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18화 (118/167)

118. 다음.....

“모두 피해!”

신형을 돌려 나가는 천마가 쏘아낸 이글거리는 마기의 구가 미증유의 힘을 품고 공간을 짓뭉개며 천천히 날아오는 모습에 북리준이 소리를 쳤다.

“싫어! 난 같이 있을 꺼야.”

제갈청하가 뒤에 서자 북리준이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철면신산에게 부탁을 했다.

“청하를 데리고 제발 뒤로 물러나 주세요.”

“알겠네....”

철면신산과 팽무강이 제갈청하를 억지로 끌어 내다 혼혈을 짚어 기절 시킨 후 어깨에 들쳐맨 팽무강이 입을 열었다.

“이따가 보세....친구!”

“도문주님, 제 뒤에 아무도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마음 놓고 저 구를 막아낼 수 있습니다.”

“전원 후퇴 하시오!”

분분히 뒤와 옆으로 신형을 날리는 소란스러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에게 서서히 다가 오는 천마의 벽강을 보며 두 손을 떨쳐 내었다.

‘시이이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이잉’

북리준의 두 손목에서 모습을 드러낸 일월쌍륜이 맹렬히 회전하는 북리준의 손짓에 따라 거대한 륜막이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번만.... 한번만 막으면 된다.’

내력이 달려 단 한번도 시전해 본 적이 없는 일월천뢰륜법의 삼법인 일월파천의 구결과 운용법이 전신을 치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뒤에 정신없이 도망치는 군웅들의 목숨이 자신의 손에 달린 것을 인식하고는 온 몸의 내기를 일월쌍륜에 밀어 넣었다.

‘하늘을 산산히 깨뜨리는 미증유의 힘, 일월파천!’

‘후아아아아아아앙’

일륜과 월륜이 촘촘하게 만들던 륜막이 북리준의 손짓에 점점 그 부피를 줄여 가더니 전신에 강기를 두른 일월쌍륜이 천마가 내지르고 간 붉고 푸른 강기를 감싸 안기 위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갔다.

“느, 늦었어....”

분분히 도망 치려던 군웅들이 천마가 쏘아낸 강기가 북리준을 덮쳐 오는 것을 보고 장탄식을 터뜨렸다.

천마의 강기구와 북리준의 일월쌍륜이 짓 뭉개지는 공간 중앙에서 만나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앙 쿠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 소리와 함께 공간이 터져 나갔다.

‘파아아아아아아앙 푸하아아아아앙’

미친 폭풍이 전장에 강림한 듯 서 있던 무림인들이 강력한 바람에 사정없이 나동그라지며 한참을 밀려 굴러 나갔다.

“푸화아아아아아”

일월파천을 무리하게 펼쳐 천마의 강기를 막아낸 북리준의 입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실 끊어진 연처럼 덮치는 바람에 힘없이 날아 땅에 내동댕이쳐 졌다.

“준아!”

거대한 바람이 전장을 휩쓸고 난 후 자욱한 먼지가 가라앉고 제갈청하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북리준이 떨어져 내린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이, 이게 사람이 만든 흔적이라고....?”

남해무문주 낙일검 손복전이 잘려진 왼팔을 지혈 한 채 두 기운이 부딪친 곳에 거대한 동공이 생긴 땅을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준아.....”

제갈청하가 땅바닥에 누워 연신 피를 게워내는 북리준을 껴안고 오열을 하고 뒤따라 나선 철면신산이 제갈청하를 밀어내며 응급처치를 했다.

“기식이 엄엄하다.... 빨리 의원에게 보여야 돼.”

독고우가 북리준을 등에 업고 철면신산을 바라 보았다.

“길을....”

“따르시지요!”

철면신산이 바닥난 내공을 긁어 모아 신형을 날리자 독고우가 그 뒤를 따라 땅을 박찼다.

“허허허, 완전한 참패구만....”

도문주가 자신의 주위를 둘러 보니 누워 있는 시체의 칠할 이상 정사연합군임을 보고 한탄을 했다.

“천무맹주와 사황련주도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하니 다음에 마교의 공격을 막을 방법이 없겠네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태천문의 손노야의 말에 도문주가 고개를 떨구었다.

“배반자 새끼들만 없었어도 이토록 크게 지지는 않았을텐데....”

흑천각주인 혈전갈이 이를 부득 갈았다.

“자자, 먼저 부상자들을 수습하는 것이 순서 일 듯 합니다. 손노야께 부탁 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태천문의 손노야가 살아남은 중소문파 무인들을 그러모아 부상자들을 후방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아버지....”

어느새 다가온 도교교가 눈에 그렁한 눈물을 달고 도문주의 곁에 섰다.

“북리봉공은..... 괜찮을 거다. 북리봉공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너와 내가 잘 알잖느냐? 정신을 차리고 천산의 무인들을 수습하자꾸나.”

****

천마가 쏘아 보낸 마벽강기의 파편에 노출되어 전신이 난자 당한 북리준의 온 몸에 피에 절은 붕대가 감겨 있었고 혼수상태에 빠져 가쁜 숨을 뱉어내는 북리준의 옆에 눈물범벅인 제갈청하가 앉아 있었다.

“진인사대천명입니다..... 저희가 할 바는 다 했습니다.”

북리준의 전신에 금침을 꽂아 넣고 붕대를 감아낸 천무맹 휘하 수석의원이 긴 한숨과 함께 방을 나선 지 두 시진이 넘었다.

“청하야, 이러다 너도 쓰러진다. 뭘 좀 먹고 오거라.”

수심이 가득한 철면신산의 말에 제갈청하가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나중에요....”

****

“피해상황은?”

가슴과 오른팔에 피가 흥건한 붕대를 감고 있던 절대검존 남궁휘의 앞에 초췌한 표정의 왕군사가 보고를 했다.

“천무맹 휘하 오천 무인 중 사망자 이천오백, 부상자 일천입니다. 사망자의 다수가 배신 문파에게 뒤를 맞은 영향이 컸습니다.”

“이런 개자식들.....”

“남해검문을 필두로 천무맹 휘하 이십개 문파가 변절을 했고 사황련의 경우도 사황팔문 중 만사곡와 귀혈방 포함 스물 두 개 문파가 배신을 했습니다.”

북궁휘가 독한 화주 한잔을 들어 단숨에 삼키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사황련의 피해는?”

“저희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이번 정사마대전에 참여한 사황련 휘하 무인 중 육할 이상이 전사 했습니다.”

“적들의 피해규모는?”

“약 삼할 정도를 줄이는 데 그쳤습니다. 문제는 천마와 마교의 주력 부대, 사대마가들이 전력을 온전히 보전 했고 저희를 배반한 문파들이 더해져 불리한 상황입니다.

반면 저희는 구대문파 오대세가의 피해가 가장 컸고 저희 천무맹 휘하 무력 부대 또한 반 이상이 잘려 나갔습니다.”

묵묵히 온 몸에서 피어오르는 고통을 독한 화주로 눌러 내리던 남궁휘가 잔을 내려 놓았다.

“대책은?”

“현재 천무맹과 사황련의 힘만으로 마교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조정에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청조에?”

“네, 일방적으로 마교가 득세하여 무림을 지배 한다는 것이 청조정에도 결코 이롭지 않음을 역설하여 군대를 파견 하여 중재를 요청 해야 합니다.”

“흐음... 관무불침의 관례를 깨고 도움을 줄까?”

“순망치한이라 했습니다. 그나마 저희 정도와 사파가 균형을 이루어 청조와 큰 마찰 없이 잘 지내 왔는데 마교가 순순히 청조의 명에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조정에서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다시금 남궁휘가 빈 잔을 채워 술을 들이키고는 문득 생각난 듯이 입을 열었다.

“천마 놈과 한 수 겨루었던 천산파의 봉공이라는 작자는 깨어 났나?”

“생사를 가늠 할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천마 놈의 최고 절초인 파천마벽강을 막아 내었다고?”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 천마 놈이 우리한테도 쓰지 않는 파천마벽강을 왜 그런 자에게 사용한 거지?”

북궁휘의 의문에 왕석산이 자신이 받은 정보를 토대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천마가 그 곳에 오기 전 북리봉공이라는 자가 주살한 마교도가 천마의 지기였다고 합니다.”

“천마 놈이 뚜껑이 열렸구만.... 천마의 일수를 받아 낸 귀중한 자원이니 치료에 전력을 다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

같은 편인 정사연합군의 뒤를 치고 마교에 합류한 스물 두 개 문파들을 환영하는 환영연이 마교 쪽 진영에서 열리고 있었다.

“여러분들의 협력으로 대승을 거둘 수 있게 되었소이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리오.”

천마의 건배 제의에 스물 둘의 문파 장문들이 잔을 들었다.

“우리 신교가 제안한 대로 신교의 천하가 오고 난 후 여기 계신 분들에게 알맞은 포상과 지역을 배분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마군사 공야무의 말에 술들이 몇 순배씩 돌고 얼굴이 불콰해진 몇몇 문파 장문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잠시 주목해 주시오!”

말없이 술잔을 비우던 천마 백무결의 내공 실린 목소리에 일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주기 바라오. 여러 장문들이 저희 신교에 투신을 해 주셨기에 저희 교의 아주 중요한 비밀을 알려 드리겠소이다.”

천마의 말에 좌중의 장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비밀인데 천마께서 직접 말씀을 하시는지요?”

남해검문주 목철군이 오랜만에 마음 놓고 마신 술에 취해 입을 열었다.

“밖에서는 저희 신교의 최고위가 천마인 본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연하지요. 천마께서 모든 신교의 우두머리시고 어버이시지 않소이까?”

누군가의 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닙니다. 실제로 저희 신교의 최고위층만 알고 있는 비밀입니다. 현재 저희 신교의 최고 어르신은 저의 사조 이십니다.”

“사조?”

천마의 갑작스런 말에 중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저희 사조께서 아직 생존해 계시며 저를 도와 신교를 올바른 길로 인도 하고 계십니다.”

“허허, 신교의 홍복이군요.”

사황팔문의 만사곡주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왜 지금 이런 말을 하느냐면 여기 계신 분들이 저희 신교에 투신 하셨으니 당연히 저희 사조를 뵙게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 하였습니다.”

“이런 영광이.... 어서 이리로 모시지요.”

귀혈방주가 정말 보고 싶다는 표정으로 천마를 바라 보았다.

“애석하게도 사조께서 연세가 많으셔서 직접 이리로 거동을 하시지 못하십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두 분씩 저희 사조께 인사를 드리러 움직여 주셨으면 부탁 드립니다.”

“하하하, 그게 무에 어려운 일이라고 그러십니까? 당연히 저희가 찾아 뵈어야지요!”

신검방주가 흔쾌히 웃으면서 대소를 터뜨렸다.

“감사합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공야군사가 호명 하시는 대로 사조를 뵙고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 쉬시면 될 듯 합니다.”

천마의 말을 마치고 고개를 끄덕이자 마군사 공야무가 종이를 보며 두 문파를 호명했다.

“만사곡주님과 신검방주님! 두 분이 처음이십니다.”

“영광이오. 신교 천마님의 사조님을 뵐 수 있다니...”

만사곡주와 신검방주가 의관을 정제하고는 공야무 군사의 뒤를 따라 대전을 빠져 나갔다.

“남은 분들은 술과 음식을 마음껏 즐기셨으면 하오.”

천마의 말에 남아 있던 문파의 장문들이 연신 헤픈 웃음을 날리며 잔을 비워 나갔다.

“이쪽 입니다!”

오래된 전각 앞에 선 공야무가 손을 들어 안을 가리켰다.

“두 분만 들어 가시면 됩니다. 저는 여기서 대기 하고 있겠습니다.”

마군사의 말에 아무런 의심 없이 전각 안 대전 안에 발을 디딘 두 장문의 눈에 거대한 대전 안을 겨우 밝히는 어른 팔뚝 만한 초 두 개가 꺼질 듯 흔들거리고 그 너머 거대한 태사의에 누군가가 신형을 묻고 있는 형상이 들어왔다.

“가까이.....”

마르디 마른 기이한 목소리에 만사곡주와 신검방주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상단에 위치한 태사의 쪽으로 나아갔다.

“이번에 신교에 몸을 의탁 하게 된 만사곡주입니다. 신교의 사조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신검방주입니다. 저도 영광 입... 커허억!”

두 장문이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는 찰나 자신의 머리를 빨아 당기는 기이한 흡입력에 몸이 딸려 가고 사조라는 자의 양 손이 두 장문의 정수리에 맞닿았다.

“고생했느니라.....”

‘크허어어어억 카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자신의 정수리를 통해 정기를 빨려 목내이가 되어 버린 두 시체가 털썩 땅에 떨어지며 부스러져갔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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