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98화 (98/167)

98. 야인으로.....

“마교의 발호라....”

북경성 내 황태자의 처소에 유공공과 금대인, 황태자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 하는가?”

“솔직히 황태자 전하의 목숨을 위협했던 발칙한 무리들이라 십만 황군을 내려 보내 쓸어 버리는 것이 속 시원할 것 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만 이대로 지켜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사료 됩니다.”

금대인의 말에 유공공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현재 무림인들의 힘이 팽배할대로 팽배해져 감히 황권을 우습게 생각하는 도당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들이 정마대전을 일으켜 자중지란으로 서로의 힘을 빼 준다면 저희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지요.”

“관무불침이라는 오래된 불문율이 있기에 저 무도한 무림인들이 황권에 반기를 들지만 않는다면 관망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유공공과 금대인의 말에 황태자가 잠시 생각을 정리 하고는 입을 열었다.

“두 분 말씀대로 우리는 정마대전에 개입 하지 않기로 황제폐하께 고하겠습니다. 이 문제는 그리 하는 것으로 하고 북리어사는 언제쯤 볼 수 있습니까?”

황태자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는 유공공과 금대인도 기분좋은 표정을 지었다.

“아마 오늘 내일 정도면 도착 할 듯 합니다.”

“금 총병대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여 황제폐하께서도 북리어사의 업적을 충분히 치하하라 하셨습니다.”

“당연하지요. 저희 청조의 골칫거리였던 왜구의 근거지를 완전 토벌한 공로는 전무후무한 업적이지요. 아주 크게 상을 주셔야 합니다.”

금대인의 말을 유공공이 받아 말을 이어갔다.

“토벌 뿐이 아니라 왜구들의 군선 백 여척을 전리품으로 가져 왔고 또한 남해검문이 왜구의 대장과 내통하여 역적질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냈지요.”

“아무리 관무불침이라는 불문율이 있다고 하나 저희 청조정을 기만하고 왜구와 사통하여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운 남해검문의 장문을 일벌백계해야 합니다.”

금대인이 분기탱천하여 남해검문의 일벌백계를 주장하자 황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해검문의 문제는 두 분이 상의 하셔서 장문이라는 자는 북경으로 압송하여 죄값을 치르게 하고 남해검문은 십년간 봉문을 하는 것으로 하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술이 두어순배 돌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다 유공공이 불쑥 해남검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황태자전하! 해남검단의 거취를 어떻게 하실런지요?”

“으흠... 두 분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주제의 이야기에 금대인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해남검단의 창설 목적은 왜구 토벌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왜구들이 완전히 소탕 되어 해남검단의 주적이 없어진 상태이니 이 검단의 존재 의의도 같이 사라진 것이지요.”

유공공이 해남검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 드리자면 왜구들이 없는 남해바다를 경비하는 검단은 별무소용이기에 해산하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단, 왜구토벌에 지대한 공을 감안하여 검단원들에게 적절한 포상을 해야겠지요.”

“저도 유공공의 말에 동의 합니다. 해남검단이 왜구 토벌이라는 특수한 목적으로 설립된 임시 군대의 성격인데 조정의 경비를 계속 지원하여 유지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지요.”

두 사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한 황태자가 불쑥 다른 주제를 꺼내었다.

“두 분 말씀대로 해남검단은 포상을 한 후 해산하는 것으로 정하고 그러면 북리어사의 거취는 어찌 했으면 좋겠습니까?”

“당연히 대대적인 포상을 하시고 저희 동창에서....”

“허허, 동창이라니요? 금의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물입니다.”

“금대인.... 이 문제는 나중에 둘이 따로 이야기 합시다.”

“저도 좋습니다.”

두 사람의 옥신각신 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보던 황태자가 자신의 잔을 들었다.

“자자, 그만 다투시고 한잔들 하시지요. 하루 빨리 북리어사를 보고 싶습니다.”

****

유검패와 함께 황태자의 호출에 응해 북경에 도착한 북리준이 늦은 저녁을 북경성 내 객잔에서 함께 하고 있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북리준이 술병을 들어 잔을 채우자 유검패가 두 손으로 자신의 잔을 들었다.

“내일 자금성에 들 예정이니 오늘은 푹 쉬거라.”

“오랜만에 의부님을 뵙고 해남검단에서 어사대인과 함께 치룬 전쟁을 이야기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네 검이 왜구들과의 싸움을 통해 많이 날카로워졌다. 조금 더 참오 한다면 조정에 요긴한 검이 될 것이다.”

“저는 조금이라도 더 어사대인을 모셨으면 합니다.”

유검패와 북리준이 서로 잔을 주거니 받거니 기분 좋은 대화를 이어갔다.

“난 말이야.... 아마도 야인으로 돌아갈 것 같다.”

“무슨 말씀이신지...?”

난데없는 북리준의 말에 유검패가 해연히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마교의 발호에 대해 들었지?”

“네, 곧 정마대전이 발발할 거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무림의 일! 저희 조정의 일과는 무관합니다.”

“맞아! 관무불침....”

말없이 잔을 기울이는 북리준을 보며 유검패가 불안한 심정으로 잔을 들었다.

“해남검단은 이제 왜구 토벌이라는 목적이 달성 되었기에 아마도 다른 편제로 합류되거나 해산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럴 수 있겠군요....”

“내 무공의 연원이 마교와 무관하지 않아 난 부득이 마교에 맞서 싸워야 할 숙명이 있다. 그런데, 관무불침의 불문율로 인해 내가 청조의 관리 신분으로 마교와의 싸움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아, 그럼....”

유검패가 북리준이 야인으로 돌아간다는 말의 뜻을 알고 침음성을 내었다.

“그래, 내일 황태자 전하를 뵙고 야인으로 돌아 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을 할 예정이다. 나도 너와 함께 더 전장을 누비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너와 나의 갈 길이 다르구나.....”

“그럼 남해검문의 일까지만 저와 함께 하시면 안되겠습니까?”

남해검문주와 왜구 수괴와의 밀월관계에 대한 징치를 북리준과 함께 하고픈 마음에 유검패가 입을 열었다.

“아마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남해검문주가 바보가 아닌 이상 가만히 앉아 청조에서 내리는 벌을 달게 받을 자도 아니고 더욱이 정마대전이 발발하게 된다면 황궁에서 함부로 남해검문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증거가 충분히 차고 넘치지 않습니까?”

“물론 증거는 충분하지. 문제는 정마대전이 발발하면 정도무림에서 자신에게 힘이 되는 남해검문 같은 문파를 비호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고작 남해검문 같은 문파를 징치 하기 위해 황궁에서 무림과 척을 지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북리준의 말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에 유검패가 입을 다물었다.

“내가 야인으로 돌아가려는 이유 중 하나에 바로 남해검문도 포함된다. 청조에서 왜구와 사통한 남해검문 장문을 건드릴 수 없다면 내가 직접 그에게 죄를 물어야지. 청조의 관리가 아닌 무림인의 신분으로!”

****

다음 날이 밝아 유검패와 함께 자금성에 든 북리준이 황태자와 유공공, 금대인과 자리를 함께 했다.

“천세 천세 천천세! 황태자 전하를 뵈옵니다.”

북리준과 유검패가 오체복지를 하며 예를 표했다.

“정말 장하고 반갑소, 북리어사!”

“검패도 수고 많았다.”

“삼년이라는 시간을 달라 했는데 이년만에 왜구들을 완전히 토벌했음에 감탄했소이다.”

황태자와 유공공, 금대인의 진심어린 칭찬에 북리준이 다시 포권을 취하며 허리를 숙였다.

“과하신 칭찬에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니, 절대 과하지 않소. 오히려 모자르면 모자랐지. 안 그렇소 두 분 대인?”

“황태자 전하의 말씀이 백번 지당하신 말씀 이지요.”

“자자, 북리어사를 위해 내가 친히 술상을 준비하라 했소이다. 좌정하시오.”

미주가효가 즐비한 식탁에 둘러 앉은 일행들이 황태자의 건배 제의에 각자의 잔을 들었다.

“왜구 토벌이라는 중임을 완수한 북리어사의 유망한 전도를 위해!”

두 어 순배 술이 돌고 유공공과 금대인이 북리준의 잔을 서로 번갈아 채워 주며 동창과 금의위에 장점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황상과 황태자 전하의 지근 거리에서 보필하며 황궁 내 대소사를 감찰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동창이 북리어사가 꼭 경험해보아야 할 적임지요.”

“허허, 물론 동창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것은 인정 합니다. 허나, 북리어사의 호쾌한 무공을 제대로 사용 할 수 있으며 황상과 황태자 전하의 수족이 된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 이지요.”

북리준의 생각을 전날 들은 유검패는 두 사람의 언쟁을 보며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의 호의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황태자 전하, 소신이 청할 것이 있습니다. 꼭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유공공과 금대인 사이에서 두 사람의 실랑이를 지켜보던 북리준이 황태자를 향해 청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말해 보거라. 당연히 들어 주어야지.”

“소신이 이년 전 바로 이 곳에서 두 분 대인과 황태자 전하를 모시고 왜구들을 완전히 남해 바다에서 몰아 내겠다는 약속을 드렸고 다행이 그 약속을 어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장하고 장한지고....본좌도 익히 알고 있다.”

“해남검단의 주적인 왜구들이 완전히 일소 되었기에 제게 주어진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이에 제게 내려주신 호군참령어사라는 직위를 거두어 주셨으면 합니다.”

“응?”

“왜?”

유공공과 금대인이 갑작스런 북리준의 말에 서로를 쳐다 보았다.

“왜 직위를 거두어 달라는지 그 연유를 알고 싶구나.”

황태자 또한 북리준의 생각지도 않은 갑작스런 요청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 놓았다.

“황태자 전하와 두 분 대인들께서 무림의 정마대전의 발발에 대해 들으셨을 줄 압니다.”

북리준이 어제 유검패와 나눈 이야기를 황태자와 유공공, 금대인에게 차분한 어조로 설명을 했다.

“흠... 무슨 말인지는 알겠노라.”

“황태자 전하와 두 분 대인께 크나큰 은혜를 입었으나 제 일신에 얽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인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북리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한 채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허허, 두 분께서는 북리어사를 서로 자신의 그늘에 두시려 했거늘.....”

“북리어사!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게. 무림의 일에 발을 담궈 봐야 더러운 것만 묻는다네.”

“유공공님의 말씀에 동감이오. 황태자 전하의 총애를 받고 동창이나 금의위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리지 마시게.”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유검패도 조용히 한 마디 거들었다.

“저도 계속 어사대인을 모시고 싶습니다.”

“본좌도 북리어사 같은 인재가 우리 대 청조를 위해 일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마지막으로 황태자까지 북리준을 조정에 남게 하려는 말에 북리준이 다시 한번 허리를 숙였다.

“황태자 전하와 두 분 대인의 저에 대한 호의를 평생 가슴에 안고 가겠습니다. 어쩌다 청조의 관리가 되어 세 분께 큰 은혜를 입었으나 조정의 관리는 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수시로 하고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잔잔한 어조로 간곡히 거절하는 북리준을 보고는 황태자가 유공공과 금대인을 바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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