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 마교정벌 2 >
“이런 젠장....”
청조 팔기 제일군에 속한 사황련주가 쌍소리를 내뱉었다.
“쿨럭...참으시지요...”
조금 전 북로로 진입하기 위한 작전회의에 참석했다 청조 십만대군의 총사령관인 총병에게 들은 어이없는 말에 다시금 콧김을 내뿜었다.
“뭐? 무림인들은 맨 뒤에서 도망가는 적도들이나 청소하라고? 병신 같은 관리 새끼가....”
“쿨럭, 좋게 생각 하시죠. 어찌 보면 우리한테 까지 차례가 오지 않으면 저희 사황련의 병력을 그대로 보존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병호서생 야율제의 말에 팔비곤마 북궁추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가 놀러 왔냐? 마교도 놈들을 한 놈이라도 더 잘라내서 다시금 무림에 독아를 드러내지 못하게 하려는 거 잖아. 거기에 우리도 한 칼 거들려고 이 먼길을 달려 온건데 도망가는 놈들이나 잡으라고? 젠장할....”
연신 술잔을 비우는 자신의 주군을 보며 병호서생이 싱긋 웃음을 지었다.
“쿨럭, 모로 가도 북경만 가면 된다고 청조의 팔기군이 마교도놈들을 잘라내겠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씨벌....자네와 난 맨 뒤에서 유유자적 놀다가 총병새끼가 이야기 한 대로 도망가려는 놈들이나 이삭줍기 하자구.”
“쿨럭, 저는 저희 무림인들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자리 배치를 받으러 다녀 오겠습니다.”
“수고해. 너무 애쓰지 말고....”
야율제가 막사를 나서자 북궁추가 다시 잔을 비웠다.
“나중에 천마놈과 맞닥뜨렸을 때 우리들의 힘이 아쉬울 것이다. 네 놈들이야 개떼 같이 달려들어 칼질이나 할 줄 알지 무림인들의 싸움이 뭔지 알아? 흥!”
잔을 비우며 연신 혼잣말을 하는 북궁추의 투덜거림이 막사 안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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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 이군요.”
도문주의 막사에 도교교와 기룡, 북리준, 독고우, 막대광, 곤오 등이 모여 늦은 저녁을 들고 있었다.
“기껏 해야 이만 정도 되는 마교도놈들을 상대로 십만이 넘는 인원이 가는데 뭐가 걱정이여?”
막대광이 술이 고픈 얼굴로 애꿎은 찻잔만 연신 비워 나갔다.
“막숙부님의 말씀도 맞지만 긴장해서 나쁠 것은 없지요.”
화사한 표정의 도교교의 말에 막대광이 불쑥 얼굴을 들이밀었다.
“우리 질녀.... 무슨 좋은 일이 있기에 이렇게 얼굴이 좋누?”
“아, 아니예요.”
“넌 그러고 싶냐?”
독고우의 핀잔에 막대광이 씨익 웃음을 지으며 북리준에게 시선을 던졌다.
“좋아 보이니까 좋다는데 뭘?”
그 때 도문주와 작게 이야기를 나누던 북리준이 고개를 들었다.
“저희들은 청조 팔기의 부사령관인 정장군과 함께 십만대산에 오르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척후조에 자원을 했는데 독고숙부님과 곤오소협이 함께 했으면 합니다.”
살수 출신인 두 사람이 척후조에 함께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북리준의 부탁에 독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나도! 이 놈이 없으면 내가 심심해.”
“알겠습니다. 막숙부님도 함께 하시지요.”
“오늘은 이만 자리를 파하고 내일 출정을 위한 개인준비를 부탁 드립니다.”
북리준의 말에 일행들이 주섬 주섬 자리에서 일어서고 도문주가 북리준의 팔소매를 잡았다.
“북리봉공과 교교는 잠깐만 남으시게.”
세 사람이 남은 방에 어색한 침묵이 내려 앉고 도문주가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큼큼.... 교교에게 이야기는 들었네...”
“아, 네....”
북리준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도교교와 눈을 마주쳤다.
“솔직히 교교의 애비된 입장에서 북리봉공과 맺어지는 것을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네. 교교에게 기회를 준 제갈낭자에게도 고맙고.... 전쟁이 끝난 후 어디로 갈 예정이신가?”
“전 남해로 돌아가려 합니다. 비록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제 고향이며 어릴 적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이니까요.”
“알겠네. 교교 너는 천산파의 광동지부장으로 남아야 겠구나.”
“죄송해요, 아버지...”
“뭐가 죄송해? 천산 구석에서 객잔이나 지키게 했던 못난 애비가 저런 번듯한 신랑을 맞아 행복을 찾겠다는데 도움을 못 줄망정 방해는 말아야지.”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북리준의 믿음직한 말에 도문주가 고개를 주억 거렸다.
“애비를 잘 못 만나 고생만 한 아이일세. 행복하게 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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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팔기 제이군과 육천의 정사연합맹 무인들이 십만대산의 남로를 향해 출정을 위한 채비를 시작했다.
“척후조는 앞으로 나서시오.”
효기참령 부사령관의 말에 팔기군 소속 척후병 스물과 천무맹 소속 백악검수대와 용호도대의 척후조와 북리준, 독고우, 막대광, 곤오가 앞으로 나섰다.
“척후조의 조장은 천산파의 북리봉공이오. 본대에 앞서 먼저 출발하여 길을 열어 주시오.”
팔기군 소속 척후병들은 정장군의 사전 언질이 있어 묵묵히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백악검수대 척후조의 수장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천무맹 소속 무인들은 북리준이 천마의 파천마벽강을 단신으로 막아낸 모습을 보았기에 더 할 수 없이 공손한 모습으로 북리준을 대했다.
“저희 먼저 출발 하겠습니다.”
신뢰의 눈빛을 보내는 정장군을 일별하고는 북리준과 척후조들이 말에 올라 십만대산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척후조가 떠나간 후 부산한 움직임 속에 도문주와 교교, 제갈청하등이 천무맹주 남궁휘의 지휘 아래 효기참령 부사령관의 본대 후미에 붙었다.
“추울정!”
효기참령 정장군의 우렁찬 출정 명령에 육만에 육박하는 대군이 서서히 십만대산을 향해 밀려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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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만도 안되는 적도들을 위해 십만을 보내신 황상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단 한 명의 적도들로 살려 두어서는 아니될 것 이니라.”
북로에 속한 팔기 제일군이 출정 전 총 사령관인 총령대인의 일장연설을 듣고 있었다.
“염병, 지랄을 하세요.”
오만 청조 팔기군 맨 후미에 자리한 팔비곤마가 나직하게 중얼 거렸다.
“쿨럭... 유람 나온 셈 치시고 마음을 비우시지요.”
자신의 앞에 펼쳐진 오만 팔기군의 인해를 보며 북궁추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놈들을 뚫고 마교놈들에게 다가가 내 곤을 내밀기도 전에 탈진 하겠다.”
자신의 앞에 펼쳐진 사람의 바다에 북궁추가 한숨을 내쉬었다.
“황상이 내려주시는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역모를 꾀한 적도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주살하라. 추우울정!”
“이제 끝났군. 저 놈은 전직이 동네 훈장 이었을 거야. 수업이 끝나기 전에 잔소리를 무지하게 늘어 놓았을 놈이 분명해.”
팔비곤마의 끊이지 않는 투덜거림에 병호서생 야율제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하이고, 우리 차례가 올려면 아직도 멀었네. 술 한잔 해도 시간이 남겠네, 씨벌...”
오만 청조의 팔기군이 선두부터 빠져 나가기 시작 하는 모습을 맨 뒤에서 보던 북궁추가 다시 한번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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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만대산을 오를 수 있는 남로의 초입이 저 앞에 보이기 시작하자 북리준이 기감을 펼쳐 주위를 살폈다.
“여기서부터 하마하여 말을 놓고 이동 합니다. 선두에는 저와 독고숙부, 곤오, 검패가 섭니다. 그 뒤를 팔기군의 척후조와 정사연합맹의 무인들이 따르는 진형으로 움직입니다.”
팔기군 척후 다섯이 말들을 숲 한쪽 보이지 않는 곳에 말을 묶어 놓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제가 나서라는 명이 있기 전까지 절대 앞으로 나오지 마시고 지금 부터는 모든 지시는 수신호와 전음으로 대체 합니다.”
사십여명이 조금 넘는 척후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서 나가는 북리준 일행을 따라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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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들의 움직임이 전혀 없습니다.”
북로에 들어서기 전 척후대를 파견한 팔기 제일군의 총령에게 북로의 앞길을 탐색하고 돌아온 척후병이 보고를 올렸다.
“적도들이 십만대군이 자신들을 잡으러 온다는 보고에 겁을 먹었군. 이대로 진입한다.”
총사령관의 명령에 북로의 초입에 대기하고 있던 오만대군이 서서히 북로에 발을 디디고 십만대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속도라면 우리는 반나절이나 지나야 북로에 들어서겠군.”
북궁추 말에 야율제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길의 양쪽이 절벽으로 막혀 있고 길 또한 대군이 지나가기에는 협소하니 시간이 걸릴 밖에요.”
한 시진 동안 청조의 팔기군을 삼킨 북로에 처음 발을 디딘 정사연합맹의 무인들이 처음 보는 절경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왜 십만대산이라 이름이 붙었는지 알겠네.”
북로에 들어서 얼마 걷지 않자 길이 갑자기 좁아지며 깎아지른 듯한 절벽 사이로 이어지는 길과 그 주변의 경관을 보며 무인들이 두리번 거리며 구경하기 여념이 없었다.
“이 바보같은 놈들이 정말 이대로 이 곳을 통과시켜줄려는 건가?”
북궁추가 위를 둘러 보며 혀를 찼다.
“쿨럭.... 제가 생각해도 마교도놈들의 속셈을 모르겠군요. 저 양 절벽 위에서 돌과 기름을 들이 붓는다면 아래 있는 군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텐데요.”
고개를 직각으로 꺾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를 올려다 보던 야율제를 향해 북궁추가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구 말대로 겁을 먹었나 보네. 하긴 반대편에서도 육만에 육박하는 대군이 올라오고 있으니 뾰족한 수가 없을 지도 모르지.... 혹시 이 놈들 다 도망간 거 아니야?”
문득 생각났다는 듯 사황련주가 야율군사를 바라 보았다.
“마교놈들이 적을 무서워 해서 도망갔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자신들의 근거지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배수의 진이라.... 십만대 이만의 싸움이라면 그 결과가 뻔할텐데 고작 결사항전?”
“쿨럭... 가 보면 알겠지요...”
“맞아, 가 보면 알겠네.”
해가 뉘엿 뉘엿 저물어 어둠이 산에 내려 앉기 위해 준비를 하는 시각!
“전방에 호리병 모양의 지형이 있사옵니다. 저희 군대가 들어가기에 넉넉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하루를 보낼만 하옵니다.”
자신에게 다가와 보고하는 척후대장을 일별한 총사령관이 자신의 옆에 서 있던 부관에게 명을 내렸다.
“저 앞에서 야영을 실시한다.”
“모든 병력이 들어가기에는 비좁습니다.”
“무림 나부랭이들은 길에서 하루 노숙 하라고 전해라.”
평소에 무림인들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총령의 말에 부관이 고개를 숙이고는 정사연합맹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알겠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와 총 사령관의 명을 전한 군관이 물러간 후 야율제가 북궁추에게 다가왔다.
“뭐래?”
“총 사령관이 무림인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나 봅니다. 지금부터 야영를 준비 하는데 저희는 이 곳에서 하루밤을 보내야 될 듯 합니다.”
“이런 썅! 저 앞에 넓은 공터가 보이는데 왜 우리는 못 들어가게 해?”
북궁추가 안력을 돋우어 보니 끝없이 뻗어 있는 길 앞에 거대한 공간 두 개가 호리병 모양으로 물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팔기군들이 야영하기에도 비좁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노숙을 한 번 경험해 보시지요.”
“지랄! 넌 아주 마음이 좋구나. 에잉.”
북궁추가 상소리를 한번 내 뱉고는 옆에 있는 거대한 나무 아래 등을 대고 주저 앉았다.
“밥이나 내놔라. 배고프다!”
호리병 모양의 두 개의 거대한 공간에 오만의 청조 팔기군이 간이 막사를 치고 밥을 짓기 위해 불을 피우는 모습을 깎아 지른 듯한 절벽 위에 신교의 신녀가 팔짱을 낀 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마지막 저녁을 잘 즐기려무나.....”
신녀가 호리병 모양 지형의 맨 후미 진입로에 주저 앉아 있는 정사연합맹의 무인들 쪽을 일별 하고는 중얼거렸다.
“운 좋은 놈들이군.”
신형을 돌려 나가는 신녀의 뒤를 오십여명의 검은 사제복을 입을 사제들이 소리 없이 따라 나섰다.
< 129. 마교정벌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