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37화 (137/167)

< 137. 새 술은 새 부대에.... >

신교의 무력부대를 대표 하는 대주와 단주들이 술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 태상천주라는 자를 믿나?”

천마의 직속 무력부대인 천마사령대의 대주가 술잔을 들고 좌중의 인물들을 일별했다.

“태상 천주님인데 말을 좀.....”

흑풍단주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 자가 천마님을 대신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느냐는 거야?”

“솔직히 태상천주님의 존재를 말로만 들었지 실물을 본 것은 처음이잖아. 태상천주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은 광명좌사와 신녀 뿐이라는 것이 함정이지...”

적월마화단주가 천마사령대주의 말에 힘을 실었다.

“내 말이 그런 것일세.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젊은 놈이 천마님의 태사조라고 성화령을 들이 밀었잖아. 언제 천마의 위에 앉은 사람이 성화령으로 신교도를 억압한 적이 있는지 기억 하는 사람?”

천살단주와 추호단주에게 시선을 돌리자 두 사람이 어깨를 으쓱 하며 술잔을 비웠다.

“역대 천마님들이 무력으로 자신을 증명했지 성화령을 동원한 적이 없었다는 거야. 그래서 난 그 태상천주라는 자가 정녕 천마님의 대리 자격이 있는지 물을 작정이라네.”

흥분을 하며 연신 잔을 비우는 천마사령대주의 귀에 낯선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자격이라.... 네 놈이 과연 주군을 시험할 자격이 있는지 정말 궁금하군.”

자신들이 술자리를 하고 있는 커다란 대전 입구에 어느새 네 명의 인물들이 표홀히 서 있었다.

“누구냐? 감히 신교의 무력대주들이 함께 하는 저녁에 난입을 한 간 큰 놈들이....”

펑퍼짐한 마의 차림에 네 명의 노인들이 전신에서 뭉클거리는 마기를 뿜어내며 어이 없는 웃음을 지었다.

“저 아해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입을 찢어 달라는 거지?”

네 명의 늙은이 중 맨 왼쪽의 기괴하다라고 밖에 표현 못할 얼굴의 인물이 히죽 웃었다.

잘려나간 코와 왼편의 찢어진 입, 화상을 입은 듯한 이마와 그 아래 희번득 거리는 짐승의 눈을 가진 늙은이가 킬킬 거렸다.

“못생긴 늙은이가 죽을 곳을 찾아 왔구나!”

흑풍단주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신의 검을 뽑아 들려는 찰나 서 있는 자리에서 신형이 지워진 기괴한 얼굴의 노인의 우수가 흑풍단주의 머리를 그대로 부숴 버렸다.

“키키키.... 흉마 놈 앞에서 못생겼다는 말을 내뱉다니.....”

단 일수에 흑풍단주의 머리가 터져 나가며 자신의 손에 묻은 뇌수와 피를 혀로 햝고 있는 흉마라는 늙은이가 까마귀가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젊은 놈의 피는 언제나 달지.....어떤 개새끼가 다음 차례일까?”

‘채애애앵 차창’

천마사령대주와 천살단주, 추혼단주, 사혼단주, 적월마화단주가 자신의 검과 도를 뽑아 들고 방진을 구성했다.

“태상천주라는 젊은 놈이 보냈느냐? 살인멸구 하라고? 네 놈들은 누구냐?”

천마사령대주가 일수에 흑풍단주의 머리를 날려 버린 흉마라는 자의 무위에 긴장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어린 아해야! 하나씩 물어야 대답을 하지 그렇게 여러 가지를 물어 보면 뭐부터 대답해야 할지 헷갈리잖아....”

머리를 산발한 채 ‘누가 보냈냐? 살인멸구냐? 우린 누구지?’ 중얼 거리는 늙은이를 향해 흉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 광마 새끼 입 좀 찢어.”

“네 놈이 해라. 광마 놈 돌기 직전 인데 누가 말리냐?”

얼굴부터 손, 발 보이는 신체가 마치 피구덩이속에서 꺼낸 듯 한 마디로 피갑칠을 한 듯한 몰골의 늙은이가 킬킬 거렸다.

“혈마가 그래도 우리 중에 광마를 제일 잘 알지, 크크크크.”

맨 오른쪽에 온 몸에서 투기를 뿜어내며 건들거리는 백발 백염의 늙은이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네 놈들이 누구 손에 지옥으로 가게 되었는지는 알고 가야지. 우린 새로운 신교 천하에 위대한 천마님을 모시는 사대호법이니라.”

전마, 혈마, 광마, 흉마라 서로를 부르며 키득 거리는 모습에 천마사령대주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다. 최선을 다해 목을 베어라.’

전음으로 각 단주과 전음을 주고 받은 천마사령대주가 고함을 지르며 땅을 박차 신형을 띄웠다.

“죽여!”

천마사령대주의 검에서 줄기 줄기 뻗어 나오는 마영수라검의 마기가 고개를 숙인 채 중얼거리고 있는 광마라는 자의 머리를 부수기 위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잡았다!’

자신의 검기가 광마라는 늙은이의 머리를 꿰뚫으려는 찰나 중얼 거리던 광마의 오른손이 파리를 쫒아내듯 신경질적으로 휘둘러지자 자신이 뿜어낸 검기가 산산히 부서지며 거침없이 공간을 단축하며 뻗어온 우수가 자신의 심장을 틀어 쥐었다.

“커허어어억 크아아아악”

산 채로 심장이 뜯겨진 채 괴성을 지르며 숨이 끊어져 가는 천마사령대주의 눈에 적월마화단주의 뽑힌 목을 들고 광소를 터뜨리는 흉마와 천살단주와 추혼단주의 가슴에 양 손을 집어 넣고 움찔거리며 웃음 짓는 전마와 사혼단주의 뽑은 머리를 들고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뒤집어 쓰며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혈마를 보며 숨이 멈었다,

‘처, 천마시여....’

자신의 주군 또한 이 세상을 없음을 직감하고 한 서린 눈을 감는 천마사령대주를 바라 보는 차가운 눈이 어느새 입구에 서 있었다.

“사대호법께서는 수고 많으셨습니다.”

신교 신녀가 허리를 숙이고 공손이 예를 표하자 각자 시체를 잡고 희롱하던 사대호법이 사체들을 땅에 팽개치고는 신녀를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

“손 맛이 영 아니다.... 제대로 된 놈들은 없나?”

마지막으로 신녀를 지나쳐 가던 전마의 말에 신녀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중원에 들어 가시면 원하시는 대로....”

“그래, 중원! 크하하하하.”

뽑이고 찢겨진 신교 무력대주들의 시신을 무표정한 얼굴로 일별하고는 신녀가 신형을 돌렸다.

“정리를.....”

방을 나선 신녀를 스쳐 들어가는 이십여명의 검은 사제복을 입은 사제들이 난장판이 된 장 내를 말끔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다! 위대한 신교의 여정이.’

신녀의 빛나는 눈빛이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 사이한 빛을 내 뿜었다.

****

“불러계시옵니까?”

광명좌사 냉면혈조 사공백이 공손한 자세로 태상천주의 방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들게!”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니 남해검문주 목철군이 미주가효를 앞에 놓고 술잔을 홀로 비우고 있었다.

“앉지. 긴히 좌사와 할 말이 있어서 말일세.”

태상천주의 앞에 자리를 잡은 좌사의 빈잔을 채우며 태상천주가 말을 이어갔다.

“들게나.”

자신의 앞에서 빙글거리고 웃는 전 남해검문주의 젊은 얼굴을 보며 잔을 비웠다.

“자네는 말이야.... 예전부터 참으로 눈치도 빠르고 신교에 대한 충성심도 깊었단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광명좌사가 앞에 앉은 자의 심기를 잘못 거스르면 내일이 없음을 직감하고 고개를 숙였다.

“자네는 짐작을 하고 있을 거라 믿네. 내 태손자인 천마가 말일세.... 부상이 심해 결국 죽고 말았다네.....”

광명좌사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 그렇습니까?”

“후후, 그렇게 되었다네.”

그리고 말없이 술잔을 비우고 채우고를 십 여번이 되풀이 되는 동안 서로 아무런 말도 없었다.

“제게 하명 하실 일이 있으시다면 지체 없이 말씀해 주시지요.”

“그리 먼저 말을 꺼내 주니 내 마음이 한결 편하군.”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태상천주의 잔을 채우는 광명좌사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태손자가 자네와 함께 신교를 잘 이끌었다는 것은 내 익히 알고 있네. 그런데 말이야.... 신교가 중원과 황실을 아울러 군림 하려면 손을 보아야 할 곳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네.”

“하명하소서!”

광명좌사가 건배 제의를 하는 태상천주의 손짓에 따라 단숨에 잔을 비웠다.

“태손자인 천마의 죽음을 알리고 신임 천마로 내가 등극 하겠네.”

“뜻대로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신교의 체계도 손을 봐야겠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아무리 봐도 진리 인 것 같네.

일단 자네 혼자 너무 고군분투하는 것 같아 자네의 어깨를 조금 가볍게 해 주려고 하네.

본좌가 천마가 된 후 바로 밑에 사대호법을 두겠네. 그 밑에 새로운 광명우사와 자네가 나를 보필해 주게.”

태상천주가 채워주는 잔을 다시 비운 광명좌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잔을 받았다.

“현재 오행기 위에 예전 오산인을 부활시킬 것이네. 정리하면 말일세. 천마 밑에 사대호법, 광명좌우사, 오산인, 오행기를 세우고 그 밑에 사대마가가 신교를 지탱하는 것이지.”

“천마님의 뜻대로 되어질 것입니다.”

“고맙군. 조만간 자네 위에 올 사대호법을 소개 시켜 주겠네. 그 외 세부적인 사항은 신녀와 좌사가 함께 협의해서 진행해 주게나.”

“존명!”

어떻게 술을 먹었는지 무엇을 안주로 삼았는지 전혀 기억 할 수 없이 긴장을 하고 긴장을 한 채 방을 나선 광명좌사가 자신의 방에 앉아 긴 한숨과 함께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천마시여..... 죄송합니다.....’

****

“천마께서 정사맹주놈들의 합공에 당하신 부상이 도지셔서 성화의 세계로 떠나셨다!

신교도들이여! 불같이 일어나 천마님의 원수를 갚자. 분연히 몸을 떨쳐 일어나라!”

광명좌사의 피를 토하는 듯한 열변에 이만이 넘는 신교도들이 고성을 지르며 열광하기 시작했다.

“원수를 갚자!”

“피 빚은 피의 빚으로....”

“천마님의 원수를 갚고 중원을 성화의 불길로 정화하자!”

신교도들의 열광하는 모습을 내려다 보던 광명좌사의 가슴 한켠이 싸늘해 짐을 느끼며 신형을 돌려 나갔다.

“신교도들이여! 천마님께서 성화의 세계로 나아가시기 전 새로운 천마를 지정하셨습니다. 저희 신전에서 검증을 마쳤고 백무결 천마님의 숨겨진 동생이셨던 백무흔님이 새로운 천마로 등극하실 예정입니다.

새로운 천마님이신 백무흔 천마님을 열렬히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교 신녀의 말에 이만 신교도들의 광기에 찬 고함소리가 거대한 대전을 떨어 울렸다.

****

새로운 천마에 등극한 백무흔이 새로 생긴 사대 호법과 광명좌우사, 오산인, 오행기주와 사대마가주들을 모아 놓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굳이 교도들에게 태상천주니 태사조니 하는 것 보다는 무결의 동생이라는 것이 그럴 듯 해 보여 이런 것이니 이해 하기 바라네.”

“탁월한 선택이셨습니다, 허허허!”

백무흔에 의해 새로이 광명우사로 임명된 세모꼴 얼굴의 사내가 두 손을 비볐다.

“이 시간 이후로 본좌가 중원행을 할 예정 이다. 내가 없는 동안 사대호법과 신녀, 광명좌우사가 잘 협의 하여 신교를 이끌기 바란다.”

“거친 중원에 홀로 행도 하심이 옳은지요? 저라도 보좌를 하는 것이....?”

광명우사의 말에 백무흔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본좌가 이번에 중원에 가서 우리를 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황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오겠노라. 청조의 팔기군이 이곳을 정벌 하러 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니 너희들은 본좌가 돌아 오는 대로 중원 무림과 황궁에 신교의 성화 깃발을 꽂을 준비를 하고 있거라.”

“존명!”

****

자금성 내!

황상의 침소가 위치한 곤녕궁 양심전에 황후와 함께 침소에 앉아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녕 이번에는 사특한 마교도 무리들을 발본색원 할 터니이 황후는 염려치 마시오.”

“황상의 뜻대로 되실 것입니다. 오십만 대군과 일만여문의 포대 앞에 누가 감히 맞서겠사옵니까?”

“맞소, 그러니 이만 침소에....응?”

속이 훤히 비치는 나삼을 입을 채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황후가 순간 움찔하며 그대로 굳어져 가는 이상한 모습에 황상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웬 놈이냐?”

< 137. 새 술은 새 부대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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