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07화 (107/167)

107. 통이 크시네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방백이 자신의 집무실에 찾아든 두 명의 신교인들을 맞이 하고 있었다.

“그렇군. 소식은 들었네.”

전 천살단주인 파운마검 서패천과 추혼단주 야차도 마유가 정중히 허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자신들이 신교에서 신교 오대무력집단의 일원으로 선발 되었을 때 무사부였던 방백이 혀를 찼다.

“쯧쯧, 너희들의 무공은 봐 줄만 했는데 성격이 문제 였지... 특히 마가 놈은 더 그랬고...”

방백의 전신에서 평소에 볼 수 없었던 투기가 뭉클 거리며 피어 올랐다.

“왜 이런 외지에서 사자 노릇을 하고 계십니까?”

자신들이 알기로는 신교 내에서 입지가 사대 마가주와 동급 정도였던 무사부가 이런 벽지에서 남해검문이라는 작은 문파를 돕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교의 뜻에 따를 뿐이다. 그래, 네 놈들이 온 것을 보니 교에서도 그 놈의 존재를 가볍게 생각 하지 않는가 보구나.”

“삼년 전 저희를 현재의 처지로 만든 놈들 중 하나라는 사실에 저희가 자원을 했습니다.”

“이름은 북리준이고 얼마 전까지 청조의 정삼품 호군참령어사를 지냈다. 그 전에는 해남검귀라는 이름을 날렸고.... 이 곳 남해검문에서 진행하려는 교의 대계에 사사건건 개입되는 이상한 놈이더구나.”

차분한 어조로 목표에 대해 설명을 하는 방백의 말에 두 사람이 귀를 기울였다.

“혹시 기생 오래비 같이 잘 생긴 놈 아닙니까?”

마유의 말에 방백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기생 오래비라는 네 놈의 말뜻은 잘 모르겠지만 남자인 내가 봐도 잘 생기기는 했다.”

방백의 말에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 보았다.

‘잘 생겼다고 무조건 그 놈 이라는 것은 너무 섣불러!’

‘내 감이 그 놈이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고.’

서패천과 마유가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누자 방백의 목소리가 중간에 끼어 들었다.

“네 놈들이라면 마음이 놓이는 구나. 길잡이를 하나 붙여 줄테니 최대한 빨리 처리 후 복귀 하거라. 조만간 정마대전이 벌어지면 네 놈들의 무력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여기 광명좌사님의 전서가 있습니다.”

파운마검이 품에서 밀봉된 전서 하나를 건네었다.

“나가서 일들 보고 복귀 하거라.”

방백의 축객령에 마유와 서패천이 다시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방을 나섰다.

두 사람이 방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난 방백이 밀봉된 전서를 꺼내어 읽고는 옆에 세워둔 초에 편지를 가져다 대었다.

“대계의 날이 가까워 오는구나.....”

불이 붙어 재로 날려진 전서를 책상 옆 물이 담긴 그릇에 털어낸 방백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

“북리어사가 전서를 보내왔습니다.”

유공공이 일을 보는 집무실로 금대인이 들어섰다.

“잘 지내고 있다는가?”

“네, 무탈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혹시 이 곳에 마교의 움직임이 없는지 확인을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마교? 이 곳 황궁에?”

“북리어사를 노리고 마교에서 살수를 보낸 모양입니다. 문제는 북리어사가 마교와 접촉한 것이 단 한번 뿐인데 그때가 팔각채에 오삼계를 잡으러 갔다 함정에 빠졌을 때 뿐이었지요.”

금대인의 말에 유공공이 보고 있던 서류를 내려 놓았다.

“그 때 복수를 하러? 너무 뜬금 없지 않나? 북리어사가 오삼계를 치러 갔을 때 함께 했다는 것을 마교에서 어찌 알고.... 혹시 지금 개파한 천산파와의 연관성이 더 있지 않을까?”

“북리 어사도 그게 혼란스러운 모양입니다. 천산파를 친다는 명목이면 너무 사소한 사건이고 북리어사를 지우려고 파견되었다면 어떤 이유인지 몰라서 이 곳의 동향을 파악하려 하는 모양입니다.”

유공공이 옆에 있던 찻잔을 들어 한 모금의 차를 삼켰다.

“황궁 내에 특이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그다지.... 굳이 하나 찾자면 삼황자 전하 왕부에 무림인의 출입이 조금 많아진 정도...”

“원래 무림인과의 교분을 즐기시는 분이시니 특별할 것도 없지 않나?”

“그래서 굳이 찾자면 이라 표현을 한 거지요.”

“정마대전은 언제라고?”

“앞으로 삼개월이 채 안남았습니다.”

유공공이 황상에게 불려가 정마대전에 관한 어명을 받든 것을 주지 시켰다.

“무림인 놈들의 칼부림에 일반 민초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끔 동창과 금의위 군관들을 준비해 놓으시게. 우리들의 힘에 부치면 팔기군을 일으키라고 하셨으니 놈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

“역시 천풍루군요. 명불허전 입니다!”

오랜만에 천풍루 광동지부를 방문한 북리준의 앞에 공소혜가 다소곳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그 정도 황금이면 귀신도 부려야지요.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겠어요.”

공지부장의 말에 같이 배석한 도교교와 유검패가 들었던 찻잔을 내려 놓았다.

“물품의 수령증에 수결 하시기 전 이 영약들에 대한 이의 제기를 안 받는 것으로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공지부장의 말에 도교교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제품의 하자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 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아, 제품의 하자는 없습니다. 이는 저희 천풍루의 이름을 걸 수 있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는 부분은 이 영약들이 이십년 정도의 내공을 얻을 수 있는 영약으로 인증 받은 것들입니다.

문제는 영약을 섭취하는 사람, 방법, 시기 등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어떤 자는 오년, 어떤 자는 십년 최대 십오년 까지 내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왜 이십년의 내공이 안 나오냐라는 이의 제기는 받아 들일 수 없다는 말이지요.”

공지부장이 긴 설명을 마치고 타는 목마름에 찻잔을 집어 들었다.

“그 부분은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지금 여기 적혀 있는 영약들이 확실 하다면 말이지요.”

북리준의 말에 공소혜가 눈을 빛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저희 신풍루의 명예가 걸린 의뢰입니다. 그런 걱정은 접어 두셔도 됩니다.”

물품 수령증에 적인 영약들의 이름과 개수를 확인한 북리준이 수령증을 유검패에게 넘겼다.

“검패! 이 수령증과 영약의 개수가 맞는지 확인 부탁해.”

“알겠습니다!”

철령단 일백, 대청신단 일백 구십, 태원단 백삼십, 소양단 팔십 이라고 적혀 있는 수령증을 받아든 검패가 천풍루의 집사와 함께 방을 나섰다.

“빠른 구입에 감사 드립니다. 의뢰비는 후하게 쳐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더 감사하지요. 그런데 하나 질문을 드려도 될런지요?”

“말씀 하시지요.”

“저 영약들 말입니다. 설마 천산파의 전 문도들에게 나눌 것은 아니지요?”

천문학적인 금액을 주고 구한 영약을 일반 문도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물론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런 영약의 가격이 뛰면 큰 이문이 남기는 하지요,”

공소혜는 이 앞에 앉은 남자가 장래를 위해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 하다고 미루어 짐작했다.

“소문은 안 나리라 믿습니다.”

“절대 천풍루에서 입을 닫고자 마음 먹으면 그 누구도 알 수 없지요.”

전 무림에 영약을 수배 하는 중에 광동지부나 천산파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게 본단에서 영약을 수집하고 비밀리에 소량씩 나누어 광동지부에 내려 보낸 까닭에 천풍루에 최고위 층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알지를 못했다.

“비밀 유지 서약까지 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일 영약의 구입 의뢰를 천산파에서 했고 그 영약이 천산파로 들어 갔다는 정보가 돌 시에는 막대한 위약금을 물기로 계약서에 명기를 한 사실을 강조했다.

“밖에서는 천풍루가 정마대전 후를 대비하여 영약 장사를 시작 할거라는 소문이 파다 하게 퍼져 있습니다.”

“공지부장님과 오랜 거래 관계와 믿음이 있으니 말씀 드리지요. 당연히 저희 천산파의 모든 문도들에게 복용을 시킬 예정입니다.”

“하아.... 정말 통도 크시네요....”

이런 저런 담소가 끝나고 유검패가 물품 수령증을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봉공! 이상 없습니다.”

유검패가 건네주는 물품 수령증에 수결을 한 북리준이 이를 공소혜에게 건넸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이 건은 저희와 공지부장님만이 공유한 비밀입니다.”

“알겠습니다!”

북리준과 도교교, 유검패가 천풍루 광동지부에서 준비해 준 마차를 몰고 지부를 나서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 보던 공소혜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저 마차에 영약이 가득 실렸다는 것은 안 다면 전 무림의 반 정도가 천산파를 급습 해도 전혀 이상 할 것이 없지.... 아휴, 이제 한 시름 덜었으니 오늘은 그냥 쉬어야 겠다!”

크게 기지개를 켜고 뒤로 돌아선 공소혜가 허공에 대고 입을 열었다.

“무영! 오늘 영업 끝.”

****

“준비는?”

남해검문주 목철군이 나른한 목소리로 태사의에 앉아 부문주인 동생에게 질문을 던졌다.

“흑건질풍대. 백건폭풍대를 위시하여 혈무단, 혈검단, 혈풍단 소속 남해검문의 핵심 무력 집단이 출전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

“출전은 언제쯤 이라고?”

“보름 후 정마대전이 벌어지는 중경과 섬서성의 경계에 천무맹 진지로 출발 합니다.”

예의 방백의 차분한 말에 목철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군사! 그 날파리 같이 성가신 놈이 아직 숨을 쉬고 있는 것 같던데....?”

“천에서 확실한 자들로 보내 왔습니다. 내일 아침에 뜨는 해를 놈이 볼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번 만은 군사의 말을 믿고 싶군.”

“대계에만 집중을 해 주시면 됩니다. 그런 사소한 일은 제게 맡겨 주시지요.”

*****

“이 곳인가?”

야차도 마유가 거대한 도신에 섬뜩한 야차가 아로새겨진 마령도를 들어 어깨에 걸머진 채 입을 열었다.

“네, 이 곳 까지 안내를 드리고 저는 귀환 하였습니다.”

지난 번에는 열명이 왔다가 한 명만이 겨우 살아 돌아 온 것을 알고 있던 남해검문 무인이 꼴랑 네 명만이 온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열명도 안 되었는데 고작 네 명이라.... 뭐 난 이대로 가면 되겠지...’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

“아니, 놈의 목을 금방 자를테니 같이 움직이자구. 우리가 예상 외로 길치라서 말이지....”

거대한 마령도를 들고 씨익 웃음을 짓는 마교도의 말에 남해문인이 더듬 거렸다.

“지, 지난 번에는 그냥....”

“우리가 지난 번에 왔던 사대마가의 일반대원인줄 알아? 걔네들, 우리가 가르쳤어!”

희게 웃음 짓는 파운마검 서패천의 말에 오금이 저려진 남해문인이 주춤 거리며 공터 저 편에 몸을 숨겼다.

“너희 들은 놈이 도망 못 가게 퇴로를 확보해라.”

삼년 전 팔각채 안 관제묘 참사에 동료들을 거의 다 잃어 버린 천살단과 추혼단의 부단주 둘이 이를 부득 갈았다.

“놈이 도망 가려 한다면 저희가 갈아 마시겠습니다.”

온 몸에서 살기를 피어 올리는 두 전 부단주를 보며 마유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새끼가 그 새끼 였으면 원이 없겠다.”

“왜인지 저 숲 입구에서 그 놈이 이 곳으로 걸어 들어 올거라는 확신이 드는데? 크크크크.”

본래 차가운 성정에 말수가 없었던 파운마검 서패천이 얼굴에 흥분된 기색을 떠올리며 눈을 빛냈다.

“누군가 옵니다!”

저벅 거리는 발소리와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에 마유가 인상을 찌푸렸다.

“뭐야? 지나가는 취객이야?”

“목표인지 아닌지 저 놈이 확인해 주겠지.”

숲 저 편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남해문인이 공터로 들어서는 자그마한 숲길을 눈을 부릅뜨고 쳐다 보았다.

호리병 두 개를 줄에 매단 채 검을 들고 흥얼거리며 들어서는 북리준의 얼굴에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달빛이 비추는 순간 마유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노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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