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조용히 처리하게
천무맹 총단이 위치한 호북성!
삼차 마교 발호에 공동 대응을 하기 위해 천무맹주와 사황련주의 회합이 진행 되고 있었다.
천무맹주인 절대검존 남궁휘와 창천수사 왕석산의 맞은편에 사황련주 팔비곤마 북궁추와 병호서생 야율제가 서로를 바라 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앞으로 삼개월 후 중원무림의 운명이 걸린 정마대전이 벌어집니다.”
천무맹의 군사인 왕석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천무맹과 사황련이 비록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경험한 마교라는 절대적인 무력을 보유한 공동의 적 앞에서 잠시 상대방에 대한 적의를 내려 놓아야지요...쿨럭 쿨럭...”
병색이 완연한 파리한 얼굴에 연신 기침을 해대는 사황련의 군사를 향해 남궁휘가 인상을 찌푸렸다.
“몸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천무맹에서 좋은 약을 보내 드리리다.”
“쿨럭 쿨럭! 말씀만 받겠습니다. 제 몸의 병은 제가 잘 알지요...”
용정의 향이 그윽한 찻잔을 들어 단숨에 삼켜 버린 사황련주의 우렁한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건곤일척! 피차 가진 패를 다 까 놓고 붙자구. 어설프게 서푼 정도 힘을 숨겨 놓네 마네 하다 공멸하지 말고 말이야.”
“련주의 말에 동의 하오. 마교라는 적이 힘을 숨겨 놓고 후일을 도모 하기에는 너무 강하지요. 왕군사!”
남궁휘의 눈빛을 받은 왕석산이 너른 회의 탁자에 가져온 두루마리를 펼치고는 말을 이어갔다.
“천무맹의 금번 마교대전에 참석할 문파들의 명단입니다.”
북궁추와 야율제가 고개를 빼고 펼쳐진 두루마리에 시선을 던졌다.
“소림, 무당, 화산, 종남, 공동, 아미, 청성, 곤륜, 점창의 구파와 개방, 남궁, 진주언가, 모용세가, 하후세가, 하북팽가, 당문... 일단 천무맹의 주력인 구파일방, 오대세가 전원 참석이군요, 쿨럭...”
“그 외 정도무림의 군소방파 삼백이십개의 문파가 참전을 요청 하였소이다.”
북궁추가 안력을 돋우어 삼백여개 문파의 이름을 찬찬히 훑어 보았다.
“남해검문, 폭풍세가, 천도각, 등룡곡, 검룡세가..... 천산파?”
중얼거리며 쭈욱 문파의 이름을 되뇌이던 북궁추가 두루마리 말미에 적인 이름 하나를 불쑥 내뱉었다.
“동명이겠지요....”
야율제의 말에 왕석산이 고개를 저었다.
“검증 되지는 않았지만 저들이 천산에서 내려 온 것은 확실 합니다.”
“호오, 백년 전 마교의 이차 발호를 막아내었던 그 천산파의 명맥이 아직 이어져 있다?”
“왕군사의 말대로 진전을 이었는지 방계로 흘러 나온 가닥인지 검증이 안되었소이다.”
남궁휘의 말에 병호서생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본류이건 방계이건 천산파의 건재는 우리들에게 나쁘지 않은 소식이군요. 마교놈들이 천산파의 이름을 듣는 다면 기분이 충분히 상하겠습니다. 클클.”
“이제 그 쪽의 패를 보여 주시지요.”
야율제가 자신이 준비해 온 두루마리를 탁자에 펼치자 이번에는 남궁휘가 왕석산이 목을 빼고 두루마리에 시선을 옮겼다.
“만사곡, 귀화궁, 흑풍루, 묵야림, 마도문, 유령마문, 귀혈방, 혈겁천 등 사황팔문과 이백 팔십여개의 사황련 소속 문파의 참전이라.....”
“저희 쪽도 사황련의 전력을 다 투입할 예정입니다, 쿨럭 쿨럭....”
병호서생의 말에 북궁휘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두 군사께서 마교와의 건곤일척 전쟁에 대한 준비를 해 주시면 되겠군요. 저는 이번 전쟁에 대한 작전 전권을 창천수사에게 일임 하였습니다.”
“본좌도 마찬가지요, 야율군사와 왕군사가 잘 협의해서 마교 놈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 주셨으면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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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검문이 새로이 자리 잡은 옛 대해용가의 본산 내 단천수사 방백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무엇인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군사님!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들라 하시게.”
방백의 말에 집무실 문이 열리고 피풍의를 두르고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열명의 무인들이 들어섰다.
“어디 소속이신가?”
“흑천의 암혼 다섯과 환천의 혼원 다섯입니다.”
흑천마가와 환천마가의 무력대 열이 정중히 포권을 취한 채 대답을 했다.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목표만 제거 하고 귀환하도록.”
“존명!”
두 어 마디 명을 내리고 받은 마교에서 온 암살대가 집무실을 나섰다.
남해검문을 나선 열명의 마교도들을 기다리고 있던 남해검문 복장의 검수가 그들을 맞이했다.
“따르시지요!”
남해검문의 검수가 옛 해남검파가 있던 곳을 향해 방향을 잡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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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맹에 저희 천산파의 이름으로 참전 요청을 넣었습니다.”
도문주와 교교, 북리준이 정갈한 술상을 앞에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천산파 문인들의 무공 수련에 진척은 있는지요?”
“기존 천산무관에서 수련을 한 관원들이 해남검단 소속이었던 분들에게 천산검결만 전수 하고 있습니다.
북리봉공께서 말씀 하셨던 대로 그 분들이 수련한 검진에 저희 천산검결을 녹여 내는 작업도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마교도들과의 싸움에 해남검단원들이 천산의 무공으로 대적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삼개월 후 정마대전에서 그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천산검결이 가미된 삼재검진 뿐입니다.”
북리준이 삼개월 후 참전 하게 될 정마대전에서 마교도들과의 조우 시 천산검결이 가미된 필살의 검진을 이미 도교교와 독고우, 막대광, 곤오 등에게 전수를 끝마친 상태였다.
“북리봉공, 이 편지들을 좀 봐 주시게.”
도문주가 자리에서 일어서 자신의 집무실 한 켠에 쌓아 놓은 편지 더미에서 몇 장만 들고 와서는 북리준에게 내밀었다.
“이게 무엇인지요?”
“한번 읽어 보시게.”
도문주가 건넨 편지를 봉투에서 꺼내어 찬찬히 읽어 본 북리준이 탁자에 편지를 내려 놓았다.
“무슨 생각이 드는가?”
“글쎄요.... 천산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문파가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편지의 내용을 보니 순수한 마음만은 아닌 것 같군요.”
“근래 저희에게 온 백 여통의 전서 중 순수하게 저희 천산을 위해 같이 싸우겠다는 편지는 일할이 채 안됩니다.
나머지는 저희 천산의 이름을 등에 업고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북리준이 자신의 손에 들린 한 장의 편지 내용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위대한 천산의 무인들이 다시 일어서심을 진심으로 감축드립니다.
마교의 발호에 맞추어 위대한 문파의 건재함을 알게 되어 실로 감개가 무량합니다. 금번 정마대전에 저희 백검문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등 거대문파들 만을 위한 천무맹이 아닌 백 년 전 온몸을 던져 마교도들의 마수에서 무림을 구한 천산파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저희 백검문의 뜻에 동의 하신다면 저희 문의 이름으로 천산파와 함께 마교와 대적 하겠다는 문파들을 모아 연판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이에 귀 문파의 이름을 빌려.....’
긴 한숨과 함께 탁자에 편지를 내려 놓은 북리준을 보며 도교교가 술잔을 들었다.
“저희가 진정 천산의 후예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더군요. 이번 기회에 거대문파 중심의 천무맹과 사황련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힘을 가지려는 시도입니다.
보셨다시피 천무맹 뿐 아니라 사황련의 중소문파도 전서를 보내왔습니다.”
교교의 말이 끝나자 도문주가 말을 이어받았다.
“저 거대한 마교의 발호 앞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리 이합집산을 하는 문파들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네.”
“일단 저희가 힘이 있어야 합니다. 분명 저들은 우리가 가진 무력이 보잘 것 없다고 판단 했기에 이런 수작을 부리는 것이지요. 도낭자, 천풍루에 의뢰는 하셨는지요?”
“네, 말씀 하신대로 의뢰를 넣기는 했으나 과연 기한 안에 구할 수 있을런지요?”
“천풍루라는 곳이 충분히 그런 일을 소화할 역량이 있는 곳입니다.”
“나 참.... 돈이 얼마나 많길래 이런 의뢰를?”
천풍루 광동지부장인 공소혜가 오전에 방문을 해 어마어마한 의뢰를 하고 간 천산파의 도교교를 떠올렸다.
“이십년 정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는 영약 오백개를 구해달라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무림에서 구할 수 있는 이십년 내공을 얻을 수 있는 영약의 이름을 떠올렸다.
“철령단, 대청신단, 태원단, 소양단....”
생각나는 대로 적은 영단의 이름을 주욱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온전히 이십년 내공을 취하려면 뛰어난 심법과 추궁과혈을 펼칠 수 있는 고수가 필요한데 이게 준비되어 있다는 거야 뭐야?”
자신이 적어 놓은 영단을 취하여 실제 이십년의 내공을 온전히 얻은 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던지라 한숨이 나왔다.
“뭐 나야 말하는 대로 구해주면 되는 거고 영단을 먹고 오년의 내공을 얻든 십년의 내공을 얻든 저들이 알아서 할 노릇이지.
그나 저나 천산파에서 명나라 때 정화가 숨겨 놓았다던 보고 라도 연거야 뭐야?”
자신이 앉은 탁자 위에 선수금이라며 내 놓은 자신의 팔뚝 만한 누런 금괴 열 개를 쳐다 보며 공지부장이 자신의 오른팔인 무영을 불렀다.
“여기 적혀 있는 영단을 전 무림 천풍루 지부에 의뢰를 넣어 이 곳으로 옮겨 줘. 값은 제대로 쳐 준다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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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에 한번씩 밤 마다 같은 시각에 꼭 이 곳을 지난다는 첩보가 있었습니다.”
자신들을 안내한 남해검수가 저 멀리 철썩 거리는 파도 소리가 선명한 숲 속 안 너른 공터 안에서 입을 열었다.
“놈을 묻기 좋은 장소군.”
밤이 깊어 인적이 없고 처연한 달빛 만이 숲을 이룬 나무 사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장소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 후 우리가 알아서 할터이니 돌아가거라.”
갈무리한 마기를 풀어 내자 두 눈에서 섬뜩한 마안이 번뜩였다.
“아, 알겠습니다.”
안내를 한 남해검수가 허겁지겁 돌아온 길을 벗어나 시야에서 사라지자 흑천마가 암혼대 소속조장이 옆에 서 있던 환천마가의 혼원대 조장에게 시선을 던졌다.
“뒤를 부탁 한다.”
“알았다. 다음에는 우리가 재미를 볼 수 있게 해줘.”
저 앞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할 숲의 출구 쪽에 암혼대 마교도들이 자리를 잡고 혼원대원들이 숲에 들어 서는 입구 쪽 나무에 은신을 했다.
“녀석이 많이 기다리겠네.”
사흘에 한번 금아를 만나러 쌍괴동으로 향하는 북리준의 손에 호리병 두 개가 들려 있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금아가 술을 이리 좋아 할 줄 몰랐네.”
마사히로의 근거지를 토벌 할 때 큰 공을 세운 금아를 위해 뭍에서 이것 저것 음식을 준비해서 쌍괴동에 갔다가 자신이 가져온 술에 꽂힌 금아를 위해 사흘에 한번 방문 할 때 꼭 술을 챙겨 들고 쌍괴동을 향했다.
호리병을 입에 물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즐기는 금아를 떠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숲에 진입 하려던 북리준이 멈칫 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밤손님이라.... 남해검문인가?’
숲의 초입 나무 위에 은신해 있는 자들의 기감을 퍼뜨려 건드려 보고는 북리준의 고개가 갸웃 거려졌다.
‘남해검문놈들이 아닌데....’
저 앞에 숲이 끝나가는 지점 공터에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막고 있는 다섯명의 피풍의를 두른 무인들을 보며 전신의 내공을 두루 돌렸다.
‘열 명이군. 어디서 온 놈들인지 알아봐야 겠군.’
북리준이 한 손에 검을 들고 다른 한 손에 호리병 두 개를 끈에 매달아 든 채 뒷짐을 지고는 공터의 중앙에 섰다.
“어디서 온 밤손님이신가?”
북리준이 공터의 중앙에 자리를 잡자 지나온 숲의 입구 쪽을 가로 막는 다섯 명의 신형이 눈에 들어 왔다.
“도망 갈까봐? 에이, 그러면 재미 없잖아...잠깐만!”
북리준이 금아에게 줄 술이 든 호리병 두 개를 공터 한 켠에 있는 나무 가지에 조심스럽게 걸어 놓고는 다시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네 놈이 저 술병을 가지고 이 곳을 벗어 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건가?”
전신에서 마기를 풀풀 피어 올리는 전면의 다섯 무인들 중 가운데 자리한 놈의 스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한 친구를 대접할 술이거든. 물론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네 놈들과 길게 놀아줄 시간이 없다. 그런데 말이다.... 마교도 놈들이 이 곳 남해 바다에는 무슨 일로 온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