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개전
“개미떼 같이 많이도 모였구나....”
천마가 자신의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정사연합군을 보며 쿡쿡 거렸다.
“개미들이 모여 있어 봐야 밟아 죽이면 그 뿐이지요.”
광명우사인 개벽쌍부 영호강이 전신에서 투기를 피워 올리며 입을 열었다.
“우사의 말이 맞습니다. 반나절 이면 쓸어 버릴수 있습니다.”
광명좌사 냉면혈조 사공백이 자신의 애병인 혈조 두 쌍을 손에 끼면서 희게 웃음을 지었다.
“정사 나부랭이를 쓸어 버리는 것이 주가 아닌 것을 명심하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 마교를 떠 받치는 사대마가주와 오행기주들이 천마의 앞으로 나와 허리를 숙였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흑천마가주 북궁찬이 대표로 앞으로 나섰다.
“오늘 해를 넘기지 말자고.”
천마가 히죽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뒤에 서 있던 검천마가주 위지천과 독천마가주 천독룡, 환천마가주 구양환이 포권을 취했다.
“우리도 슬슬 움직여 보자구.”
천마의 뒤를 따라 움직이는 천마 직속의 천마사령대 백명이 마기를 피워 올리는 모습을 보고는 뒤에 서 있던 마교의 정예들을 광명우사가 자랑스런 눈으로 바라 보았다.
오행기와 별도의 무력 집단인 천살단, 추혼단, 사혼단, 흑풍단, 적월마화단이 전신에서 유형화된 마기를 뿜어 내며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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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사오륙칠 구획에 포진해 있던 천무맹의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사황련의 사황팔문의 병력이 저 편에서 피어 오르는 마기를 보며 온 몸에서 투기를 뿜어 내고 있었다.
진의 오른편에서 천무맹주인 절대검존 남궁휘가 전면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천무맹주 직속 무력부대인 천위대와 백룡철검대, 백악검수대, 용호도대, 웅풍도대 등의 천무맹 무력 부대들이 따라 붙었다.
진의 왼편에서 사황련주인 팔비곤마 북궁추가 앞으로 나서고 그 뒤를 혈귀단, 혈사단, 혈전단과 아수라대가 살기를 전신에서 흘려 대며 련주의 뒤에 섰다.
“저 앞에 틈만 나면 호시탐탐 우리 중원을 노리는 마교도들이 또 나타났다. 이번에는 절대 다시 우리 아름다운 중원에 마교도의 더러운 발길이 닿지 않도록 철저하게 응징을 했으면 하오.”
자신의 앞에 선 절대검존 남궁휘의 말에 팔비곤마 북궁추가 입꼬리를 올렸다.
“모처럼 천무맹주와 마음이 맞는군. 이따 봅시다!”
사황련주가 미련없이 신형을 돌려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 가고 천무맹주 또한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마교도들이 다시는 우리 강산을 침범치 못하게 삭초제근 하자! 도오올격.”
“사황련의 힘을 보여 주자. 도올격!”
천무맹주 남궁휘와 사황련주 팔비곤마의 돌격 명령이 떨어지자 일만 여명이 넘는 정사연합군이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아아악 마교를 쳐 없애자.”
“정도는 승리 한다. 마교도들을 죽이자!”
남궁휘와 북궁추가 맨 앞에서 몸을 날리자 가슴에 聖火(성화) 라는 글이 새겨진 검은색 무복의 마교도들이 파도 치듯 넘실 거리며 온몸으로 부딪쳐 왔다.
“콰차차창 크아아아악 카가가각 아아악”
단 한번의 부딪침에 수백의 목숨이 구천을 떠돌고 절대검존 남궁휘가 자신의 창천검을 들어 앞을 가로 막는 마교도들을 거침 없이 베어 나갔다.
“본좌가 절대검존 이니라!”
남궁휘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창궁무애검법에 오행기 마교도들이 두 조각 나고 연이은 섬전십삼검뢰에 사대마가의 마인들이 피를 뿌리며 신형을 눕혔다.
“크하하하하 좋구나 좋아!”
사황련주 팔비곤마의 두 묵빛 철곤이 별호처럼 여덟 개의 팔을 가진 양 주위에 덤벼드는 마교도들의 머리며 팔이며 다리며 닿는 부위마다 족족 터져 나가며 온 몸에 피갑칠을 한 채 광소를 터뜨렸다.
“좋다 좋아!”
광명우사의 개벽쌍부가 공중에 휘둘러질 때 마다 천무맹과 사황련 무사들이 터져 나가고 그 옆에 선 좌사의 혈조가 춤을 출 때 마다 갈가리 찢겨 나가는 사황팔문의 무사들을 보며 좌사가 피범벅이 된 얼굴로 희게 웃음을 지었다.
“크아아아악 피, 피해...도, 독이다.”
환천마가 소속의 혼원대과 귀혼대의 교도들이 입에 물고 부는 혼원적 소리에 독강시와 철강시가 불쑥 불쑥 신형을 일으켜 정사연합 무사들을 녹이고 찢어 죽였다.
“아미타불!”
장엄한 불호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온 백보신권을 머리에 맞아 터져 버린 독강시가 땅에 신형을 눕히고 구리빛 신체에 계인이 선명한 십팔동인들이 철강시를 맞아 대금강권으로 팔다리를 부숴갔다.
“수, 숨을 멈춰라!”
당문주인 당백의 사자후에 근처에 있던 고수들이 급히 숨을 멈추었다.
‘파스스스스스스’
당백의 손에서 제독분이 뿌려 지고 급히 뒤로 물러서는 정사연합군 앞에 검은색 옷 가슴에 毒(독)이라는 글이 선명한 누군가가 나섰다.
“당문의 문주인가?”
오만한 표정으로 뒷짐을 진 채 서 있던 독천마가주에게 덤벼 들던 사황련의 무사가 성의 없이 휘두른 천독룡의 손짓에 그 자리에서 녹아 떨어져 내렸다.
“독? 감히 당문주인 내 앞에서 독을 논하는가?”
“누가 진짜 독의 조종인지 한번 가려 보자꾸나.”
천독룡의 전신에서 뭉클 거리며 뿜어지는 묵빛 독무에 닿은 무사들이 칠공에서 피를 토하며 무너져 가는 모습에 당문주도 자신의 청색 독기를 전신에서 뿜어내기 시작했다.
“피, 피해라! 독무에 닿으면 안돼....”
독천마가주와 당문주 주위에 순식간에 커다란 공간이 생기며 묵색과 청색 독기 서로 몸을 얽어가며 공간을 녹이기 시작했다.
“무량수불!”
무당장문의 검에서 피어 오르는 태극혜검과 칠성검, 태청검 앞에 오행기에 속한 마교도들이 속절없이 이승을 떠났다.
“카가가가가강”
거침없이 휘둘러지던 무당장문의 검이 처음 막히며 그 앞에 검은색 무복에 선명한 마기를 뿜어내는 누군가가 웃고 있었다.
“남존무당의 검을 드디어 견식해 보는군.”
“귀하는?”
“사대마가의 검천마가주요. 우리 제대로 한번 어울려 봅시다.”
묵빛 마기가 넘실 거리는 검천마가주의 검에서 풀려 나오는 귀영십팔검이 무당장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극혜검에 온 몸을 부딪쳐 갔다.
“좋구나!”
검천마가주가 희색이 만면한 채 무당장문의 목을 베기 위해 신형을 날렸다.
“좌익 퇴 우익 전!”
내공을 실은 북리준의 우렁한 목소리에 일천여명의 천산파와 중소문파의 무인들이 출렁 거리며 달려드는 마교도들을 감쌌다.
“개진! 중로 출, 우익 좌선회.”
오행기에 속한 마교도 백여명이 순식간에 천여명의 무사들에게 갇히고 순식간에 그들이 몸을 땅에 눕히는 모습에 북리준의 구령이 또 들렸다.
“좌익 퇴, 우익 우선회!”
삼방미환진의 좌편에 물밀 듯이 밀고 들어오는 사대마가의 마교도들을 맞아 좌익이 급히 뒤로 물러 나고 우익이 그들의 뒤를 감싸 안고 중로에 속한 고수들이 사면을 포위 당한 마교도들을 일방적으로 주살했다.
“크아아아아악 아아악 커허어억”
전신에 피갑칠을 한 채 검진을 유지하며 마교도를 도륙하는 왕일의 옆에서 불쑥 튀어 나온 마교도의 목을 승진의 검이 잘라내었다.
“형님, 정신 차리슈.”
“고맙다.”
천산파의 무사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련한 천산검진과 창병의 유기적 조합이 달려드는 마교도들을 효율적으로 잘라 나갔다.
“사아아아앗 씨이이이이잉”
북리준이 일구획을 종횡무진 뛰어 다니며 무공이 뛰어나 보이는 마교도들을 골라 일월신검이 춤을 추고 일월쌍륜이 허공을 맴돌았다.
“거, 검귀다....”
북리준의 주위에 있던 마교도들이 쉴 새 없이 자신들의 동료를 잘라 나가는 북리준의 무위에 주춤 거리며 뒤로 물러 섰다.
“놈!”
자신의 머리를 터뜨리기 위해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부를 일월신검으로 부딪쳐갔다.
‘콰아아앙’
광명우사의 거대한 부가 일월신검과 부딪쳐 굉음과 함께 허공으로 떠오르고 순간 좌수의 부가 북리준의 허리를 갈라왔다.
“피이이잉”
기음과 함께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무엇인가를 막아 내기 위해 좌수의 부가 직각으로 솟구쳐 올랐다.
‘까아아앙’
자신의 대부가 급격이 꺾일 정도의 충격을 받아 훌쩍 뒤로 신형을 날린 개벽쌍부의 얼굴에 의아한 표정이 떠올랐다.
‘암기? 그런데 뭐가 이리 강해?’
자신의 눈 앞에서 교도들을 주살하고 있는 젊은 놈의 반으로 갈라버리려 신형을 날렸던 광명우사가 히죽 웃음을 지었다.
“무명소졸은 아니구나. 난 광명우사인 개벽쌍부라 한다.”
“해남검귀, 둘 중 하나는 여기를 벗어나지 못할텐데 통성명이 의미가 있을까?”
“크하하하하! 네 놈의 말이 맞다. 어디 누가 못 벗어날지 한번 보자꾸나.”
‘후우우우우우웅’
자신의 성명절기인 대라광천부법의 길을 따라 거대한 쌍부가 표홀하게 북리준의 머리와 심장을 갈라 왔다.
‘공간을 가르는 단 하나의 선!’
북리준의 일월신검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두 개의 부를 무시한 채 단 하나의 선을 만들어 내었다.
“이, 이런.....”
온 몸을 전율케 하는 선 하나가 자신에게 다가 오는 모습에 전신의 기를 개벽쌍부에 몰아 놓고는 자신의 전면에 교차하여 막아 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지이이이이익’
개벽쌍부를 교차하여 북리준의 무극단섬을 막아낸 광명우사의 신형이 약 십장 정도를 발이 땅에 박힌 채 밀려 나갔다.
“이런 개썅..... 오냐, 제대로 놀아 주마!”
뭉클거리는 유형화된 마기가 개벽쌍부를 감싸 휘돌고 광명우사가 땅을 박차자 ‘콰아아앙’ 소리와 함께 딛고 있던 땅이 푹 꺼지며 쏜살같이 북리준에게 날아갔다.
‘위이이이이잉’
북리준의 두 팔목에서 신형을 드러낸 일월쌍륜이 맹렬히 회전을 일으키며 북리준의 앞에 검고 흰 륜막이 형성 되고 그 위를 마기를 한껏 머금은 쌍부가 떨어져 내렸다.
“쿠아아아아아아앙 커허어억”
자신의 대라광천부강을 씌운 쌍부가 적이 펼친 륜막에 튕겨 나가는 순간 번쩍 피어 오른 미친용의 몸부림이 우사의 가슴을 뚫고 저 하늘로 날아갔다.
“크크크, 머, 멋진 수...”
개벽쌍부를 양 손에 쥔 채 뻥 뚫려 버린 가슴 구멍 뒤로 전장의 참상이 눈에 들어왔다.
무극광룡으로 광명우사의 가슴에 구멍 내고 절명시킨 북리준이 한숨을 돌리는 사이 독고우가 급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숙부님!”
“남해검문놈들이 이상해.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고 자꾸 진형을 뒤로 물리고 있어.”
“같이 가 보시죠!”
신형을 날리는 북리준과 독고우의 앞을 가로막는 마교도들을 갈라내며 길을 열었다.
“크하하하하 덤벼라! 내가 묵혈도 나리니라.”
막대광의 거대한 묵혈도가 떨어져 내리는 곳에 마교도들이 갈라지고 터져 나가는 모습이 북리준의 눈에 들어 왔다.
“오, 왔는가?”
“어때?”
독고우가 곁눈질로 저 뒤쪽을 가리키자 옆에 서 있던 유검패가 급히 다가 왔다.
“남해검문도들이 싸움에 개입하지 않고 저 쪽에 진형을 물려 놓고 있습니다.”
사방에 선혈이 낭자하게 검과 도를 섞고 있는 와중에 뒤로 물러나 있는 이질적인 모습에 북리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남해검문과 거리를 두세요. 우리와 남해검문 사이에 다른 문의 사람들이 들어 올 수 있게 진형을 우로 물리세요.”
북리준의 말에 독고우와 막대광, 유검패가 천산파의 무인들이 있는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좌익 우퇴!”
독고우의 구령에 천산파와 중소문파들이 급격한 속도로 오른편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북리준이 안력을 돋우어 남해검문도들이 모여 있는 곳을 보니 마교도들이 미쳐 날뛰는 와중에도 남해검문도들이 있는 곳으로는 가지 않는 기이한 광경을 목도했다.
‘이 놈들이....’
그 때 저 편 마교도들이 밀려 내려왔던 곳에서 ‘부우우우우우웅’ 기이하면서 거대한 소리가 전장을 떨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