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27화 (127/167)

127. 제물들이 몰려온다.

“십만대산이란 곳이 말입니다.....”

정사연합맹에게서 마교와 십만대산에 대한 정보를 받아와 달라는 유공공과 금대인의 청으로 북리준이 천무맹과 사황련, 천산파의 회합을 요청했다.

마교와 십만대산에 대해 최대한의 정보를 가지고 설명을 시작하는 왕석산의 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귀를 기울였다.

“마교놈들이 성지라고 떠들며 웅크리고 있는 곳은 한 마디로 천험의 요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왕석산이 천무맹주, 사황련주, 천산파 장문, 야율제, 북리준 등이 벽에 걸어 놓은 십만대산의 지도에 집중하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십만대산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무수히 많은 봉우리가 모여 있다는 것에서 나왔듯이 한 마디로 산과 산의 연속인 곳입니다.

그 중 마교놈들의 근거지는 그 십만대산의 중앙 심처에 위치하고 있어 공략이 힘든 곳 중 수위에 꼽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왕석산이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솔직이 청조의 십만대군이 없었다면 감히 쳐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그런 곳이지요.

바로 여기가 마교놈들이 또아리를 틀고 앉은 놈들의 소굴입니다.”

왕군사가 오죽으로 만든 지휘봉으로 십만대산의 정중앙을 가리켰다.

“보시다시피 이 곳으로 진입하는 길은 단 두 곳 뿐입니다. 바로 여기와 여기지요.”

왕군사의 지휘봉이 십만대산의 남쪽과 북쪽에 위치한 길을 가리켰다.

“잠깐! 그 두 길을 제외하고 마교놈들에게 접근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사황련주의 질문에 왕군사가 차분한 어조로 대답을 했다.

“이 두 대로를 제외하면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산과 산이 첩첩이 겹쳐 있는 지형이라 대군이 이동할 방법이 없습니다.”

벽에 걸린 지도를 보고 있던 중인들이 마교의 소굴로 이어지는 남과 북의 두 길을 불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마교의 근거지를 공략하기 위한 시도가 전에도 있었는지요?”

북리준의 질문에 병호서생 야율제가 대신 대답을 했다.

“쿨럭 쿨럭.....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과거 일차, 이차 발호 후 중원무림 전체가 재기의 몸부림을 치느라 마교를 칠 엄두를 못 내었었지요....”

“그럼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공략이 되는 것이군요.”

천산파 도문주의 말에 왕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문주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어느 누구도 십만대산에 웅크리고 있는 마교를 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십만대산에 웅크리고 있는 마교도의 숫자를 아무리 후하게 쳐 봐도 이만이 안되는 것으로 추정 하고 있습니다. 청조의 십만 팔기군과 저희 정사연합맹의 무림인들이라면 능히 마교를 섬멸할 수 있는 것으로 확신합니다.”

왕군사의 확신에 찬 어조의 말에 중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말이 십만대군이지 내 생전 그런 인원이 모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지.....”

천무맹주의 말에 사황련주가 동의를 했다.

“그건 피차 일반일세. 그럼 남로와 북로 두 군데로 나누어 십만대산에 진입하는 것인가?”

“그 부분은 야율군사가 설명 드릴 것입니다.”

왕석산이 야율군사에게 지휘봉을 넘기자 뒤에 시립해 있던 무사 둘이 다른 도면 하나를 지도 옆에 걸었다.

“쿨럭... 최대한 기침을 참고 진행해 보겠습니다. 일단 마교 공략을 위한 정사연합맹과 팔기군의 수가 약 육만 이천 정도로 파악 하고 있습니다.”

야율제의 지휘봉이 북리준이 파악해 온 주방팔기와 금려팔기에 속한 팔기군의 분포도를 가리켰다.

“대규모의 전쟁경험이 풍부한 주방팔기의 군사가 팔할 정도인 사만명과 금려팔기 중 황제의 직속부대인 양황기와 정황기 팔기군 일만이 마교 정벌에 동원 됩니다. 쿨럭....”

찻잔을 들어 차를 삼켜 밀려 나오는 기침을 눌러내린 야율제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저희 정사연합맹의 정벌군은 모두 일만 이천 정도가 함께 할 예정입니다. 지난 번 첫 전투 시 약 사할의 병력을 잃어 이번 정벌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무림인들을 모은 숫자입니다.”

천무맹주가 손을 들자 야율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 하시지요.”

“우리 연합군은 청조의 군대와 어떤 방식으로 정벌에 임하는가?”

“저희 일만이천의 무림인들을 둘로 나누어 청조의 십만 팔기군을 둘로 나눈 곳에 함께 투입 시킬 예정입니다.”

“남로와 북로에 각 오만 육천의 군사와 무림인들이 투입 된다?”

“맞습니다. 세부적인 사항은 따로 조율이 필요 하겠지만 큰 그림은 그렇게 그리고 있습니다.”

“출발은 언제쯤으로 보고 있는가?”

사황련주의 물음에 이번에는 왕군사가 대답을 했다.

“북리봉공이 자금성에 들어 세세한 일정을 확인 후 다시 조정을 해야 하겠지만 대략 한 달 후에는 정벌을 위한 출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

왕군사의 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각자의 생각에 잠기고 잠시 후 천무맹주가 북리준을 바라 보았다.

“북리봉공의 역할이 크오. 왕군사와 야율군사가 내어주는 자료를 가지고 자금성에 속히 들어가 세부 일정을 조정해 주시기 바라오.

그리고, 왕군사와 야율군사는 도문주의 요청대로 천산파와 함께 한 중소문파를 남로와 북로 중 한 곳에 배치해 주기 바라오.”

회합이 파한 후 천산파의 숙소에 도착한 북리준과 도문주를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북리봉공이 이번에도 큰 공을 세웠다는데 자금성에 들어 가기 전 술 한잔은 하고 가야지.”

막대광의 말에 독고우, 곤오, 도교교, 제갈청하와 친우들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북리준을 맞이했다.

“고맙습니다.”

자신을 환대해 주는 지인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를 표하고 자리에 앉았다.

술이 두어 순배 돌고 유쾌한 분위기에 왁자지껄 떠드는 일행들 사이에서 도교교만이 얼굴 한 편에 그늘이 진 채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언제 마교놈들을 잡으러 출발하는가?”

독고우의 말에 일행들이 북리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약 한 달 후 정도면 청조의 십만 팔기군이 준비되고 그 즈음에 십만대산으로 출정 할 것 같습니다.”

“아주 기대가 된다. 역사상 마교놈들의 소굴인 십만대산에 쳐들어가는 것은 처음이잖아? 아주 이번에 씨를 말려 버려야지.”

막대광의 호기로운 말에 좌중의 일행들이 한마디씩 했다.

“당연한 말씀이지요.”

“이번 마교의 발호가 마지막이 되게 해야지요.”

“십만대산의 경치가 그리 끝내준다는데 구경도 두루 두루 하고 오자구.”

좌중의 일행들이 불콰해진 얼굴로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일 때 도교교가 조용히 밖으로 나섰다.

“언니!”

도교교가 방을 빠져 나오자 그 뒤를 제갈청하가 따라 나왔다.

“조금 더 즐기지 왜 나왔어?”

제갈청하와 의기투합하여 가까워진 도교교가 억지 웃음을 지었다.

“준이가 그 이후에 확실한 답이 없지요?”

“워낙 바쁘셨잖아.....”

“이따 준이하고 언니하고 술 한잔 더 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 할테니 그 때 답을 받아봐요.”

“그래도 될까?”

아직까지 제갈청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교교의 말에 청하가 웃음을 지었다.

“딱 언니까지만이라니까. 더 이상은 우리가 용납하지 말자구요.”

술자리가 파하고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려는 북리준을 제갈청하가 잡았다.

“한잔 더 해!”

“그래.”

“먼저 들어가 있어. 난 잠시 숙부님께 갔다 올테니까.”

총총걸음으로 나서는 제갈청하의 뒷모습을 보며 웃음을 짓고 자신의 처소로 들어서다 자그마한 술상에 수줍게 앉아 있는 면사를 벗은 도교교를 보며 흠칫 놀랐다.

“북리봉공님, 앉으시지요.”

약간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던 북리준이 어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청하가 곧 온다고 하니 기다리심이 좋을 듯 합니다.”

문가에 엉거주춤 서 있는 북리준을 향해 신형을 일으켜 다가와 북리준의 손을 잡아 끌어 자리에 앉혔다.

“청하는 안 올 거예요.....”

“이런....”

제갈청하가 숙부에게 다녀 오겠다며 지은 의미심장한 표정의 의미를 알아챈 북리준이 침음성을 내었다.

“일단 한 잔 받으시지요.”

촛불 두 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비추인 한껏 꾸민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북리준이 ‘크흠’ 헛기침을 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말없이 술잔을 비워대던 두 사람의 침묵을 도교교가 깨어내었다.

“조금만.... 곁을 내어 주실 수는 없는지요...?”

용기를 내어 조그맣게 자신의 소망을 이야기 하는 홍조를 띈 도교교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북리준의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도낭자는 저보다 훌륭한 사람을 분명히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도낭자는 제게 너무 과분하신 분입니다.”

“제가.... 싫습니다. 북리봉공이 아닌 다른 남자를 생각한다는 것이 말입니다.....”

용기를 내기 위해 연신 잔을 비워낸 도교교가 자리에서 일어나 북리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가져다 대었다.

“북리봉공이 예전에 공청석유를 복용하고 추궁과혈을 해 주신 것 기억하십니까?”

“무, 물론 기억 합니다....”

“제 몸에 손을 댄 남자는 북리봉공이 유일합니다. 제 청백지신에 말이지요....”

“그건... 공청석유의 약력을 도낭자의 전신에 퍼뜨리기 위해서....”

“어찌 되었건 제 몸에 처음 손을 대신 분이시니 책임지세요!”

술에 취해 홍조가 가득한 얼굴과 바로 코 앞에서 여는 입에서 풍겨지는 향기로운 술냄새에 북리준의 정신이 혼미해 지는 듯 했다.

“그건 말입니다... 흐흡!”

추궁과혈은 치료의 일종 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향기로운 술내음을 머금은 도교교의 입술이 북리준의 입술을 덮쳐왔다.

“읍읍읍....”

도교교가 자신의 입술을 내어준 후 북리준의 목을 사정없이 감아 내자 처음에 당황하던 북리준의 두 팔이 나긋 나긋한 도교교의 몸을 안아 나갔다.

‘잘된거야.....’

밖에서 몰래 이 광경을 숨어 지켜보던 제갈청하의 눈에 왜인지 모를 눈물 한 방울이 흘러 내렸다.

****

“오는가?”

광명좌사가 자신의 처소에서 고하는 신교도를 바라 보았다.

“청나라의 십만 팔기군과 정사연합맹의 일만이천 무림인들이 이 곳으로 출발 하였다고 합니다.”

“흥! 죽으려고 달려드는 불나방의 최후가 어떤가를 몸소 체험하고 싶다는데 그리 해 주지요.”

신교의 정예 부대인 오행기의 기주가 좌사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손님들이 오시는데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해야겠지. 준비는?”

“놈들이 날개가 달려 십만 산봉우리를 넘어 오면 모를까 두 개 밖에 없는 진입로로 들어 서는 순간 현세한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신교의 신녀가 안으로 들어섰다.

“신녀를 뵙습니다.”

오행기주가 자리에서 일어서 예를 표하자 신녀가 고개를 숙였다.

“오행기주께서는 적도들을 맞이할 준비를 부탁 하겠소이다.”

“소장을 믿어 주시지요!”

오행기주가 방을 나서고 신녀가 광명좌사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대법은 완성되었습니까?”

“완벽합니다.”

“태상천마님께서는?”

“새로운 신체에 적응 하시기 위한 폐관에 드셨습니다.”

“후후후, 태상 천마님께서 완벽한 모습으로 신위를 드러내셨을 때 황궁과 무림이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되실 것입니다. 태상천주님의 완벽한 부활을 위한 마지막 관문의 완성은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려 들렸습니다.”

신녀의 물음에 광명좌사가 자신의 술잔을 들어 단숨에 털어 놓고는 눈을 빛내었다.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알아서 태상천마님의 완벽한 부활을 위한 제물들이 저리 몰려 오고 있잖습니까? 크크크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