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미안하다
열 명의 마교도들이 몸에서 풍기는 익숙한 마기에 북리준이 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신교에서 온 줄 어떻게 안 거지?”
자신들이 신교에서 왔음을 대번에 알아 차린 북리준의 말에 암혼대 조장이 스산한 목소리로 물었다.
“삼년 전 즈음에 너희들이 내뿜는 기운과 비슷한 자들을 만난 적이 있지.”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 치우고 빨리 놈의 목을 자르고 복귀하자.”
뒤에서 북리준의 퇴로를 막고 있던 혼원대 조장의 짜증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답무용! 네 놈들이 하고자 하던 일이나 하거라.”
북리준의 말에 혼원대 조장과 그 대원들이 각자의 도와 검, 곤, 도끼 등을 손에 쥐었다.
“가지 각색이군. 일단 껄끄러운 놈들부터...”
북리준이 혼원대에 등을 보인 상태에서 두 손목이 휘릭 회전을 일으키자 ‘시이이잉’ 기음과 함께 무엇인가가 후방의 혼원대마교도들에게 몸을 날렸다.
“조, 조심...”
맨 앞에 서 있던 혼원대 조장이 자신의 검으로 겨우 날아 오는 무엇인가를 쳐 내는 순간 뒤에 서 있던 네 명의 혼원대원들의 목이 둥실 허공에 떠올랐다.
“뭐, 뭐야?”
당연히 자신들의 공격에 대비 할 것으로 생각 하고 있던 암혼대 조장이 갑자기 뒤에서 적의 퇴로를 막고 있던 혼원대원들의 수급이 공중으로 떠오르자 다급히 외쳤다.
“쳐라!”
다섯명의 마교도들이 일제히 신형을 띄우며 검, 도, 곤, 도끼들이 북리준의 전신을 저미기 위해 비행을 시작했다.
‘만 개의 파도, 만파!’
순식간에 뽑아든 일월신검에서 피어오르는 만개의 검기의 파도에 다섯명이 순식간에 휩쓸려 갔다.
“케에에에엑 커허억 크아아아악”
순식간에 몸을 일으킨 거대한 검기의 파도에 휩쓸린 다섯명의 마교도가 조각 조각 저며 지며 후두둑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이, 이게....”
다섯명의 암혼대원들이 신형을 띄워 올렸을 때 홀로 서 있던 놈의 사지가 찢어 발겨질 줄 의심하지 않던 혼원대 조장의 눈에 적의 검에서 몸을 일으킨 거대한 검기의 파도에 휩쓸려 형체도 없이 떨어져 내린 동료들의 시체에 두 눈을 부릅떴다.
‘여, 엿됐다...’
뒤도 안 돌아보고 신형을 박차 도망을 치는 혼원대 조장이 전신의 내공을 두 다리에 몰아 넣었다.
‘뭐지?’
한 명의 마교도가 도망 가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오랜 혼수상태 후 처음 제대로 펼쳐본 무극칠절의 매끄러운 전개에 본인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힘 조절이 필요하겠군.”
마사히로와의 결투 후 오랜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북리준이 내공의 양이 늘어 난 것은 아니나 육십년 내공의 힘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순해 진 것을 알고 그러려니 넘어갔었다.
“내력의 수발이 자연스러워 졌고 뿜어져 나오는 힘이 배가 되었어....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북리준이 아홉의 시신이 나뒹굴고 있던 공터에서 잠시 생각에 빠져 있다 퍼뜩 고개를 치켜 들었다.
“금아가 기다리겠다.”
후다닥 나무 가지에 걸어 놓은 호리병을 챙겨든 북리준이 급히 숲을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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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천수사 방백이 잠을 청하려 침상에 누웠다가 조용히 신형을 일으켰다.
“보고할 필요 없다지 않았느냐?”
방백이 북리준을 지우고 바로 복귀하라는 명을 내렸는데 한 명이 자신의 침실로 스며 들어온 것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 그게..... 실패했습니다.”
“실패?”
방백이 어이 없는 표정으로 자신의 침상 아래 부복하고 있던 혼원대 조장을 바라 보았다.
“놈이 저희가 신교에서 온 것을 바로 알아 보았고 놈의 무위가 저희의 생각을 초월 하였습니다.”
“자세히....”
방백의 말에 혼원대 조장이 북리준을 암살하기 위해 숲에 매복한 일부터 아홉의 동료들이 스러진 내용을 자세히 설명 하였다.
“단 일검에?”
“퇴로를 장악했던 저희 혼원대원들은 륜에 당했고 놈을 잡기 위해 전면에 나섰던 암혼대는 단 일검에 온 몸이 잘려진 채 절명 하였습니다.”
방 안에 질식할 듯한 침묵이 부복해 있던 혼원대 조장의 양 어깨를 내리 눌렀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선 방백이 옆 탁자의 지필묵을 들어 무엇인가 써 내려 갔다.
“귀환하여 있는 사항 그대로를 보고 하라. 이 서신을 광명좌사께 전하거라.”
“존명!”
두 손으로 방백이 건네주는 서신을 품에 갈무리 하고 그림자로 변한 혼원대 조장이 방을 빠져 나갔다.
“신경 쓰이는 날파리 인 줄 알았더니 독수리 정도 되는가?”
방백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자신의 침상에 신형을 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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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도들이요?”
북리준이 천산파에 돌아와 마교도들의 습격에 대해 이야기 하자 도교교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우리 천산을 벌써 경계하는 건가?”
도경명 문주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무 성급한 결론일세. 정마대전을 앞두고 이제 막 몸을 일으킨 천산파를 견제 하기 위해 고작 열명의 마교도를 보냈다? 그리고 문주가 아닌 북리봉공을 노렸다? 뭔가 아귀가 맞지를 않아...”
독고우의 말에 북리준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독고숙부님의 말씀에 저도 동의 합니다. 그리고, 놈들의 대화 내용을 보면 저 개인을 노린 것 같습니다. 천산파가 목적이 아닌 듯 합니다.”
“왜 북리봉공을 노리지? 남해검문이 노린다면 그럴 수 있지만 왜 마교가?”
막대광의 말에 곤오가 고개를 주억 거렸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삼년 전 황태자와 함께 오삼계를 치기 위해 마교도들과 조우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놈들이 저를 확정 할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좌중의 인물들이 도대체 왜 마교가 북리준을 노렸는지 갑론을박 말이 나왔다.
“왜 북리봉공을 노리고 마교가 움직였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솔직히 저희 천산파를 치기 위해서 였다면 이리 경솔하게 움직이지는 않았겠지요. 그리고 현재 우리 상황이 대국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힘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도교교의 차분한 말을 도경명 문주가 받았다.
“그럼 북리봉공의 말 대로 삼년 전 그 일 때문에?”
“그렇다면 왜 여지껏 가만히 있다가 정마대전을 앞둔 이 중요한 시기에 움직였느냐지.”
독고우도 자신이 뱉은 말에 의문이 들어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잠시 지간 무거운 침묵이 방 안에 내려 앉았고 이를 북리준이 웃음을 지으며 깨내었다.
“다음에 오면 제대로 물어 보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천산의 경계를 조금 더 강화 해야겠습니다.”
조용히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유검패를 향해 북리준이 입을 열었다.
“검패! 혹시 모르니 북경에 마교와 관련된 수상한 움직임이 없는지 확인 좀 부탁해.”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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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광명우사 개벽쌍부 영호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고 하네.”
광명좌사 냉면혈조 사공백이 차분한 목소리도 대답을 했다.
“쪽빛 사자는 뭐 하는 거야? 한 놈을 처리 하는 거 아니었어?”
“한 놈에게 당했다는군. 이거 읽어 보게.”
광명좌사가 건네주는 편지를 받아든 광명우사가 편지를 읽어 내려 가며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졌다.
“이 놈.... 도대체 뭐하는 놈이야?”
편지를 다 읽은 영호강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신교도들을 단번에 알아보고 흑천마가의 암혼대와 환천마가의 혼원대원 열을 이리 쉽게 지웠다?”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문제는 놈이 우리 신교도들을 알아 보았다는 건데... 삼년 전 우리 교도가 무림에 나간 적이 있었는가?”
“기억나네. 오삼계와 손을 잡고 황태자를 잡기 위해 천살단과 추혼단을 보냈다가 일할 정도만 살아 돌아 왔지.... 땅이 내려 앉은 천재지변이라 했던가....?”
“아, 기억난다. 병신같은 천살, 추혼 단주 놈들이 거지꼴이 되어 패잔병 같이 귀환한 거!”
광명우사의 말에 좌사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 때 황태자 쪽에 몸을 담았던 놈들 중 하나 였나 보군.”
“그 병신새끼들 지금 어디에 있지?”
삼년 전 천살단과 추혼단의 태반 병력을 잃은 두 단주가 일 년 동안 독방에 갇혀 있다 강등 되어 사대 마가의 무공 교두로 발령난 것이 기억난 좌사가 입을 열었다.
“잘 되었네. 그 두 전 단주가 그 때 당시 관련된 놈을 만나면 씹어 먹겠다고 이를 갈던데... 여봐라! 거기 누구 없느냐?”
광명좌사의 말에 신교도 복장을 한 무인이 안으로 들어섰다.
“불러계시옵니까?”
“삼년 전 오삼계와 관련 되어 사대마가로 발령난 두 단주를 불러 오너라.”
“존명!”
무인이 밖으로 나가고 광명우사가 자신의 술잔을 들어 단숨에 삼켰다.
“그 병신들을 보내게?”
“이봐! 두 전 단주가 실수한 것은 크게 없어. 그 두 사람의 무공실력이야 검증된 거고. 그 때 당시 자신들을 나락에 떨어 뜨린 놈을 찾았다고 하면 기를 쓰고 나가려고 할걸?”
신교 본단 내 일이위를 다투던 최고의 무투조직의 장이었던 두 단주의 얼굴을 떠올리며 광명좌사가 웃음을 지었다.
“알아들었냐?”
광명좌사가 차분한 어조로 전 천살단주와 추혼단주에게 상황을 설명 하자 광명우사가 불뚝 입을 열었다.
“네, 저희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살단주가 스산한 목소리로 고개를 숙였다.
“저희에게 임무를 주시면 그 때 관련 되었던 놈들을 싹 다 죽여 버리겠습니다.”
혈기방장한 추혼단주가 콧김을 내뿜으며 이를 갈았다.
“필요인원은 알아서 뽑아 가시게.”
“예전 저희 단 소속의 일부만 데려 가겠습니다.”
“알아서 하시게....”
두 사람이 포권을 취하고 허리를 깊숙이 숙여 예를 표하고는 방에서 나왔다.
“그 때 그 새끼 였으면 좋겠다!”
추혼단주가 자신과 관우상을 베는 내기를 걸어 시간을 끌고 수하들을 저 무저갱에 빠뜨린 얄밉게 잘생긴 놈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번에는 내가 나선다. 네 놈은 뒤를 받쳐.”
“알겠다....”
자신들의 수하들을 저 깊은 땅에 묻고 일 년 동안 독방에서 그 씹어먹을 새끼의 얼굴을 가슴에 새기고 새겼던 두 전 단주가 이를 부득 갈았다.
“그 새끼가 아니더라도 그 당시 관련된 놈들을 다 지운다.”
온 몸에서 그득한 살기를 피어 올리는 천살단주의 말에 추혼단주가 씨익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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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북리어사 생각이냐?”
영롱한 달을 올려다 보며 제갈세가의 연무장에 서 있던 제갈청하를 보며 철면신산이 다가왔다.
“숙부님.... 아니예요.”
“아니기는. 네가 북리 어사의 이야기를 하거나 생각을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표정을 이 숙부는 안다.”
제갈청하가 긴 한숨을 내쉬며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정마대전 한 달 전 천무맹 휘하 무림문파들이 집결 하기로 하였으니 두 달 후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티가 많이 났나요?”
“이놈아! 얼마나 티를 냈으면 형님께서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꼬치 꼬치 물으셔서 진땀을 빼고 있다.”
“혹시 말씀 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제갈청하가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철면신산을 노려보았다.
“하하....네가 그리 신신 당부 했는데 이 숙부가 그러겠느냐?”
식은땀 한 줄기가 이마에 타고 내려 오는 것을 얼른 훔친 철면신산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만일 아버님이 아시면 그 이후로 숙부님의 얼굴 볼 일이 없을 거예요.”
“아, 알겠다! 그만 들어가 쉬거라.”
“편히 쉬세요.”
제갈청하가 자신의 처소로 돌아 가는 뒷모습을 보던 철면신산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게 말년에 무슨 고생이람? 청하야, 미안하다.... 형님이 말을 안하면 당장 죽여 버리겠다고 검을 목에 들이대시는데 내가 어찌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