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28화 (128/167)

128. 마교 정벌

“우리는 남로로 진입하는군요.”

십만대산에 웅크리고 있는 마교정벌을 위해 나선 천산파와 함께한 태천문의 섭노야가 도문주와 말머리를 나란히 했다.

“네, 오만의 팔기 제이군은 저희와 정사연합맹의 무림인들과 함께 남로로 들어서게 됩니다.”

“북로와 남로가 동시에 마교를 들이치는 겁니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남해무문 손문주가 입을 열었다.

“청조의 십만 팔기군을 통솔하는 총병과 제일군은 북로로 진입키로 하고 서로 북로와 남로에 도착 하는 시기를 맞추어 동시에 십만대산에 오르기로 하였습니다.”

앞서 나가는 도문주와 중소방파의 수장들 뒤에 북리준과 제갈청하, 도교교가 말머리를 나란히 했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십만대산에 들게 되면 도누님과 청하는 꼭 함께 붙어 있어야 됩니다. 도누님의 무공이 청하 보다 위에 있으니 잘 부탁 합니다.”

“걱정 말아요. 청하 옆에 딱 붙어 있을께요.”

면사를 두른 두 미인의 가운데에서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북리준을 뒤에서 바라 보던 모용민이 투덜거렸다.

“언놈은 절세미인 사이에서 실실 웃음이 나오는데 난 이런 냄새나는 사내놈들 사이에서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이냐?”

“나 어제 씻어서 냄새 안난다!”

하후상이 자신의 팔을 들어 겨드랑이 냄새를 맡고는 씩씩하게 입을 열었다.

“지랄을 하세요. 천산파의 도낭자 얼굴 봤냐?”

모용민이 은근한 목소리로 옆에 선 팽무강을 바라 보았다.

“불행히도 보고 말았다.... 청하 보다 낫더라...”

“영웅호걸 옆에는 미인이 들끓는다는 말이 책에서만 나오는 말이 아니네...”

언철진이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하하, 세상에는 여자 말고도 재미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궁상을 떠느냐? 나중에 나하고 바다낚시에 가서 호연지기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마.”

팽무강, 모용민, 언철진이 천진한 표정으로 웃음 짓는 하후상을 보며 전음을 나누었다.

‘저 새끼 그거 아냐?’

‘설마? 나이가 몇 이라고....’

‘나중에 저 녀석을 납치해서 기녀를 붙여 봐야 겠다. 거기서도 호연지기니 낚시나 가자느니 하면 분명 고장난 거야.’

약 한달이 채 안되는 시점에 저 멀리 웅장한 십만대산의 자태가 눈에 들어 왔다.

“드디어 도착했구나.”

도경명이 자신의 가문에 철저히 얽혀있는 마교의 근거지인 십만대산이 눈에 들어오자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오늘은 이 곳에서 야영한다.”

오만 팔기군을 통솔하는 정삼품 효기참령 장수의 명에 구름 같은 팔기군들이 일사분란하게 야영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정말 볼만한 광경이네요.”

육만에 육박하는 인원들이 간이 천막을 치고 식사를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있던 도교교가 중얼거렸다.

“십만대군을 실제로 볼 기회가 무림인들에게는 드문 일이지요.”

“말 좀 놓으라니까!”

옆에 있던 청하가 자신의 팔꿈치로 옆구리로 쿡 찔렀다.

“어... 천천히 하자.”

“청하야. 도낭자에서 도누님이라는 호칭에 장족의 발전을 했잖아. 조만간 말을 편하게 하겠지.”

그 때 부상에서 회복하여 북리준과 함께 이동한 유검패가 다가왔다.

“효기참령장군이 정사연합맹의 수장들과 회합을 요청 하였습니다. 도문주님과 북리봉공님을 부르십니다.”

“다녀올께!”

“다녀와. 우리는 우리끼리 저녁을 먹고 있을께.”

도문주와 북리준이 야영을 하고 있는 거대한 평야 중간에 위치한 지휘막사로 들어섰다.

“어서오시게.”

천무맹주와 왕석산 군사가 들어서는 도문주와 북리봉공을 반가이 맞이했다.

“효기참령장군을 뵙습니다.”

도문주와 북리준이 포권을 취한 채 허리를 숙였다.

‘그러지 마시지요. 정이품 난의사께서 정삼품인 제게 허리를 숙이심은 옳지 않습니다.’

‘사정이 그리 되었습니다. 저를 강호의 무부로 대해 주시지요.’

‘검패에게서 사정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대를 하더라도 용서해 주시기를...’

‘괜찮소이다!’

‘황상께서 난의사와 협조 하여 정벌을 완수하라 하셨습니다. 많은 조언 부탁 드립니다.’

두 사람이 짧은 전음을 주고 받은 후 자리에 앉아 현 마교 정벌 십만 팔기군의 부사령관이 입을 열었다.

“나를 부를 때 정장군이라 해 주시면 고맙겠소이다. 오랜 행군으로 지치셨을터이니 짧게 회의를 했으면 하오이다.”

정장군의 부관인 장수가 탁자 위에 지도를 하나 펼쳐 놓고는 뒤로 물러섰다.

“지금 저희가 위치 하고 있는 곳은 바로 이 곳입니다.”

정장군의 지휘봉이 십만대산의 남쪽 너른 평야 지대를 찍어 내었다.

“저희는 앞으로 닷새 동안 행군에 쌓인 여독을 풀며 전쟁을 위한 정비를 할 예정입니다.”

“그 정도로 길게 쉴 필요가 있습니까?”

천무맹주인 절대검존 남궁휘가 너무 긴 휴식에 의문을 표했다.

“우리는 이 곳에 도착 했지만 북로로 진입을 하는 제일군은 아직 행군 중이오. 그들도 마교도와의 전쟁을 위한 정비가 필요 하기에 닷새 후 동시에 십만대산에 오를 예정이오.”

“알겠소이다.”

정장군이 다시 지휘봉을 들어 지도의 한 곳을 가리켰다.

“여기가 우리 군이 진입할 예정인 남로이고 이 곳이 우리의 최종 목적지요.”

자신들이 머무는 평야에 면한 십만대산으로 오르는 길이 표시된 곳과 마교도들의 근거지에 시선을 모으며 남궁휘가 왕군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왕군사! 저 정도면 얼마나 걸리겠는가?”

“육만 정도되는 대군이 한꺼번에 진입이 불가합니다. 순차적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산정하여 이 곳 초입에서 마교놈들의 소굴까지 이틀 정도는 걸릴 듯 합니다.”

왕군사의 말에 정장군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 곳은 군사적으로 보았을 때 방어를 위한 천혜의 요지라 판단하오. 왕군사가 이야기한 이틀은 쉬지 않고 올랐을 경우를 산정한 것이고 적의 습격이나 함정을 일일이 대응하며 확인 하고 오른다면 그 배가 걸릴 것이오.

십만대산 안에 웅크리고 있는 적도들에게 접근 할 수 있는 길인 여기와 여기, 단 두 곳을 제외하면 군대가 이동 할 수 없는 산들이 첩첩이 방어를 위한 장성의 역할을 하고 있소.”

정장군이 옆 탁자에 놓인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아마도 이 길의 중간 정도 부터는 말을 끌고 갈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오. 말 그대로 걸어서 올라야 하는 험지라는 말이오.”

“진군의 형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북리준의 말에 정장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희 팔기의 척후조와 정사연합맹의 척후조를 혼합하여 먼저 길을 열게 할 생각입니다. 닷새 후 출정 시 척후로 나설 무인 스물을 내게 보내 주셨으면 하오.

정사연합맹의 고수분들은 본관과 함께 움직입니다. 출정 전 여러분들이 자리해야 할 위치를 지정해 드리겠습니다.”

짧은 회의를 파하고 군막을 나선 남궁휘가 도문주와 북리준을 향해 돌아섰다.

“닷새라는 시간이 있으니 내 처소에서 담소를 나누었으면 하오.”

“좋습니다.”

도문주가 흔쾌히 허락을 하고 네 사람이 천무맹주의 군막으로 향했다.

“전시 상태이니 술은 안되고 차로 대신해야겠군요. 마교놈들을 지우고 나서 천무맹에서 성대하게 잔치를 벌일 것이니 꼭 참석 하셨으면 하오이다.”

자리에 앉아 찻잔을 들어 한 모금씩 차를 마시는 중에 북리준이 질문을 했다.

“척후조는 어떻게 구성하실 예정이신지요?”

“저희 천무맹의 백악검수대와 용호도대에서 운용중인 척후조를 보낼 예정입니다.”

“저를 포함시켜 주시지요.”

북리준의 갑작스런 제안에 남궁휘와 왕석산이 서로를 바라 보았다.

“굳이 북리봉공이 안 나서셔도 될 듯 합니다.”

왕군사의 말에 도문주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마교와 조우한 횟수가 여기 온 사람들 중 제일 많을 것입니다. 놈들의 기운과 싸움 방식에 익숙한 제가 앞으로 나서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북리준의 말에 서로 눈을 맞춘 남궁휘와 왕군사가 북리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북리봉공이 그리 말씀 하시니 저희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럼 척후조에 북리봉공을 넣어 드리겠습니다.”

****

십만대산 내 천마의 거처인 성화궁!

천마와 마군사 공야무, 광명좌사와 오행기주, 독천마가주가 회의를 진행 하고 있었다.

“적도들은?”

“북로와 남로에서 하루 거리 평야에 도착해서 야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거 아주 흥미진진하구만. 십만이 넘는 대군이 우리의 목을 따러 온다니까 말이야.”

천마가 아주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빙글 거렸다.

“누구 목이 따이는 지는 뚜껑을 열어 보면 알겠지요. 저희는 만반의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마군사 공야무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우리는 남로만 신경쓰면 된다. 북로는 태사조님이 맡아 주신다고 했으니...”

“십만대군 중 몇이나 살아서 내려갈지 궁금해지는 군요.”

광명좌사가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앞에 놓인 술잔을 비웠다.

“삼대마가의 신임 마가주들도 전임 가주들의 원수를 갚겠다고 칼을 갈고 있습니다.”

사대마가 중 유일하게 살아있는 독천마가주 천동룡이 독기가 풀풀 묻어나는 웃음을 지었다.

“아주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겠어. 아주 기대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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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만대산 신교의 근거지에서 북로로 내려 가는 길목에 거대한 항아리 모양의 공터를 중심으로 오십여명의 검은 사제복을 입은 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지정된 곳에 틀림 없이 놓아야 한다.”

신교의 신녀가 희디흰 무복을 입은 채 거대한 공터의 중앙에 쌓아 놓은 가로 세로 약 이척 정도 되는 검은 상자들을 연신 들어 어디론가 나르는 사제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교교히 떨어 지는 달빛 아래 움직이던 사제가 실수로 검은 상자를 땅에 떨어 뜨리자 상자 위에 그려진 범어들이 꿈틀 거리며 몸부림을 쳤다.

“이런.... 그렇게 주의를 줬건만....”

신녀가 한달음에 달려와 떨어진 기괴한 검은 상자를 살펴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것이 상했으면 네 놈의 목숨도 없었을 것임이야.”

“죄, 죄송합니다!”

신녀가 건네는 정체불명의 검은 상자를 두 손으로 받아든 사제가 자신의 할당 지역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어서 오너라.... 신교의 성화에 몸을 태울 제물들이여...”

****

“태사조님, 소손이옵니다.”

“들어오너라!”

어둠이 자욱하게 내려 앉은 거대한 대전 안, 저 위 태사의에 신형을 묻고 술잔을 비우던 누군가에게 천마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대법의 완성을 앙축 드립니다.”

“흘흘흘,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았느니라.”

태사의에서 상체를 일으킨 태사조의 젊은 얼굴에 천마가 감탄을 내뱉었다.

“다시 한번 감축 드립니다.”

남해검문주인 목철군이 사이한 미소를 베어물고 술잔을 비웠다.

“이 몸... 아주 마음에 든다.”

“이제 마지막 대법의 관문만 넘으시면 더 이상 몸을 바꾸실 필요가 없으시니 소손이 어찌 아니 기쁘겠습니까?”

“고맙다! 자, 이제 네 괴질을 손 볼 차례구나. 오늘 이후 두 번 정도만 치료를 하면 다시는 너를 괴롭히던 괴질을 찾아 볼 수 없음이니라.”

“감사합니다!”

목철군의 몸에 들어 앉은 태사조가 온 몸에서 진득한 마기를 흘려 내며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천마 백무결이 천천히 태사의에 다가 가고 목철군의 손가락이 허공을 격하여 천마의 혼혈을 짚고 손을 내젓자 허물어져 가는 천마의 신형이 둥실 공중에 떠올랐다.

‘스르르르’ 허공을 미끌어져 태사의 앞으로 날아간 천마의 전신을 푸르스름한 빛을 가득 품은 태사조의 두 손이 넘실 거리는 마기로 천마의 사혈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투투툭 투툭 투투툭’

천마의 전신을 두드려 대는 목철군의 얼굴에 사이한 마기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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