진 막대광이 헛기침을 했다.

“커흠, 큼! 술을 많이 줄이면 된다....”

다음 날 독고우과 곤오가 북리준과 철면신산, 제갈청하와 청부의뢰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검단을 나섰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기한 안에 조치를 다 해 놓을 수 있을 것이네.”

“독고대협만 믿겠습니다.”

철면신산이 정중히 포권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당연히 내가 해야할일이지.... 그나 저나 저 뇌도 근육인 놈을 여기에 놓고 가는 것이 당최 불안해서 말이야.”

“미친놈아! 오다 가다 길 잃어버리지 말고 제자놈 뒤를 꼭 붙어 다녀라.”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북리준이 포권을 취하며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북리봉공의 일이 곧 내일일세. 너무 심려치 말게. 가격은 내가 후려쳐서 많이 남겨 올테니 나중에 술이나 거하게 한잔 사주게.”

“당연하지요.”

“나도 나도!”

막대광이 근 이십년 래 처음 떨어지는 친우를 보며 가슴 한켠이 아릿해져 왔다.

“누가 보면 애인이 길 떠나는 줄 알겠다. 그 눈깔, 확 파버리고 싶다.”

자신도 괜히 먹먹해지는 가슴에 모진 소리를 툭 뱉은 독고우가 곤오와 함께 말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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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조를 해 주겠다고 회신이 왔습니다.”

단천수사 방백이 목철군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제 까짓 놈들이 버텨봤자겠지....”

“그런데 저희가 요청한 사백이 아니라 오백을 차출해 주는 대신 기한을 사흘에서 이틀로 줄여 달라고 합니다.”

“어차피 우리 목적은 달성 한 거니 알아서 하라고 해.”

“말미에는 검단원 전체를 차출 하니 빠른 시일내에 저희 검문의 배를 빌려 달라고 써 놓았더군요.”

방백의 말에 목철군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그 건방진 어사 놈 목이 달아나면 다 필요없는 일이 될테니 기분이나 좋게 답신을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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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히로와 제일 코케닌 카이토, 신이치와 죠닌 아야토가 자그마한 방에 술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네 놈이 말한 판은 어찌 되었느냐?”

신이치가 마사히로가 채워 준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날카로운 눈으로 말을 던졌다.

“앞으로 보름 후 해남검단원 오백이 이틀 동안 남해검문으로 차출 될 것이다. 그 이틀 동안은 우리의 목표인 검단주놈을 포함 하여 일백이 안되는 인원이 남게 될 것이다.

설마 이 정도 까지 차려 주었는데 상을 걷어차지는 않겠지?”

마사히로가 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그 일백이 안 되는 인원.... 다 지워주지. 청부가 완수 되면 이 곳으로 우리가 옮겨갈 수 있게 조치를 해 다오.”

아야토가 건네는 지도를 카이토가 받아 마사히로에게 넘겼다.

“호오, 꽤나 많이 준비했군. 이 곳에 너 만의 왕국을 만들겠다?”

“네 놈에게 이득이 되면 되었지 해는 되지 않을 테니 걱정은 접어 두어라.”

“물론! 해남검단주의 목이 날아가면 내 운신의 폭이 커질 것이고 그것은 네게도 손해 볼 일은 아닐 것이다.”

마사히로와 신이치 둘이 동상이몽을 꿈꾸며 서로의 잔을 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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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문 들었죠?”

승진이 자신의 검을 닦아내고 있는 왕일을 향해 입을 열었다.

“뜬금없이 뭔 소문?”

“보름 후에 남해검문으로 우리 검단원 전체가 차출 되어 간다는 거요.”

“난 또 뭐라고... 대주 회의에서 들었다. 이틀 동안 선박 수리에 필요한 인력 수급이라고 하더라.”

“예전에는 지네 마음대로 인원을 빼 가더니 준이가 검단주로 오고 나니까 허락을 받네 마네 하는 모양이네요.”

승진이 신바람이 나서 손짓 발짓을 해가며 말을 이어갔다.

“그나 저나 그 삼재검진 있잖아요? 이거 정말 완전 대박이더라구요. 예전에 순찰 나갔다 만나면 바로 목을 바쳐야 할 정도의 왜구들이 우리 셋에 둘러싸이니까 맥을 못 추더라고요.”

승진의 말에 왕일이 닦던 검을 내려 놓았다.

“삼재검진도 그렇지만 난 우리대에 파견된 스무명의 창대가 더 대단한 것 같다. 달려드는 왜구들을 단 일격에 꿰뚫어버리는데 하아, 정말 우군이라 다행이지 적이었으면 아찔할 뻔 했다.”

“형님 말씀대로 이제 검단원들이 순찰을 나가기 전 죽을상을 하고 못 돌아오면 어쩌나 걱정하던 것이 얼른 다녀 와서 뭐를 할까를 약속하는 모습에 가슴이 뜨거워 지더라구요.”

“다 우리 준이 덕분이지. 너나 나나 준이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더욱더 무공 수련에 열중해야 한다.”

“말하면 입만 아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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