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대계 발동
‘쉬이이익’
망루에 들어선 곤오의 삭도가 빛살 같은 속도로 한 왜구 무사의 목을 쳐 낸 순간 동시에 북리준의 오른팔에서 뻗어나온 일륜에 의해 둥실 다른 무사의 머리가 떠올랐다.
“옷을!”
북리준의 말에 급히 두 왜인 무사의 옷을 벗겨 입고 있던 옷 위에 걸치고 두 무사의 시신을 한쪽 구석에 처박았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돼.”
북리준의 말에 곤오가 히죽 웃음을 지으며 왜구 무사의 왜도를 한 손에 들고 저 수평선에 시선을 던졌다.
“이 외딴 무인도에 누가 온다고 이리 매일 망을 보누?”
“내 말이.... 그나 저나 광동 포구에 홍루 계집들의 살내음이 그립다.”
“크크크, 난 홍루는 취미 없다. 뭍에 올라 마을을 습격하며 즐기는 강간이 최고지.”
그 때 ‘어이쿠’ 하는 작은 중원어가 자신들이 딛고 서 있는 바닥 밑에서 들려 왔다.
“들었냐?”
“응. 가 봐라.”
한 왜인 무사가 자신의 왜도를 빼 들고 밑으로 내려 가는 계단을 걸음을 옮기는 찰나 ‘사아악’ 하는 기분 나쁜 소음에 뒤를 돌아 보았다.
“재수 없게 목 잘리는 소리를 내고 지랄이야...”
돌아본 왜인의 눈에 목 없이 비틀거리며 쓰러져 가는 동료의 몸통을 보며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자신의 목을 무겁게 지나가는 무엇인가를 느끼고는 세상이 거꾸로 돌았다.
“으이구, 미친놈아! 거기서 어이쿠 소리가 나오냐?”
독고우가 십년은 감수했다는 표정으로 쓰러진 왜인 무사의 옷을 벗겼다.
“떨어질 뻔 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미안 허다. 욕 먹어도 싸다.”
“돌아가서 보자!”
독고우의 말에 막대광이 못 들은 척 왜구 무사의 옷을 벗겼다.
“이런! 이 새끼들은 체구가 왜 이리 작아?”
“네 놈이 큰 거지. 이리 내!”
막대광이 내민 옷 옆구리를 단도로 잘라내어 품을 넓힌 후 건네 옷에 막대광이 억지로 신형을 구겨 넣었다.
“최대한 밑은 쳐다 보지 말고 저 멀리 수평선만 보면서 이야기 해라.”
슬쩍 주위를 둘러본 막대광이 얼른 고개를 안으로 집어 넣었다.
“여기서 들키면 우리 엿 되겠다...”
망루 주위 왜인들의 막사에 수 백의 왜구 무사들이 들락 날락 하는 모습에 막대광의 안색이 굳어졌다.
“최대한 안 들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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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금아가 다시 돌아 오자 구명선에 몸을 싣고 기다리고 있던 하후상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최대한 은밀히 적의 포대를 무력화 해야 합니다. 임무 완수 후 복귀가 여의치 않을 때 집결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십시오.”
제갈청하의 말이 끝나자 철면신산과 무림세가 소가주 넷, 유검패 외 동창, 금의위 군관 다섯, 섬전창외 낭인 셋 등 총 열 넷의 인원이 구명선에 올랐다.
“두 분 도주님! 우리가 떠난 후 군선을 최대한 천천히 무극도 방향으로 이동을 해 주십시오. 우리 작전이 성공하던 실패하던 청조의 해군과 같이 무극도를 적극 공략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벽라도주와 금사도주가 금아가 이끄는 구명선이 저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신형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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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쪽에 온다.”
독고우가 저 편에 자그마한 구명선이 다가 오는 것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북리 봉공의 말대로 이 망루를 우리가 점령하지 않았으면 침투조가 벌써 발각 되었겠어.”
막대광도 자그마한 구명선이 무극도 해안가에서 백여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잠시 섰다가 돌아 나가는 것이 눈에 들어 왔다.
열 넷의 침투조가 사전에 협의 한 대로 두 군데로 나뉘어 조용히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인적이 드물고 후미진, 북리준이 정해준 상륙장소에 올라 수어피를 벗고 해변가에 묻었다.
철면신산이 자신의 질녀와 팽무강, 언철진, 모용민, 하후상, 동창군관이 채비를 마치는 것을 확인 한 후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각 자 할당된 염산을 점검하고 바로 이동합니다.”
축시정 (새벽2~3시)이 다 되어 가는 즈음에 북방에 위치한 포대 근처에 도착한 철면신산 일행이 숲 한쪽에 신형을 숨기고 지도를 든 제갈청하가 먼저 숲을 나섰다.
잠시 후 돌아온 제갈청하를 중심으로 일곱의 침투조가 모였다.
“검단주가 말한대로 스무문의 포에 경비 인원이 얼추 서른은 됩니다. 최대한 은밀히 경비를 제거하는 것이 관건 인 듯 합니다.”
제갈청하가 땅에 포대 주위에 경비 병력의 분포를 그려내었다.
“이쪽 다섯과 여기 다섯을 먼저 지워야 겠다.”
철면신산이 포대 주위 양 쪽에 서 있는 경비대를 가리켰다.
“그 다음은 여기와 여기!”
포대를 중심으로 원 형태로 선 경비의 안쪽 두 곳을 가리키고 나서 일행들을 바라 보았다.
“그 후 최대한 빨리 포대 옆에 붙어 있는 적을 제거 한 후 포를 무력화 하고 다시 이 자리에 모인다.”
철면신산의 작전을 숙지한 여섯명의 무인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렸던 복면을 올려 썼다.
“시작이군...”
북리준의 말에 북방에 위치한 포대 주위에 움직이기 시작한 야행의 차림의 동료들을 곤오가 눈에 담았다.
‘시이익 퍼걱 사아아악’
언철진의 굵디 굵은 팔뚝에 목이 감싸인 왜구의 목이 부러져 나가고 하후상이 날린 단창에 목이 꿰뚫린 왜구가 쓰러지는 것을 팽무강이 안아 들었다.
제갈청하가 날린 비도 두 자루에 목과 심장을 꿰뚫린 왜구가 널부러지는 것을 모용민이 받치며 뻗어낸 검에 바로 옆 왜구의 목이 공중에 떠올랐다.
“저, 적...”
한 명의 왜구가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동료들이 소리 없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경호성을 지르려는 찰나 팽무강이 날린 도에 머리가 터져 나갔다.
반대편 철면신산의 일수에 두 개의 목이 잘리고 급히 합류한 제갈청하의 비도가 다시 공간을 가르며 두 왜구 무사의 머리에 틀어박혔다.
동창 군관의 날카로운 검에 목이 달아난 왜구들을 포함하여 순식간에 열 명의 왜구들을 처치한 후 시신들을 성벽 구석 그림자가 짙은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다음으로!’
철면신산의 전음에 팽무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 목표를 향해 일행들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밑에서 시끌 벅적한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계단을 오르는 것을 느낀 독고우가 전음을 날렸다.
‘교대다. 이번 놈들만 처리하면 한 시진은 마음 놓을 수 있다.’
“이놈들아, 교대하자. 밑에 따뜻하게 술을 뎁혀 놓았으니 한 잔 처먹고 자라.”
한 왜인이 망루 안으로 고개를 들이 미는 찰나 막대광의 억센 손에 멱살이 잡힌 채 쑤욱 빨려 들어갔다.
“뭐가 그리 급해?”
앞서 계단을 오르던 동료가 뛰쳐 들어가듯 망루 안으로 신형을 감추자 퉁퉁거리며 망루 안에 고개를 들이미는 찰나 우악스럽게 자신의 머리채를 잡는 손길에 끌려 들어온 왜인의 눈에 혀를 빼 물고 목이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는 동료가 들어왔다.
‘퍼걱’ 막대광의 우악스런 두 손에 고개가 돌아간 왜구 무사를 한 구석에 처 박았다.
‘또 오냐?’
‘아니, 이 두 놈이 다인 것 같다.’
같은 시각 두 명의 교대조를 자신의 삭도로 처리한 곤오가 두 구의 시체를 구석에 옮겨 놓았다.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어서 다행인데...”
북리준의 눈에 소리 없이 그 자리에서 신형을 눕히는 포대 경비병들을 보며 중얼 거렸다.
대낮처럼 환하게 불을 밝혀 놓은 북방 포대에 경비를 서고 있는 열 명의 왜인 무사들을 보며 철면신산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따로 떨어져 있으면 처리가 쉬운데 저리 몰려 있으니....’
‘제가 주의를 끌테니까 그 때를 노려 주세요.’
옆에 신형을 낮추고 주위를 살피던 제갈청하가 말릴 새도 없이 반대편으로 뛰쳐 나갔다.
“응, 저, 저거 뭐야?”
검은색의 무엇인가가 휙 반대편 구석자리로 날아간 것을 본 왜인 무사가 자신의 왜도를 뽑아 들었다.
“고양이겠지.”
“아냐, 고양이 치고는 덩치가 컸다고.”
“어이, 거기 둘! 확인 좀 해봐.”
경비 대장의 말에 제갈청하가 신형을 날린 곳으로 두 왜인 무사들이 왜도를 빼 든 채 천천히 다가 서고 있었다.
“심심하니까 별 짓을 다하는 구나.”
반대편에서 농담을 주고 받던 두 무사의 목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하후상이 내던진 창에 두 무사가 꿰뚫린 채 엎어졌다.
“저, 적이... 커어억”
입을 벌리고 경호성을 내지르려는 왜인 무사의 입에 모용민의 검이 틀어 박히고 제갈청하가 숨어 있는 곳으로 접근하던 두 무사가 긴급히 신형을 돌리려는 찰나 어둠을 뚫고 나온 두 자루의 비도에 목이 뚫려 나갔다.
“앞으로 이런 위험한 짓을 하지 말거라.”
철면신산이 엄한 얼굴로 구석 그림자에서 신형을 일으키는 질녀를 꾸짖었다.
“죄송해요.”
“빨리 시작 하게.”
철면신산의 말에 일행들이 지니고 온 자기병에 담긴 염산을 스무문의 포 심지를 넣는 부분에 부어 넣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쇠가 녹는 소리와 함께 심지를 우겨 넣는 부분이 완전히 막히는 것을 확인한 언철진이 다음 포로 향하는 순간 저 편에서 ‘퍼어엉’ 신호탄과 함께 요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들켰다. 최대한 빨리 처리 하자.”
일곱의 인원이 이리 저리 뛰며 포를 무력화 하는 것을 저 밑에서 움직이던 왜인 무사의 눈에 띄고 말았다.
“여, 여기도 적이다. 적이 습격했다.”
포대 밑에서 고함소리와 웅성거리는 기척에 내려다 보니 수백은 족히 되어 보이는 왜구들이 물밀 듯이 포대로 밀려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이, 이런... 다 끝났나?”
철면신산의 물음에 마지막 포에 염산을 다 들이 붓고 난 팽무강이 고개를 들었다.
“끝났습니다.”
“후, 후퇴한다. 사전에 공유한 집결지로 이동한다.”
“들켰군.”
독고우가 고요하던 섬이 갑자기 미쳐 날뛰는 모습에 개미처럼 바글거리는 왜구들을 내려다 보았다.
“우리는 여기서 버텨야 하는 건가?”
“최대한...”
귀가 먹을 듯한 웅성거림이 섬 전체를 뒤흔들고 섬 중앙에 위치한 자신의 궁에서 곤한 잠을 자고 있던 마사히로가 보고를 받고 있었다.
“침입자가 있다?”
“네, 북방과 서방 쪽으로 침입을 하다 발각되어 저희 사무라이들이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몇 명이나 되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열 명 안팎인 듯 합니다.”
“고작 열? 어디로 어떻게 들어 온거지?”
“그것이.... 파악 중입니다.”
“망루! 망루가 적의 손에 떨어졌다. 네 놈이 직접 망루의 적들을 잡아라.”
“하이!”
카이토가 급히 방을 나서고 마사히로가 시비들의 시중을 받으며 옷을 입었다.
“열명 안팎의 인원이 뭘 노리고 온거지? 남해검문에서 우리를 건드려 보는 건가?”
자신들의 근거지인 무극도의 존재를 아는 자가 남해검문주 밖에 없음이 떠오른 마사히로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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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오! 지금 바로 서방 포대에 접전이 벌어진 곳으로 이동해 줘.”
곤오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르자 북리준이 재차 말을 이어갔다.
“난 따로 할 일이 있어. 다른 사람에게 힘을 보태 줘.”
곤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망루에서 신형을 날려 저 편 초가 지붕 위로 신형을 감추었다.
북리준이 망루에서 두루 살펴 보니 북방의 포대는 임무를 완수하고 신속이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고 서방 포대에서 포를 무력화 하는 중에 접전이 벌어 진 것을 확인 했다.
일곱의 야행의를 입은 인물들이 급격히 산 아래로 이동하고 그 뒤를 수백의 왜구들이 쫓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방 포대를 완전히 무력화 해야 돼. 안 그러면 우리 측 손실이 너무 커진다.”
망루 바로 밑에 개미같이 왜구들이 모여들고 위를 올려다 보며 소리를 지르며 계단에 달라 붙는 왜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도 발각되었군.”
북리준이 서방 포대가 있는 방향을 가늠하고는 망루 난간에서 신형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