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끝인가 봅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삼왕야의 마뜩찮은 표정을 보고 환천마가주가 웃음을 지었다.
“시작하겠나이다! 혼원대, 귀혼대는 앞으로 나서거라.”
환천마가주의 말에 환천마가 소속 두 대의 강시를 조정하는 교도들이 각자의 뿔피리와 고둥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강시들을 투입하여 놈들을 찢고 녹이거라.”
“존명!”
환천마가 소속의 혼원, 귀혼대 교도들이 뒤로 물러나며 각자의 뿔피리와 고둥을 입에 물자 다른 마교도들이 긴급히 뒤로 물러나 넓은 원진을 구성했다.
‘키키킥 키킥 크크큭 끄륵’
마교도들과 삼왕야의 친위대들이 멀찍이 물러나 원진을 구성하자 그 안으로 망혼철강시와 천독강시가 기괴한 모습으로 다가 오기 시작 하고북리준이 앞으로 나서며 유공공에게 전음을 날렸다.
‘유공공과 금대인께서는 황상 일행을 가운데 두고 방진을 구축해 주십시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진을 구성한 채 밖으로 나서지 말아 주십시오.’
‘방법이 있겠는가?’
유공공이 자신을 둘러싼 수백의 적도들과 기괴한 몸짓으로 다가오는 백이 넘는 강시들을 보며 침음성을 삼켰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 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신세를 지겠네...’
북리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서자 북리준이 있던 자리를 유검패가 메꾸고 유공공, 금대인, 유검패, 두 동창과 금의위의 장형천호, 동지가 황제 일행을 중심으로 원진을 구성했다.
“오너라!”
“신교 환천마가의 힘을 보여 주거라. 크하하!”
환천마가주의 광소와 함께 한 명에 혼원, 귀혼대 소속 마교도들이 입에 문 뿔리피와 고둥 소리가 점점 높아져만 가고 흐느적 거리며 어슬렁 거리던 망혼철강시와 천독강시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독강시의 독이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네 놈들의 강시로 혼쭐을 내주겠다.’
금아가 북리준에게 가져다 준 백령해왕삼과 천년자패가 과거 청린독각교룡의 내단을 취한 금아의 타액과 혼합되어 백독불침의 효용을 가져다 준 것을 알지 못하는 북리준이 두 팔을 늘어 뜨려 일월쌍륜을 현신했다.
‘피이이잉 시이이잉’
오른팔에서 뻗어나간 일륜에 전면에서 달려 오던 망혼철강시의 목을 날리고 왼팔에서 솟아난 월륜이 천독강시 한 구의 머리를 부숴 버렸다.
‘씨이이이이이잉’
머리를 잃고 힘없이 신형을 누이려는 두 구의 망혼철강시와 천독강시가 갑자기 벌떡 신형을 일으키는 듯한 모습에 한 혼원대원이 기겁을 했다.
“머리가 날아 갔는데 어떻게...”
순간 머리가 날아간 망혼철강시와 천독강시가 북리준의 두 팔의 용틀임에 맞추어 ‘쌔애앵’ 기음과 함께 물러서 있는 마교도 사이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크아아아악 내, 내 팔이.. 커허어어억”
머리가 날아간 천독강시의 목에서 뿜어져 나온 독혈이 사방에 흩뿌려 지며 독혈에 닿은 마교도 수십이 땅바닥을 뒹굴며 괴성을 질러대었다.
“콰아아아앙”
마치 대포가 쏘아진 듯 날아오는 망혼철강시의 전면에 있던 마교도들이 팔다리며 몸이 부서져 나갔다.
“이, 이런... 개 같은...”
환천마가주가 해남검귀라 자신을 소개한 놈의 두 팔이 둥실 둥실 춤을 추는 궤적에 머리가 터져 버린 천독강시가 독혈을 사방에 뿌려대며 신교도 사이에 떨어져 내리고 강철 같은 신체의 망혼철강시가 쏘아진 곳에 있는 교도들이 터져 나가는 모습에 혼백이 달아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북리준의 일월쌍륜이 다리에 얽힌 망혼철강시와 천독강시가 때로는 강철구로 때로는 독을 품은 포탄으로 변하여 물러서 있던 신교도와 삼왕야의 친위대 사이로 쏘아져 나가는 모습이 거대한 전장을 방불케 했다.
“후, 후퇴... 강시들을 후퇴 시켜라!”
‘삐이이익 뿌우우우웅’
저 뒤편에서 정신없이 입에 문 뿔피리와 고둥을 불어 제끼던 혼원대와 귀혼대원들의 눈에 포탄이 떨어진 듯한 전장에 신음 하며 죽어가는 수백의 신교도들이 눈에 들어 왔다.
“저 자는 어떻게 영입 하였는가?”
황제가 단신으로 일각 정도의 시간에 강시들을 날려 수백의 적도들을 초토화 시킨 북리준을 보며 유공공에게 물었다.
“예전에 오삼계를 잡기 위해 함께 한 연이 있었고 지난번 왜구들을 일소한 주인공이 저 북리어사입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북리어사를 이번 사냥대회에 초대를 했었던 것이 신의 한 수 였사옵니다.”
“오오! 장한지고.”
“후우우우”
전신에 들끓는 기혈을 건곤무극신공을 일주천하여 안정시킨 북리준의 눈이 마치 귀신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삼왕야와 마주쳤다.
“노옴!”
수십년을 전장에서 지낸 철석간담을 지닌 삼왕야답게 단신으로 수백의 마교도들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 버린 북리준을 매섭게 쏘아 보았다.
‘일각만 더 버티면 된다.’
북리준이 길길이 뛰는 환천마가주과 삼왕야 친위대주의 고함소리에 우루루 다시 원진을 구성하여 북리준 일행을 에워쌌다.
“강시들은 저만큼 치워라. 오히려 놈의 무기가 된다.”
삼왕야의 차가운 말에 환천마가주가 이를 악 다문 채 지시를 내렸다.
“환천마가의 무사들은 뒤로 빠져라!”
얼핏 보니 약 백 오십 정도 되어 보이는 마교도와 삼십 정도 남은 자신의 친위대를 가늠하고는 삼왕야가 자신의 애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일각만 버티면 되옵니다. 제가 삼왕야와 환천마가주를 막겠사오니 부디....’
‘알겠네.’
유공공이 북리준의 전음 내용을 금대인과 유검패, 두 군관에게 전달하는 중에 황제가 손을 내밀었다.
“짐에게도 검을 달라.”
“폐하! 저희가....”
“짐도 전장에서 보낸 세월이 만만치 않느니라.”
사나운 눈빛으로 자신에게 다가 오는 삼왕야를 쏘아 보는 황제의 손에 금대인이 검을 쥐어 주었다.
“두 군관은 어마마마와 비를 잘 보호해 주시오.”
굳은 표정의 황태자도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 자신의 아비이자 황제의 곁에 섰다.
“단번에 쓸어 버린다. 전원 돌격!”
삼왕야의 진군 명령에 ‘와아아아아악’ 고함을 지르며 마교도와 친위대가 열 명의 일행을 도륙하기 위해 땅을 박찼다.
‘미친 용의 몸부림!’
북리준의 일월신검에 건공무극신공의 내기가 모아지며 거대한 광룡 한 마리가 현신하여 달려 드는 적도들을 찢어 발기기 시작했다.
“놈! 네 놈의 상대는 본좌이니라.”
‘푸화아악’ 뜨겁고 푸른 검기가 둘러진 삼왕야의 검이 공간을 가르며 북리준에게 쇄도하고 환천마가주의 허리띠에서 풀려나온 연검이 ‘피피피핑’ 독사와 같은 몸짓으로 북리준의 요혈을 파헤치기 위해 날아왔다.
순간 북리준의 두 발이 신선이 곤륜산을 노니는 듯한 오묘한 움직임으로 환천마가주의 연검 사이를 뛰놀고 자신의 머리를 가르기 위해 내려쳐 지는 삼왕야의 검을 도외시한 채 일월쌍륜을 떨쳐 내었다.
‘이이익, 동귀어진을 하려는 거냐?’
삼왕야가 이대로 자신의 단천열화검을 내려치면 적의 머리를 가를 수 있으나 자신 또한 심장에 구멍이 난다는 생각에 급히 검의 방향을 바꾸어 자신에게 날아오는 륜을 쳐내었다.
‘가진 것이 많은 자..... 그럴 줄 알았다.’
급급히 겨우 쳐낸 일륜을 튕겨낸 후 삼왕야가 성난 표정을 지으며 검을 내지르려는 찰나 ‘투욱’ 땅에 떨어지는 검을 쥔 자신의 오른팔을 망연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이, 이게... 크아아아아악”
잘려진 오른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왼손으로 막으며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는 삼왕야를 일별하고는 연검으로 자신을 집요하게 노리는 환천마가주를 향해 일월신검을 진중하게 내리그었다.
“이, 이런.....”
환천마가주가 적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자신의 눈 앞 공간을 둘로 나누는 기이한 빛을 향해 자신의 연검을 맹렬히 회전시켜 검망을 만들었다.
‘피피피피피핑 피피피피핑’
자신의 연검이 만들어낸 검망을 만족스럽게 바라 보던 환천마가주가 ‘사아아아아악’ 기음과 함께 자신의 검망이 갈라지며 정수리를 스치는 기이한 느낌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 그랬구나.... 네 놈이 흑천과 검천을...”
‘푸화아아악’ 머리부터 몸이 두 쪽으로 갈라지며 절명한 환천마가주를 외면하고 땅을 박차 황제와 황태자를 노리는 삼왕야의 친위대와 마교도들의 등을 향해 일월신검을 휘둘렀다.
‘카카캉 카앙 크카칵’
너무도 오랜만에 잡은 검을 타고 들어오는 충격에 황제가 비틀 거리는 찰나 삼왕야 친위대장의 검이 황제의 심장을 향해 날아 왔다.
“이노옴!”
황태자 윤청이 자신의 베어 오는 검들을 도외시 한 채 몸을 날려 황제를 베려 하는 친위대장의 검을 겨우 걷어 내었다.
“크으으으윽”
황제의 목숨을 건졌으나 자신에게 떨어져 내린 검과 도에 팔 다리를 베인 윤청의 앞을 황제가 가로 막았다.
“아, 안됩니다...”
“아들아.... 최선을 다해 보자꾸나!”
황제가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달려 드는 친위대장을 향해 부릅뜬 눈으로 고함을 질렀다.
“본좌가 천자 이니라.”
“크으으윽, 화, 황상....”
팔 다리에서 흘러 나오는 피 속에서 흐느끼던 황태자의 눈에 굳건히 서 있는 부황의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잡았다!’
자신의 손에 황제의 명줄을 끊는다는 희열에 친위대장이 광소를 터뜨리려 하였으나 왜 세상이 거꾸로 도는지 영문도 모른 채 땅바닥에 짓쳐박혔다.
“어디 감히 황상께....”
전신에 난 자상에서 흘러내린 피로 혈인이 되어 버린 유공공이 황제의 앞을 가로 막았다.
“조, 조금만 버티시면... 크윽!”
다시 자신의 옆구리 살을 한 움큼 떼어간 마교도의 검에 유공공이 검을 땅에 꽂은 채 한쪽 무릎을 꿇었다.
“유공공.....”
“아, 안돼!”
뒤에 엎드려 유공공의 덕에 위기를 겨우 넘긴 황상의 전면에 신검합일의 기세로 몸을 날리는 마교도를 보며 황태자의 입에서 절망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파아아아아아학’
날아 오는 마교도의 몸이 허리 부근에 떨어진 금도에 의해 두 조각으로 갈려 나가고 연신 피를 게워내는 금대인이 힘겹게 유공공을 일으켜 세웠다.
“공공.... 끝인가 보옵니다....”
뒤를 돌아 보니 황후와 황태자비를 보호 하기 위해 동창의 장형천호과 금의위 동지가 한쪽 팔이 잘리고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겨우 겨우 버티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악”
황제와 황태자, 유공공과 금대인이 겨우 서 있는 곳을 향해 십 여명의 마교도들이 달려 오는 모습에 황제의 눈에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어디를 감히.... 대 청조의 황상께 검을 들이미는 것이냐?”
순식간에 신형을 날린 유검패의 검에 다섯 마교도가 피를 뿌리며 쓰러지고 이어 날아온 검에 복부와 왼팔을 관통 당한 유검패가 이를 악물고 오른손의 검을 휘둘렀다.
세 명의 마교도 머리가 공중에 떠오르고 비틀 거리며 뒤로 물러서던 유검패를 금대인이 받아 들었다.
“수고...많았다....”
다시 사방에서 달려 드는 마교도들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던 유공공의 얼굴에 ‘파아아악’ 뜨꺼운 피가 끼얹어졌다.
‘죽는 건가....’
자신의 얼굴에 끼얹어진 피가 제발 황상의 피가 아니기를 빌며 손으로 얼굴을 닦아 내자 자신들을 향해 짓쳐들던 마교도들의 머리며 손발이 비산하며 피를 뿌리고 그 뒤에 맹렬한 속도로 검과 륜을 휘두르며 길을 여는 북리준이 눈에 들어왔다.
‘아... 북리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