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 황제의 진노 >
마교 정벌을 위한 십만 팔기군의 부사령관인 효기참령 정장군이 자금성에 끌려 들어 가다시피 입궐을 하고 북리준과 유검패도 유공공, 금대인과 만나 마교 정벌에 대한 결과를 논의 하고 있었다.
“허허...십만이 들어가 이만이 돌아 왔다니... 대패로구만.”
“누가 봐도 참패군... 도대체 무슨 일이 거기에서 있었는지 설명을 좀 해주게.”
금대인의 장탄식에 유공공이 북리준과 유검패에게 상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총 사령관인 총병대인의 명으로 십만 팔기군을 둘로 나누어 마교가 웅크리고 있는 십만대산의 북로와 남로로 나누어 진격을 하였습니다.”
북리준이 자신이 속한 남로에서 겪었던 마교와의 전투를 상세히 설명 하였다.
“그럼 남로로 들어간 인원 중 팔기군 이만이 전체 생존자 전부란 말이오? 북로로 들어간 팔기군은?”
금대인이 북리준의 설명을 듣고 난 후 놀란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북로로 진입한 팔기군 오만은 전멸 하였습니다. 단 한 사람도 살아 나오지 못했습니다.”
“북리어사의 말대로라면 마교도들의 전 병력이라 할 수 있는 이만이 남로에서 맞붙었는데 그 만한 병력이 또 북로에 있었다는 말이오?”
“그것이.... 믿기지 않지만 어떠한 진법과 단 한사람에게 당한 것이라 합니다. 북로에서 살아 돌아온 정사연합맹 소속 사황련주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말입니다.”
“무슨 개소리! 오만의 대군이 진법과 단 한 사람에게 씨몰살 당했다는 것을 대명천지 누가 믿는단 말인가?”
북리준이 사황련주의 증언과 그 후 자신이 직접 다녀온 북로의 참상에 대해 설명을 마치자 유공공과 금대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진법이건 한 사람이건 총병을 포함한 오만의 팔기군들이 몰살을 당한 것은 사실이라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저도 믿기지 않아 천무맹주와 사황련주가 함께 그 곳으로 가 두 눈으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유공공과 금대인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꾹 다문 채 눈을 감았다.
그 때 밖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리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상께서 유공공과 금대인을 어전으로 들라 명하셨나이다.”
황궁 소속 내관의 목소리에 유공공과 금대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북리어사와 검패는 우리가 돌아 올 때 까지 자금성에 머무시게.”
유공공의 말에 북리준과 유검패가 유공공의 집무실을 나와 배정된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 한시진 후!
북리준과 유검패가 머물고 있던 방으로 유공공과 금대인이 찾아 왔다.
“황상의 진노가 하늘에 닿았네.”
금대인의 말에 유공공이 바로 말을 이어 받았다.
“정일품 태사, 태부, 태보를 위시하여 영시위내대신과 장난의위사대신, 제독구문보군순보오영통령까지 청조 최고위 대소신료들이 모여 논의 한 결과 마교 이차 정벌에 대한 황명이 떨어졌네.”
목이 타는지 유검패가 따라준 찻잔을 들어 삼키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금려팔기군 중 자금성을 수비할 최소한의 병력만 남기고 주방팔기군 중 국경을 수비 하기 위한 최소 인원을 제외한, 마교 정벌에 빼 낼 수 있는 인원을 합쳐 오십만의 대군을 투입 할 예정이네.”
“거기다 화포 전단을 투입 하고 일만기의 화포를 동원하여 십만대산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라는 어명이시네.”
유공공과 금대인의 말에 북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십만 대군과 화포 일만기라... 황상의 분노가 극에 달하셨군요.”
“당연하지 않겠나? 삼왕야와 함께 황상의 목숨을 노린 대역무도한 무리들이 황상의 군대를 씨몰살 시켰음이니.....”
“언제쯤 이차 정벌을 실행하실 예정이십니까?”
유검패의 질문에 금대인이 입을 열었다.
“앞으로 삼개월 후라네. 지금 황상의 진노로 인해 주방팔기와 금려팔기군에 파발이 출발 했고 세부 사항의 조율을 위해 각 팔기의 기주들이 곧 자금성으로 모일 것이네.”
“오십만 대군에 화포 일만문.... 이번에는 마교도 별 방법이 없겠군요.”
유검패의 중얼거림에 유공공이 북리준을 바라 보았다.
“북리어사는 이번 이차 정벌에 무림인들이 참가할 다리를 놓아 주시게. 황상께서는 무림인들을 이차 정벌에서 제외 하기를 원하셨으나 우리가 간곡히 청하여 정사연합맹의 무림인들을 포함시키기로 하였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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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만 대군과 일만문의 화포라... 허허, 우리가 할 일이 별로 없겠습니다.”
천무맹 내 대전에 천무맹주, 사황련주, 왕석산, 야율제 군사와 북리준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왕군사님의 말대로 우리가 끼어들 여지가 없을 듯 합니다, 쿨럭...”
병호서생이 왕군사의 말에 고개를 주억 거렸다.
“청조에서 기회를 준 것이니 이차 정벌이 시작 되기 전 삼개월 동안 다시 한번 세를 결집하여 이번에는 마교의 뿌리를 뽑아 내야 합니다.”
절대검존 남궁휘의 말에 팔비존자 북궁추가 바로 말을 받았다.
“정사연합맹에 세를 다시 한번 결집 한다면 동원할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될까?”
“야율군사와 협의한 결과 일차 정벌 때 참여 하지 않은 문파들에게 참여를 종용하여 적어도 이만의 군세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오십이만의 대군이 마교를 정벌하는 것이군....”
천무맹주의 말에 어두운 안색으로 술잔을 채우던 사황련주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악마도 오십만 대군을 어찌 하지는 못하겠지....”
아직도 꿈에 넘실 거리는 피의 바다 위에서 광소를 터뜨리던 흑색 무복의 젊은 사내가 나와 잠을 설치는 북궁추였다.
“아무리 일신의 무공이 뛰어나도 오십만 대군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것입니다. 쿨럭... 너무 심려치 마시지요....”
“직접 그 광경을 보지 못한 사람은 내가 말하는 공포를 느끼지 못할 것이오... 이차 정벌 때 그 악마를 안 보았으면 하는 것이 내 개인적이 바램이오.”
“하하, 사황련주님! 저와 북리봉공이 련주님과 힘을 합치면 그 악마라는 자도 능히 꺾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북리봉공의 무위가 결코 우리 밑이 아니더군요.”
“후후후.... 그랬으면 좋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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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만대산!
성화가 불타오르는 거대한 신교 대전에 신교의 주요인사들이 다 모여 있었다.
“천마께서 부상이 심하셔서 갑자기 기한 없는 폐관에 드셨다는 말이 사실입니까?”
신교를 받치는 사대 마가의 수장들 중 신임 환천마가주가 광명좌사를 바라 보았다.
“그렇게 들었소이다.”
“누구에게 들으셨다는 말입니까?”
“신교 신녀님께 전해 들었습니다.”
천마의 직속 무력부대인 천마 사령대주가 차가운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천마님의 안위를 저희 천마사령대가 누구에게 전해 듣는 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소이다.”
신교의 무력 부대인 오행기주와 천살단, 추호단, 사혼단, 흑풍단, 적월마화단의 수장들도 천마사령대주의 말에 동감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광명좌사께서는 천마님이 폐관 수련에 드시기 전 만나 뵙기는 하셨는지요?”
오행기주의 물음에 광명좌사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잠시 후 태상천주님께서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실 것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약 이십여명의 신교 수뇌부들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입을 다물었다.
“태상천주님이십니다!”
신녀의 신교가 성화가 아로새겨진 희디흰 신녀복을 입고 안으로 들어서 좌중의 일행들을 바라 보았다.
성화가 아로새겨진 거대한 태사의에 젊디 젊은 사내가 천마를 상징하는 흑색의 성화령이 새겨진 무복을 입은 채 자리를 잡았다.
“몇 분을 제외한 다른 분들은 태상천주님의 새로운 육신을 처음 보셨을 줄 압니다. 예를 표해 주시지요.”
광명좌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한 채 허리를 깊숙이 숙이자 좌중의 인물들이 엉거주춤같이 예를 표했다.
“좌정하시게!”
목철군의 육신을 차지한 태상천주의 마기가 가득한 목소리에 장 내의 인물들이 움찔 하며 자리에 앉았다.
“내가 여러 신교도들 앞에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라 낯설 것이다. 앞으로는 자주....”
“외람되게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태상천주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선 천마사령대주를 향해 신녀의 매서운 눈길이 쏟아졌다.
“무엄하군요. 태상천주님의 말씀을 끊다니...”
“그래서 외람되다는 말씀을 드렸지 않습니까? 천마께서는 이런 자리에서 자신의 말을 끊어도 웃으면서 저희들의 말을 경청해 주셨습니다.”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천마사령대주에게 시선을 준 태상천주가 손을 들었다.
“신녀는 뒤로 물러나시게. 그래, 천마사령대주라고 했는가? 말해 보시게.”
자기 보다 한참은 어려 보이는 자가 하대를 하며 웃는 모습에 애써 화를 참은 천마사령대주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천마께서 기한 없는 폐관수련에 드셨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천마사령대는 항상 지근거리에서 천마님을 수호 하는 임무를 수행하였는데 지난 번 적도들의 난입 이후 한번도 천마님을 뵙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차가운 미소를 입에 베어문 태상천주의 말에 천마사령대주가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하였다.
“천마님이 무사하신지 확인을 하고 싶습니다. 천마께서는 폐관수련을 하시기 전 항상 제게 언제까지 무슨 연유로 폐관을 하시는 지 알려 주셨습니다.”
도전적인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 보는 천마사령대주를 향해 태상천주가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천마는 내게 왔을 때 기경팔맥이 뒤틀려 회생이 불가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가문 대대로 내려 오는 마라혈기로 부상을 억누르고 스스로 치유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본좌가 직접 수련실을 봉했다.
지금 자칫 천마가 치유하는 과정 중에 개입하게 된다면 천추의 한을 남길 수 있음이다. 천마가 내상을 다 치유 하면 스스로 봉인을 깨고 나올 것이다.”
“그럼 그 동안 천마님의 위를 태상천주님이 대신 하시겠다는 것 입니까?”
오행기주의 물음에 태상천주가 씨익 웃음을 짓고는 오른손을 내젓자 저 편 신녀가 열어 넣은 상자 안에서 열 두 개의 성화령이 떠올라 태사의에 앉아 있는 태상천주의 머리 위에 머물렀다.
“성화령을 뵈옵니다!”
좌중의 인물들이 급히 의자에서 내려와 오체복지 하며 성화령에 예를 표했다.
재질을 알 수 없는 각각 다른 크기의 성화령을 자신의 머리 위에 두고서 태상천주가 입을 열었다.
“천마가 폐관수련에서 나오기 전까지 신교를 내가 천마의 대리 자격으로 운용하겠다. 성화령의 권위에 도전할 자는 하시라도 도전하거라.”
태상천주가 다시 손을 내저으니 열 두 개의 성화령이 신녀 앞에 놓인 검은색 상자 안으로 ‘차르르륵’ 제자리를 찾아 갔다.
“태상천주님께 아뢸 일이 있사옵니다.”
“말하라!”
“지난 한달 전 저희를 치기 위해 십만대산에 들어섰던 청조의 군대를 패퇴시키고 대승을 거두었나이다.”
광명좌사가 좌중 인물들의 불편한 심기를 깨고 말문을 열었다.
“중원에 자리를 잡은 저희 세작의 최근 첩보에 의하면 청 황제의 분노가 극에 달해 오십만의 대군과 일만문의 포를 동원하여 저희 신교를 정벌 하라는 명을 내렸다고 합니다.
지난 번 십만의 청조 팔기군과 약 일만의 정사연합맹 무인들은 다행히 잘 막아 내었으나 오십만 대군과 일만문의 포대를 막기 위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 입니다.”
광명좌사의 말을 처음 들은 중인들이 오십만대군과 일만문의 포대라는 이야기에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
“오, 오십만.... 거기다 일만문의 포대를...”
“그 문제는 본좌가 해결 할 것이니라.”
태사의에 오연히 앉아 있는 태상천주의 입에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말에 독천마가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태상천주시여. 오십만대군과 일만문의 포대는 저희 신교의 전력으로 감당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듯 하옵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잠시 이 곳을 비우심이 어떠할런지요?”
“그럴 필요 없느니라. 본좌가 중원에 다녀 오면 해결 될 일이니 본좌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내부 정비를 위해 힘을 쓰면 될 일이니라.”
목철군의 얼굴이 만족스런 웃음을 띄우며 신교의 수뇌부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 136. 황제의 진노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