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03화 (103/167)

103. 복수를 하겠다?

전투가 개시 되기 한 시진 전!

천무맹의 연합세력이 마교를 맞이 하기 위해 진세를 구축한 우익에 이질적인 기세를 뿜어 내는 백여명의 붉은 무복의 무인들이 모여 있었다.

“련주님의 명을 기억 해라.”

사황맹의 현 련주인 팔비곤마 북궁추가 사황련 휘하 무력부대 중 혈전단원들을 모아 놓고 우렁 우렁한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가서 천무맹 병신새끼들과 마교 종자놈들의 무력을 가늠하고 오는 거다. 가서 혈향에 미쳐 뒤지는 새끼가 있다면 단주 네 놈은 내 손에 죽는다.”

사황련 삼개 무력대인 혈귀단, 혈사단, 혈전단 중 자신의 단이 뽑힌 것에 무한한 자존감을 가진 혈수라도가 으르렁 거렸다.

“마교와 천무맹 새끼들이 병신 짓 하는 것을 잘 관찰하고 수틀리면 바로 퇴각이다. 알겠나?”

“존명!”

저 멀리 마교도들이 물밀 듯 밀려 오는 것을 보고 혈수라도가 자신의 수라도를 뽑아 들었다.

“크아아아악 까깡 까아아깡”

“사, 사람이 아니다, 크아아아악”

자신들의 옆에 서 있다 달려 드는 마교도들을 향해 튀어 나간 천무맹 연합세력의 무인들이 공격을 시작한 후 당황스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 강시다!”

환천마가 소속의 귀혼대원들의 손에 들린 조종 이 흔들릴 때 마다 백 년 간의 축적된 지식으로 태어난 수라철강시의 손에 천무맹 무사들이 찢겨져 나갔다.

“카, 칼이 안 통해....”

난무하는 검과 도를 그냥 몸으로 받아 내며 두 손에 잡히는 것은 무조건 찢어 발기는 강시의 가슴에 ‘꽈아아앙’ 거대한 수라도가 박혀 들었다.

‘쿠당당당탕’ 가슴에 도를 받아들인 강시가 사정없이 땅을 구르더니 귀혼대의 조종 소리에 벌떡 신형을 일으켰다.

“튼튼한 놈들이군.”

육성 공력의 혈수라도를 맨 몸으로 받아낸 강시의 가슴에 새겨진 도흔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뒤에 조종을 든 놈들을 노려라!”

단주의 명에 혈전단의 살귀들이 일제히 신형을 날렸다.

“삐이이이이익 삐이익”

귀에 거슬리는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고 귀혼대의 전면에서 창백한 얼굴의 또 다른 강시들이 몸을 일으켰다.

“베어 버려라!”

혈전단 혈귀들의 검도창등이 앞을 가로 막는 강시들을 베어 내자 그들의 몸에서 녹색 피가 ‘촤아아아’ 뿜어져 나왔다.

“크아아아아악 도, 독혈이.....커허어어어억”

강시들을 베어낸 후 뿜어져 나온 녹혈에 닿은 부위가 녹아 내리며 처절한 비명성과 함께 땅바닥을 굴러 다니고 녹혈에 직접 닿지 않았으나 근처에 노출된 무인들이 자신의 목을 부여 잡고는 컥컥 거리며 피를 토해 내었다.

“독강시.... 혈전단은 뒤로 물러 나라!”

멋도 모르고 독강시를 공격했던 천무맹과 혈전단의 무인들이 뒤로 물러 나려 하자 그 뒤를 잡은 철강시들의 공격이 쏟아졌다.

“혈전단 전원 퇴각!”

환천마가 소속의 수라철강시와 천독강시에 부딪쳤던 사황련 소속의 혈전단이 급히 후퇴를 시작했다.

“흐으음.....”

자신의 수라도로 달려드는 철강시의 머리를 부순 혈전단주가 전체 전황을 살펴 보았다.

“역시 썩어도 준치 인가?”

마교 본단의 고수들이 아닌 마교를 받치는 사대마가의 무력으로만 청성, 공동, 당문, 아미, 곤륜의 무인들을 쓸어 버리는 모습을 보는 중 급박한 청성장문의 퇴각 명령이 들려 왔다.

“천무맹이나 사황련 개별의 힘으로는 힘들겠군....”

다시 도를 휘둘러 달려 드는 철강시의 가슴을 갈라낸 혈전단주가 땅을 박차고 퇴각 하는 단원들을 따라 신형을 날렸다.

****

“결론만.....”

“참패입니다. 천마와 천마의 친위대, 오행기 등이 참전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피해는?”

“곤륜의 범우 도장이 사망했고 범양 도장의 왼팔이 날아 갔습니다. 청성과 아미장문이 중상을 입었고 참전 무인의 절반이 못 돌아왔습니다.”

천무맹주 남궁휘가 차분한 어조로 자신에게 보고를 하는 군사를 바라 보았다.

“정사연합이 필요하겠군. 사황련 쪽은?”

“사황련 삼대 무력 부대인 혈전단이 참전 하였으나 혼천마가의 강시들과 충돌하여 사할 정도가 그곳에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마교놈들의 피해는?”

“일천이 넘는 사대마가의 마교도 중 이할 정도의 피해를 입히는 데 그쳤습니다.”

창천수사 왕석산이 보고를 마치자 절대검존 남궁휘가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렸다.

“현재 천마는 어디쯤 와 있소?”

“지금쯤 첫 개전 장소인 청해과 사천의 경계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사황련주와 회합을 추진해 주시오. 최대한 빨리.....”

“알겠습니다.”

****

“병신새끼! 그 새를 못 참고 사할을 병력을 놓고 와?”

거대한 체구에 두 자루의 거곤을 자신의 수족 같이 다루는 팔비곤마 북궁추의 입에서 걸쭉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숙인 채 묵묵부답인 혈전단주를 대신하여 쓰러질 듯 파리한 얼굴의 병호서생 야율제가 대신 입을 열었다.

“하필 혼천마가의 강시와 맞닥뜨려 일어난 일이니 이쯤 하시지요.”

군사의 말에 북궁추가 손을 내저었다.

“꺼져!”

묵묵히 포권을 취한 채 허리를 숙인 혈수라도가 대전을 벗어 났다.

“어떻게 할까?”

북궁추가 손에 든 호리병의 술을 벌컥 거리며 들이켰다.

“천무맹도 자신들의 힘 만으로는 마교를 감당 할 수 없음을 자각 했을 것입니다. 조만간 회합 요청이 오겠지요.”

“전면전을 준비 해야겠지?”

“그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황련 전체 무인과 산하 이백팔십개 사파 군소 방파에 소집령을 내리겠습니다.”

“그래... 평화가 길긴 길었지. 이번에도 한 백 년간 무림에 발 붙일 엄두를 못 내게 제대로 문질러 주자구.”

****

“제대로 붙었다 깨졌군.....”

천풍루 광동지부장인 공소혜가 사천경계의 개전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얼마나 남은 거야? 뭐야, 내일은 출발 해야 잖아?”

천풍루 본단인 하북성에 전체 지부장 회합에 대한 날짜를 꼽아본 공소혜가 인상을 찌푸렸다.

“지부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갑작스런 회합에 짜증이 제대로 난 공소혜가 옆에 놓아든 면사를 집어 들었다.

잠시 후 자신의 집무실 옆 접객당에서 반가운 손님이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 하고는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이군요.”

해남검단주이며 정삼품 호군참령어사로 마사히로의 근거지를 단숨에 문질러 버리고 무림인의 신분으로 돌아온 북리준을 보고 공소혜가 고개를 숙였다.

“반갑소. 먼저 소개를 해야겠군. 이 쪽은 새로이 개파한 천산파의 무사부이며 군사인 도교교 낭자되시고 여기는 천풍루 광동지부장인 공 지부장이시오.”

북리준의 소개에 두 면사녀가 서로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이어갔다.

“오늘도 정보를 사러 왔소이다.”

“어련하시겠습니까? 일단 천산파의 광동지부 개파를 축하 드리옵고 무림인으로 돌아 오신 어사님을 어떻게 호칭해야 될는지....?”

“천산파에서 봉공의 직책을 맡았소이다. 북리봉공이라 해 주시면 감사 하겠소.”

“네, 북리봉공! 어떤 정보를 원하시는지요?”

“최근 마교와 천무맹의 개전 결과와 현 마교의 위치, 천무맹과 사황련의 향후 행보 등 마교에 관한 전반적인 정보가 첫 번째입니다.”

공소혜가 찻잔을 들어 면사를 들고 한 모금의 차를 삼켰다.

“다음은요?”

“남해검문이 이 곳 광동성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들었소이다. 남해검문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가 두 번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천풍루에 대한 의뢰는 여기 계신 도낭자가 맡으실 예정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도교교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자 공소혜도 마주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제가 부탁을 드려야지요. 내일 같은 시각에 내방해 주시면 의뢰하신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제가 천풍루 내부 일로 내일 자리를 비우오니 양해 부탁 드립니다.”

북리준이 도교교와 천풍루 광동지부를 빠져 나와 광동성 내 천풍객잔에 들어섰다.

“내일 정보를 입수하기 전 까지 오늘은 이 곳에 머물며 쉬기로 합시다.”

량채에 이어 어향육사와 소총반두부, 회과육과 소흥황주로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모처럼 성 내로 나왔으니 제가 제대로 대접해 드리지요.”

해남검단을 천산파의 지부로 변신 시키는 일에 밤낮없이 뛰어 다녔던 도교교의 공을 치하 하며 맛난 음식과 술로 위로를 해 주기로 마음 먹은 북리준이 잔을 들었다.

“천산파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건배를 하고 난 후 음식을 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오늘 하루는 지부의 일은 잊으시고 푹 쉬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북리봉공께서도 즐기셨으면 좋겠네요.”

“저야 요즈음 아주 좋습니다. 그나저나 동생분과 문주님은 화해를 하셨는지요?”

“노력 중입니다. 누가 부자지간이 아니랄까봐 고집이 장난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천산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그 때 누군가 한 무리의 무인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고, 남해검문의 무사님들이 오셨군요. 이쪽으로.....”

다섯 명의 예리한 기도를 품고 머리에 고급스런 흑건을 동여맨 남해검문의 무인들이 북리준이 앉은 맞은편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대주! 저 놈..... 전 해남검단주 놈입니다.’

벽라도와 금사도의 점거 작전 중 북리준의 검에 목이 달아난 부대주 파랑일검을 대신하여 흑건질풍 부대주가 된 목대관이 북리준을 알아 보고 전음을 날렸다.

‘확실한가?’

흑건질풍대주 탈혼파랑이 예전에 가면을 쓴 해남검단주만을 보았기에 재차 확인을 했다.

‘예전에 해남검귀라 불리웠던 그 놈이 확실 합니다.’

‘그렇군! 전 부대주의 원한을 갚아 주어야지. 이쪽으로 불러 오거라.’

면사를 쓴 여자와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북리준을 향해 목대관이 먼저 다가갔다.

“이게 누구신가? 전 해남검단주라고 해야 하나, 어사대인이라고 해야 하나? 아, 관직을 내려 놓았다고 했으니 대인은 집어 치워야겠군.”

목대관이 빙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탁자 옆에 섰다.

“누구신지.....?”

도교교가 북리준과 둘 만의 시간을 방해 받은 것에 기분이 상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난 여기 계신 해남검귀라 불리우신 분의 옛 전우고 지금은 남해검문의 흑건질풍대의 부대주로 있는 목가 라고 하오.”

“목대관! 시비를 걸러 온 건가?”

북리준이 자신의 술잔을 들어 한 모금 삼키고는 매서운 눈길로 목대관을 쏘아 보았다.

‘무슨 놈의 눈이.....’

마치 칼로 자신을 난도질 당하는 듯한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두어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그것이.....”

“이쪽으로 두 분을 초대 하고자 하오!”

불쑥 자신의 술잔을 들고 차가운 웃음을 짓고 있는 탈혼파랑이 북리준과 눈을 마주쳤다.

“그 쪽과 합석할 의사가 없으니 각자 식사를 마치는 것으로 합시다.”

북리준의 말에 탈혼파랑이 자리에서 신형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목대관이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여기 계신 아리따운 낭자가 다칠 수도....커어허억!”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는 목대관을 향해 도교교의 검이 검집 채 유려한 선을 그리며 목대관의 목을 직격했다.

“캐애액 캑캑”

자신의 목을 부여 잡고 진득한 침을 질질 흘리며 정신없이 뒤로 물러서는 목대관의 등을 탈혼파랑이 잡아 세웠다.

“호오, 무공 한 자락 배운 낭자분이셨군. 각설하고 예전에 벽라도에서 내 수하를 저 세상으로 보낸 기억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군.”

벽라도주를 모함하여 벽라도를 집어 삼키려 흑건질풍대원과 부대주를 보냈으나 자신의 검과 륜에 유명을 달리한 것을 생각해 내고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지금 수하의 복수를 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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