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황제의 분노
순식간에 오십이 넘는 마교도들을 베어 넘기며 황제 일행에게 다가온 북리준이 그 앞을 가로 막으며 사자후를 내질렀다.
“누구든 죽고 싶다면 덤벼라!”
전신에 피범벅이 된 채 환천마가주를 도륙하고 삼왕야의 팔을 날리고 수십의 교도들을 찢어 발긴 엄청난 신위에 주춤 거리며 아무도 함부로 덤벼 들지 못하고 있었다.
“황상을 구하라! 와아아아아아아아.”
그 때 저 뒤편 언덕에서 이만의 정황기, 양황기 팔기군이 물밀 듯이 밀려 내려오자 살아 남은 백이 채 안 되는 적도들이 주춤 거리다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내빼기 시작했다.
“끝났구나....”
겨우 서 있던 유공공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뚫린 배와 팔에서 연신 피를 흘리던 유검패가 저 앞에 우뚝 서 있는 북리준의 등을 가물 거리는 눈으로 존경의 염을 담아 바라 보았다
한 팔이 잘린 채 전장 한 구석에 수하들에게 버림 받아 망연한 표정으로 처박혀 있던 삼왕야가 정황기주와 양황기주에게 포박되어 끌려 왔다.
“정녕 네가.......”
“죽이시오. 감히 내가 넘보면 안 될 자리를 넘보았나 보오.”
삼왕야가 체념어린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황제가 자신의 앞에 포박 되어진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삼제의 목을 향해 자신이 든 검을 휘둘렀다.
“정황기주는 듣거라!”
여기 저기 베인 용포와 삼제의 목을 치며 튄 피에 절은 황제가 준엄한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
“정황기 이만을 이끌고 지금 당장 삼왕부를 점거하라. 상녕이 누구와 결탁 하여 역모를 꾀했는지 증좌를 하나도 남김 없이 모아 오너라.”
“충!”
정황기주가 정황기 고수들과 군사들을 이끌고 급히 산을 내려 가고 양황기주의 명에 따라 상처를 입은 황태자와 심각한 부상을 입은 두 군관, 유공공과 금대인, 유검패, 북리준 사이를 양황기 소속 의원들이 분주이 뛰어 다니며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괜찮은가?”
응급처리를 끝낸 유공공이 의원에게 베인 상처를 처치 받고 있던 북리준의 옆에 앉았다.
“피륙이 조금 긁힌 정도입니다. 공공께서는 괜찮으신지요?”
“허허,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한 거지. 오백인가 육백이 넘는 적도들 사이에서 살아 남은 것 치고는 말일세.... 또 한번 신세를 졌네....”
“아닙니다.”
약 한 시진 후 어느 정도 응급 처치가 끝나고 황제 일행이 타고 갈 마차가 준비 되어 일만의 양황기 대군이 황제 일행을 에워싼 채 자금성으로 향하기 위한 채비를 했다.
“북리어사라 하였는가?”
응급처치를 끝내고 자신의 앞에 시립한 붕대를 감은 유공공을 향해 황제가 입을 열었다.
“네, 폐하! 북리준이라 하옵고 정삼품 일등시위의 관직에 무림을 감찰 하는 암행어사로 활약하고 있나이다.”
“일이 어느 정도 수습이 되고 나면 짐과 독대 자리를 만들도록 하여라.”
“알겠사옵나이다.”
황제가 산 전체에 널려 있는 시체들을 일별 하고는 분노에 찬 음성으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상녕에게 역모를 부추긴 놈들의 정체를 알고 있느냐?”
“북리어사와 제 양아들인 검패의 말로는 지금 정마대전을 일으키고 있는 마교로 보인다고 하옵니다.”
“마교! 감히 천자인 나를 해하고 역모를 부추긴 무림인들의 씨를 말리리라.”
황제의 분노에 유공공과 금대인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황상의 뜻대로 될 것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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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모?”
천무맹주의 집무실에 절대검존 남궁휘와 창천수사 왕석산이 독대를 하고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삼왕야가 황제의 자리를 찬탈하기 위해 역모를 일으켰다 실패 했다고 합니다.”
“허허, 이런 어수선한 시기에 역모까지....”
“그런데 이 역모가 저희한테 유리하게 작용할 듯 합니다.”
왕군사의 말에 남궁휘가 인상을 찌푸렸다.
“역모와 무림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잘못 하여 무림 인사가 개입 되었다면 여기에도 피바람이 불텐데...”
“마교가 삼왕야의 편에 선 듯 합니다.”
“마교가?”
왕석산의 말에 남궁휘가 해연히 놀란 표정으로 태사의에 기대었던 상체를 곧추 세웠다.
“확실한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되묻는 천무맹주를 향해 왕군사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태행산에서 끌려 나온 시체 중에 지난 번 정마대전에서 보았던 철강시와 독강시가 섞여 있다고 세작이 정보를 보내 왔습니다.”
“호오, 정말 왕군사의 말대로 우리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겠군. 천산파의 북리 봉공이 마교와 대적하기 위한 군사를 빌리러 들어간 시점에 마교가 역모에 가담했다니....”
“그렇지 않아도 자금성 안에 들어가 있는 북리봉공이 나오는 대로 이 곳으로 데려 오라 일러 두었습니다.”
자금성 인근에 천무맹의 무사들을 멀찌감치 배치 하여 나오는 북리준을 데려 오라 일러둔 상태였다.
“그런데 그 놈들이 뭐가 아쉬워서 역모에 발을 담구었지? 역모란 것이 성공 확률도 적을 뿐 더러 실패 시 삼족이 쓸려 나가는 것을 역사가 말해 주고 있는데...”
“이번에 마교 놈들이 악수를 둔 듯 합니다. 태행산을 내려 오는 정황기와 양황기 등 황제의 직속 친위부대들 사이에 건재한 황제를 보았다는 세작의 이야기를 미루어 삼왕야의 역모는 실패 했습니다.”
“허허허, 삼왕부에 피바람이 불겠군.”
“그렇지요. 일차로 역모의 중추인 삼왕야와 그 친족, 측근들이 쓸려 나갈 것이고 그 후에 역모에 가담했거나 도움을 준 자들을 추적 할 때 마교의 연루 확증이 튀어 나오면 청조에서 앞장서서 마교를 토벌하기 위한 대군을 파견 할 것입니다.”
왕석산의 말에 북궁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군사의 말대로만 된다면 한시름 덜었음이야. 대승 후 물러 갔던 마교놈들이 언제 다시 튀어 나올까 불안에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어짐이지.”
그 때 집무실 밖에서 급박한 부군사의 음성이 들려 왔다.
“맹주님, 자금성에서 전언이 왔사옵니다.”
“들게!”
부군사가 건네준 서찰을 먼저 확인한 왕군사가 웃음을 지으며 서찰을 맹주에게 넘겼다.
“예상했던 대로 일이 흘러갈 모양입니다.”
편지를 다 읽고 탁자에 내려 놓은 천무맹주를 향해 왕군사가 입을 열었다.
“북리봉공의 전언대로 라면 지금 확보한 마교 사대세가 중 검천, 흑천, 환천 마가주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는 자를 보내 달라는 것이군.
분명 지난 달 정마대전에서 검을 섞은 자들이 있을 테니 말일세.”
“지난 정마대전에서의 패퇴 후 회의에서 무당장문이 검천마가주와 검을 섞었다고 들었습니다.”
“오, 다행이군. 왕군사는 긴급히 무당장문을 이리로 모시고 사황련에도 전언을 보내 혹시 흑천마가주와 환천마가주와 손속을 나눈 자가 있는지 확인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왕석산이 급히 집무실을 빠져 나가자 북궁휘가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
“일이 잘 풀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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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맹과 사황련에 협조 요청을 하였는가?”
어느 정도 정양을 마친 유공공과 금대인이 북리준의 처소로 직접 찾아 왔다.
“네, 유공공님이 말씀 하신 대로 시신을 확보한 검천, 흑천, 환천 마가주를 확인 해 줄 수 있는 인물들을 보내 달라 요청 하였사옵니다.”
“놈들이 북리어사가 이야기 한 대로 마교의 사대마가의 가주들이 맞다면 마교놈들은 황상의 거대한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네.”
금대인이 이를 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
“마교놈들과 참 질긴 인연이군. 지난 전 팔각채에서의 첫 조우 이후 두 번째니 말일세.”
유공공의 말에 북리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대여섯번 정도 부딪쳤습니다. 한 마디로 악연이지요.”
세 사람이 조촐하지만 정갈한 술상을 사이에 두고 두어순배 술잔이 돌았다.
“황상께서 역모 건이 수습되는 대로 북리어사와의 독대를 명하셨네. 아마도 큰 상을 내리실 것이야.”
유공공이 흐뭇한 표정으로 북리준을 바라 보며 자신의 잔을 비웠다.
“당연하지. 황상과 황후마마, 황태자와 태자비를 구했으니 이는 거의 나라를 구한 거와 마찬가지지요.”
금대인이 맞장구를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휴, 사흘 전 태행산에서의 전투가 아직도 꿈에 나타납니다. 징그러운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나도 그럴 것 같네.”
금대인의 말에 유공공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나 용맹하시고 영명하신 삼왕야가 황상의 지극한 총애를 받으셨는데 어찌 역모를 꾀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금대인의 말에 유공공이 처연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사람의 욕심이 그 끝을 모름이지.... 아마도 마교놈들의 부추김이 그러한 욕심을 실현하려고 한 것이고....”
“말 그대로 일인지하 만인지상, 황제폐하 외에는 상전이 없는 명실상부한 이인자였는데 뭐가 부족해서....쯧쯧쯧!”
“삼왕야의 식솔들과 친족들은 어찌 되는 것인지요?”
담담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북리준이 질문을 던졌다.
“역모라네. 역모에 연루된 자들은 삼족을 멸함이 기본일세. 한 마디로 삼왕부에서 키우던 개도 머리가 잘렸음이네...”
금대인의 말을 유공공이 이어 받았다.
“역사 속에 성공한 역모는 손에 꼽을 정도라네. 수 많은 역모들이 실패로 돌아가고 그 후폭풍이 역모에 가담한 자들의 피바다가 흘러 넘쳤던 것이 역모라네.”
“자자, 역모에 연루된 자들이 쓸려 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고 북리어사가 황제폐하와 독대 후에 저희의 상관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미리 축하를 드려야 겠군요.”
금대인이 익살스런 미소를 포권을 취하자 북리준이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농이 심하십니다.”
“금가 놈 말이 허언은 아니네. 아마도 높은 관직과 토지와 상상도 못할 부가 내려질 것이네.”
“당연하지요. 황제폐하의 목숨을 구했는데요.”
두 사람이 진정으로 기뻐하며 주고 받는 말에 북리준이 웃음을 지었다.
“저는 관직에 뜻이 없습니다. 황제폐하께서 제게 내려 주시는 것들을 정중히 사양할 것입니다.
제 꿈은 마교와의 악연을 끝내고 남해 바다로 내려가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생을 보내는 것입니다.”
“이보게, 누가 뭐라고 했나? 남해 바다에 내려가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짓고 광동, 광서 지방의 관리들이 때때로 오는 문안인사를 받으며 호의호식하며 살라는 말일세. 나도 자네가 관직에 뜻이 없음은 익히 아네만 다른 것들은 사양치 말게.”
금대인이 입에서 침을 튀겨 가며 북리준에게 말을 건넸다.
“말씀 감사합니다. 일단 마교를 섬멸하기 전 까지는 요원한 일이지요.”
“북리어사의 말이 맞네. 역모에 가담한 마교를 쓸어버린 후 다시는 무림의 인물들이 역모에 가담하지 못하게 일벌백계의 본을 보여야지.”
북리준이 유공공과 금대인과의 술자리를 파하고 정양중인 유검패를 방문하였다.
“어사님!”
“그냥 누워 있게.”
유검패가 복부와 팔에 감긴 피가 묻어나오는 붕대를 보며 손을 내저었다.
“고생이 많았다.”
“다 어사님 덕분에 이리 살아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지요.”
진정으로 감복한 표정을 짓고 자신을 바라보는 유검패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거라. 우리에게 이러한 고생을 안겨준 마교놈들에게 제대로 한 칼을 먹여야 하지 않겠느냐?”
“당연하지요. 의원의 말로는 열흘 안에 거동이 가능 하다고 합니다. 그동안 어사님을 보필 하지 못하는 죄, 용서 하십시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회복에만 전념하거라. 나와 함께 십만대산에 오르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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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라는 곳이 분명한 것이냐?”
황제가 서슬퍼런 분노를 뿜어내며 전면에 서 있는 유공공과 금대인을 포함한 대소신료들이 모여 있는 대전에서 포효성을 질러대었다.
“네, 폐하! 정마대전에서 마교놈들과 손을 섞었던 천무맹과 사황련 소속의 무당장문과 묵야림주가 마교의 사대 마가의 검천마가주와 흑천마가주를 확인 하였사옵니다.”
“쾅!”
황제가 자신이 앉아 있던 옥좌의 팔걸이를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영시위내대신과 장난의위사대신을 들으라.”
정일품 무직경관으로 무인 관직에 최고봉인 두 대신이 황제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명하시옵서!”
“금려팔기와 주방팔기의 군사 중 십만을 뽑아 역모에 가담한 마교라는 방파를 지워버릴 것을 명하노라.”
“충! 폐하의 뜻대로 될 것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