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난의사에 봉하라.
황제와의 독대를 위해 유공공이 준비해 둔 의관을 정제 하는 북리준을 보며 금대인이 감탄성을 내었다.
“볼수록 멋지단 말이야, 북리어사!”
“과찬이십니다!”
평소라면 절대 입지 않을 금포를 두른 북리준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 입으면 되는 거네. 금가 놈 말대로 관복이 정말 잘 어울리는구만. 저 놈은 돼지가 금 목걸이를 두른 것 같이 어색하기 그지 없는데 말이야.”
“하하하, 유공공께서 모르시는 말씀 인데 제 이 금포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주위에서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합니다요.”
“그럼 네 놈 면전에 대놓고 나 같이 말할 놈이나 있냐? 쯧쯧쯧.... 네 놈 주위에 입 바른 소리 하는 놈 하나 정도는 두거라.”
“예예...”
‘지는 주위에 입바르게 말하는 놈이 있다는 듯이 이야기 하는구나.’
입을 비죽 내밀던 금대인이 시중을 들던 시비들이 방을 나서자 북리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세!”
유공공이 웃는 얼굴로 앞장서고 금대인 또한 자신이 포상을 받을 것 같은 얼굴로 그 뒤를 따랐다.
“황제폐하께서 이례적으로 정무를 돌보는 외조인 태화전, 중화전, 보화전이 아닌 폐하의 거처이신 곤녕궁 내 양심전에 외부인을 부르시는 것은 자네가 최초일세.”
“그렇고 말고요. 유공공와 나도 양심전에는 일년에 한번 들어 갈까 말까 하네. 황제폐하께서 북리어사를 자신의 식솔과 같이 대하심이야.”
유공공의 말에 금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 받았다.
“너무 과한 대접인 듯 합니다.”
“과하기는.... 오히려 약소 하지!”
금대인의 말에 유공공이 웃음을 지었다.
“금가 놈 말이 맞네. 황제폐하 뿐 아니라 황후마마, 황태자 전하, 황태자 비까지 구해낸 공로가 어디 비할 데가 있겠는가?”
유공공과 금대인이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거대한 전각 앞에 다다랐다.
“황제폐하, 유공공과 금대인, 북리어사 입실이옵니다.”
황제의 침소가 있는 양심전에 도착하자 황제의 내관이 일행이 당도 했음을 고했다.
“들라!”
근엄한 목소리가 들려 오자 내관의 안내에 따라 양심전 안으로 들어섰다.
“만세 만세 만만세! 황제폐하의 만수무강을 기원 드립니다.”
북리준이 앞으로 나서서 오체복지를 하고 예를 표하자 유공공과 금대인이 양 옆으로 갈라져 황제에게 예를 표했다.
“일어서거라!”
황제의 말에 북리준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일어서 공손이 시립했다.
“북리준이라 하였는가?”
“네, 폐하!”
황제의 양 옆에 자리를 잡은 황후와 황태자, 황태자비가 한껏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북리준을 내려다 보았다.
“황태자에게 듣기로 청조의 골칫거리인 왜구를 일소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아니옵니다. 자그마한 힘을 보탰을 따름이옵니다.”
“허허, 겸손하구나. 그리고, 짐과 황후, 황태자, 황태자 비를 역모를 꾀한 적도의 손에서 구해 준 것에 대해 치하 하고 싶구나.”
“청조의 신민으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옵니다. 말씀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북리어사! 너무 사양치 마시게. 황상께서 어떻게 하면 북리어사에게 보은을 할까 고심이 많으셨다네.”
황태자 윤청이 북리준을 보며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내관은 들라!”
황제의 말에 황제를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노환관이 두루마리 하나를 조심스럽게 들고 앞으로 나섰다.
“북리준은 황제 폐하의 성지를 받들라!”
노환관의 말에 북리준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에 대었다.
“정삼품 일등시위 어사 북리준을 종일품 제독구문보군순보오영통령에 봉하노라. 이에 따르는 토지와 전답은.......”
노환관의 입에서 북경성 인근 거대한 토지와 전답을 한참을 읊고 난 후 긴 숨을 몰아 쉬고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종일품 이란다.’
‘제가 말씀 드렸잖습니까? 저희 보다 높은 관직에 오를 거라고요.’
청나라 관직인 구품 십팔급 중 정이품에 속한 유공공과 금대인 보다 일품이 더 높은 제독에 봉해짐에 유공공과 금대인이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폐하, 소신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고하라!”
황제가 자신과 처, 자식을 구해준 북리준을 향해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
“소신은 정말 송구스러운 말씀이오나 관직에는 뜻이 없사옵니다. 또한, 너무 과한 상을 내려 주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소신의 자그마한 소원은 이번 역모에 가담하고 정마대전을 일으켜 무림을 소란케 한 마교를 척결하고 제 고향인 남해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과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자 함입니다.
현재 잠시 유공공과 금대인의 부탁으로 어사 지위를 수행하고 있으나 저의 뜻은 무림인으로 남는 것이옵니다.
황제폐하께서 내려 주신 관직과 토지를 거두어 주실 것을 간청 드리나이다.”
북리준이 엎드린 채 공손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자 황태자가 황제에게 발언권을 얻어 입을 열었다.
“북리어사! 황상이 내려 주신 상이 절대 과하지 않다고 생각하오. 사양치 않았으면 좋겠소.”
“나도 태자의 말에 동감합니다.”
황후도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아들이자 황태자인 윤청의 말을 거들었다.
“소신께 내려 주시는 하회와 같으신 은혜를 마음으로만 받을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북리어사! 너무 사양 말게. 황상이 노여워 하실 수 있음이네.’
유공공의 전음에 북리준이 엎드린 채 전음으로 대답을 했다.
‘관직에 머물 뜻이 정녕 없사옵니다.’
그 때 북리준과 황태자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황제가 손을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참으로 장한지고. 명예나 물질에 초연한 자를 보기가 힘든 이 시기에 참으로 본황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구나.
그래, 본인이 싫다는데 억지로 주는 것은 과례이니 이렇게 하자꾸나.”
황제의 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귀를 기울였다.
“유공공!”
“하명 하시옵소서.”
“정이품의 품계 중 명예직 무직경관이 있는가?”
“네, 정이품 무직경관 중 난의사라는 품계가 명예직으로 쓰이고 있나이다.”
“어사의 말대로 마교를 완전히 척결한 후 정이품 난의사에 봉하고 남해 쪽에 어사가 지낼 수 있는 토지와 전답을 내리도록 조치를 취하라.”
“알겠사옵나이다.”
“그리고, 북리어사는 듣거라!”
“하명 하시옵소서.”
북리준이 황제가 흔쾌히 자신의 상을 물리며 대안을 제시하자 감사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정이품 난의사라는 명예직에 봉함은 이 시간 이후 일년에 두 번 자금성에 들어 본황과 황후, 황태자, 황태자 비께 인사를 하라는 뜻인 게야.”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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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와 황후가 북리준의 자라고 지내온 이야기를 묻고 난 후 양심전을 나선 유공공과 금대인이 북리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고맙네. 북리어사가 황제께 고하지 않았으면 꼼짝 없이 엄한 상전이 하나 생길 뻔 하지 않았는가?”
금대인이 너스레를 떨며 북리준의 어깨를 툭 쳤다.
“나도 금가 놈 말에 동감 하네.”
“하하, 두 분은 제가 무엇을 하던 항상 제 선배님들이십니다.”
“그렇지?”
금대인이 히죽 웃음을 지으며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나 저나 황상의 명으로 십만대군을 파견하여 마교를 지울 예정 인데 천무맹과 사황련은 어찌 할 것인지 들은 바가 있는가?”
“제가 정사연합맹의 사자로 이 곳에 들어 왔는 바 바로 자금성을 나가 황상의 뜻을 전하고 협력 방안을 찾아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리해 주게. 어차피 마교를 척결해야 하는 공동의 목표가 있으니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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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봉공이 왔습니다.”
천무맹주인 남궁휘와 사황련주인 북궁찬, 군사인 왕석산과 야율제가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북리준을 맞이했다.
“오셨는가?”
남궁휘가 한껏 웃는 얼굴로 방으로 들어서는 북리준을 맞이했다.
“자금성 내 일이 있어 늦었습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네. 역모에 마교가 연루되었다고? 자세히 설명을 부탁하네.”
천무맹주의 말에 자리를 잡은 북리준이 태행산 사냥터에서 삼왕야와 친위대, 마교도들과 접전을 벌인 내용을 자세히 설명을 했다.
“허허, 마교도 놈들이 미쳤구려.”
사황련주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북리봉공이 아니었으면 큰 일이 날 뻔 했다 들었소이다. 참으로 장하고 장한 일을 하고 오셨소이다.”
왕석산의 말에 북리준이 겸연쩍은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누구든 그 자리에 있었다면 했을 일이지요.”
“쿨럭 쿨럭....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청조에서는 마교를 어찌 하겠다고 합니까?”
일행들이 제일 궁금한 부분을 병호서생 야율제가 바로 질문을 했다.
“황상의 진노가 크셔서 주방팔기와 금려팔기 중 십만대군을 뽑아 마교를 발본색원하라 명하셨습니다.”
“오오, 십만대군....”
남궁휘가 진정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북리봉공이 큰일을 하시었소. 일만이나 이만 정도의 군세만 빌려도 성공이라 생각 하고 있었거늘 십만이라니.... 장하시오!”
왕석산의 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기쁜 낯으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조정에서 정사연합맹이 팔기군이 마교를 토벌하러 갈 때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오라 하였습니다.”
“당연히 함께 해야지. 가서 다시는 마교도 놈들이 중원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쓸어 버려야지.”
사황련주인 팔비곤마 북궁추가 자신을 패퇴 시킨 천마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현재 마교도들은 어디에 주둔 하고 있습니까?”
북리준의 질문에 창천수사 왕석산이 대답을 했다.
“놈들이 근거지인 십만대산으로 기어 들어 갔습니다.”
“정마대전에서 대승을 거두어 놓고 왜 다시 그리로 들어갔을까요?”
“그것이.... 쿨럭.... 제 추측이지만 역모에 실패한 여파로 청조가 정마대전에 개입할까 미리 겁을 집어 먹은 듯 합니다.”
“저도 야율군사의 의견에 동감 합니다. 놈들이 우리에게 승리를 거둬 놓고 다시 십만대산으로 숨어들 이유가 없거든요.”
왕석산의 말에 북리준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고 야율제가 질문을 던졌다.
“쿨럭 쿨럭.... 청조에서는 마교 토벌을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는지요?”
“주방팔기와 금려팔기 중 원정이 가능한 팔기군을 꾸리고 출발 하는데 한 달 정도를 보고 있습니다.”
“그럼 저희도 그 일정에 맞추어 마교 정벌을 위한 준비를 마치겠습니다. 청조에 그리 기별을 넣어 주셨으면 합니다.”
왕군사의 말에 북리준이 알겠다고 답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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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만대산!
무림인들에게는 마교도들이 웅크리고 있는 악의 소굴이라 불리우며 신교인들에게는 그들만의 요람으로 추앙받는 그 곳, 천마전에 천마와 광명좌사, 신녀가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태사조님의 대법이 완성되는 시점이 언제인가?”
“앞으로 보름 정도면 대법이 완성 됩니다.”
“문제는 없겠는가?”
“전혀 없사옵니다.”
대법을 담당하고 있는 신녀가 자신있게 대답을했다.
“역천환체대법에 딱 맞는 천주마강맥의 소유자가 현세에 나타난 것은 하늘이 저희 신교의 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 합니다.”
“신녀께서는 대법에 온 힘을 쏟아 주세요.”
천마의 말에 신녀가 방을 나서고 광명좌사가 천마에게 보고를 시작 했다.
“삼왕야를 부추겨 꾀한 역모가 실패로 돌아 갔습니다.”
“할 수 없지. 삼왕야라는 놈이 변변히 못해서 그런 것을....”
“문제는 황제가 저희가 역모에 가담한 것을 알았다는 것이고 저희 세작의 전언으로 십만대군을 일으켜 저희 신교를 치려 한다고 합니다.”
“십만... 화가 많이 났다 보군.”
“하오나 심려치 마시옵소서. 이 곳으로 십만대군이 몰려 온다면 그들의 무덤으로 만들 자신이 있사옵니다.”
광명좌사의 자신있는 말에 천마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죽으려고 오는 놈들을 굳이 살려 줄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우리의 목적인 천주마강맥을 얻었음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