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사냥대회
“어서오게!”
“천세 천세 천천세 황태자 전하를 뵈옵니다.”
북리준과 유검패가 황태자를 맞아 예를 표하고 유공공과 금대인과 함께 자리를 했다.
“고생이 많았다 들었다. 북리어사의 몸은 괜찮은가?”
“전하의 염려해 주심 덕분에 무탈 하옵니다.”
“자자 오랜만에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눔세.”
황태자의 말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술이 두어 순배 돌고 난 후 유공공이 무엇인가 생각 난 듯 입을 열었다.
“천무맹과 사황련의 군사들이 본관에게 독대를 요청 했는데 이를 거절했다네. 그에 관해 들은 일이 있는가?”
“네, 그렇지 않아도 정사연합맹의 사자 자격으로 이 곳에 방문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북리준의 말에 옆에 앉은 유검패가 정사연합맹의 두 맹주 친서와 두 군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자료들을 꺼내었다.
“귀찮게 그런 자료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보고 북리어사가 차라리 설명을 해 주는 것이 낫겠군.”
두툼한 책자로 된 자료와 편지 두 통을 보고 금대인이 혀를 찼다.
“네,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북리준이 귀주, 섬서, 중경의 경계에서 벌어진 정사마대전의 결과와 그 이후 정사연합맹에서 세불리를 느끼고 청조에 도움을 청하려 한다는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
“흠, 마교라는 곳의 세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군.”
황태자의 말에 유공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정사 연합맹의 세 정도라면 어느 정도 백중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 했는데 마교의 무력이 저희가 예측한 것보다 강력했던 모양입니다.”
“이번 대전에서 직접 마교도들과 손을 섞어본 결과 백년 동안 절치부심하여 많은 준비를 해 온 것을 느꼈습니다.”
북리준의 말에 황태자가 이번에는 금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사연합맹에게 힘을 빌려 주지 않고 마교가 무림을 장악 한다면 우리 청조에게는 어떤 이해득실이 있습니까?”
“현 상황으로서는 득은 미미하고 실이 더 클 듯 합니다. 천무맹과 사황련이라는 두 단체가 정도와 사도를 대표하여 적당히 균형을 유지한 채 저희 청조에 협조적 태도를 견지한 바 마교라는 저희가 경험해 보지 못한 무력집단의 등장이 저희에게 실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전통적으로 마교가 창궐하면 무림인들 뿐 아니라 일반 민초들에게도 고통이 된 경험이 많아 일방적인 마교의 득세는 막아야 할 듯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정도와 사도, 마교가 서로 견제, 균형을 이뤄 저희 조정에 협조적으로 나와 주는 것이지요.”
유공공의 말에 황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무림에 몸을 담고 있는 무림인으로써 북리어사의 의견을 듣고 싶소.”
“두 분의 말씀대로 마교가 두 번 창궐했을 당시 민심이 흉흉해지고 역대 조정도 강해진 마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심을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북리준이 황태자의 말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또한 정사 두 갈래로 나뉜 무림인들이 서로 이권을 두고 다툴 시에도 조정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투었고 간간히 색마나 살귀 등 민심을 어지럽히는 자들이 나타나면 조정에서 손을 쓰기 전에 정사 무림인들이 먼저 나서 이들을 척결하였습니다.”
북리준의 차분한 음성을 들으며 황태자가 자신의 잔을 천천히 비웠다.
“역대 마교의 두 번에 걸친 창궐에 수 많은 무림인들이 죽어 나갔으며 신교라는 미명으로 일반 민초들을 현혹하여 그들을 자신들의 천하를 만들기 위한 거름으로 갈아 넣었습니다.
제 의견을 말씀 드리면 마교도들이 이 곳 중원 무림에 발을 못 디디게 자신들의 보금자리인 천만대산으로 몰아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옵니다.”
북리준의 말에 유공공과 금대인이 고개를 주억 거리며 동의를 표했다.
“알았소. 두 분은 북리어사가 가져온 자료와 친서를 요약하여 주시면 제가 부황께 팔기군을 투입해야 함을 설명드리겠소이다.”
자신이 정사연합맹의 사자로써 방문한 목적이 달성 되었음에 북리준이 내심 안도의 한숨으 내쉬었다.
“그나 저나 북리어사는 언제 돌아갈 예정인고?”
황태자의 질문에 북리준이 유공공과 금대인과 눈을 맞추었다.
“유공공, 금대인과 함께 논의 드릴 일이 있어 이틀 정도 더 머물 예정입니다.”
“그래? 잘 되었군. 내일 삼왕야 숙부님의 주최로 사냥대회가 있는데 북리어사도 참석을 했으면 좋겠군.”
“사냥대회요?”
북리준이 처음 듣는 말에 금대인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삼왕야 전하께서 이년에 한번 황제폐하와 황태자 전하를 모시고 사냥을 즐기신다네. 내일 하루 동안 태행산에서 진행될 예정이네.”
“황태자 전하의 식객으로 참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니 시간을 내게나.”
금대인과 유공공의 말에 북리준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런 영광스런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검패 너도 나와 함께 참석할 것이니 준비를 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자신의 의부인 유공공의 말에 유검패가 정중히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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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는?”
자금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삼왕야 왕부의 가장 깊숙한 밀실에서 위맹한 인상의 삼왕야와 그의 군사 은염공, 그리고 마교의 좌사인 냉면혈조 사공백이 자리 하고 있었다.
“황제 직속 정황기 일만과 친위 부대 양황기 일만이 저희 주방팔기 정람기 일만, 정홍기 일만 총 사만이 태행산 외곽을 방비 합니다.
태행산 서쪽 경사로에 설치하는 군막에는 동창 소속 군관 이백과 금의위 이백이 황제와 태자를 호위 할 예정입니다.”
금으로 만든 술잔을 들어 단숨에 입에 털어 넣은 삼왕야 상녕의 눈에 뜨거운 불길이 타올랐다.
“들었는가?”
“네, 전하! 어차피 저희가 처리 해야 할 인원은 동창과 금의위 놈들이겠군요. 삼왕야 전하가 사냥으로 자리를 비우시는 사이 저희 신교의 고수들이 작업을 완료 할 것입니다.”
“본 황이 황제가 되면 너희와 약조한 대로 무림은 신교가 황실은 내가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내일 사냥이 시작되기 전 삼왕야 전하 소속 정람기 휘하 군대 쪽으로 저희 신교의 무사들을 보내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은염공과 협의를 진행하게.”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방을 나서고 홀로 남은 삼왕야가 자작을 하며 잔을 비웠다.
“형님, 조카.... 미안하지만 이 동생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서야겠소.....”
조용히 읖조리듯 중얼거린 삼왕야의 얼굴에 진득한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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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혈조 사공백이 삼왕야의 왕부를 나서 북경성 내 신교의 안가로 마련한 거대한 장원에 들어섰다.
“오셨소이까?”
마교의 사대 마가 중 흑천마가주 북궁찬과 검천마가주 위지천, 환천마가주 구양환이 술잔을 기울이다 들어오는 광명좌사를 맞이했다.
“준비는 다 되셨소이까?”
“물론이지요.”
싱긋 웃음을 짓고 술잔을 비우는 구양환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여기 장원에 흑천마가의 정예인 암혼단, 야월단의 교도 이백과 검천마가의 검무대, 천검대 이백, 환천마가 소속의 혼원대과 귀혼대 휘하 망혼철강시 일백, 천독강시 일백이 준비를 마쳤소이다.”
“너무 과한 거 아니오?”
검천마가주 위지천의 말에 광명좌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만사불여튼튼이라 하였소. 검천마가주의 말대로 과한 듯 하지만 넘쳐서 나쁠 것은 없소. 내일 태행산 군막을 습격하여 황제와 황태자를 필히 주살 해야 하오.”
“놈들의 병력은?”
구양환의 말에 광명좌사가 은염공이 설명해준 것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동창 이백과 금의위 이백이 지근거리에서 황제와 황태자를 호위할 예정 이오.”
“과한 거 맞네. 고작 사백을 쓸어 버리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이 준비 된 거....”
흑천마가주 북궁찬의 말에 광명좌사가 자신의 잔을 잡아갔다.
“최대한 빨리 해치우고 흔적을 남기면 안되오. 무슨 말씀 인지 아시겠소?”
“좌사께서 너무 염려가 크신 듯 합니다. 그 정도면 반 시진 안에 해치우고 자리를 뜰 수 있소이다.”
“한시진이 넘으면 안되오. 황제 직속인 정황기와 양황기 고수들이 군막으로 넘어 오는데 아무리 못해도 한시진이 걸릴 것이니까...”
“무슨 한시진씩이나 걸린다고... 흑천마가주의 말대로 반시진이면 충분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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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아 삼왕야 상녕의 초대로 황제와 황태자, 황후, 황태자비 등이 정황기, 양황기 이만의 황제 직속 친위부대의 엄중한 호위 속에 태행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냥하기 좋은 날이구나.”
거대한 가마 안에 앉아 웃음을 짓고 있는 부황의 말에 황태자가 입을 열었다.
“하늘도 부황께서 사냥 나가시는 것을 축복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 우리 태자의 활솜씨가 얼마나 늘었는지 궁금하구나.”
“부황의 기대에 닿지 못할 까 저어 되옵니다.”
“허허, 엄살은....”
거대한 마차 주위에 물샐틈 없는 경비를 펼치고 있는 사백의 동창과 금의위 위사들을 돌아 보며 유공공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북리어사는 이런 사냥을 처음이겠군.”
“네, 아주 장관이군요. 황제폐하와 함께 사냥을 나갔다는 것을 돌아가서 자랑해야겠습니다.”
미리 태행산 주위에 자리를 잡은 삼왕야 휘하 정람기, 정홍기 군대를 제외한 이만명이 넘는 군대가 이동하는 모습에 북리준이 감탄을 했다.
“검패 너도 처음이지?”
“네, 저도 처음 참여해 봅니다.”
“명나라의 불순한 무리들을 완전히 뿌리 뽑았으니 마음 놓고 사냥을 즐겨도 될 것이니라.”
태행산 외곽을 경비하기 위해 정황기, 양황기 소속 군인들이 자리를 찾아 이동을 시작 하고 태행산 서쪽 완만한 경사에 동창과 금의위 위사들이 능숙한 솜씨로 군막을 완성했다.
황제와 태자가 군막 안으로 들어서니 넓디 너른 군막 안에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고 그 위에 자금성의 숙수가 준비해 온 미주가효가 진설 되어 있었다.
은침을 든 시비들이 모든 음식에 일일이 침을 집어 넣어 독이 들었는지 여부를 확인 한 후 군막을 나서자 황제와 태자, 황후, 황태자비가 자리를 잡았다.
“상녕은 아직 도착 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황제가 자신이 아끼는 동생인 삼왕야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황태자를 바라 보았다.
“숙부께서는 왕부에서 바로 이 곳으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쯧쯧, 아무리 예의 격식을 무시한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 전장만을 돌아 다니게 한 내 부덕의 소치구나.”
“하하하, 왜 그게 형님의 부덕이란 말이오. 다 소제의 잘못인 것을....”
삼왕야가 군막안으로 들어 서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왔느냐? 이리 앉거라.”
자신의 형이며 현 청나라의 황제가 가리키는 자리에 앉자 황제가 술잔을 들었다.
“이런 태평성대를 이루게 해 준 상녕의 공을 치하하노라.”
“감사합니다!”
“소질도 숙부님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드리며 술 한잔 올려 드리겠습니다.”
“오냐, 고맙구나!”
커다란 군막 안 황제의 뒤에 완전 무장을 한 채 시립해 있던 유공공과 금대인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부릅뜬 눈으로 실내를 살피고 있었다.
“언제부터 사냥이 시작 되느냐?”
군막 밖에서 사냥이 시작 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북리준이 유검패에게 물었다.
“반 시진 정도면 시작 될 것입니다. 몰이꾼들이 사냥감들을 몰아 내려 오면 바로 시작될 것입니다.”
“참으로 신선 노름이구나.”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군막 안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술잔이 오고 가는 동안 삼왕야의 군사인 은염공의 안내로 시커먼 피풍의를 뒤집어 쓴 육백여명의 마인들이 태행산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