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01화 (101/167)

101. 개파

“해남도는요? 그 곳에 남는 인원은 없습니까?”

빈 집으로 남게 되는 해남도를 그냥 호락호락 포기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은 북리준의 질문에 금사도주가 쓴웃음을 지었다.

“해남검문주 그 개자식이 저와 벽라도주에게 친필 서한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중원 무림에 자리를 잡는 동안 빈집을 털었다가는 두 도의 멸문을 각오하라!’ 고 아주 대 놓고 협박질을 하더군요. 더러워서 안 들어 가려구요.”

두 도주의 말을 듣고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참 공교롭구나. 마교가 발호한 시점에 맞추어 중원으로 진출을 한다? 마사히로와의 결탁에 대한 조정의 처벌도 염두에 둔 것인가?’

“참 공교롭군요. 마교가 발호한 시점에 중원으로 진출이라는 것이 말입니다.”

“언젠가는 그 놈들이 뭍으로 기어올라갈 줄은 알고 있었으나 그 시점이 마교의 발호 시점과 맞아 떨어진 것이겠지요.

이런 혼란한 상황에 남해검문의 중원 진출에 신경을 쓸 정신머리가 아마 없을 겁니다. 특히, 광동 광서 지방에 구대문파나 오대세가, 사황련의 주요 가문이 없다는 것도 어느 정도 감안 했겠지요.”

“그나 저나 들리는 소문이 맞는지요? 검단주님이 관직을 내려 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 하던데...?”

“네, 맞습니다. 마침 두 분 도주님께 도움을 청할 일이 있었는데 잘 오셨습니다.”

“허허, 그리 높은 관직을 왜 굳이.....?”

“제 무공의 연원에 얽힌 일입니다. 지금 예전 천산파의 문주님과 그 식솔들이 내려와 계십니다. 북경에서 이야기가 잘 되어 이 곳에 해산되는 해남검단의 검단원들과 함께 무림인으로써의 생활을 시작 하려 합니다.”

“천산파....? 히익, 그 천산파?”

벽라도주가 생소한 이름에 속으로 되뇌이다 백년전 마교의 발호를 온 몸으로 막다 스러져간 전설적인 문파의 이름을 떠올리다 대경실색을 했다.

“백 년 전 그 천산파가 맞습니까?”

금사도주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지자 북리준이 웃음을 지었다.

“두 분이 생각 하시는 그 곳이 맞습니다.”

“하아, 어사대인의 출중한 무공의 연원이 천산파에 닿아 있었군요.”

“그리 되었습니다. 이제 해남검단이 해산하고 이 자리에 천산의 이름을 내걸고 저 또한 관직을 내려 놓고 마교와 일전을 벌이려고 합니다.

두 분 도주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허허허, 우리가 지금 이 자리를 보전할 수 있게 해 주신 분이 누구신데 부탁이라니요? 무엇이든 말씀 하세요. 금사도를 달라는 것만 빼놓고 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벽라도주 또한 금사도주와 마찬가지로 무림인으로 돌아온 검단주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

“해산?”

단천수사 방백이 남해검문의 광동성 이전에 관한 보고 중에 해남검단에 대한 건에 남해검문 장문이 반문을 했다.

“네, 마사히로의 근거지가 토벌 당하고 해남검단의 존재 의의가 희석되어졌다고 생각한 청조정의 판단 인 듯 합니다.”

“그 어사놈은? 북경으로 올라가는가?”

“아닙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관직을 버리고 무림인으로 돌아와 해산되는 검단원들을 끌어 안고 무림 문파 비슷한 것을 개파 하려는 듯 합니다.”

“하아, 개파라....”

목장문이 잠깐 눈에 이채가 스쳐지나 가는 듯 하더니 스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광동에 넘어간 기념으로 그 어사놈의 목을 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사소한 일로 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하찮은 자의 목은 언제든지 취할 수 있으니 조금만 참아 주셨으면 합니다.”

“끄응, 군사의 말이 맞군..... 그래도 사사건건 내가 하는 일에 걸림돌이 된 놈이니 뭔가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주면 안될까?”

“천(天)에서 좋아하지 않을 듯 합니다....”

“제기랄! 그 놈의 천....”

목장문의 짜증 가득한 말에 방백이 달래듯 입을 열었다.

“대계가 완성되면 그런 하찮은 방파는 문주님의 말 한마디에 쓸어 버릴 수 있습니다.”

“알겠다! 광동에서는 언제부터 활동이 가능 한가?”

“앞으로 열흘 후면 남천방가과 대해용가의 터에 저희 남해검문의 정예들이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좋군. 천무맹 회합은?”

“당연히 왔습니다. 장문인과 수행원 십인의 초대장이 이틀 전에 도착했습니다. 장문인께서는 수행무인들과 함께 사흘 후에 먼저 출발 하시면 될 듯 합니다.”

“장문인... 저도 함께....”

옆에 숨도 안 쉬고 있던 부문주의 말에 목장문이 손을 내저었다.

“가든가 말든가.... 군사는 나가서 계속 일 보시게.”

목장문의 축객령에 방백이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대전을 나섰다.

“아무리 천(天)에서 우리를 위해 파견 나왔기로소니 너무 방자 합니다.”

목철우가 조심스럽게 장문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자리에 앉았다.

‘입 닥치거라. 이 대전 안에 천의 눈과 귀가 없겠느냐?’

전음으로 일갈을 날린 목장문의 매서운 눈길에 목철우가 목이 몸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

‘죄, 죄송합니다. 저는 그냥....’

‘네 놈의 말을 알겠다. 나중에 천무맹 회동을 위한 이동 시에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알겠습니다, 장문!’

****

이차 정마대전 후 정도 무림의 힘을 모아 창설된 천무맹의 본단이 위치한 하남성!

천무맹주의 처소인 천무각에 전신에서 위맹한 기운이 뭉클거리는 맹주 절대검존 남궁휘와 작은 다탁에 앉은 선풍도골의 군사 창천수사 왕석산이 독대를 하고 있었다.

“마교 종자들은 어디까지 와 있소이까?”

“마치 유람을 하듯 현재 청해성을 지나고 있습니다.”

“곤륜의 영역은 넘어섰습니까?”

맹주의 말에 군사사 용정의 향을 그득 품은 잔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

“곤륜 장문인 범진 도장이 온몸을 난도질 당한 채 산문에 걸렸다고 합니다.”

오년 전 천무맹 회합 시 독대를 요청하고 마교의 발호 시 곤륜의 안위를 울부짖던 범진 도장의 절박한 얼굴이 떠올랐다.

“후우, 곤륜의 문인들을 어디에 있습니까?”

“청해성과 사천, 감숙성의 경계에 마교도들을 맞이하기 위한 연합군에 속해 칼을 갈고 있습니다.”

“아미, 공동, 청성, 당문, 곤륜의 연합군이군요.”

“지금 대로의 속도라면 한달 후 즈음에 첫 충돌이 있을 것입니다.”

“회합에 문제는 없소이까?”

남궁휘의 물음에 왕석산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열흘 후 천무맹 회합을 하루 만에 끝내고 마교와의 전쟁에 대한 진용을 완성할 예정입니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천무맹에 속한 군소방파의 수장까지 약 오백여명이 이 곳에 모여 회합에 참석할 것입니다.”

“사황련쪽은 어떻소이까?”

“그 쪽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지요. 사황련 산하 사황팔문의 여덟 세력을 중심으로 수백의 사파들이 결집하여 마교와의 전쟁을 준비 하고 있습니다.”

“연합의 가능성은?”

천무맹주의 물음에 군사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삼차 발호한 마교의 힘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일차 충돌의 결과를 보고 난 이후에 논의가 오갈 것 같습니다. 사천, 감숙 경계에 천무맹의 연합군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선발 병력 일부를 파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간을 보고 싶다는 것이지요.”

일차와 이차 마교 발호 시 항상 곤륜이 얼마만큼의 시간 안에 쓸려 나가는 것을 보고 마교의 힘을 가늠했던 것이 금번 곤륜 장문의 이상 행동으로 현 마교의 힘을 전혀 예상치 못한 천무맹과 사황련이 당황스런 상황을 맞이 하고 있었다.

“마교의 선발대와 천무맹의 사천, 감숙의 연합세력의 전투 결과에 따라 변수가 많겠군요.”

“첫 전투에서 우리측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면 전력을 투입하여 마교 종자들을 지우면 되지만 만일 반대 상황이 된다면 사황련과 손을 잡아야합니다.”

“황궁 쪽은 어떻습니까?”

천무맹주의 다른 질문에 왕군사가 다시 한번 찻잔을 잡아 갔다.

“그들이 아주 편리하게 내세우는 ‘관무불침’의 계를 내겠지요. 마교가 바보가 아닌 이상 정도와 사파 두 곳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청조를 거스르는 행동은 지양할 것입니다.”

“마교가 백년 동안 힘을 모아왔다면 우리 또한 그만큼 힘을 모으고 성장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마교를 발본색원하여 이 중원 무림에 다시는 발을 못 붙일 기회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

해남검단원들을 모아 놓고 청조정에서 내려주는 대대적인 포상 후에 떠나기로 마음 먹은 검단원들이 검단을 나선 다음 날!

천산파의 문주인 도경명과 교교, 독고우, 막대광, 곤오가 천산문인들과 함께 대 연무장 맨 앞에 도열해 있었다.

잠시 후 검단에 남기로 마음을 정한 무인들이 각 대의 대주들의 통솔 하에 대 연무장에 질서정연하게 모여 들었다.

“몇 명이나 남았습니까?”

북리준의 질문에 옆에 서 있던 곡굉이 연단 밑을 바라 보며 대답을 했다.

“총 오백 이십 중 백 이십이 떠나고 사백이 남았네.”

“그렇군요. 그럼 시작해 보지요.”

북리준이 대 연무장의 연단 앞으로 나서자 옆에 서 있던 유검패의 내공이 담긴 목소리가 연무장을 울렸다.

“모두 주목!”

왁자지껄 오랜만에 만난 단원들이 다시 자신들의 앞에 펼쳐질 미지의 세상에 대해 떠들다 연무장을 울리는 목소리에 시선이 앞으로 모였다.

“반갑습니다. 저는 전 해남검단주였고 지금은 천산파의 봉공으로 자리를 바꾼 북리준이라고 합니다.”

“엉, 검단주님이 저렇게 생겼어? 가면을 벗으니 훨 낫네.”

“그래 말이다. 난 또 얼굴에 상처가 있어서 가리려는 용도 인 줄 알았더니 아닌가 벼.”

“천산파? 그게 어디 있는 문파인고?”

“야야, 입 좀 닥치고 들어봐.”

일순간 시끌벅적 해 졌다가 각 대주들의 고함 소리에 소란스러움이 잦아 들었다.

“많이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의 신분은 군인이 아닌 천산파의 문인 신분을로 바뀌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무림인으로써 첫 발을 내디딘 것입니다.”

북리준의 간단한 설명과 함께 천산파의 문주인 도경명의 소개와 소문주인 교교, 기룡을 인사 시키고 장로인 독고우와 막대광, 곤오가 천산문인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 후 시간부터 천산파의 무공을 여러분에게 가르칠 것입니다. 해남검단에서 하셨듯이 목숨을 걸고 무공을 수련 하신다면 빠른 시간 안에 진짜 무림인으로 거듭 날 수 있습니다.

혹시 들으신 분도 있겠지만 저 멀리 신강 천만대산에서 마교가 발호를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저희의 주적이 남해 바다를 횡행했던 왜구들이었다면 이후 저희의 주적은 마교가 될 것입니다. 천산파의 체계에 맞는 편제를 조속히 꾸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여러분들이 진정한 천산의 무인으로 거듭날 수 있게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북리준의 내공이 실린 목소리에 격앙된 왕일과 승진이 자신들의 검을 들고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천산파 만세!”

“천산파여, 영원하라.”

“와아아아아아아 천산파 만세!”

천산무관의 무인들과 새로이 편입된 검단원들이 뜨거운 가슴으로 새로 출발하는 천산파의 발전을 외치고 있었다.

“이제 시작 입니다!”

만세를 부르며 들끓는 대 연무장을 보며 북리준이 나직히 입을 열었다.

“목숨을 걸겠소이다. 대 천산파의 부흥을 위해.”

도경명의 말에 도교교 또한 면사를 쓴 채 굳은 결심을 하고 있었다.

‘옛 천산파의 영화를 기필코 재연해 내겠습니다. 북리 봉공과 함께....’

“허허, 말년이 심심하지 않겠어.”

“네 놈이 언제 심심하게 산 적이 있었냐? 앞으로 재미있는 일이 많아 질 거다.”

껄껄 거리며 웃고 있던 막대광의 어깨를 툭 치는 독고우의 눈에 기이한 열망이 물결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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