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08화 (108/167)

108. 성가신 놈이구나

야차도 마유가 지금도 매일 밤 꿈에서 자신을 무저갱 나락으로 밀어 내며 웃음 짓는 놈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에 신형을 날리려 했다.

“잠깐!”

파운마검 서패천이 손을 들어 저지 하자 마유가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지르려다 북리준의 뒤에서 들려 오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요새 아해들은 말이야, 시끄럽고 성가시고 위아래도 없고.... 한 마디로 개판이야.”거대한 덩치에 그에 걸맞은 도를 어깨를 걸친 노인의 우렁우렁한 목소리를 차가운 목소리가 받았다.

“우리가 어렸을 때도 듣던 소리다. 요새가 더 싸가지가 없기는 하지만....”

북리준의 뒤에 서 있던 막대광과 독고우가 자신들을 앞을 가로 막고 선 네 명의 마교도들을 바라 보며 히죽 웃음을 지었다.

“가만히 있어도 관 짤 날을 기다릴 노인네들이 굳이 빨리 가려고 발악을 하는 구나!”

“봐라 봐! 저렇게 싸가지가 없잖아. 저런 새끼들은 몽둥이가 약이야.”

북리준의 양 옆에 자리를 잡은 막대광과 독고우를 보며 서패천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정말로 네 놈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난 별로인데.... 그런 쪽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야.”

“큭큭큭, 여전히 뻔뻔하고 유들거리는 구나.”

삼년 전 자신들의 앞에서 시간을 끌다 도망쳐간 그 자리에 자신들의 수하들 대부분을 땅에 묻고 신교로 돌아 간 후 찾아왔던 굴욕의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홀로 가기 외롭다고 노인네들을 대동하다니... 네 놈도 그른 놈이구나.”

마유의 말에 막대광이 자신의 도를 쿵 땅에 박아 넣고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네 놈의 그 예쁜 도로 누굴 해치기나 하겠냐?”

야차가 아로새겨진 마령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키득거리는 막대광을 향해 마유가 스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의 크기로 고수를 가린다면 영감이 이겼수!”

자신의 도 보다 삼할 정도 거대한 묵빛 도를 살기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쏘아 보았다.

“단주, 저 놈이 맞습니까?”

“그렇다. 저 놈 때문에 추혼단주와 내가 묶여 있는 동안 그 사달이 난 것이다.”

“하늘이 무심치 않으셔서 드디어 피맺힌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구나.”

마유가 진득한 살기를 온 몸에서 뿜어 내며 자신의 도를 들었다.

“참 저 놈들도 운이 더럽게 없어요. 하필이면 우리가 북리봉공에게 금아를 제대로 소개 받으러 가는 날 습격을 하다니 말이야.”

“놈들의 명이 이것 밖에 안되는 거지....”

“늙은 두 놈의 만담은 집어 치우고 네 놈의 목을 따기 전에 하나만 묻자.”

파운마검 서패천이 자신의 검을 잡으며 북리준에게 매서운 눈길을 보냈다.

“물어라!”

“그 때 팔각채의 관제묘의 땅이 무너져 내린 것..... 우연한 천재지변이냐, 아니면 네 놈이 의도한 함정이냐?”

마유 또한 서패천과 몇 번이고 그 때 당시의 지각이 무너져 내린 것이 천재지변인지 함정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하였기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북리준을 쳐다 보았다.

“흐음, 그것이 그리 궁금했나 보군. 반반?”

“말 장난 하지 말고 바른대로 고해라.”

“장난이 아니고 정말 인데.... 그 관제묘 주변에 거대한 진법이 설치 되어 있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고 진의 발동은 내가 한 것이 맞지... 아, 네 놈도 한칼 거들었구나.”

“무슨 개소리냐?”

전 추혼단주 마유가 으르렁 거렸다.

“네 놈과 내기를 하지 않았나? 관제묘 안의 관운상을 베어 내기 말이야.”

“무슨 개.... 뭐야, 그럼?”

“맞아! 그 관운상이 관제묘와 그 지변 땅을 무너뜨리는 진법의 열쇠였어.”

결국 앞에 선 놈의 꾐에 빠져 진법을 발동 시키게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에 마유가 괴성을 질러댔다.

“크아아아아악! 저 새끼는 내가 죽인다. 내 마령도로 한치 한치 포를 떠서 내일 아침까지는 살려주마.”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말은 살벌하네. 네 놈은 내 묵룡도를 넘어야 북리봉공에게 갈 수 있어. 그만 씨부리고 덤벼!”

막대광의 말에 옆에 서 있던 독고우가 마유과 서패천의 옆에 서 있던 두 전 부단주를 검으로 가리켰다.

“저 두 놈은 내 차지겠구만!”

“마유! 빨리 끝내고 내가 저 새끼를 어떻게 하는지 구경이나 하거라.”

파운마검 서패천이 자신의 검에 진득한 살기를 가득 밀어 넣고는 두 부단주를 돌아 보았다.

“네 놈들도 저 늙은이를 처리 한 후 내 싸움에 개입하지 말아라.”

파운마검 서패천이 신교의 천살단주로 있었을 때 자신의 싸움에 끼어든 자들은 불문곡직 적으로 간주하여 참살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두 부 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하지만 저 늙은이의 뼈 마디를 분지르는 것으로 대신 해야겠구나.”

“미친놈! 내 뼈가 네 놈 생각처럼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마.”

“문답무용!”

마유가 거친 마기를 온몸에서 뿜어내며 자신의 마령도에 시커먼 마기를 두른 채 막대광을 갈라 버리기 위해 떨어져 내렸다.

‘카아아앙’

어느새 공중으로 떠오른 묵룡도가 마유의 마령도를 막고 튕겨내고는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마유의 가슴을 갈라 왔다.

“크으으윽”

마유의 발이 기이한 보법을 밟으며 막대광의 도를 한 치 앞에서 흘려 보냈으나 도에서 뿜어져 나온 풍압에 가슴 앞섶이 순식간에 갈라졌다.

“아깝다!”

벌어진 앞섶 안에서 몽글몽글 올라오는 핏줄기를 보며 막대광이 웃음을 지었다.

“제법이구나, 늙은이!”

“너는 안 늙을 줄 아냐? 아니지, 네 놈은 이제 늙은 기회가 없겠구나. 내 도에 죽을테니까!”

막대광이 전신 내공을 묵룡도에 밀어 넣자 ‘우우우우우웅’ 도명이 울려 퍼지며 우유빛 강기가 도 위에서 그 몸집을 키워갔다.

“좋구나....”

마유 또한 자신의 전신의 마기를 마령도에 밀어 넣자 사이하고 불길한 마기가 도를 감싸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라!”

막대광이 도기가 가득 서린 묵룡도를 좌에서 우로 휘두르자 마유가 마기를 가득 먹은 마령도가 우에서 좌로 마주쳐갔다.

“콰아아아앙 콰차차차차창 크아아아아악”

두 도가 부딪친 충격파가 공터를 휩쓸어 지나고 자욱한 먼지가 내려 앉자 참혹한 광경이 눈에 펼쳐져 있었다.

“이, 이런....”

묵빛 거대한 도를 든 노인네가 건재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맞은 편에 도병만 남은 마령도를 든 마유가 칠공에서 연신 피를 게워내고 있었다.

“크크크.... 영감이....이겼어....”

마유가 썩은 통나무가 뒤로 넘어가듯 쓰러지며 그대로 절명했다.

“에구 에구.... 이제 이 정도 움직였다고 뼈마디가 쑤시네. 이제 네 놈 차례다.”

막대광의 묵룡도에 서린 도기에 내장이 진탕되어 터져 가루가 되어 버린 마유의 시체를 보며 서패천이 눈을 부릅떴다.

“나서거라! 네 놈의 목을 베고 친우의 원수를 갚겠다.”

“제가 먼저 나서겠습니다.”

“그러시게. 난 놈들이 도망 못 가게 감시나 해야겠군.”

독고우가 어깨를 한번 으쓱 올리고는 흘흘 웃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저 두 노인네가 개입 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부단주가 이를 악물고 쓰러져 절명한 마유의 시체를 들고 서패천의 뒤로 물러섰다.

북리준이 일월신검을 들고 앞으로 서서히 나서자 서패천이 그 앞에 섰다.

“네 놈의 목으로 친우의 제를 지내주겠다.”

“네 놈이 바로 따라 갈 것 같은데....”

북리준이 일월신검을 뽑아들자 서패천 또한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는 땅을 박차고 빛살같은 속도로 둘 사이의 거리를 단축했다.

“차아앙 채챙 차앙 채채챙”

눈에 보이지 않는 쾌속한 속도로 북리준의 전신을 저며 내기 위해 비행하는 서패천의 마검을 북리준이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막아 나갔다.

좌에서 우로, 위에서 아래로, 중앙에서 베고 찌르는 현묘한 공격이 족족 북리준의 검에 막혀 나가자 서패천이 이를 악물고 훌쩍 신형을 뒤로 날렸다.

“이것마저 막는다면 패배를 인정하마!”

“오너라.”

서패천의 검에서 묵빛의 마기가 뭉클 거리며 몸집을 키우고 잠시 후 서패천의 전신을 감싸는 마기의 구름이 그 빛깔을 더해갔다.

“하아아아앗”

서패천의 검이 북리준을 향해 떨쳐지자 서패천의 전신을 휘감아 돌던 마기의 구름이 일제히 북리준을 향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차아아아앗 쿠르르르릉 콰르르르르릉”

북리준의 일월신검에서 뇌기의 구름이 피어 오르더니 자신을 터뜨리기 위해 날아오는 마기의 구름을 향해 무겁게 검이 내리그어졌다.

‘검은 구름을 찢어 발기며 내리쳐지는 뇌격의 힘 앞에 그 누가 서 있으리오!’

무극뇌격의 강대한 힘이 서패천이 밀어낸 마기의 구름을 직격하자 마기의 구름이 산산히 부서지며 그 끝에 서 있던 서패천의 전신을 두들겼다.

“크아아아아악”

강력한 뇌격의 힘에 전신이 노출된 서패천이 시커멓게 타 버린 채 쓰러지며 움찔 움찔 남은 뇌기에 의해 제 멋대로 몸을 뒤틀더니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다, 단주.....”

‘몸을 빼라. 내가 퇴로를 막겠다.’

추혼 부단주의 전음에 천산 부단주가 눈물을 머금고 땅을 박차고 신형을 뽑아 올리려는 순간 자신의 머리를 뚫고 들어오는 무엇인가에 암전이 되었다.

“어디를 도망 가려고....”

독고우가 날린 혈심전에 머리가 꿰뚫린 마교도를 보며 혀를 찼다.

추혼 부단주는 자신이 희생하여 도주 시키려는 천살 부단주가 절명한 지 모른 채 자신의 도를 들어 북리준에게 부딪쳐 갔다.

“사아아아앗”

저 앞 자신의 우상이며 스승이며 형이었던 단주를 죽인 원수에게 온 힘을 다한 일도를 뻗어 내려는 순간 바로 앞 공간이 열리며 튀어 나온 삭도에 머리가 갈려 나갔다.

‘이, 이럴 수가.... 사, 사신들이다....’

공터 출구 한 켠 숲에 신형을 숨기고 있던 해남검단의 무인이 걸음아 날 살려라 냅다 신형을 날렸다.

“곤오야! 저 놈이 어디로 들어 가는지만 확인 하고 오너라.”

독고우의 말에 무엇인가가 은밀히 저 앞에 달려 나가는 해남문도를 따라 붙었다.

“마교 놈들의 이 곳 은신처를 곤오가 알아 오면 날이 밝는 대로 들이쳐야겠군.”

막대광의 말에 독고우가 자신의 혈심전을 회수 하여 죽은 마교도의 옷에 피를 닦아내고는 신형을 일으켰다.

“언제 광동에 마교놈들이 둥지를 틀었을꼬?”

*****

“구, 군사님!”

묘시초(새벽 5시~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자신의 처소 앞에 엎드린 해남문도의 기척에 방백이 신형을 일으켰다.

“들어 오너라!”

온 몸이 식은땀 범벅이 된 남해문도를 확인한 방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천산파의 일은?”

“실패했습니다. 목표 외에 두 명의 늙은이들이 가세 했으나 무시하고 일을 결행 하였습니다. 결과는 네 명 다 죽었습니다.”

남해문도가 숨을 헐떡이며 보고를 하던 중에 자신의 목 언저리가 뜨끔한 느낌에 손을 대어 보니 자신의 뜨거운 피가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왜, 왜.....”

어느새 방백의 손에 들린 검에 의해 언제 목을 잘렸는지 깨닫지 못한 채 고꾸라진 남해문도의 시체를 무심히 바라 보던 방백의 입이 조용히 열렸다.

“치우거라! 당분간 남해검문 장문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하거라.”

방백이 앉아 있던 침상의 오른편 허공이 열리며 검은 구름 형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잠시 후 ‘으드드득 으드득’ 기음과 함께 구름 속에 가려진 시체가 형체를 잃어갔다.

“참으로 성가신 놈이구나..... 직접 움직일 수도 없고....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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