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30화 (130/167)

< 130. 마교정벌 3 >

‘독고숙부님, 부탁 드립니다.’

북리준의 전음에 곤오과 수화를 주고 받은 독고우가 남로의 양 옆 절벽으로 통하는 산길로 스며 들어갔다.

북리준의 검지가 펴지고 오른편을 가리키자 남로의 오른편으로 청조 팔기의 척후조들이 신형을 날리고 나머지 인원들에게 왼편을 가리키자 천무맹의 척후조 들이 절벽에 몸을 붙이고는 이동을 시작했다.

북리준이 자신의 양 옆에 서 있는 막대광과 유검패와 눈을 마주치고는 남로의 중앙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척후조는 그냥 보내라!”

남로에 들어선 약 사십여명의 무인들이 세 방향으로 갈라져 세심히 탐색하는 모습을 절벽 위에서 내려다 보던 신임 검천마가주의 명에 남로를 중심으로 좌우 절벽에 대기 하고 있던 마교도들에게 전언이 보내졌다.

약 반시진 정도를 앞으로 나아가던 북리준에게 독고우의 전음이 들려왔다.

‘오른편 절벽 위 마교도들이 바위와 끓는 기름, 화살을 준비하고 있네. 약 삼백 정도로 보여 지네.’

잠시 후 다시 독고우의 전음이 들려왔다.

‘왼편도 비슷하네. 삼백 정도의 마교도 들이 본대가 들어서기를 기다리고 있네.’

‘일단 철수 하겠습니다.’

북리준이 걸음을 멈추자 양 편 절벽을 짚으며 함정을 탐색하던 두 척후조가 북리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북리준의 양 손이 한바퀴 돌고 뒤를 향하자 빠른 속도로 들어선 남로를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척후조를 보낸 팔기 제이군이 소식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남로 초입에 북리준과 척후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남로에 들어서 약 삼마장(약1.2km) 정도 양 절벽위에 마교도들이 은신해 있습니다.

좌우 양쪽 약 삼백명씩이며 바위과 기름, 화살을 준비하고 본대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리준의 보고에 정장군이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어찌 했으면 좋겠소이까? 저희 팔기군을 올려 보내는 것이 나은지...”

“아닙니다. 저희와 함께한 풍령곡의 살수와 정사연합맹의 고수분들이 처리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경계를 서고 있는 마교도들을 풍령곡의 살수들이 처리하고 그 후 저희가 뒤를 급습하여 처리 하겠습니다.

본대는 저희와 함께 이마장 정도만 진입 하신 후 대기해 주십시오.”

북리준의 말에 정장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무림고수분들께 수고를 끼치겠소이다.”

북리준이 천무맹주와 왕군사에게 다가가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마교도들을 급습하는데는 팔기군 보다 저희 무림인들이 훨씬 유리합니다. 풍령곡의 살수를 양 편에 각각 오십인씩 배정하여 경계를 서는 적도들을 지우고 저희 정사연합맹의 고수 오백씩 양쪽으로 올라가 뒤를 쳤으면 합니다.”

천무맹주인 절대검존이 왕석산에게 시선을 돌리자 왕군사가 입을 열었다.

“저도 북리봉공의 작전에 동의 합니다.”

“바로 천명의 고수들을 뽑아 북리봉공의 지휘를 따르게 하겠네.”

천무맹주의 말에 북리준이 포권을 취하며 감사를 표했다.

한식경 후 절벽에 은신해 있는 적도들을 처리할 정사연합맹의 무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정장군님! 먼저 팔기 제이군 본대가 남로에 진입하셔서 적도들의 시선을 끌어 주십시오. 약 이마장 정도까지만 전진 하시고 거기에서 멈추어 주시면 됩니다.”

“알겠소이다!”

효기참령 장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본대를 이끌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여러분들은 본대가 남로에 진입을 시작 하고 난 후 좌우로 오백씩 갈라져 절벽 위에 몸을 숨기고 있는 마교도들의 뒤를 칠 것입니다.

풍령곡주님, 풍령곡 살수분들이 길을 열어 주셨으면 합니다.”

“문제 없습니다. 아버님과 곤오가 전해준 정보에 의하면 경계를 서는 놈들의 숫자가 적다고 합니다. 저희가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경계병력을 먼저 지우겠습니다.”

이어 북리준이 자신을 바라 보고 있는 천무맹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풍령곡의 살수분들이 길을 여시면 바로 마교도들을 급습해서 처리해 주십시오. 전 왼편, 맹주님은 오른편을 부탁 드립니다.”

“알겠소이다.”

천무맹주와 그 휘하 오백의 특공대가 남로에 진입하는 오만대군의 오른편으로 이동을 시작하고 북리준이 도문주와 독고우, 곤오, 막대광을 위시하여 제갈청하, 팽무강, 모용민, 하후상, 언철진 등 오백여 고수들과 함께 대군의 왼편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들어옵니다!”

남로 초입의 양 절벽에 나갔던 척후조가 돌아와 급히 보고를 했다.

“돌아가신 아버님의 복수를 제대로 해주마. 모두들 준비하라.”

남로의 오른편 절벽 위에 대기하고 있던 신임검천마가주가 이를 악다물었다.

“반대편 흑천마가 쪽도 준비에 들어 갔습니다.”

검천마가 소속의 검무대와 천검대원들과 오행기 소속 신교 무사들이 준비해 놓은 바위들과 끓은 기름, 쏘아 보낼 화살 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제 놈들의 무덤자리를 찾아 꾸역 꾸역 잘도 기어들어 오는구나.”

남로의 왼편 절벽 위에 오연한 자세로 팔짱을 낀 채 저 멀리 남로의 초입에서 구름처럼 몰려 들어오는 팔기군들을 보며 신임 흑천마가주가 조소를 지었다.

“준비한 모든 것을 들이 부을 준비를 하거라.”

수백의 바위 덩어리들과 펄펄 끓은 기름이 들어 있는 쇠단지, 천 여발은 될 듯한 화살들을 내려다 보며 흑천마가주가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피슉 컥’

남로의 왼편 절벽에서 사주 경계를 하던 마교도가 어느새 자신의 뒤를 점해 목을 긋는 살수의 단도에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야행의 차림의 풍령곡 살수들이 일렬로 물밀 듯이 스며들어 경계를 서고 있던 마교도들의 눈과 귀를 막는 사이 북리준과 오백여 무인들이 전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저런 일은 살수가 제격이네.’

‘저런 일 뿐 아니라 할 줄 아는게 많다.’

막대광의 전음에 독고우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곤오가 아주 신났구나.’

‘천생 살수인 놈이 날 잘 못 만나 숙수로 썩고 있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꼬....’

‘네 놈이 시켰냐? 지 놈이 먼저 하겠다고 했잖아.’

그 때 풍령곡주인 사망도 독고패가 북리준에게 다가왔다.

“다 지웠소이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풍령곡의 살수분들은 뒤로 물러나 주셨으면 합니다.”

북리준의 말에 독고패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뜨고 이어 북리준이 팽무강, 모용민, 언철진, 하후상 등 친우들에게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각 자 나눈 네 개의 대를 이끌고 최대한 은밀하게 놈들의 뒤를 친다. 일거에 쓸어 버리지 못하고 난전이 되면 우리측 피해도 클 것이니 단번에 쓸어 버리자.”

“어차피 놈들은 절벽가에 붙어 밑에만 신경쓰고 있을 테니 기습의 효과가 배가 될 것이네.”

옆에 있던 독고우의 말에 좌중의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자!”

북리준의 말에 울창한 숲 속으로 신형을 녹이는 오백여 무인들이 저 앞 절벽가를 향해 나아갔다.

“저 놈들이 왜 저기에 멈춰있는거지?”

신임 흑천마가주가 자신들이 은신해 있는 절벽가에서 약 백여장 떨어져 있는 곳에서 행군을 멈춘 팔기군을 바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기서 밤을 새겠습니까? 곧 이동 할 것입니다.”

옆에 서 있던 흑천마가 소속 암혼단주가 저 아래를 내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삼백의 신교도들이 적도들이 바로 아래를 지나쳐 갈 때 쏟아 부으려는 바위와 기름 등에 손을 얹고 초조히 기다리고 있었다.

‘시이이이이이잉’

기분 나쁜 기음에 거대한 바위에 손을 얹고 있던 마교도가 뒤를 돌아다 보는 순간 자신의 목을 스쳐 지나 가는 검은 륜을 보고 소리를 지르려다 목구멍을 타고 뿜어져 나오는 피에 쿨럭 거리며 주저 앉았다.

“저, 적이다!”

절벽 아래만 내려다 보고 있던 마교도들이 뒤에서 들이친 정사연합맹 무인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갈라지고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이, 이런.... 뒤를 방어하라.”

신임 흑천마가주가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 달려 드는 정사연합맹 무인을 둘로 갈라 버렸다.

“전원 공격!”

북리준의 명에 절벽가 뒤 숲에 웅크리고 있던 오백의 무인들이 일제히 신형을 일으켜 등을 돌리고 있던 마교도들을 급습했다.

“크아아아아악 카아아아악”

절벽가에 너무 근접해 있던 마교도들이 속수무책으로 적들의 검을 피해 속속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내가 절대검존이니라!”

오른편 절벽에 신형을 드러낸 남궁휘가 휘두르는 검에 수십의 마교도들이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떨어지는 예리한 검기에 유려한 신법으로 자리를 벗어난 천무맹주의 앞에 가슴에 劍天 (검천)이라는 황금빛 수실이 수놓인 고급스런 무복을 입은 날카로운 인상의 젊은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절대검존! 난 신교의 사대마가 중 검천마가주이니라. 누가 검의 지존인지 겨루어 보자꾸나.”

“허허, 전임 검천마가주가 태행산에서 북리봉공에게 거꾸러졌는데 네 놈이 신임 마가주로구나. 오냐, 왜 내 별호가 절대검존인지 몸으로 견식해 보려므나.”

검천마가주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라검절의 검기에 맞서 남궁휘의 제왕검에서 남궁가의 비전인 제왕검형이 피어 올랐다.

“가랏!”

검천마가주의 유형화된 마기가 검 끝에 맺어 흩뿌리자 수십가닥의 실타래처럼 엮인 흑색의 검기가 천무맹주를 찢어 발기기 위해 쏘아졌다.

‘후우우웅’

자신의 향해 또아리를 틀며 날아오는 마검기를 향해 남궁휘의 검이 무겁게 내리 그어졌다.

‘뿌아아아앙’ 남궁휘의 제왕검에 맺혀진 우유빛 강기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마검기를 향해 쏘아져갔다.

“커허어어억.....”

자신이 쏘아 보낸 수라검절의 수라기를 짓뭉개고 쏘아져온 제왕검형의 강기를 가슴에 받아낸 신임 검천마가주가 뻥 뚫려 버린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 보며 뒤로 넘어갔다.

“어디서 애송이가 내게 덤벼?”

뒤를 돌아 보니 예상치 못한 기습에 마교도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가는 모습에 천무맹주가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저 앞 양쪽 절벽에서 쉼 없이 떨어져 내리는 시신을 보며 효기참령장군이 혀를 찼다.

“유공공께서 왜 난의사 대인과 상의하고 따르라 했는지 이해가 가는군.”

매복을 눈치 채지 못하고 남로에 진입 했으면 수 많은 사상자를 남기고 떠나야 했음을 떠올리며 정장군이 고개를 주억 거렸다.

삽시간에 줄어 버린 신교도들의 병력을 보며 신임 흑천마가주가 신형을 날려 적도들 사이에 뛰어들었다.

‘커허어억 아아아악’

흑천마가주의 검이 떨쳐 질 때 마다 서넛의 무림인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져갔다.

“차아아앙”

자신의 흑천마검이 처음으로 무엇인가에 막히자 흑천마가주가 훌쩍 신형을 뒤로 날렸다.

“킁! 그만 나대라.”

하후상의 장창이 ‘후우웅’ 창명을 내며 흑천마가주를 향하자 그 옆으로 팽무강과 모용민, 언철진이 붙었다.

“이 놈이 대가리인 것 같다. 같이 잡자!”

팽무강의 말에 네 친우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일제히 땅을 박찼다.

“이런 무명소졸들이 어디 감히....”

하후상의 장창이 흑천마가주의 심장을 노리고 일직선으로 뻗어 오고 팽무강의 거도가 연이어 사선으로 그어지고 언철진의 언가철권이 공간을 꿰뚫고 연속으로 날아들고 모용민의 세검이 적도의 얼굴을 터뜨리기 위해 비행을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네 사람의 합격 중 팽무강의 도와 모용민의 세검만을 거둬낸 흑천마가주의 심장에 하후상의 장창이 틀어 박히고 언철진의 철권이 마가주의 가슴을 연신 두들겼다.

“별 것도 아닌 것이...”

적의 심장에 틀어 박힌 장창을 뽑아낸 하후상의 말에 세 친우들이 웃음을 지었다.

“네 팔뚝 굵다!”

어느새 돌아 보니 땅을 딛고 서 있는 마교도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자 한 무인이 소리를 질렀다.

“이겼다!”

< 130. 마교정벌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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