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못 참아!
“무림에 발을 담그는 순간 누구 한테 당할지 모르는데 무슨 복수? 다 그런 것을 감안하고 발을 담그는 것인데....
그냥 네 놈의 무공 실력이 보고 싶을 뿐이야. 장문이 절대로 네 놈에게 들이대지 말라고 하셨는데 나 라는 인간이 말이야....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직접 경험을 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인생이라서 말이야....”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보고 후회하는 놈들이 꼭 있더군. 그 중에 한 명이 내 앞에 있는 것이고. 나갈까?”
일반인들이 많은 객잔에서의 칼부림은 지양하고 싶은 북리준이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켰다.
“도망갈 생각일랑은 아예 접어라. 네 놈이 도망가면 여기 있는 낭자가 아주 곤란한 상황을 겪을 테니까.”
탈혼파랑이 도교교를 바라보자 자리에서 일어서며 차가운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여기 계신 분이 너희 같은 같잖은 것들을 피해 도망 가실 분도 아니실뿐더러 네 놈들이 도대체 내게 어떤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 줄지 궁금하구나. 그럴 실력이 될까?”
“호오, 강단 있는 소저시군. 과연 저 놈의 머리가 땅에 구를 때도 똑같은 자세를 견지 할지 두고 보지.”
“누구 목이 구를지 뚜껑을 열어 보고 이야기 하시지.”
도교교가 모처럼 북리준과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자신을 북리봉공의 운신을 방해하는 존재로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날을 세웠다.
북리준이 탁자 위에 은자를 올려 놓고 신형을 일으키자 겨우 정신을 차린 목대관이 시퍼런 멍을 매단 목을 주무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년놈들이 먹은 값은 내고 가야지. 다시 낼 일이 없을테니까.”
“다음에는 검집이 아닌 검에 꿰뚫리기 싫으면 그 입 닥치시지.”
도교교의 독설에 목대관이 두어걸음 뒤로 물러서며 어버버 거렸다.
“이, 이 개 같은....”
“계속 짖으면 목을 잘라 버린다고 했다!”
목대관이 살기를 내뿜는 도교교의 눈을 피해 시선을 내리자 흑건질풍대주가 혀를 찼다.
“부대주는 이따 나하고 이야기 좀 해야겠어...”
대주의 말에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 목대관이 앞서 나가는 대주의 뒤를 따랐다.
‘도낭자! 그냥 조용히 구경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북리봉공의 무공 실력이야 제가 잘 알지요.’
전음으로 도교교를 안심시킨 북리준이 앞서 나가는 남해검문의 무인들을 따라 나섰다.
객잔 뒤 편에 너른 공터에 도착한 탈혼파랑이 자신의 애검인 파랑검을 든 채 북리준이 도착 하기를 기다렸다.
“싸움이다. 구경 해야지?”
“남해검문의 흑건질풍대주의 상대가 누구야? 불쌍한 인생이네....”
객잔 안에 있던 손님들이 갑자기 벌어지는 대결에 삼삼오오 공터 주위를 메우기 시작했다.
“다 덤빌테냐?”
북리준이 검을 든 손을 뒤로 돌려 뒷짐을 진 채 웃음을 지었다.
“정말 광오하기 이를 데 없는 놈이구나. 네 놈의 목은 나 혼자서 따도 충분하다.”
“후회할텐데..... 다시 한번 기회를 주마. 한꺼번에 오너라.”
북리준이 오른손을 뻗어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자 웃음을 짓고 있던 탈혼파랑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장난은 그만하지!”
탈혼파랑이 자신의 양팔을 뻗자 두 무인이 걸치고 있던 피풍의를 벗겨 내고는 뒤로 물러섰다.
“준비 되었으면 오너라!”
북리준의 말에 탈혼파랑이 자신의 애검을 검집에서 빼내고는 진중한 자세로 검을 겨누었다.
북리준도 자신의 일월신검을 꺼내고 가볍게 파지를 하고 도교교에게 전음을 날렸다.
‘천산 무공의 제대로 된 경지를 보여 드리겠소!’
“차하앗”
기합성과 함께 좌수에 파랑검을 쥔 채 검날을 기울여 기이한 각도로 검이 휘몰아쳐 들어왔다.
‘휘이이잉 시이이익 사아아앗’ 공간이 갈라지며 검에서 줄기 줄기 뻗어 나오는 남해삼십육검에 뒤에 서 있던 대원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과연 명불허전!’
목대관이 자신이 보기에 완벽한 남해삼심육검이 대주의 검에서 피어 오르는 것을 보고 저 건방진 북리준의 전신이 저며 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으응?’
자신의 전신을 저미기 위해 날아오는 검을 보고 검을 뻗어 내지도 못하는 북리준이 겁에 질렸다고 생각하던 목대관의 앞에 자신의 눈을 의심할 광경이 펼쳐졌다.
‘천유신보, 신선이 하늘 위를 유유히 산책 코자 마음 먹을 진대 그 누가 그를 잡으리오!’
북리준의 발이 기이한 방위를 밟아 나가며 단 한 치의 빈틈도 없어 보이는 검격 사이를 유유히 노닐고 있었다.
“이이익!”
해소산붕, 해공비운, 해시신루, 대해참경 등 줄기 줄기 자신의 검에서 뿜어 내는 남해삼십육검이 단 한번도 적을 적중시키지 못하자 전신의 내공을 휘돌려 더욱 세차게 검을 몰아 넣어 갔다.
순간 북리준의 검이 밑에서 위로 올려쳐 치며 ‘우르릉 우릉’ 뇌성이 우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 번개가 땅에서 솟구쳐 올랐다.
‘아, 뇌격파천!’
도교교가 자신이 수련하고 있는 천산파천삼검 중 첫 초식이 완벽하게 펼쳐지는 모습에 감탄성을 내질렀다.
“콰르르르릉 콰쾅”
땅에서 솟아 오르는 번개를 전신의 내공을 밀어 넣어 막아낸 탈혼파랑이 검을 타고 오르는 전격의 힘에 괴성을 질러 내었다.
“크아아아아악 카아아악”
몸을 타고 뻗어 오르는 전격의 힘을 몸 밖으로 겨우 방출해낸 탈혼파랑의 어깨와 머리 위에서 김이 연신 뿜어져 나왔다.
“이, 이게 무슨 무공이냐?”
“천산의 무공이니라.”
단 한 수의 검에 수세에 몰린 탈혼파랑이 이를 악물고는 남아 있는 전신의 내공을 검에 흘려 보냈다.
“자하검이다!”
탈혼파랑의 별호가 있게 해 준 자하검의 구름 같은 자색 검기가 뭉클거리며 일어서더니 거대한 파도가 된 구름 검기를 앞으로 힘껏 떨쳐 내었다.
“이것도 피해 보거라!”
순간 북리준이 일월신검을 머리 위로 쳐 들어 올리더니 자신을 향해 밀려 오는 자색 검기의 구름을 향해 단 한번 힘차게 내리그었다.
‘사아아아아악’
무엇인가 공간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자색 검기 구름이 단번에 갈라지며 그 끝에 검을 들고 서 있던 탈혼파랑의 신형이 순간 멈추어졌다.
‘파아아아아앗’
탈혼파랑의 머리에서부터 시작된 균열이 사타구니까지 이어지며 단숨에 두 조각으로 갈리며 피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단섬파천!’
파천삼검 중 두 번째 초식에 의해 적이 일으킨 검기의 구름과 함께 적도 두 동강 내어 버린 일검에 도교교가 짜릿한 감동을 느꼈다.
“이, 이런....”
자신들이 모시던 대주가 승리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흑건질풍대원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두 조각으로 나뉘어 널부러진 자신의 상관을 바라 보았다.
“복수를 할텐가?”
자신들이 다 덤벼 들어도 손가락 하나 댈 수 없는 대주가 단 일수에 이승을 떠났는데 감히 덤벼 볼 의지를 잃어 버렸다.
“시체를 들고 떠나라. 마음 변하기 전에...”
북리준의 말에 목대관이 세 명의 대원들에게 지시를 하며 두 조각의 시체를 수습하였다.
“남해검문에서 분명 오늘 사태의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오.”
“네 놈들이 먼저 나를 죽이자고 덤볐다는 것을 여기 객잔에 있는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어디 어떤 책임을 물을지 기대 하고 있겠다.”
목대관이 낭패한 얼굴로 부리나케 자리를 떠나자 도교교가 사뿐한 걸음으로 북리준에게 다가 왔다.
“수고 하셨습니다. 제가 익힌 자파 무공의 위력에 개안을 한 기분입니다.”
“도낭자도 곧 이러한 경지에 오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만 들어가 쉬시지요.”
북리준과 도교교가 다시 객잔 안으로 들어서자 공터를 둘러싸고 있던 구경꾼들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디라고?”
“천산파 라고 했잖아....”
“아, 들은 적이 있어. 옛 해남검단의 터에 자리 잡은 신생 문파 아냐?”
“이 무식한 놈아! 신생 문파가 아니라 백 년 전 마교와의 싸움에 최일선에 섰다가 거의 멸문지경에 이르렀던 엄청난 문파야. 천산파!”
“거기 문도를 받나? 내 아들놈을 넣어야 겠다.”
수십의 구경꾼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중에 천풍루에 속한 무인이 슬며시 자리를 빠져 나갔다.
****
“탈혼파랑이 죽어?”
부문주인 목철우가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줄기 줄기 살기를 뿜어내는 장문 사형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그게 광동성 객잔에 술 한잔 하러 나갔다가...”
“어떤 문파의 간 큰 놈이 대 남해검문의 대주를 죽였지? 구대문파? 오대세가? 사황련? 어느 장로급 인물이 개입 된거야?”
장문의 말에 목철우가 우물쭈물 대답을 못하자 장문의 입에서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누군지 몰라?”
“아, 압니다....그, 그 것이 장문도 아는 놈이라... 해남검귀라고 하는 전 해남검단주 놈이...”
“갈! 또 또 그 놈인가?”
목철군이 머리 끝 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지른 사자후에 대전 전체가 흔들거렸다.
“으으윽”
틀어 막은 두 귀에서 손을 떼니 피가 흘러 나오고 목철우가 비틀 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노, 놈을 치러 갈까요?”
“안됩니다!”
어느새 대전 안으로 들어선 단천수사 방백이 잔잔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못 참아!”
우렁거리는 목소리로 노호성을 질러대는 남해검문의 장문을 향해 방백이 조용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렸다.
“대계가 목전에 와 있습니다. 이러한 사소한 시비거리로 대계에 지장을 주는 것은 천께서 원치 않으실 것입니다.
향후 일년 안에 대계가 완성 된 후 장문인이 원하시는 대로 다 하시면 됩니다. 그 때 까지만 부디....”
“이보시오, 물론 말씀 하신 대계도 중요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우리 남해검문이 뭐가 되겠소이까? 내부적으로도 검문 제일 무력대의 대주가 죽었는데 가만히 있는다면 향후 우리의 명이 먹히기나 하겠소이까?”
부문주인 목철우가 귀에서 흘러 내리는 피를 닦아내며 방백을 쳐다 보았다.
“천에 연락을 넣겠습니다. 남해검문이 현 상황에서 튀어서는 안됩니다. 천에 요청을 넣어 그 놈을 지워 드리겠습니다.”
방백의 간곡한 말에 목장문이 ‘끄으응’ 신음소리를 내며 태사의에 다시 몸을 던졌다.
“최대한 빨리 내 눈 앞에서 그 새끼를 치워주게. 수틀리면 대계고 뭐고 그 새끼를 죽여 버릴 것 같으니까....”
“알겠습니다!”
****
천풍루에서 정보를 받아 천산파로 돌아온 북리준이 수뇌 회의를 요청했다.
“현재 마교 발호에 관한 최신 정보입니다.”
도경명 문주와 독고우, 막대광, 곤오, 유검패와 교교, 기룡남매가 오른편에 자리를 잡았고 반대편에 오랜 낭인 생활을 청산하고 천산파에 입문 하기로 한 섬전창, 벽안독검, 독안검, 귀산자, 곡굉이 자리했다.
북리준이 천풍루에서 받아온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전도를 벽에 걸어 놓고 설명을 이어갔다.
“일차 전투는 마교의 승리로 돌아 갔습니다. 청해성과 사천성의 경계에 엇비슷한 전력으로 탐색전을 하였으나 일방적인 마교의 승리로 끝났다고 합니다.
천무맹과 사황련이 긴급 회동을 열어 연합군을 형성하여 마교와 대항키로 결정했고 두 번째 결전의 장소는 감숙, 사천과 맞닿은 중경과 섬서성의 경계라고 합니다.
이번 결전을 총력전으로 정사 연합군이 마교에 결전의 날짜를 지정 통보키로 하였다고 합니다.”
북리준의 설명을 다 마치자 도문주가 입을 열었다.
“대략 그 날짜가 삼개월 후 라는 거군.”
“그렇습니다. 최후의 결전을 벌이자는 제안에 마교의 천마도 승낙했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도 그 때 정사연합군에 합류를 해야 되겠군.”
독고우의 말에 북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 까지 천산문도들에게 천산의 무공을 최대한 몸에 익혀야 합니다.”
****
“쪽빛바다에서 연락이 왔소이다.”
광명좌사의 말에 우사가 불퉁 거렸다.
“이번에는 또 뭐랍디까?”
“남쪽에 살수를 파견해 달라는 군요. 쪽빛 바다
대장이 신경 쓰는 자가 있는데 우리 측에서 해결해 달라고 합니다. 자칫 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아, 정말 성가시게 구는군.”
“흑천의 암혼단과 환천의 혼원대 일부를 보내야 겠소이다.”
광명좌사의 말에 우사 콧김을 내뿜었다.
“크흥! 빨리 중원을 일통해야 이런 귀찮은 일이 없어 지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