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첫 전투
신강과 사천의 경계에 발호한 마교를 막기 위해 구성된 연합세력의 수장들이 회합을 하고 있었다.
“개방의 정보에 의하면 마교 종자들이 이틀 거리에 도달해 있다고 합니다.”
청성의 장문인인 청현도장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마치 유람을 나온 놈들 마냥 온갖 구경을 다하고 오나 봅니다.”
공동파의 장문인인 장천진인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아니 될 악의 종자들이 곧 우리의 눈 앞에 보이겠군요.”
원래 마(魔)를 원수 보듯 하는 아미파의 벽운사태의 눈에 살심이 흘러 넘쳤다.
“허허, 여기 계신 범양도장의 마음 같겠습니까?”
당문주인 당백이 침중한 표정으로 차를 들이키고 있는 곤륜의 임시 장문을 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기필코 마교 놈들의 씨를 말린 후 장문사형의 시신을 거둘 것입니다.”
“자자, 잠시들 진정 하시지요. 보름 전 천무맹 회합 때 논의되었던 이야기를 염두에 두시지요. 이번 전투는 마교와 사생결단을 내는 최후의 전투가 아닙니다.
마교 놈들의 전력을 탐색 하는 성격이 강한 전투이니 세불리를 느낀다면 천무맹주님의 말씀대로 바로 퇴각을 해야 합니다.”
청성장문의 말에 범양 도장을 뺀 나머지 장문들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범양도장! 장문인을 마교놈들의 손에 잃은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나 너무 감정을 내세워 곤륜만 큰 피해를 입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공동의 장천진인이 조심스럽게 범양도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알고 있소이다. 그러지 않아도 곤륜문도들에게 두 번 세 번 다짐을 받고 왔습니다.”
“저도 범양도장의 마음같이 단칼에 마교 종자들을 쓸어 버리고 싶지만 여지껏 벌어졌던 정마대전을 비추어 보면 긴 전쟁이 될 듯 합니다.”
벽운사태의 말에 당문주인 당백이 다시 그 말을 이어 받았다.
“마교와의 첫 전투이며 전초전의 성격임을 잊지 마시고 할 수 있다면 놈들에게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히는 것이 최선이지요.”
“마교놈들만 백년을 준비한 것이 아닌 만큼 저희 정도의 힘을 제대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무량수불!”
청성장문의 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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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전은 우리 사대마가가 나서겠네.”
흑천마가주 북궁찬의 말에 광명좌사인 사공백이 웃음을 지었다.
“천마께서 좋아 하실 일을 만드셨으면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나선다는 거지.”
독천마가주 천독룡이 삐두름한 시선으로 광명좌사를 바라 보았다.
“하하하, 천마께서 이 곳에 당도 하기 전에 놈들을 싹 쓸어 버리시지요.”
광명우사 영호강이 호쾌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너른 가슴을 탕탕 쳤다.
“이틀 후에는 적들과 조우할텐데 정보가 있으면 군사께서 주시지요.”
검천마가주 위지천이 커다란 탁자에 둘러 앉은 사대마가주와 광명좌우사를 일별하고는 입을 열었다.
“청해와 사천의 경계에 청성, 아미, 공동, 당문 그리고 저희가 지나쳐 온 곤륜의 도망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청해, 사천, 감숙의 구대문파들이군.....”
환천마가주 구양환이 중얼거리듯 읊조렸다.
“놈들은 전초전의 성격으로 서로의 전력을 탐색 하는 전투로 가볍게 생각 하는 듯 합니다. 다섯 개의 문파 외에는 지원은 없다고 합니다.”
“흠, 그러면 우리가 가볍게 쓸어 버리면 되겠군. 그렇지 않은가?”
흑천마가주의 말에 검천마가주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반만 잘라내자구, 크크크!”
“뒤에 오시는 천마께서 지체 없이 중원으로 들어 가실 수 있게 빨리 끝내야지.”
환천마가주의 말에 독천마가주가 동의 한다는 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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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이 옵니다!”
멀리 척후로 파견 나갔던 청성과 공동의 문인들이 급히 복귀 하여 보고를 올렸다.
“적의 병력 규모는?”
청성장문의 물음에 척후 조장으로 나섰던 무인이 바로 대답을 했다.
“약 일천이 넘어 보이는 적만이 탐지 되었습니다.”
“일천이라.... 해 볼만한 숫자군요.”
벽운사태의 말에 장천진인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얼추 저희의 숫자와 비슷하군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적들도 선발대로 보낸 병력으로 저희 쪽의 무력을 가늠해 보고자 하는 것이니 되도록 큰 피해를 주고 퇴각 하는 것이 최상의 수입니다.”
당백의 말에 청현도장이 맞장구를 쳤다.
“당문주님의 말씀이 오늘 벌어질 전투의 핵심입니다. 저들의 무력 수위를 가늠하고 최대한의 타격을 입힌 후 후위 부대가 도착 하기 전에 퇴각을 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입니다.”
“아무리 천무맹주의 뜻이라고 해도 그리 수월하게 청해와 사천, 감숙을 넘기는 것은 좀....”
곤륜의 범양 도장이 불만 스러운 표정을 짓자 벽운사태가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범양도장,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입니다. 이 곳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이기에는 저희 천무맹도 마교놈들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놈들이 후위 본대가 오기 전까지 대기 하고 전투를 벌이지 않는다면 어찌 할 것이오?”
천무맹 회합에 참석 하지 않았던 범양도장을 위해 장천진인이 설명을 했다.
“놈들이 덤비지 않고 기다린다면 지체 없이 후퇴하라는 것이 천무맹주의 명이었습니다.”
“끄응, 알겠소이다.”
범양도장이 속에서 천불이 이는 것을 간신히 누르며 애먼 찻잔만 연신 들이켰다.
“자, 어찌 될지 모르지만 저희도 준비를 해야지요. 각 문파의 정예들에게 전투 준비를 시켜 주시지요.”
다섯 문파의 임시 수장격인 청성장문의 말에 다른 장문들이 말없이 신형을 일으켰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우리 곤륜의 장문사형이 왜 그리 희생을 하셨는지 분명히 기억하라. 오늘을 전투는 최후의 전투가 아니니 최대한 몸을 보전하고 퇴각 명령이 떨어지면 지체없이 명을 따라야 한다.”
범양도장이 각자의 눈에서 뿜어지는 불길을 애써 무시하며 곤륜문하 문인들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있었다.
“범양사형, 이제 그만 하셔도 다 알아 들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사제인 범우의 말에 범양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네 놈이 제일 걱정이다. 제발 내 주위 삼장을 벗어 나지 말거라.”
“후욱 후욱..... 잘 될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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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우우 뿌우우우우”
천무맹의 연합세력이 진을 형성 하고 있는 바로 앞 백여장 까지 진입해온 마교도들의 뒤에서 사람을 흥분시키는 뿔피리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크크, 이 얼마만에 느껴 보는 전율인고?”
광명우사 영호강이 자신의 거대한 부 두 자루를 양 손에 나눠쥐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네의 손까지 갈 일이 없을 것이네, 우리 아해들에게 맡기고 구경이나 하시게.”
검천마가주의 말에 영호강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정파 나부랭이의 피맛을 미친 듯이 그리워 하는 내 부의 울부짖음이 안 들린단 말이오? 나 말리지 마쇼!”
“검천마가주님, 우사가 혼자 놀게 놔두시지요.”
광명좌사 사공백이 자신의 검을 든 채 웃음을 지었다.
“오호, 검천마가의 검무대와 천검대군요. 오랜만에 그 위용을 봅니다 그려.”
검천마가주의 뒤로 검천마가의 두 무력 부대인 검무대와 천검대 이백이 서릿발 같은 검기를 내뿜으며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우리도 준비 다 끝났네.”
흑천, 독천, 환천 마가주가 전투 복장을 한 채 앞으로 나서고 그 뒤에 흑천마가의 암혼단과 야월단, 환천마가의 혼원대과 귀혼대, 그 바로 뒤에 독기를 풀풀 날리는 독천마가의 독왕당, 독룡당이 독인들이 언제든지 뛰쳐 나갈 준비를 마쳤다.
“당문의 아해들도 나왔구나. 얘들아, 진정 독의 조종이 누군인지 알려 주고 오너라.”
“존명!”
독천마가주의 말에 이백여 독왕당, 독룡당의 독인들이 허리를 숙였다.
“백년을 절치부심 갈아온 칼을 들어라! 저 너른 중원에 우리 신교의 성화를 밝히기 위해 교도들이여 일어서라.”
광명우사의 출전을 알리는 포효성에 천여명이 넘는 마교도들이 전방의 천무맹 연합세력에게로 짓쳐 들어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이군. 전서응을 띄우시게.”
청성의 청현장문의 명에 뒤에 서 있던 무인이 팔에 매달려 있던 매를 힘껏 하늘로 띄워 올렸다.
“정도 무림의 숨겨진 힘을 보여 주어라. 저 간악한 마교도들을 이 아름다운 중원 무림에 한 발도 못 디디게 하자!”
청현 장문의 일갈에 일천여명의 연합세력이 달려 드는 마교도들을 향해 자신들의 무기를 겨누었다.
“크차차차창 차차창 카아아아악”
노도같이 밀려 오는 마교도의 맨 앞에 서 달려 오던 광명우사의 거대한 부에 휩쓸린 공동의 도사 다섯이 허리가 동강 난 채 땅에 널부러졌다.
“크하하하하, 바로 이 맛이지.”
“피슈슈슈슉 파사사사삭”
독천마가 소속의 독왕당 고수들의 손에서 튀어나온 쇄혼금침과 광풍신망이 천무맹 무인들의 몸에 닿자 괴성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검은 피를 내뿜으며 허물어져 갔다.
“크헤에에엑 커허어억”
당문 고수들이 연이어 뿌리는 단혼사와 독질려, 혈적자에 노출된 마교도들도 속수무책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신형을 눕혔다.
“이노옴!”
장천진인의 검에서 줄기 줄기 뿜어져 나오는 복마검법에 맞서 검천마가의 검무대주가 마교의 묵성마검을 펼쳐 어울리기 시작했다.
“장문사형의 원수를 갚자!”
마교도의 손에 난도질 당한 채 산문에 걸린 장문사형의 복수를 위해 범우도장의 검에서 빛살같은 속도로 분광검이 뿜어져 나오고 정면에 있는 마교도가 둘로 갈라져 갔다,
“범우야, 이성을 찾거라.”
범양도장이 자신에게 짓쳐 들어오는 도를 한매검으로 흘려 보내고 소리를 질렀다.
“네 놈은 내 차지다!”
범우의 손에 마교도 다섯이 갈려 나가자 어느새 검천마가주인 위지천이 달려 나왔다.
“신교의 사대 마가 중 나 검천마가주의 손에 죽는 영광을 주마!”
“미친놈! 구천에 가거든 곤륜의 범우가 보냈다고 전해라.”
검천마가주의 검에서 줄기 줄기 뿜어져 나오는 마검기에 대항하여 범우가 곤륜의 태청검으로 맞부딪쳐갔다.
“차차차차창 카가가가각 카가칵”
순식간에 십여합을 부딪친 후 갈라선 위치천과 범우의 얼굴에 서로 다른 표정이 떠올랐다.
“크흐으으윽 커허헉”
위지천의 수라마검에 가슴을 내어준 범어가 벌려진 가슴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로 땅을 적시며 허물어져갔다.
“버, 범우야!”
“어디 한 눈을 파시나?”
자신과 검을 섞고 있던 암혼단주의 기형도가 범양도장의 왼팔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청성장문의 풍뢰장과 쇄비천수장에 가슴을 내어준 마교도들이 칠공에서 피를 토하며 절명하고 전체 돌아가는 전황을 살피던 청현도장의 얼굴에 암울함이 물들어 갔다,
“네 놈이 청성의 말코구나.”
거대한 부 두 자루가 흥건하게 젖은 피를 뚝뚝 흘리며 다가 오는 모습을 보고 청현이 검을 뽑아 들었다.
“청성의 청현이다.”
“신교의 광명우사다.”
“콰가가가가각 콰가각”
불문곡직하고 내리쳐지는 거대한 부를 청운적하검으로 만들어낸 구름으로 막아내자 ‘부와아아악’ 공간을 찢으며 횡으로 날아드는 다른 부의 면을 최심장으로 내리쳤다.
‘부를 놓치면 바로 목을....응?’
자신의 최심장이 부면을 두들겼으나 당연히 땅에 떨구어져야 할 부가 그대로 자신의 허리를 갈라왔다.
‘이런....’
청현도장의 발이 기이한 보법을 펼치자 허리를 향해 날아오던 부가 허공을 갈라내었다.
“환환미종보로구나. 청성 장문 답다.”
거대한 부 두 자루를 나뭇가지 같이 가볍게 다루는 광명우사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것도 피해 보거라!”
‘우우우웅’ 하는 기음과 함께 광명우사의 두 부가 심상치 않을 부명을 토해 내는 듯 하더니 ‘씨이잉’ 두 부를 청현도장에게 뿌려 내자 유형화된 뿌연 부기 두 개가 괘속하게 날아 들었다.
“이야야야야야앗”
자신을 향해 날아 드는 부기를 향해 땅을 박차 오른 청현도장의 검에 뿌연 검기가 내려 앉았다.
‘쿠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앙’
광명우사의 부기와 청현도장의 검기가 부딪친 공간에 거대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주위에 있던 마교도와 무인들이 기의 파편에 팔다리가 날아 갔다.
“쿨럭 쿨럭 커허어억”
한사발은 됨직한 피를 토해낸 청현도장의 앞에 빙글거리는 웃음을 짓고 있는 광명우사를 보며 청현도장이 고함을 질렀다.
“전원 퇴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