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해상 훈련
목철상의 옆에 앉아 있던 방백이 남해검문 장문의 말에 입을 열었다.
“장문인의 명에 마사히로의 왜구놈들이 뭍과 해상에서의 약탈이 중단된 시점에 해상훈련을 하기에 좋다고 판단 한 듯 합니다.”
“그 뿐일까.....”
“벽라도와 금사도의 군선을 다 합쳐 봐야 저희 남해검문의 군선 수의 반 도 되지 않습니다. 그 배들과 해남검단원들이 저희 남해검문에 쳐들어 와 준다면 감사할 따름이지요.”
방백의 말에 목철상이 맞장구를 쳤다.
“군사 말이 맞습니다. 만일 놈들이 이 쪽으로 선수를 돌려 온다면 저희가 떼몰살을 시켜도 명분은 저희쪽에 있지요.”
“그 검단주라는 놈이 그리 머리가 나쁠까?”
“검단주의 머리가 나쁘지 않더라고 그 수하들이 돌머리라면 말도 안되는 악수가 나올 수도 있지요.”
방백의 말에 목철군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불쑥 질문을 던졌다.
“청조의 해군 해상 훈련이 이 맘때 쯤 아니었나?”
“네, 맞습니다. 청조의 군선들이 산동에서 출발하여 이 곳 남해까지 와서 하는 훈련이 이미 약 한달 전 시작 되었습니다.”
삼년에 한번 청나라 해군의 군선들이 산동바다에서 시작하여 남해를 거쳐 운남, 서장까지 일주하는 훈련이 항상 있어 왔다.
“공교로운 우연인가....?”
목장문의 말에 목철상이 불쑥 끼어들었다.
“삼년에 한번 정기적으로 시행해온 훈련은 그 어사 놈이 오기 전부터 해 오던 것이지 않습니까? 어차피 저희 해남도 근처를 경유 하여 운남 쪽으로 빠져 나가는 일상적인 훈련과 상관이 있을 리가 없지요.”
목철상의 말에 방백이 바로 말을 받았다.
“장문인의 말씀대로 다시 한번 점검을 해 보겠습니다. 두 달 전에 훈련을 실시 한다는 공문을 받았을 때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내가 그 어사 놈 때문에 예민해졌나 보군....그래도 혹시 모르니 출전 태세를 갖추어 놓게. 그나저나 의뢰는 언제 시행한다고 했지?”
“금 주 중에 진행한다고 확답을 받았습니다.”
“검단주 놈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해남검단과 벽라도, 금사도를 다시 가져올 계획을 짜 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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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인 해남검단의 대주회의에 제갈청하와 북리준, 철면신산이 배석을 했다.
“금번 해상훈련은 해남검단의 창단이래 처음 실시 하는 훈련입니다. 단 한사람의 예외 병력 없이 참여함을 원칙으로 합니다.
이 훈련에는 검단주님을 포함하여 동창, 금의위, 무림세가, 낭인 고수분들까지 망라하여 진행하려 합니다.”
제갈청하의 말에 기린대주 범량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군사님, 질문이오!”
“기린대주님, 말씀 하시지요.”
“저희 해남검단이 창단 된 지 삼십년이 넘었는데 단 한번도 배를 타고 왜구들과 싸워 본 적이 없습니다. 육지에서의 싸움과 해상에서의 싸움을 차원이 다르다던데 굳이 저희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합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기린대주님 말씀대로 해남검단의 전투는 전부 뭍에서만 이루어져 왔습니다. 허나, 차후의 전투는 해상에서의 전투도 해남검단의 몫이 될 것이라는 조정의 명이 내려 왔습니다. 물론 이에 따른 보상도 극대화 할 것입니다.”
백호대주 봉필이 번쩍 손을 들었다.
“요새 왜구들의 약탈이 아예 없는데 그 이유를 혹시 알고 있으신지요? 그리고 듣기로는 해상에서의 약탈도 중지 되었다고 하는데 저희는 누구를 대상으로 훈련을 하는지요?”
봉필 대주의 질문에 이번에는 철면신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구들의 약탈이 소강상태인 것은 맞소이다. 그 이유는 왜구들 내부 사정으로 알고 있고 조만간 약탈이 재개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요. 또한 해상에서의 약탈도 분명 다시 시작 될텐데 그 전에 저희 검단원들의 해상에서의 전투력을 증강할 필요가 있다고 검단주님이 판단을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청룡대주 왕일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었다.
“그럼 이틀 후에 벽라도에 전 병력이 다 도착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훈련 기간은 약 보름 정도로 잡고요.”
“맞습니다. 내일부터 순차적으로 벽라도로 이동을 시작할 것이고 복귀하는 시기는 보름 후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모든 인원이 다 빠져 나가면 이 곳은 누가 지킵니까?”
현무대주인 사검평의 질문에 모든 대주 부대주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곳은 저희가 자리를 비울 동안 광동 안찰사 휘하 관청에서 파견을 나온 병사들이 경비를 설 예정입니다.”
회의가 파하고 대주와 부대주들이 회의 막사를 벗어나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이제는 바다 위에서도 왜구 놈들 상판대기를 보겠구만.”
범량의 말에 봉필이 히죽 웃음을 지었다.
“보상도 극대화 해준대잖아. 난 요새 아주 행복해 죽겠다, 흐흐흐!”
“저 새끼 돈을 죽도록 모으는 이유가 장가 갈려는 거더라구. 광동 성 내 사귀는 처자가 있더라. 부러운 새끼!”
사검평의 말에 왕일이 툭 하니 말을 뱉었다.
“부러우면 너도 어디 가서 보쌈이라도 해 오던가.”
“야야, 저 새끼 얼굴 보고 업혀온 처자 자살한다. 엄한 생목숨 날리지 마라.”
범량의 놀림에 사검평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랄을 하네. 전 해남검단을 통틀어 나 보다 못난 놈은 너 하나뿐이다.”
어느새 회의가 끝나고 막사 그늘에 앉아 있던 곡굉이 슬며시 주작대주 상수인의 손을 잡고 사라져갔다.
“좋을 때다..... 니미럴, 돈을 모으면 뭐하냐 같이 쓸 사람이 없는데....”
“그래, 그럼 네 놈이 나를 위해 술을 사거라. 흔쾌히 같이 네 돈을 써주마.”
범량의 말에 사검평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차라리 바다에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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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신이치도 못 돌아온건가?”
마사히로가 자신의 수제자인 카이토의 보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돌아 왔다면 벌써 왔어야 합니다.....”
“도대체 그 어사 놈 새끼 주위에 어떤 고수가 포진해 있는 거지? 백이고 이백이고 고수건 살수건 가는 족족 못 돌아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당분간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인 듯 합니다. 솔직히 풍마류 전체의 전력을 잃은 것이 저희에게 타격이 큽니다.”
카이토의 말에 마사히로의 인상이 사납게 구겨졌다.
“남해검문의 개새끼는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나 해남검단에는 이상한 관리놈이 내려와 눈엣 가시같이 굴지를 않나.... 이거 신녀라도 본토에서 데려와 푸닥거리를 한번 해야 되나?”
“한번 추진해 보겠습니다.”
“지랄하지 말고..... 오천 사무라이의 이주 건은 어떻게 되고 있나?”
“에도 막부에 반기를 들었다 멸문당한 성주들의 가신들 중 생존자들이 마사히로님의 휘하에 들기로 확정지었다고 합니다. 한달 안에 본토에 배를 보내 그들을 데려 와야 합니다.”
카이토의 말에 마사히로의 찌푸려졌던 인상이 조금 펴졌다.
“그래, 죽어라고만 하는 법은 없는 법이지. 비록 풍마류가 저리 허망하게 날아간 것은 아쉽지만 사무라이 오천이 내 밑에 들어오면 더 이상 남해검문이고 해남검단이건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맞습니다. 남해검문을 쓸어버리고 저희가 해남도 그 곳에 둥지를 트는 것도 방법이지요.”
“최대한 빨리 그들을 이 곳에 데려오도록. 어차피 노략질을 못하니 배가 남아 돌잖아?”
“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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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몇 척이지요?”
“벽라도 소속 열척, 금사도 소속 열두척 그리고 검단주님이 개조를 의뢰하신 배 세척 포함하여 스물다섯척입니다.”
벽라도주의 말에 북리준이 금사도주에게 시선을 주었다.
“실전과 같이 훈련할 수 있는 준비가 다 된 것인지요?”
“네, 실제 왜구들의 해적선과 조우 했을 경우를 산정하여 대포를 비롯한 포탄, 제반 장비와 무기를 다 실었습니다.”
“이 모든 훈련에 드는 비용은 저희 검단에서 부담할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갈청하의 말에 금사도주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저희를 살려 주신 은혜가 하늘 땅끝인데 비용은요....”
“저희 검단의 재정이 풍족합니다. 이리 배와 인원들을 빌려 주신 것만 해도 충분합니다.”
총 오백이 넘는 해남검단원과 북경에서 내려온 일백이 넘는 동창. 금의위, 무림세가, 낭인들이 각자 지정 되어진 군선에 몸을 실었다.
“검단주님은 저희 대장선에 같이 오르시지요.”
북리준과 철면신산, 제갈청하와 독고우, 막대광, 곤오, 유검패 등이 같은 배에 올랐다.
‘이야기는 다 되었지?’
북리준이 전음으로 제갈청하에게 질문을 던졌다.
‘배를 띄우고 목표 지점 이십여리에 있는 섬에서 다 모이라고 했어.’
‘거기에서 모든 계획을 다 공유할 수 있게 준비해 줘.’
금사도주와 벽라도주가 북리준을 안내하여 대장선에 오르고 벽라도와 금사도의 병력 및 선원을 포함한 거대 선단이 거친 바다를 향해 돛을 펼쳐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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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 되겠군....”
북경 자금성 내 황태자 윤청의 집무실에 동창의 영반인 유공공과 금의위 위장인 곽대인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북리어사의 존재가 저희 대 청조의 홍복입니다.”
곽대인의 말에 황태자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북리어사가 대계를 성공한다면 우리 청조의 큰 시름을 덜어냄입니다. 대계를 완성 한다면 큰 상을 내리셔야지요.”
유공공이 곽대인의 말을 받고는 술잔을 들었다.
“말하면 입만 아프지요. 황태자 전하와 저희 둘이 이렇게 술잔을 기울이며 웃을 수 있는 것이 다 북리어사의 덕분 아니겠습니까?”
곽대인이 호탕하게 웃음을 짓고는 술잔을 비웠다.
“곽대인의 말대로 큰 은혜를 입은 것이 맞소. 그에 더해 우리 청조의 골칫거리인 왜구 문제를 일소해 준다면 이는 황제폐하께 고하여 상을 요청해야 할 일이지요.”
황태자의 말에 유공공과 곽대인이 서로를 쳐다 보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 저 남해 바다에서 들려올 승전보를 위해 건배를 올리겠습니다.”
곽대인의 건배 제의에 황태자와 유공공이 흔쾌히 잔을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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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대해를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스물다섯척 배의 맨 앞 대장선 선수에 북리준과 철면신산, 제갈청하가 서 있었다.
“때를 잘 맞출 수 있을지가 걱정이네요.”
제갈청하의 말에 철면신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인사대천명이라 했다. 우리가 최선을 다 했으니 하늘이 우리의 뜻을 알아 주시겠지.”
“어렵겠지만 이번 대계가 성공한다면 일거에 왜구들을 일소할 수 있습니다. 전 필히 해 낼 것입니다.”
북리준의 말에 철면신산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북리어사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일세. 난 이 역사의 길이 남을 대계에 일익을 담당한 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다네.”
“저도요, 숙부님!”
면사를 두른 채 사랑스런 눈길로 북리준을 바라 보는 질녀의 모습에 제갈풍의 가슴이 따뜻해져갔다.
‘허허허, 일이 다 끝나면 형님이 아주 좋아하시겠네. 저런 걸출한 사위가 준비 되어 있다는 사실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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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있어!”
저 앞에 나아가는 대장선을 바라 보며 팽무강이 중얼거렸다.
“있긴 개뿔이.... 갈매기 밖에 없네.”
옆에 서 있던 하후상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툭 하니 말을 내뱉었다.
“나도 무강이 말에 동감해. 갑자기 전 해남검단원과 우리까지 포함한 해상훈련이라는 것이 평범하게 생각되지 않아.”
언철진의 말에 모용민이 날아가는 갈매기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하후상을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저 뇌까지 근육인 놈만 모를거야. 어차피 배는 바다에 떴고 조만간 무슨 일인지 알려 주겠지.”
“저 갈매기는 구우면 무슨 맛이 날까?”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창을 던져 갈매기를 맞추고는 창을 어떻게 회수 할 수 있는지 연신 고민을 하는 하후상을 보며 세 명의 친우가 고개를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