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 함정인가....? >
“다행이도 그 쪽과 다시 한번 손을 섞어 보라는 하늘의 뜻인가 보오.”
북리준의 말에 천마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쓸려 나갈 놈들이니 알려는 주는 것이 좋겠구나.”
천마가 옆에 서 있는 마군사 공야무에게 시선을 옮기자 마군사가 앞으로 나섰다.
“북로로 우리 신교를 공격하던 육만에 육박하던 네 놈들의 동료들은 거의 다 이승을 하직 했느니라. 크크크크.”
“미친.... 무슨 말도 안되는 개소리야?”
막대광이 큭큭 거리는 공야무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못 믿겠지만 곧 뒤따라 갈 너희들이 직접 물어 보거라. 어떻게 이 세상에서 갈려 나갔는지를...”
그 때 천무맹주인 북궁추가 자신의 창궁검을 들어 천마를 가리켰다.
“문답무용! 네 놈들 정도는 우리만으로도 충분하다.”
북궁추의 말에 희게 웃음을 짓던 천마가 고개를 들어 절벽 위를 바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는 비좁으니 수하들끼리 어울리게 놔 두고 우리는 위에서 놀아보자꾸나.”
천마가 오른발을 들어 한번 구르고 쏜살같이 하늘로 튀어 오르자 그 뒤를 천무맹주가 뒤따라 신형을 날렸다.
“이 곳을 부탁 드립니다.”
뒤에 서 있던 효기참령장군과 독고우를 비롯한 정사연합맹의 군웅들을 일별하고는 북리준이 그대로 발을 굴러 날아가는 절대검존의 뒤를 따랐다.
“대 청조의 팔기군은 들으라. 저 앞에 역모를 꾀하던 적도들을 단숨에 쓸어 버려라. 도올격!”
정장군의 진군 외침에 ‘크와아아아아악’ 사만이 넘는 팔기군들과 오천에 육박하는 정사연합맹의 군웅들이 각자의 애병을 앞세우며 사정없이 앞으로 짓쳐나갔다.
“신교의 성화에 제 몸을 불살라 죽으려는 부나방같은 적도들을 이 세상에서 지우거라!”
광명좌사의 사자후에 약 이만에 달하는 신교 산하 오행기 고수들과 사대마가의 마교도들이 달려드는 팔기군과 얽히기 시작했다.
‘콰차차차창 차창 크카카카칵’
서로의 병기가 얽히는 굉음과 잘리고 터져나가는 피륙이 베어지는 파육음이 좁은 협곡을 메워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마교도들을 이 땅에서 지워라. 장문사형의 원한을 풀자!”
곤륜파 범양도장의 울부짖음에 곤륜의 문인들의 검에서 줄기 줄기 태청검과 양의검, 운룡십삼검이 마교도들을 찢어 나갔다.
“무량수불! 오늘 살계를 크게 열리라.”
청성 장문인 청현도장의 검에서 뭉클 피어 오르는 청운적하검에 노출된 마교도들이 산산히 찢겨져 나갔다.
“아미타불! 빈니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가리오?”
아미장문인 벽운사태가 맹렬히 휘두르는 검 뒤에 목숨을 아끼지 않은 비구니들의 검들이 공간을 헤집었다.
“크아아아아악”
전면에 서 있던 마교도 십 여명이 당문 문주인 당백의 독강에 노출되어 그 자리에서 녹아 내렸다.
“놈! 지난 번 못가린 진정한 독의 조종을 가려 보자꾸나.”
어느새 흑색으로 물든 쌍수를 뿌리며 달려 드는 독천마가주 천독룡의 광소에 당백이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베어 물었다.
“왜 당문이 독의 조종으로 불리우는지 네 놈 몸에 새겨 주겠다.”
당백의 녹수와 천독룡의 흑수가 부딪친 사방 십여장에 있던 마교도와 팔기군들이 스스로의 목을 부여 잡고 피거품을 뿜어내며 절명했다.
독고우가 자신의 양 손이 연이어 품속을 오가며 뿌려대는 암기에 수십의 마교도들이 신형을 땅에 눕히고 막대광의 광소와 함께한 묵색의 대도에 적도들이 두갈래로 갈라져갔다.
“큰일이구나.”
천산파의 도문주가 달려드는 마교도들을 천산십팔류로 조각을 내며 전황을 살피다 탄식을 내뱉었다.
정사연합맹에 속한 무림군웅들은 그런대로 밀리지 않고 마교도들을 상대하고 있었으나 사만의 팔기군들은 사대마가와 오행기 마교도들의 검도창에 속절없이 잘려 나가고 있었다.
“우웃!”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 오는 마교도의 검을 누군가의 검이 쳐내고 머리를 갈라내었다.
“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어느새 다가오 도교교의 검에서 연신 뿜어져 나오는 천산파천삼검에 막아서는 마교도들이 그대로 쓸려 나갔다.
“고맙다. 그런데 전황이 좋지 않구나...”
“북리봉공과 천무맹주가 천마를 잡으면 승산이 있습니다.”
도교교의 굳센 믿음을 머금은 말에 도경명이 자신의 검을 고쳐 잡았다.
“네 말이 옳다!”
검과 창, 도가 서로 상대방의 목숨을 앗아가려 좁은 협곡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절벽 위로 올라선 천마와 북리준, 천무맹주가 서로를 바라 보고 있었다.
“네 놈들의 목을 치고 저 밑의 놈들과 함께 묻어주마.”
오연한 자세로 뒷짐을 진 채 꼿꼿한 자세로 서 있는 천마를 향해 천무맹주가 자신의 애병을 들었다.
“지난번 당했던 모욕을 네 놈의 목을 취함으로 설욕을 하겠노라.”
“크크크, 마음대로 해 보거라!”
천마가 절벽 위 너른 공터 한 가운데서 오른발을 들어 그대로 땅에 내리찍자 ‘쿠르르르릉’ 자신들이 서 있는 절벽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천마가 군림하니 그 앞에 누가 서 있으리오!”
“미친!”
북궁추가 자신의 검에 밀어 넣은 강기를 제왕무적검강의 구결에 따라 채찍처럼 휘둘러 천마를 감아나갔다.
“흥!”
천마의 손에서 뻗어 나온 묵빛 광혈마마수가 자신을 감싸 오는 검강에 부딪쳐 갔다.
‘쿠콰콰콰쾅 우르르릉’
검강과 수강의 부딪침에 다시 한번 절벽이 무너질 듯 신음소리를 내고 천마의 좌수에서 뿜어져 나온 멸겁마황권의 권강이 북궁추의 머리를 터뜨리기 위해 쏘아져 나왔다.
‘시이이이이이이 사아아아앙’
북리준의 양 팔에서 뻗어 나온 일월쌍륜의 륜강이 멸겁마황권을 두 조각으로 갈라내고 연이어 천마의 심장을 향해 공간을 헤집고 비행을 시작했다.
두 손을 합장 하듯 모았다 ‘하압’ 기합소리와 함께 떨쳐낸 혈수천마장의 장인이 쏘아져 오는 월륜을 사정없이 때려 내었다.
‘카아아앙’
공중으로 튕겨 오른 월륜을 뒤로 하고 불쑥 튀어나온 일월신검에 뿜어져 나온 거센 만개의 파도가 천마의 전신을 엄습하자 백무결의 신형이 둥실 떠오르더니 강기가 둘러진 양 발에서 천마파천퇴각이 북리준의 만파를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카캉 카카카카캉 카카칵’
무극만파를 뚫고 자신의 가슴을 짓이기기 위해 날아오는 가공한 퇴법에 다시금 북리준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 그어지며 광폭한 흑룡을 쏟아 내었다.
‘콰콰쾅 콰가가가가가쾅’
천마파천퇴각과 부딪친 무극광룡의 강기가 산산히 부서져 나가고 그 사이로 남궁세가의 대표검법인 창궁무애검이 비집고 들어와 천마의 가슴을 갈라왔다.
천마가 한껏 비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갈라오는 창궁검의 검신을 ‘따다다다당’ 두드리며 펼쳐진 마령금나수가 절대검존의 손목을 감아왔다.
“성가시군....”
절대검존의 손목을 뜯어내려는 찰나 어느새 날아온 두 개의 쌍륜을 피해 천마가 뒤로 물러섰다.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거친 숨을 내뱉는 남궁휘와 북리준과는 달리 고요한 신색의 천마가 씨익 웃음을 지었다.
“네 놈들이 본좌를 꽤나 재미있게 해 주는구나. 이제 장난은 그만 하자꾸나.”
두 손을 펴서 하늘을 향하게 한 천마의 양 손에 북리준이 익히 알고 있는 두 개의 붉고 푸른 마기로 이루어진 구가 떠오르자 천무맹주와 북리준의 안색이 어두워져갔다.
“파천마강벽....”
북리준이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 절초인 무극멸절을 준비하고 절대검존 역시 자신의 모든 힘을 불어 넣어 미완인 섬전십삼검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으윽....크으으으윽.....이, 이런...”
양 손 바닥에 떠올린 두 개의 마기의 구를 합쳐 띄워보내려는 찰나 양 팔목에 ‘우드드드득’ 기음과 함께 시퍼런 핏줄이 터질 듯 솟아 올랐다.
“아, 아직 발작 되려면.... 시간이 남았는데.... 크아아아아악.”
순식간에 천마의 전신으로 퍼진 발작에 칠공에서 피를 뿜어내고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함정인가?”
서슬 퍼런 최후의 절초를 펼치다 말고 피를 뿜어내며 떨어져 내리는 천마를 보고 남궁휘가 중얼거렸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내려가 보시지요.”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 팔기군과 정사연합맹의 고수들을 자신의 혈조로 찢어 길을 내던 광명좌사의 눈에 절벽에서 피를 흘리며 떨어져 내리는 천마를 발견하고는 눈이 찢어질 듯 부릅 떠졌다.
“천마시여!”
광명좌사가 땅을 박차고 솟아 올라 떨어져 내리는 천마를 받아 들고는 뒤로 돌아 보지 않은 채 십만대산 자신들의 근거지로 몸을 날렸다.
“신교도들이여! 전원 후퇴하라.”
광명좌사의 품에 안겨 정신을 잃은 천마를 본 오행기주가 후퇴를 명하자 팔기군과 무림군웅들과 얽혀 서로의 목숨을 탐하던 마교도들이 썰물 빠지듯 물러 나갔다.
“전군 그 자리에 머물라. 적도들을 뒤쫓지 마라.”
물러나는 마교도들을 쫓아 신형을 날리려던 팔기군과 무림군웅들이 천무맹주의 일갈에 그 자리에 멈추어섰다.
“이대로 놈들의 뒤를 들이쳐야지 않소이까?”
팔기 제이군 사령관인 효기참령장군이 천무맹주에게 다가가 소리를 질렀다.
“정장군님. 북로로 진입하기로 한 제일군의 안위를 확인해 봐야 합니다. 함정 일 수도 있습니다.”
북리준의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정장군을 향해 북리준의 전음이 들려 왔다.
‘북로로 진입한 제일군이 당한 듯 합니다. 만일 북로의 제일군이 쓸려 나갔다면 저희끼리 저 안에 들어가 이길 승산이 없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오?’
‘주위를 살피시지요....’
북리준의 전음에 정장군이 눈을 들어 엉거주춤 서 있는 아군들을 헤아려 보니 땅에 누운 아군의 수가 서 있는 자 보다 훨씬 많았다.
‘이대로는 필패입니다. 이 곳을 벗어나 북로 제일군의 생존자들과 합류하여 기회를 엿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북리준의 말대로 북로의 육만대군이 쓸려 나갔다면 정녕 자신에게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이를 악다물었다.
“부상자들을 수습하여 이곳을 벗어난다.”
부사령관의 명에 군관들이 바쁘게 전장을 오가며 군을 수습하는 동안 천무맹주와 북리준이 천마가 사라져간 방향으로 나아갔다.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지 않소?”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솔직히 천마가 마지막 펼치려 했던 파천마강벽은 지난 번 제가 경험했던 것보다 더 흉험했습니다....”
남궁휘가 생각해 보아도 자신과 북리준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흘려 내던 여유만만한 표정의 천마가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진 연유를 짐작 할 수가 없었다.
“천마가 저대로 죽는다면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일텐데....”
절대검존의 중얼거림에 북리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형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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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태상천마시여....”
광명좌사 사공백이 사색이 된 얼굴로 태상전 앞에 천마를 내려 놓고는 무릎을 꿇었다.
“처, 천마께서 부상을....”
그 때 ‘끼이이이익’ 태상전의 문이 열리고 신교의 신녀가 무복을 입은 채 밖으로 나섰다.
“태상천마께서 안으로 들이시랍니다.”
신녀의 말에 광명좌사가 천마를 안아 들고는 태상전 안으로 들어섰다.
저 뒤 거대한 태사의에 신형을 묻고 있던 목철군의 육신을 빼앗은 태상천마의 오른손이 들리자 광명좌사의 품에 안겨 있던 천마의 신형이 둥실 떠올랐다.
“좌사께서는 처소로 돌아가 몸을 돌보시지요. 천마님의 치료는 태상천마님께서 직접 하실 예정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광명좌사가 태상전을 나서기 전 태상전 둘레를 빙 둘러 놓인 검은색 상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밖으로 나섰다.
< 133. 함정인가....?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