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20화 (120/167)

120. 정사연합맹의 사자

“네가 얼마만에 깨어 난지 알아?”

제갈청하가 말간 웃음을 지으며 북리준을 바라 보았다.

“얼마나 지났지?”

“오늘 까지 보름 하고 하루 더 지날 뻔 했어.”

“후우, 오래 잤네....”

그 때 갑자기 제갈청하가 북리준의 오른팔을 잡고 옷을 걷어내자 북리준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왜....?”

“역시... 언니, 이거 봐요. 그 많던 자상들이 다 없어졌어요.”

천마의 파천마벽강을 막아 내는 과정 중에 입은 수 많은 자상들이 다 없어진 깨끗한 피부를 보며 도교교가 감탄성을 내었다.

“어떻게....”

“지난 번 마사히로와의 대결에서 정신을 잃고 난 후 깨어 났을 때 준이의 상처가 말끔해진 것을 나중에 깨달았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기연을 만난거야?”

“잘.... 모르겠어. 뭔가 확실한 것이 나오면 알려 줄게.”

제갈청하가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도교교를 보며 무엇이 생각 난 듯 자신의 무릎을 쳤다.

“언니, 여기 앉아봐!”

제갈청하가 북리준의 옆자리를 가리키자 북리준과 도교교가 둘 다 당황스런 음성을 내뱉었다.

“청하야, 왜 이러는 거야?”

“청하 동생.....”

“준아, 내 이야기를 잘 들어 줘. 중간에 말 끊지 말고!”

제갈청하가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진 기간 동안 청하와 같이 도교교가 자신을 간호한 이야기와 의자매를 맺고 자신을 같이 좋아하기로 했다는 거침없는 이야기에 북리준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얼굴이 붉게 물든 도교교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색한 표정을 짓고 북리준은 너무 갑작스런 말에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나와 언니와 같이 지내 보자. 단, 도언니가 처음 이자 마지막이야. 다른 여자는 더 이상 안돼!”

제갈청하의 막 나가는 말에 도교교가 숨을 참고 북리준의 말을 기다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일단 청하의 말대로 시간을 조금 더 가지기로 하시지요.”

“네, 감사해요.”

그 때 밖에서 누군가의 우렁 우렁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혹시 북리봉공이 깨어 났는가?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한데.....?”

“막숙부님, 북리봉공님이 깨어 나셨어요. 들어오세요.”

도교교의 말에 문이 벌컥 열리며 막대광이 성난 곰처럼 뛰어 들어와 침상에 앉아 있는 북리준의 전신을 더듬었다.

“아이고, 괜찮은 거지? 그 무지막지한 공격을 막아냈는데 정말 괜찮은 거지?”

“다 나은 것 같네. 정말 고마우이...”

뒤이어 들어온 독고우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 합니다.”

“아니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전부 다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네.”

독고우 또한 천마의 그 막강한 강기의 벽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북리준에게 감사를 표했다.

“자, 북리봉공이 이리 멀쩡히 깨어 났으니 빨리 도문주에게 알려야 겠구만.”

****

북리준이 깨어난 사실에 천산파의 모든 인원들이 진심으로 축하를 한 후 천산파와 중소문파 장문들과의 회합이 열렸다.

“천산파 봉공의 쾌유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태천문의 섭노야가 정중히 포권을 한 채 머리를 숙였다.

“저 낙일검도 진심으로 축하 드리고 구명지은은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저희 흑천각도 북리봉공님의 구명지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천마가 내 던지고 간 파천마벽강의 어마 어마한 힘을 온 몸을 던져 막아낸 북리준의 무공과 희생정신에 세 문주가 감사를 표했다.

“누구라도 다 그리 했을 것입니다.”

감사의 인사와 답변이 오고 가고 난 후 북리준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제가 누워 있는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고 싶군요.”

북리준의 말에 도문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천무맹의 경우 이번 정사마대전에 투입한 무림인의 육할을 잃었고 천무맹주인 절대검존도 부상을 입었다네.

사황련의 경우도 오할 이상의 병력을 잃었고 팔비곤마 또한 천마와의 싸움에서 부상을 당했고..... 마교놈들은 많이 잡아야 삼할 정도?”

“저희 천산파와 함께한 방파들은요?”

북리준의 질문에 태천문의 섭송인이 대신 대답을 이어갔다.

“북리봉공께서 전해 주신 삼방미환진의 덕으로 저희 문파들은 이할 정도의 병력 손실이 있었습니다.”

“저희 천산파의 병력은 일할 정도의 손실이 있었구요.”

도교교의 말에 북리준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우리쪽의 참패군요....”

“그렇다네. 그런데, 문제는 마교가 그런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어 놓고 그냥 물러가서는 지금껏 잠잠 하다는 것이네.”

도경명의 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렇군요. 마교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아무도 알 수가 없네. 어찌 되었건 정사무림인들이 그나마 정비를 하고 있고 전선을 귀주, 중경, 섬서에서 후퇴하여 호북, 하남, 하북에서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네.”

천산파 또한 천무맹과 사황련과 논의 하여 산서와 하북의 경계 까지 이동을 마친 상태였다.

“천무맹주와 사황련주가 긴급히 회동을 요청하여 닷새 전에 내가 다녀 왔다네. 두 맹주는 현재의 무력으로 마교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을 한 모양이더군.”

도문주가 천무맹주와 사황련주와의 회합 내용을 처음 듣는 세 문파의 장문이 귀를 기울였다.

“마교의 일방적인 승리는 청조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로 도움을 요청할 모양이네.”

“청조에요? 관무불침이니 뭐니 하면서 발을 빼지 않겠습니까?”

남해무문주인 손복전의 말에 다른 중인들 또한 같은 생각을 했다.

“되든 안 되든 조정의 힘을 빌려 백중세를 유지 하고자 하는 것이 두 맹주의 계획이고 그 세부 내역을 두 군사가 준비 중이더군요.”

북리준이 자신의 숨겨진 신분인 일등시위 암행어사의 패를 활용할 방안을 떠올렸다.

“천만다행인 것이 마교가 현재 조용히 있어 주니 최대한 빨리 방비를 할 시간이 있는 거지요.”

회의가 끝난 후 북리준이 유검패를 자신의 처소로 불러 자그마한 술상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어사님의 쾌유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유검패 또한 천마의 어마무시한 공격을 단신으로 막아낸 북리준을 목도한 무림인으로써 자신의 주군에 대한 존경심이 얼굴에 가득했다.

“고맙다. 네가 정말 나 때문에 조정을 나와 고생이 많구나.”

“어사님과 함께 하는 것이 제게 너무 큰 도움이 됩니다. 말씀을 거둬 주시지요.”

오랜만에 둘 사이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술잔이 두어순배 돌고 난 후 북리준이 주위에 기막을 친 채 입을 열었다.

“나와 함께 자금성에 들어가야 겠다.”

“언제쯤 들어가실 예정이신지요?”

“이틀 후 바로 출발 하자. 지금 우리가 마교와 부딪친 상황과 천무맹과 사황련, 중소문파의 처지를 보고 하고 조정의 힘을 빌릴 수 있는지 확인을 해 봐야 겠어.”

“알겠습니다. 이틀 후 바로 출발 할 수 있도록 준비 하겠습니다.”

****

“이런 답답한 노릇이 있나....!”

천무맹주인 남궁휘와 사황련주 북궁추, 왕석산과 야율제 군사 넷이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청조에서는 무림인의 일은 무림인이 알아서 하라고 만나 주지도 않는단 말이오?”

“네, 동창의 영반인 유공공과의 독대를 요청 하였으나 일언지하에 거절을 당했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마교가 무림을 장악 했을 경우를 상정한 자료도 아예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왕석산의 말에 병호서생 야율제가 밭은 기침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쿨럭 쿨럭.... 우리 무림인들에게 관무불침을 내세우니 방법이 없지만 말입니다... 쿨럭... 예전에 청조에서 내린 관직을 지낸 사람이 찾아 간다면 만나는 주지 않겠습니까?”

“관직을 지낸 사람?”

북궁추의 반문에 야율제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저희 사황련 비각의 정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지요. 지금 천산파의 봉공으로 있던 자가 예전에 왜구를 토벌하기 위해 정삼품 호군참령어사를 제수하고 삼년 정도 관직에 몸을 담았더군요.”

“천산파의 봉공? 그 자라면 천마의 파천마강벽을 맨 몸으로 막아 내었다는 그 자를 말하는 건가?”

절대검존 북궁휘가 기억 저편에 있던 것을 끄집어 내어 질문을 던졌다.

“야율군사가 말하는 그 자와 동일인물인 듯 합니다.”

“천마의 한 수를 막아내고 혼수상태라 들었는데...?”

팔비곤마의 말에 야율제가 다시 말을 받았다.

“쿨럭.... 다행이도 이틀 전에 정신을 차린 모양입니다.”

“정신이 돌아 온 것은 다행인데 듣기로는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했는데 거동이 가능하겠는가?”

남궁휘의 말에 이번에는 왕석산이 대답을 했다.

“무슨 기연을 얻었는지 아주 말짱하게 걸어다니고 무공 수련도 재개 했다고 합니다.”

“허허, 다행이로고. 그럼, 그 천산파의 봉공이라는 자를 우리 정사연합의 대표로 삼아 자금성으로 보냅시다.”

“야율군사! 천무맹의 왕군사와 함께 그 자를 만나 사정을 이야기 하고 응낙을 받아 오시오.”

북궁추의 말에 야율제가 포권을 취했다.

“알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그런 중임을 맡겨 주시니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천무맹과 사황련의 군사가 자신을 만나 정사연합의 대표로 자금성에 가 줄 것을 부탁 하자 마침 어떤 핑계로 자리를 비울까 고심 중이던 북리준이 흔쾌히 승낙했다.

“여기 천무맹주와 사황련주의 친필 서한과 우리 두 군사가 머리를 맞대고 만든 청조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자료가 있네. 부디 꼭 동창의 영반인 유공공께 전달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왔으면 하네.”

왕석산의 간곡한 말을 야율제가 받아 내었다.

“쿨럭....정삼품 호군참령어사를 지내셨으니 아마도 동창의 영반이신 유공공과 구면 이실 듯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청조의 도움이 절실 하니 꼭 일이 성사 될 수 있도록 부탁 드립니다, 쿨럭 쿨럭...”

두 군사가 재차 간곡한 부탁을 한 후 방을 나서자 옆에 서 있던 유검패가 웃음을 지었다.

“저 자들이 큰 도움이 되는군요.”

“그러게 말이다. 잘 되었다. 내일 바로 자금성에 들어 간다는 기별을 넣도록 부탁 한다.”

“네, 알겠습니다.”

****

“북리어사가 들어 온다고요?”

“네, 황태자 전하! 무림인들의 정사연합맹 사자로 온다고 합니다.”

“허허, 그렇지 않아도 마교라는 사교도들과 무림인들의 싸움이 궁금했었는데 잘 되었군요.”

동창의 영반인 유공공과 금의위 수장인 금대인이 황태자와 함께 다도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언제 들어 온다고 합니까?”

“마침 북리어사가 속한 문파가 하북성의 경계에 있어 이틀 후 오후 정도면 전하를 배알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금대인의 말에 황태자가 흡족한 표정을 짓다 문득 생각이 난 듯 유공공을 바라 보았다.

“삼왕야께서 황상과 저를 초청하여 사냥 대회를 연다고 들었습니다.”

“네, 전하! 사흘 후 서쪽의 태행산 사냥터에서 사냥을 즐기실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나이다.”

“우리 청조의 국방을 책임 지시는 삼왕야 숙부께서 강건하신 것은 우리 청조의 홍복입니다.”

황태자가 한껏 웃음을 지으며 삼왕야를 칭찬하는 가운데 유공공과 금대인의 얼굴에 한 가닥 수심이 깃들었다.

‘시기가 너무 미묘해....’

‘동창과 금의위, 금려팔기 까지 싸그리 동원해서 산 전체를 포위해 버리지요.’

‘자칫 삼왕야의 심기를 거슬렸다가는 손발이 다 묶이는 수가 있어.’

‘최대한 조심 해야지요...’

유공공과 금대인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황태자를 보며 전음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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