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마교 발호
청해성 내 곤륜산!
서왕모의 집이며 모든 선도를 닦는 선인들이 모여 도를 닦는 다는 선기를 지닌 명산이며 모든 중원인들이 우러러 보는 영산에 누구나 알고 있는 거대 유명 문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흔히 삼청 ( 이는 태청, 옥청, 상청 ) 이라 불리우기도 하고 중원 도가 무학의 발상지로 불리우는 대 곤륜파!
옛날에는 가히 최고봉이라 불리울 정도의 성세를 자랑하였으나 마교가 위치한 신강에 최 근접한 문파로 일차 이차 마교 발호 시 항상 맨 먼저 마교에게 피로 씻겨 나가는 와중에 그 위세가 작아져만 갔다.
곤륜파 내 장문이 기거 하는 대청전에 현 곤륜장문인 곤륜청학 범진도장이 자신의 사제이며 옥청각주인 범양과 차를 음미 하고 있었다.
“장문사형! 천무맹의 회합이 한 달 남았군요.”
“그러게 말이다. 이번에는 사제가 다녀 오시게. 노구를 이끌고 먼 길을 다녀 오는 것이 버겁기 그지 없네...”
“알겠습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그윽한 향기가 대전 안에 퍼져가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 편안함을 만끽하는 중에 그 기분을 깨는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장문! 저 범우입니다.”
자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며 사색이 된 얼굴로 들어서는 둘째 사제를 보고는 범양이 혀를 찼다.
“사제, 수양을 더 쌓아야겠구나. 뭐가 그리 급하다고....”
“마, 마교가 발호 했습니다.”
‘쨍그랑’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이 땅바닥에 떨어져 힘없이 구르고 떨리는 목소리로 장문이 재차 질문을 던졌다.
“마교, 마교라 했는가?”
“네, 지금 십만대산 초입에 상시 주둔하고 있던 곤륜문하 도인들이 물밀 듯 꾸역 꾸역 십만대산을 내려 오는 마교도들을 보았다고 합니다.”
셋째 사제의 말에 장문사형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 자신의 애검을 챙겨 들었다.
“자네는 당장 마교 발호를 알리는 봉화를 피우게. 둘째는 전 곤륜문하 문인들을 대 연무장에 모으고 사천으로 철수 준비를 서두르게.”
장문사형의 말에 둘째와 셋째의 얼굴에 황당함이 떠올랐다.
“마교와 싸우지도 않고 철수를 합니까?”
“무량수불! 왜 우리 곤륜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 모르는가? 우리가 마교와 이웃하고 있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이백년전 일차, 백년 전 이차 마교 발호 시 우리 곤륜만이 멸문지경에 이를 정도로 망가졌다.
발호 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마교를 우리 곤륜의 힘으로 막는다는 객기는 이제 내 대에서 그만 해야 한다네.”
“장문사형! 아무리 그래도 대 곤륜이 마교를 피해 달아 난다는 것이....”
자신의 사제인 범양이 발끈하는 말에 범진이 손을 내저었다.
“사제의 알량한 정도 문파의 정기 보존은 집어치우시게. 난 우리 곤륜의 생존이 우선이라네.”
장문사형의 준엄한 어조에 범양과 범진이 고개를 숙이고 자신이 맡은 일을 위해 대전을 급히 나섰다.
“거센 물결을 우리 혼자 감당할 필요는 없음이야.”
오년 전 천무맹주인 창궁섬전 남궁휘를 독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맹주! 내가 독대를 청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남궁세가의 제왕검형과 창궁무애검법의 끝은 본 유일무이한 절대검존인 남궁휘가 웃음을 지었다.
“곤륜의 장문인께서 이리 나오시니 제가 겁이 납니다, 허허허!”
“별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남궁휘와 범진도장이 용정차 두 잔을 사이에 두고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본도는 말입니다.....”
“말씀 하시지요.”
“대 곤륜이 흥망성쇠 중 쇠의 시대에 접어 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을.... 저는 흥이나 성의 시대에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허허허, 듣기 좋은 말씀이기는 하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장문이 자신의 문파가 쇠하고 있다는 말에 남궁휘가 입을 닫고 경청을 하기 시작했다.
“이백년전 마교 일차 발호, 백년 전 이차 발호 때에 저희 문파의 선조님들과 선배님들은 중원 무림을 마교의 마수에서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과감히 자신의 몸을 던졌습니다.”
“중원 무림에 몸 담고 있는 그 누구라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백년에 한번 꼴로 두 번의 마교 발호를 최일선에서 막아 내던 저희 곤륜이 처한 현 상황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남궁휘가 범진도장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파심에서 말씀 드리는 것이지만 앞으로 오륙년 후면 마교 이차 발호가 발발하여 겨우 정도의 명맥을 살린지가 백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렇지요....”
용정차가 담긴 찻잔을 들어 한 모금의 차를 삼킨 범진도장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만에 하나 언제고 다시 마교가 발호 한다면 저희 곤륜은 천무맹에 마교의 발호를 알리고 사천과 감숙에 있는 공동, 아미, 청성, 당문과 연계하여 방어선을 구축할 것입니다.”
범진의 말을 언뜻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남궁휘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저희 홀로 마교의 거센 첫 파도를 감내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만일 마교가 다시 발호하여 저희가 최일선에서 그 첫 공격을 받는다면 저희 곤륜은 반드시 멸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궁휘가 자신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논리를 펴는 곤륜의 장문을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곤륜의 뜻이 그러시다면....”
‘허허, 항상 안휘성에 자리한 남궁세가가 마교의 바로 옆에 사는 곤륜의 심정을 어찌 알겠는가? 무량수불....’
곤륜산 정상에 백년 만에 봉화가 피어 오르고 곤륜장문에 의한 곤륜 소개령에 불만을 가진 일부 곤륜문인들이 흉흉한 기세를 뿜으며 대 연무장 한 구석에 서 있었다.
“장문사형! 다 모였습니다.”
약 오백여명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곤륜문인들을 자애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장문을 향해 율법당의 당주이며 자신의 막내 사제인 범공 도장이 앞으로 나섰다.
“장문사형, 이건 아닙니다!”
범공의 뒤에 선 이십여명의 곤륜문인들이 불경스럽게 눈을 치켜 뜨고 장문인을 쏘아 보고 있었다.
“말씀하시게....”
“대 곤륜이 마교의 발호가 확인되자 마자 검을 섞어 보지도 않고 이리 개 쫓기듯 도망가는 것은 전 무림인들의 조롱거리가 될 일입니다.”
“맞는 말씀 이지요.”
“이 무슨 망발인지....”
“장문사형이 노망이 나셨나 보오.”
범공의 뒤에 서 있던 열혈문인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을 던졌다.
“이런 무뢰한 놈들이 다 있나? 감히 장문사형에게 그것이 할 말이더냐?”
범진의 사제인 범양이 성난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제, 물러 나시게. 내가 이야기해 보겠네.”
“사형....”
“괜찮네.”
범양이 뒤로 물러서자 범진도장이 자신의 막내 사제인 범공을 앞으로 다가갔다.
“그래, 범공아. 너는 어찌 했으면 좋겠느냐?”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대 곤륜의 이름에 먹칠을 이리 하시면 안됩니다. 누 백년 항상 마교 종자들의 피를 처음 보는 문파는 항상 저희 였습니다. 이번에도 대 곤륜이 살아 있음을 만방에 알려야지요.”
“허허, 그래! 대 곤륜이 살아 있음을 알린다라.... 이 노옴, 어디 허접한 공명심으로 곤륜의 명줄을 끊어 놓으려 하느냐?”
갑자기 내공을 실은 사자후를 터뜨리는 장문사형의 위엄에 범공이 주춤 뒤로 물러섰다.
“네 놈의 말대로 우리 곤륜 오백문인이 저 마교종자들을 맞아 장렬히 산화 했다고 치자. 그럼 남아있는 무림인들이 ‘아, 대 곤륜이여 영원하라!’고 칭송을 해 주겠지. 일년이고 이년이고 말이다.”
서릿발 같은 위엄을 전신에서 내뿜으며 토해 내는 열변에 곤륜문인들이 귀를 기울였다.
“우리 선조와 선배님들이 두 번에 걸친 마교 발호 때 슬기롭게 대처 하셨다면 현재 우리 곤륜의 위상이 이리 쇠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말하지만 이번 마교 발호를 정면으로 맞선다면 우리 곤륜은 필히 멸문의 길을 걸을 것이다.”
“두번이나 견뎌냈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번에도....”
“갈(喝)! 이 우둔한 놈아. 우리 곤륜의 현 위치를 직시하거라. 이백년전, 백년전 곤륜에 비해 우리가 선배님들 보다 월등히 낫더냐?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빠져 허우거리고 싶다면 네 놈 혼자 하거라.
난 현 곤륜의 장문으로써 우리 곤륜이 살아남아 다시 한번 흥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노라.”
장문의 피를 토하는 듯한 말에 범공이 자그마하게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곤륜의 터를 버린다는 것이...”
“허허허, 이백년전, 백년전에도 다 불타 버린 곤륜을 이렇게 재건해 내었다. 곤륜문인이 살아 있다면 언제고 다시 이 곳에 건물을 세우면 된다. 곤륜은 이 터와 건물이 아니라 바로 너희들 그 자체 이니라.”
장문사형의 피를 토하는 듯한 열변에 숙연해진 장내를 돌아보고는 자신의 뒤에 서 있던 범양을 불렀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사천으로 출발 하거라.”
“장문사형께서는?”
“난 마교 종자들의 동태를 파악 하고 바로 뒤 따르겠다.”
장문인의 표정을 살피다 뭔가 퍼뜩 떠오른 생각에 범양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장문사형! 나도 남겠소이다.’
장문의 심중을 꿰뚫어 본 범양이 피 끓는 목소리로 전음을 보냈다.
‘범양아, 곤륜이 마교를 맞아 도망쳤다는 오명을 희석하기에 나 하나면 충분하다. 정말 중한 짐을 넘기게 되어 미안하구나.... 난 너를 믿는다!’
‘크흐흐윽, 사형....’
‘다른 문인들이 절대 눈치 채지 못하게 하거라. 쓸데 없는 개죽음은 나 하나로 족하느니...무량수불!’
각자 등에 봇짐을 메고 말고 수레에 최소한의 것들만 싣고 곤륜을 나서는 문인들을 곤륜의 정문에서 바라 보는 범진의 노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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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 문사복을 입고 커다란 비취가 박혀 있는 검은색 영웅건을 두른 매서운 인상 사내가 두 자루의 흑색 대부를 등에 교차 하여 비끄러맨 채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십만대산을 나서는 교인들을 바라 보고 있었다.
“우사, 준비는 다 되었소이까?”
검은색 문사복에 노란 호박이 박혀 있는 흰색 영웅건을 두른 인자하게 생긴 인물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다 되었소.”
광명좌사가 출정 준비를 다 마치고 천마인 교주를 배알하기 위해 우사와 함께 천마전으로 향했다.
“교주를 뵈옵니다!”
광명좌우사가 무복으로 환복하고 각자의 성명병기를 몸에 지닌 채 저 위 태사의에 비스듬히 앉아 권태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젊디 젊은 미서생앞에 부복했다.
“준비는....”
“십만대산의 모든 마교도들이 성화의 불을 밝히기 위해 산을 내려가고 있사옵니다.”
커다란 흑색 부 두 개를 등에 교차하여 비끄러맨 광명우사가 우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좌정하시지요!”
천마의 태사의 옆에 서 있던 흑색문사복을 입은 사이한 기운을 물씬 풍겨내는 자의 말에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커다란 탁자 빈 자리에 광명좌우사가 자리를 잡았다.
“마군사, 계속하지....”
권태로운 목소리의 천마의 재촉에 마군사 공야무가 말을 이어갔다.
“광명좌우사님들은 이미 알고 계신 사항이니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마군사의 말대로라면 이번 원정은 우리들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군.”
묵색 갑주를 입고 탐스런 미염과 거대한 체구의 흑천마가주 북궁찬이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저희 신교가 지난 사백년 동안 두 번의 중원 정벌에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천마님의 명으로 십년 전부터 계획하였습니다.”
“우리 신교의 힘을 교주께서 너무 과소평가 하심이 아닐런지요?”
태사의에 앉은 천마를 향해 거침없이 일갈을 내지르는 한 자루 검 같은 기도를 내뿜는 검천마가주 위지천의 말에 천마 백무결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검천마가주, 우리 신교의 힘을 내가 과소평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정도 무림의 힘을 제대로 평가하자는 것이야.”
“그깟 정도 나부랭이들이 저희가 백년간 축척 해 온 성화의 힘을 감당해 내겠습니까?”
기이한 청발의 위험천만한 독기를 가득 품고 있는 독천마가주 천독룡이 검천마가주의 편을 들었다.
“본좌는 힘으로 군림하여 중원무림을 찍어 누르다 실패한 선조들을 답습하고 싶지 않아. 뭐 하러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렵게 가?
물론 여기 있는 몇몇은 내가 잔머리를 굴린다고 속으로 욕하겠지. 하지만 말이야.... 난 이번 정벌에 성공하고 싶어. 저 너른 중원 무림을 우리 신교의 발 아래 두기 위해서는 그 어떠한 편법도 다 쓸거야.
아, 물론 말 안듣는 새끼들은 갈기 갈기 찢어 본보기를 보이면서 말이지,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