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22화 (122/167)

122. 습격

‘쉬이익 파아악’

삼왕야의 손에 든 활이 살을 날릴 때 마다 어김없이 꿩이고 토끼, 사슴등이 꿰뚫린 채 그 생을 다했다.

“허허허, 상녕의 활솜씨가 신기에 가깝구나.”

군막 안에서 입구를 활짝 열어 놓은 채 술잔을 기울이며 삼왕야와 황태자가 연신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을 보며 황제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약 스무마리의 짐승들을 사냥한 삼왕야가 돌연 시위를 거두고는 군막 안으로 향했다.

“쉬려느냐?”

황제의 말에 삼왕야가 자리에 돌아와 자신의 잔을 잡아 갔다.

“폐하, 몰이꾼들이 몰아 주는 꿩이나 토끼, 사슴들은 제 성에 차지를 않사옵나이다. 저는 따로 나가 폐하를 위해 호랑이나 곰을 사냥해 오겠나이다.”

어느새 뒤 따라온 황태자가 삼왕야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저도 마침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말을 달려 직접 맹수를 잡고 싶다고 말입니다.”

“허허, 단순히 즐기기 위함인데 너무 과한 것 아닌가?”

“황태자가 평소에 수련을 가까이 하지 않은 듯 하여 맹수를 쫓기에는 이 숙부가 불안 하구나. 여기에서 폐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이 숙부가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를 잡아 오마. 폐하,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소질도...”

황태자가 다시 한번 나가려고 입을 여는 찰나 황제의 음성이 들려왔다.

“상녕의 말이 옳다. 짐이 보기에도 태자의 활솜씨가 삼제에 비해 손색이 있음이니 태자는 짐과 함께 술벗을 해주고 상녕은 마음껏 사냥을 즐기고 돌아오너라.”

“감사드리옵니다!”

삼왕야 상녕이 포권을 한 채 허리를 깊숙이 숙일 때 번뜩이는 눈을 장중에 어떤 인물도 보지 못했다.

‘잘 가시오. 네게 잘 해 주었기에 고통 없이 보내달라 하였소이다.’

자신의 검과 활을 챙겨든 삼왕야가 군막을 벗어나자 대기하고 있던 삼왕야의 친위대가 끌어다 준 자신의 애마를 타고 태행산 깊은 곳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상녕의 저 자유분방함이 부럽기도 하구나.”

“황상의 옥체를 보중 하심이 저희 청조와 만백성의 안위와 직결 되옵니다. 말씀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황태자의 말에 황상이 대소를 터뜨리며 잔을 들었다.

“하하하, 태자의 말이 옳다. 마음만 상녕과 함께 달려야 겠구나.”

군막 저 편에서 붉은 기가 번쩍 들리고 서너번 휘둘러 지자 짐승을 몰던 몰이꾼의 수장이 신형을 일으켰다.

“몰이는 끝이다. 모두들 수고 많았다.”

약 백 여명의 몰이꾼들이 이마에 송글 송글 맺힌 땀을 닦아 내며 힘들게 신형을 일으켰다.

“아이고, 얼른 산을 내려가서 시원한 탁주 한 사발 해야 쓰것구만.”

“그래 말이여.... 근데 저것이 뭐다냐?”

몰이꾼 중 맨 후미에 자리를 잡고 있던 한 사람이 자신들의 뒤를 향해 밀려 오는 검은 물결을 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씨꺼먼것들이 짐승인가.... 커허어억”

울창한 숲 사이 사이로 스며들 듯 밀려오는 검은 물결을 눈에 힘을 주고 쳐다 보던 몰이꾼의 목이 허공에 떠올랐다.

“조용히 처리 하거라!”

검천마가주 위지천의 명에 무방비 상태로 쉬고 있던 몰이꾼 백 여명이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유검패와 함께 군막 밖에서 너른 태행산의 맑은 기를 만끽 하던 북리준이 심호흡을 했다.

“평생 바닷가에서만 살아 물의 기운에 익숙해 져 있었는데 이런 산의 기운도 정말 좋구나.”

“맞습니다. 이런 명산에 들면 심신이 청량해지는 기분이 들지요.”

“응?”

순간 북리준이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는 찰나 저 앞 숲에서 훅하고 끼쳐 오는 피내음에 천천히 신형을 일으켰다.

“검패, 적이다! 어서 유공공과 금대인에게 적이 출몰했음을 알려라.”

“어사님, 어디에....”

북리준이 검집 채 가리키는 숲을 향해 안력을 돋운 유검패의 눈에 검은 물결이 물밀 듯 다가 오는 것이 들어왔다.

“이, 이런....”

“빨리!”

유검패가 신형을 날려 열려진 군막 앞에 부복을 한 채 급히 입을 열었다.

“적으로 추정되는 무리들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라고? 적도의 수는?”

“정확지는 않사오나 오백은 훌쩍 넘어 보였습니다.”

“폐하, 소장들이 나가 보겠나이다.”

유공공과 금대인이 부복해 있는 유검패와 함께 급히 걸음을 옮겼다.

“확실한 것이냐? 만일 네 놈의 보고가 잘못된 것이라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니라.”

“틀림없습니다. 북리어사가 먼저 발견 하였습니다.”

북리준이 매서운 눈길로 저 멀리 보이는 경사로의 숲을 보고 있는 중에 유공공과 금대인이 급히 당도했다.

“북리어사! 확실한가?”

“저기를 봐 주십시오.”

북리준이 손을 들어 가리키는 동쪽 경사로 숲 사이 사이로 일렁이는 검은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 왔다.

“저 안에 있던 몰이꾼들의 피내음이 진하게 나는 것을 보니 순식간에 당했습니다.”

유공공과 금대인이 내기를 눈에 몰아 안력을 돋우어 보니 검은 물결이 흑색 피풍의를 입은 자들이 신법을 전개하는 모습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동창과 금의위들은 황상께서 계신 군막을 중심으로 원진을 구성한다.”

“충!”

유공공의 명에 동창의 군관 이백과 금의위 위사 이백이 일사분란하게 군막을 중심으로 원진을 구성하는 것을 본 유공공이 옆에 대기 하고 있던 동창 고수 셋에게 다시 지시를 내렸다.

“외곽을 경비하고 있는 정황기주와 양황기주들에게 이 곳의 습격을 알리고 최대한 빨리 병력을 이리로 돌리라 일러라.

너는 사냥을 나가신 삼왕야를 찾의 적의 내습을 알리고 삼왕야 휘하 주방팔기 정람기와 정홍기의 군사를 돌려 달라 전하라.”

“충!”

세 동창의 군관이 세 방향으로 튀어 나가고 유공공이 급히 군막으로 향했다.

“무슨 일인가?”

싸늘하게 식은 황제의 얼굴을 보며 유공공이 허리를 숙였다.

“크게 신경 쓰실 일은 아닌 것으로 사료 되옵니다. 황상과 황후, 황태자전하와 비께서는 이 곳 군막에서 잠시 머무시는 동안 신들이 적도들을 처리 하겠나이다.”

“명의 잔당들인가?”

“아직 파악이 안되었사옵니다.”

“가라! 가서 어떤 역도들이 짐에게 칼을 겨누었는지 낱낱이 밝히거라.”

“충!”

유공공과 금대인이 열려진 군막을 닫게 하고 그 주위를 동창과 금의위 최고수 오십인으로 두 겹의 방진을 구성했다.

“너는 북리어사와 함께 적도들을 맞아 놈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거라.”

유검패가 급히 신형을 날리고 강궁이 뚫을 수도 없고 불도 붙지 않게 처리한 군막을 손으로 한번 두드리고는 유공공이 금대인을 바라보았다.

“가세, 어떤 놈들이 이런 대역무도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확인을 해 보세.”

북리준과 유검패가 맨 앞에서 밀려 내려오는 정체 불명의 피풍의 적도들을 노려 보고 있는 중에 유공공이 다가 왔다.

“시간은?”

“일각 정도면 당도 할 듯 합니다.”

군막을 방어하는 오십인의 고수들을 뺀 나머지 동창과 금의위 군관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일자방진을 구성한 채 자신들을 향해 짓쳐내려오는 검은 피풍의의 인물들을 향해 살기를 피어올렸다.

“한 시진만 버티면 된다. 절대 황상이 계신 군막까지 적도들이 닿지 않게 한 시진만 버티면 사만의 팔기군들이 이 곳에 당도할 것이다.”

금대인의 우렁 우렁한 목소리에 검, 도를 쥔 동창과 금의위 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온다!”

울창한 숲을 벗어나 너른 개활지에 들어선 피풍의의 적도들이 더욱더 속력을 내어 자신들의 앞에 일자로 방진을 구성하고 있는 동창과 금의위 군관들에게 온 몸으로 부딪쳐 왔다.

‘콰카카카카칵 차차차차차창’

순식간에 개활지를 가로질러 날아온 검은 피풍의 적도들의 검도창권등이 사정없이 날아오고 단 한번의 부딪침에 팔다리며 머리, 피가 공중으로 비산하기 시작했다.

“막아라!”

동창 고수들의 검이 달려 드는 피풍의를 베어내고 금의위 위사들의 금도가 번쩍이며 허공에 수를 놓았다.

“이놈!”

자신에게 이상한 걸음으로 달려 들던 적도의 목을 향해 금도를 날린 금의위 위사가 피륙이 베어지는 감촉이 아닌 ‘카캉’ 쇠를 두드리는 기음에 눈이 커졌다.

“이, 이건... 크아아악”

자신의 금도에 베어진 피풍의 안에 드러난 적도의 얼굴을 본 금의위사의 가슴을 헤집고 들어온 두 손이 터뜨려 버린 심장에 눈을 부릅뜬 채 절명했다.

“가, 강시다!”

‘까강 까가강 까강’ 방진의 좌익에 속한 동창과 금의위 고수들이 연신 쇠를 두드리는 소리과 자신들의 검과 도를 맨 손으로 잡아 우그러뜨리는 강시를 피해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한편 우익에 속한 동창의 고수 눈에 흐느적 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는 약 백여명의 피풍의 적도들을 향해 과감히 몸을 날렸다.

“죽어라!”

무방비 상태로 자신의 검에 오른팔이 비산을 하고 이어 목을 치려는 찰나 ‘푸스스스스’ 잘린 오른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녹혈이 튄 오른손이 녹아내리는 감각에 비명을 내질렀다.

“도, 독강시다!”

여기 저기 독강시를 베어내고 뿜어져 나온 독혈에 닿은 동창과 금의위 고수들이 자신의 목을 부여 잡고 그 자리에서 몸부림을 치고 공기에 떠 다니는 독혈의 독기를 흡입한 고수들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뒤로 물러나시오!”

순간 ‘시이이이익’ 공간을 가르는 두 개의 륜이 십여구의 독강시의 목을 날려 버리자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던 동창과 금의위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독강시의 목을 날리고 무조건 뒤로 몸을 빼내야 합니다.”

북리준이 다시 열 구의 독강시를 거둬 내자 뒤로 물러만 나던 동창과 금의위 군관들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까강 까가가강’

“검이 통하지를 않아!”

연신 검과 도로 망혼철강시를 두드리며 강시들이 뻗어내는 날카로운 손을 피해 연신 뒤로 물러나는 동창 군관의 눈에 한 줄기 섬광이 비추더니 그 단단하던 철강시의 목이 둥실 떠올랐다.

“목을 검기를 이용해서 쳐 내야 하오.”

북리준의 일월신검이 춤을 출 때 마다 망혼철강시의 목이 공중에 떠오르고 그 몸뚱이가 철거덕 소리를 내며 땅에 엎어져갔다.

좌익과 우익을 넘나들며 피풍의의 적도들을 베어 넘기던 북리준에게 유검패가 급히 다가 왔다.

“어사님, 아버님이 부르십니다.”

앞서 달려 나가는 유검패의 뒤를 따라 땅을 박차며 힐끗 돌아 보니 여기 저기 정신 없이 무너지는 방진이 눈에 들어왔다.

“황상과 황태자전하를 모셔야겠네.”

유공공과 금대인이 무너져 가는 방진을 눈에 담으며 입을 열었다.

“북리어사가 길을 열어 주시게.”

유공공의 말에 북리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섰다.

“폐하, 역도들의 세가 심상치 않아 부득이 이 곳을 벗어나야 할 듯 하옵니다.”

“정황기와 양황기의 기주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두 기주가 이 곳에 당도 하기 전에 저희의 방진이 무너질 듯 하옵니다. 이 죄는 폐하의 옥체가 안전해 지면 제가 달게 받겠나이다.”

피를 토하듯 엎드려 고하는 유공공과 금대인의 모습에 황제가 분이 끓어 오르는 얼굴로 신형을 일으켰다.

“가자!”

오십인의 동창과 금의위 최고수들과 유공공, 금대인, 북리준, 유검패가 군막을 나섰다.

‘황상과 황태자 전하, 황후와 황태자비를 누군가 업고 이동을 해야 합니다. 탈주로는 어디로 잡아야 합니까?’

북리준이 저 앞에 급속이 무너지는 방어진을 보며 유공공에게 전음을 날렸다.

‘알겠네. 방향은 저 쪽 금려팔기 양황기가 있는곳일세.’

유공공이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확인하고는 유검패와 급히 신형을 날렸다.

“황제폐하, 소신들의 불충을 용서치 마시옵소서. 부득이 폐하와 황후마마의 옥체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옵니다.”

군막을 벗어나 저 앞에 피보라를 뿌려내며 적도들을 막아 내는 동창과 금의위 군관들을 보며 황제가 침음성을 내었다.

“공공의 뜻에 따르겠다.”

유공공이 내어준 등에 업힌 황상과 금대인이 황후를, 황태자와 비는 동창의 장형천호와 금의위의 동지가 비단띠를 자신이 업은 황제 등의 몸과 함께 단단히 결박 지었다.

“길을 열어 주시게!”

유공공의 말에 북리준과 유검패가 땅을 박차 앞으로 쏘아져 나가고 그 뒤를 유공공, 금대인, 장형천호와 동지가 따르고 나머지 군관들이 겹겹이 뒤를 방비하여 신형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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