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찾았구나...
천마와 헤어진 흰색 가면의 여인의 스무개의 흑색 상자를 실은 마차가 저 앞 거대한 산 숲 속으로 달려 들어 가고 있었다.
원래는 빽빽한 숲이 있었어야 할 그 곳에 거대한 대로가 뚫려 있었고 그 대로를 거침 없이 마차가 가로 질러 숲 속 안 거대한 장원 문 앞에 멈추었다.
‘끼이이이익’
백 년은 훨씬 넘었음직한 고색창연한 전각군들이 거대한 산 밑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마차가 문 앞에 도착 하자 거대한 정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집혼사제를 뵈오!”
거대한 문이 열리고 그 앞에 끝없이 소용돌이 치는 어둠 속에서 유부에서 들려 올 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길을 열어라!”
흰색 가면의 여인의 가면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 오자 정면에서 소용돌이 치는 어둠이 꿈틀 거리며 자그마한 소로를 뱉어 내었다.
‘따가닥 따가닥’
마차를 몰아 어둠 속 소로로 들어선 흰 가면 여인의 뒤로 끈적한 어둠이 다시 몰려 들었다.
소로의 양 옆에는 거칠고 끈적한 어둠이 끊임없이 소용돌이를 치고 있음에도 흰 가면의 여인은 앞만 보며 말을 몰아 나갔다.
‘쿠르르르릉 콰르르르릉 콰콰쾅’
전면에 서 있는 거대한 루 위로 쉴 새 없이 번개가 내리치고 검고 검은 하늘을 찢을 듯한 천둥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흰 가면의 여인이 마차에서 내리자 흐느적 거리는 움직임의 사람 형상의 무엇들이 스무개의 상자를 내려 전각 안으로 옮기기 시작 하는 것을 본 후 안으로 들어섰다.
“태천주를 뵙습니다!”
거대한 공간을 가로 질러 정중앙에 극도로 공경의 예를 표하며 오체복지를 한 여인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흘흘흘.... 수고가 많았느니라.....”
어둠 저 편 거대한 태사의에 신형을 묻고 있는 기괴한 사람에게서 공간을 떨게 만드는 마음(魔音)이 울려 나왔다.
온 몸에 주름이란 주름이 다 잡혀 흘러 내리는 살에 자색 빛이 번득이는 눈, 약 한 척은 족히 되어 보이는 기이한 손톱의 괴인의 입에서 새빨간 혀가 튀어 나왔다.
“추리고 추려 가능성이 있는 스물을 선별하였나이다.”
도저히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 할 수 없는 기괴한 몰골의 괴인을 차마 쳐다 보지 못한 채 고개를 땅에 붙인 집혼사제라 불리운 여인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속하들이 천주마강맥을 구분 할 방법이 없어 태천주님이 일러주신 구분법으로 그나마 근접한 자들을 오십년 동안 추리고 추려 선별하였사옵나이다.”
말을 마친 여인이 죽은 듯 엎드려 있는 가운데 흐느적 거리는 괴인들이 태사의 앞에 스무개의 상자를 일정한 간격으로 놓아 두고는 물러 갔다.
‘달깍’
거대한 대전에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천둥소리로 들릴 정도의 깊은 침묵 속에 첫 번째 상자가 열리며 그 안에 든 술병이 천천히 허공을 유영하며 태사의 괴인의 손으로 날아 갔다.
“킁킁킁.....틀렸어....”
‘파스스스스’ 자기로 만든 술병이 순식간에 모래로 화해 공중에 흩뿌려지고 다시 두 번째 상자가 열렸다.
‘꿀꺽’ 엎드린 채 괴인이 무엇인가 냄새를 맡는 소리와 ‘틀렸다.’는 말이 반복 될수록 집혼사제의 입안이 점점 말라갔다.
열 여덟 번 째 상자가 열리고 다시 병이 모래로 화하는 소리에 흰 가면의 여인이 엎드린 채 눈을 질끈 감았다.
‘딸깍’ 상자가 열리는 소리에 수명이 십년은 감축 되는 듯한 느낌에 온 몸에서 비오듯 땀을 흘리던 집혼사제의 귀에 구원의 소리가 들려 왔다.
“찾았구나...... 흘흘흘흘....”
“겨, 경하 드리옵니다!”
열 아홉 번째 상자가 통째로 떠올라 괴인의 손에 떨어지고 그 상자 밑에 적힌 글을 웅얼거렸다.
“남해검문..... 흘흘흘.....”
“두 달 후 예식을 거행할 준비를 하겠나이다.”
“킁킁킁킁...... 흘흘흘....... 정말 좋은 냄새야...”
허공을 유영하듯 남해검문이라 쓰여진 상자가 날아와 엎드린 집혼사제의 앞에 살포시 내려 앉았다.
“존명!”
자신의 땀에 절은 집혼사제가 조심스럽게 상자를 들고 뒷걸음질로 대전을 벗어났다.
“킁킁킁킁..... 좋구나.....”
****
“찾았습니다!”
광명좌사가 화려한 태사의에 몸을 묻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천마 백무결의 앞에 허리를 숙였다.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다 마다요. 길일을 두 달 앞두고 집혼사자들의 고생이 많았습니다.”
우렁거리는 광명우사의 말에 천마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일단 정마대전에서 정사 나부랭이들을 다 문지르는 것이 중요해. 그 후 황궁도 마무리 지어야 하고....”
“계획대로 잘 진행 되고 있습니다. 염려 놓으시지요.”
그 때 ‘뚜두둑’ 하는 기음과 함께 술잔을 잡고 있던 천마의 팔뚝에 푸른색의 기이한 뱀 같은 문양이 불끈 떠올랐다.
“크으으으으윽”
급히 천마기를 팔에 집중하여 돌리자 ‘푸스스스스스’ 수증기가 피어 오르며 푸른 혈관들이 모습을 서서히 감추기 시작했다.
“물러가라!”
광명우사와 좌사가 물러난 거대한 대전에 홀로 남은 천마가 서서히 신형을 일으켰다.
“벌써 태사조님을 뵈러 갈 때가 되었구나....”
오년에 한번 전신을 치달아 달리는 천형의 굴레가 온 몸에서 꿈틀 거리는 것을 느끼며 천마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지워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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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흘흘흘.... 잘 지내었느냐....”
집혼사제가 오체복지했던 그 자리에 천마가 고요히 서 있었다.
“태사조님을 뵙습니다.”
“벌써 오년이 되었구나....”
“천주마강맥을 찾게 되심을 진심으로 경하 드립니다.”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는 천마의 머리 위로 예의 기괴한 목소리가 떨어져 내렸다.
“네가 애써 준 덕분이지.....흘흘흘.”
“사손이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이것이 다 태사조님의 홍복이지요.”
“흘흘흘.... 가까이 오너라....”
천마에게 태사조라 불리운 기괴한 괴인의 말에 백무결이 조심스럽게 어둠을 뚫고 걸음을 옮겼다.
“이번 회차로 네 천형의 굴레를 완전히 벗겨 줄 수 있느니라.... 잠시만 참거라....”
“감사합니다!”
괴인의 손이 허공을 유영하자 천마가 혼혈을 짚인 채 공중에 떠오르고 태사의에 앉아 있는 괴인의 눈 앞에 천마의 신형이 당도 했다.
자색 눈빛의 눈이 번뜩 떠지며 기다란 손톱이 괴기스런 양 손이 허공에 떠 누워 있는 천마의 전신을 어루만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스스스스스 파스스스스’
허공에 떠 있는 천마의 전신에서 푸르디 푸른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그 기운이 괴인의 손짓에 모여 들어 하나의 자그마한 구로 만들어 진 후 벌린 괴인의 입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흘흘흘흘.... 두 달 후 네게 완전한 자유를 주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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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백 삼십 오개의 문파가 집결 했어요.”
도교교의 말에 도경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없는지요?”
북리준의 말에 도교교가 고개를 저었다.
“태천문의 섭노야께서 잘 중재를 해 주고 계셔서 큰 문제는 없어요.”
“사흘 후 출정 준비는 잘 되고 있느냐?”
“네, 저희 천산 문인들의 준비는 다 끝났고 저희와 함께 할 중소문파 무인들의 출정을 위한 준비도 거의 다 완료 하였습니다.”
도교교의 말에 도문주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사흘 후 출정을 하면 전장에는 언제쯤 도착 예정이냐?”
“천무맹, 사황련, 마교가 정마대전을 약조한 개전일 보름 전에 도착 가능 합니다.”
“검패와 함께 차질 없는 진행을 부탁 드립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이틀 동안 폐관 수련을 하려고 합니다.”
“폐관수련?”
“네, 마교와의 전쟁 전에 제 무공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듯 해서요.”
“지금도 무적인데 뭐 굳이....?”
“아닙니다. 마교의 천마라는 자의 무공이 인외의 무공이라 들었습니다. 또한 남해검문주의 무공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고요.”
“마음 놓고 수련에 임하시도록 제반 문제는 제가 다 해결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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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준이 쌍괴동에 들어 금아와 잠시 반가운 해후를 한 후 예의 거대한 수련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내가 지금 최상의 상태로 펼칠 수 있는 무공을 정리해 봐야 해. 천산 문인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내가 더 강해져야 해.’
자리에서 일어선 북리준이 천천히 남해무극칠절을 일월신검으로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일월신검이 일순간에 거대한 동공의 공간을 가르는 무극단섬이 펼쳐지고 이어 붉게 타오르는 해가 저 바다로 떨어져 내리는 듯한 무극낙영이 거대한 동공을 가득 메웠다.
이어 ‘콰르르르릉 콰르릉’ 일월신검에서 피어 오른 무극뇌격의 기운이 공간을 찢어 발기고 순간 검에서 피어오른 무극광룡의 광폭한 용 형상의 검기가 공간을 산산히 헤집어 놓았다.
땅으로 늘어뜨린 일월신검에서 거대한 검기의 파도가 몸을 일으킨 무극만파가 공간을 삼키고 이어 머리 위로 치켜 올린 신검이 떨어져 내리며 펼쳐진 무극멸절에 정면 공간의 공기가 소멸되어 버렸다.
‘후우우, 여기 까지가 한계 인가?’
무극칠절 중 단섬, 낙영, 뇌격, 광룡, 만파, 멸절까지 시전한 북리준이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전신에 건공무극신공을 운기하며 기를 가다듬었다.
‘지난 번 마사히로와의 대결로 얻은 기연으로 무극멸절까지는 무난하게 펼질 수 있게 되었구나.’
한 시진 정도 건공무극신공을 운기하여 어느 정도 기를 가다듬은 북리준이 일월신검을 구석에 세워 놓고는 두 손을 늘어 뜨린 채 수련장의 중앙에 섰다.
‘이번에는 일월천뢰륜법이다. 이 륜법이 내게 구명절초가 된 적이 많았지만 일월단혼과 일월벽력 이후 후반부 절초는 도저히 손에 닿지를 않는구나.’
늘어 뜨린 양 팔에 차인 일월수갑에서 모습을 드러낸 일월혈륜이 공간을 찢어 발기며 비행을 시작했다.
‘슈아아아아아아앙’
일륜과 혈륜이 십자 모양으로 교차 하며 공간을 네 등분하고 뒤이어 거대한 번개가 땅으로 내리 꽂히는 듯한 일월벽력이 두 륜에서 쏟아져 나왔다.
‘지난 번 기연 이후 일갑자의 내공의 질이 더 이상 정순해 질 수 없을 만큼 정순해 졌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일월파천의 시전이 가능해 질 것 같다.’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를 가다듬으며 북리준이 자신이 정신을 잃었을 때 보였던 두 사람의 어렴풋한 모습을 상기했다.
‘두 분이 쌍괴 어르신 이었을까? 분명히 대화 내용을 보면 쌍괴 어르신 같았는데....’
건곤무극신공을 운용하며 계속 생각을 이어갔다.
‘완전한 공(空)의 상태.... 한 고비를 넘겨서 두 번이 남았다고 하신 것 같은데.... 그리고 업(業)을 대신 해소해 달라는 것은 무슨 뜻이지..?’
북리준이 자신의 무공을 참오하며 쌍괴 어르신이 나눈 대화를 계속 곱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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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정이군!”
독고우의 말에 막대광이 자신의 묵룡도를 어깨에 척 걸쳐 메었다.
“썩을 마교 종자 놈들을 이 땅에서 몰아 내 보자구.”
자신의 뒤에 검은색 야행의 차림의 이백여 풍령곡 살수들을 돌아 보고는 곤오가 히죽 웃음을 지었다.
“이 놈도 드디어 숙수 옷을 벗고 풍령곡 옷을 입으니까 신이 나는 모양이다.”
“자자 우리 자리로 이동 하자구. 곧 도문주의 출정사가 있을테니까.”
독고우와 막대광, 풍령곡의 살수들이 거대한 연무장 오른편에 자리를 잡자 천산의 무복을 입은 기린, 청룡, 백호, 현무, 주작대가 각 대주들을 중심으로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잡았다.
천산에서 제공해 준 영약과 무공에 한껏 고무된 천산문인들이 형형한 안광을 빛내며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준 천산파의 문주를 기다리고있었다.
“자자, 우리는 이쪽에 각 문파대로 집합해 주시게.”
전면에 천산파와 풍령곡의 무인들이 자리를 잡자 그 뒤에 백 오십여개의 중소문파 무인들이 태천문 섭노야의 지시로 부산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