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39화 (139/167)

< 139. 초청 >

사천성과 감숙성의 경계에 있는 옛날 황제 헌원씨가 광성자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다는 명산인 공동산이 있었다.

이 곳에 무림의 사대검파로 불리우는 무당, 아미, 화산과 함께 회자 되는 공동파의 본산에서 쩌렁한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장문인과 장로님들이 자리를 비웠다고 이렇게 개판을 칠거야?”

마교 정벌을 위해 공동의 주력이 빠져 나간 가운데 남아 있는 도사들과 함께 공동을 지키고 있던 청월도장이 약 오십여명의 공동 도사들을 모아 놓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조만간 장문사형과 장로님들이 돌아 오셨을 때 이렇게 개판을 치는 네 놈들의 모습을 보시면 바로 치도곤을 내리실 것이다.

자, 지금부터 오랜만에 공동의 안과 밖을 고요한 내 마음과 같이 청소를 하기로 한다.”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경전을 주로 공부하는 도사들에게 빗자루와 물걸레를 쥐어 주는 청월도장을 향해 군시렁 거리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 오십명이 이 너른 공동을 언제 다 청소 하라는 거야?”

“휴우... 청월 사형이 호랑이가 없는 산 속에서 여우 행세를 하려고 하니 할 수 없지 않는가?”

투덜 거리며 빗자루와 물걸레를 들고 뒤로 돌아 서던 두 도사의 눈에 처음 보는 네 명의 노인들이 히히덕 거리며 공동의 대전 쪽으로 오고 있는 모습이 들어 왔다.

“무량수불! 어디서 오신 도우 이신지...”

“지옥에서 왔다.”

공동의 산문을 지키고 있던 도사 열을 갈가리 찢어 두 손에 피를 흠뻑 적신 혈마가 씨익 웃음을 지었다.

‘퍼어억 퍼억’

옆에 서 있던 전마의 일수에 두 도사의 가슴에 사발만한 구멍이 뚫리고 이를 뒤에서 얼떨결에 지켜 보던 청월도장이 고함을 지르며 뛰쳐 나왔다.

“네 이놈들! 여기가 감히 어디라고 살수를 휘두르느냐?”

청월도장의 고함 소리에 열 명의 공동 도사가 검을 지닌 채 신형을 날려 왔다.

“여기가 호랑말코들이 홀아비 냄새를 피우고 사는 공동파가 아닌가?”

기괴하게 생긴 노인네가 킬킬 거리며 입을 열자 청월도장의 얼굴이 어두워져갔다.

‘허허, 오늘은 길보다 흉이 더 많은 날이로구나.’

“어디에서 오신 고인이시오?”

“우리는 신교의 사대호법이니라. 공동을 무림에서 지우려고 왔지, 킬킬킬...”

흉마의 소름끼치는 목소리에 청월도장이 자신의 복마검을 뽑아 들었다.

“탕마검진을 펼쳐라!”

열명의 공동 도사들이 청월도장의 명에 따라 사대호법의 앞에 탕마검진을 진설 하였다.

“마교의 주구들을 상대 하기 위한 검진이니라. 공동의 검진에 이승을 떠남을 영광으로 알거라.”

청월도장이 탕마검진의 중앙에 자리를 잡자 ‘후우웅’ 검진이 발동 하며 사대호법을 향해 검압을 흘려 보냈다.

“누가 할까?”

“나!”

전마가 먼저 손을 들고 나서자 광마가 입맛을 다셨다.

“쩝, 내가 먼저 손을 들 수 있었는데....”

전마가 앞으로 나서자 광마와 혈마, 흉마가 뒤로 물러 나는 모습에 청월도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고작 한 명으로 탕마검진을 감당할 성 싶으냐? 정녕 차례대로 죽고 싶다면 원대로 해 주마.”

“개새끼처럼 짖기도 잘 하는구나. 오너라!”

전마가 자신의 검을 끌러 혈마에게 건네고 적수공권으로 오연히 서 있는 모습에 청월도장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발진!”

총 열 한명의 도사들이 ‘차르르르르’ 복마검을 탕마검진의 묘리에 따라 휘두르며 전마를 포위 했다.

“出(출), 激(격)!”

청월도장의 구호에 열 한자루의 검이 서로 부딪칠 듯 공간을 흘러다니며 어지러히 전마의 사방을 헤집고 다녔다.

“흥!”

전마가 자신의 전신을 헤집기 위해 날아 오는 검들을 기이한 보법으로 물 흐르듯이 피해 나가다 순간적으로 양 손을 뻗어 내었다.

‘미친... 그래 뻗었으니 잘라주마.’

탕마검진을 구성하고 있던 두 도사가 자신을 향해 뻗어 내는 두 팔을 잘라내기 위해 종으로 검을 내리쳤다.

“채앵 채애앵 퍼어억 퍼퍽”

검은색 마기가 감싸 안고 흐르는 두 팔에 부딪친 검이 부러져 나가며 우수와 좌수에 잡힌 두 도사의 목이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갔다.

“이익, 曲(곡), 擎(경)!”

두 도사의 공백을 메우며 나머지 도사들의 검들이 굽이치며 전마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끝났군!”

뒤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혈마가 뒷짐을 지고는 저 뒤편에 공포에 젖어 떨고 있는 도사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파카카카캉 크카카카칵”

전마의 팔과 부딪친 검들이 반탄력에 의해 공중으로 비산하는 찰나 전마의 권각이 자신을 둘러싼 도사들의 전신을 두들겼다.

“퍼퍼퍽 퍼버버버벅 커허어어억 아아악”

전마의 권과 각에 닿은 도사들의 팔이며 다리, 머리가 그대로 터져 나가고 순식각에 오른팔이 터져 버린 청월도장만이 비틀 거리며 서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전마라고 한다. 네 놈들을 지옥에 보낸 사람이....”

비틀거리며 자신에게 다가 오는 전마를 향해 남아 있는 좌수로 통천장을 펼치던 청월의 좌수가 전마의 우권에 부딪치는 순간 ‘푸스스스’ 피모래로 화하고 연이은 좌권에 머리가 터져 나갔다.

“크아아아악 아아악”

혈마의 혈수 아래 남아 있던 공동 도사들의 육편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난 잠시 후 흑색 무복 차림의 이십여명의 신교도들이 기름통을 짊어지고 공동의 곳곳을 헤집어 다니기 시작했다.

“잘 탄다...”

거대한 공동파가 순식간에 화마에 휩싸이고 누백년 전통 공동파의 고색창연한 전각군이 힘없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사대 호법이 키득 거리며 지켜 보고 있었다.

“너무 싱겁네.... 하긴 알맹이들은 하북에 다 몰려 있고 쭉정이들만 남았으니...”

“쭉정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자신들의 본거지가 잿더미가 된 것이 더 문제지, 크크크!”

흉마의 말에 전마가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어디야? 이번에는 무조건 내가 할 거야.”

광마가 거대한 화마가 요동치는 공동파의 모습을 보며 광기에 찬 눈을 들었다.

“아미 여승들의 속살을 맛보러 가자꾸나. 다음은 청성인가?”

사대 호법이 히히덕 거리며 공동산 정상의 화마에 휩싸인 공동파을 뒤로 한 채 아미파가 있는 아미산으로 방향을 잡아 나갔다.

****

“공동과 아미, 청성이 지워졌습니다....”

“사황팔문 중 만사곡, 귀화궁, 흑풍루 또한 스러졌습니다.”

왕군사와 야율군사의 말에 천무맹주와 사황련주가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공동장문인 장천진인과 아미의 벽운사태, 청성의 청현도장이 자신들의 문파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저희 사황팔문의 수장들도 같은 상황입니다, 쿨럭...”

두 군사의 연이은 보고에 천무맹주인 절대검존이 탄식을 내뱉었다.

“이제 와서 돌아 간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이대로 두면 정사연합맹이 와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요.”

사황련주인 팔비곤마의 말에 천무맹주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두 군사가 현재 정사연합맹을 구성하고 있는 문파들의 이탈을 막아 주시오. 이미 잿더미로 변해 버린 문파로 돌아 간다면 마교에게 좋은 일만 시켜 주는 꼴이 되는 것이오.

마교를 이 곳 중원에서 패퇴 시킨 후 문파의 재건을 천무맹과 사황련에서 적극 지원 하겠다고 설득을 해 주시오.”

천무맹주의 말에 왕석산과 야율제가 서로를 쳐다 보았다.

“말씀대로 최선을 다해 보겠나이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 왔다.

“북리준입니다!”

“어서 들어오시게.”

북리준이 유검패와 함께 회의실에 침중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북리봉공도 마교의 빈집털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가?”

“네, 방금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닌 듯 합니다.”

북리준의 말에 천무맹주, 사황련주, 두 군사가 서로를 쳐다 보았다.

“쿨럭... 다른 무슨 문제라도...”

“방금 자금성에서 나왔는데 황제가 마교의 천마를 자금성으로 정식 초청 한다고 합니다.”

“초청? 천마를?”

사황련주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자 왕군사가 북리준을 바라 보았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부탁 드리오.”

“유공공과 금대인이 긴급히 입궁을 해달라는 전언을 듣고 자금성에 들었습니다. 황제가 신교에 대해 알고 싶다며 신교의 교주인 천마를 초청해서 강론을 듣겠다는 것입니다.”

“허허, 황제가 드디어 미쳐 가는가 보군.”

천무맹주가 황제의 갑작스런 변심으로 사면초가의 입장에 처해 있는데 거기다 천마를 자금성으로 초빙 한다는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뜬금없이 무슨 강론?”

사황련주의 말에 북리준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신교의 교리를 들어 보고 청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청나라의 국교로 삼겠다고 했답니다.”

“이런 미친.... 마교를 청조의 국교로 삼겠다고?”

남궁휘가 하도 어이없는 이야기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황태자와 황후, 황태자 비까지 나서 말렸으나 요지부동이라고 합니다.”

“황제가 정상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겠군요...”

왕군사의 말에 북리준이 고개를 내저었다.

“유공공과 금대인, 황태자의 말에 의하면 지극히 정상이라고 합니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눈빛이 혼탁해진 것도 아니고 황제가 평소와 다름 없이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피력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하루아침에 그리 변한단 말인가...”

천무맹주의 탄식에 왕석산이 북리준을 바라 보았다.

“북리봉공! 천무맹주님과 사황련주님을 자금성에 들여 보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동창의 영반과 금의위장을 만날 수 있게 다리를 놓아 주시지요.”

“왕군사님이 말씀 하신 일은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현 상황에서 큰 도움을 기대 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저와 검패는 자금성에 머물며 황제의 동향을 수시로 살펴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천마가 자금성에 들어올 때 되도록 자리에 배석 할 수 있게 힘을 써 보겠습니다.”

****

“내일 이라고?”

“네, 내일 천마와 마교.. 아니 신교의 신녀가 함께 입궁 한다고 합니다.”

유공공과 금대인이 술상을 사이에 두고 연신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어의는 뭐라 하는가?”

“더 이상 건강해 지실 수 없다고 하더이다. 이지가 또렷하시고 몸의 상태도 최상이라고 합니다.”

금대인이 다시 술잔을 채워 들이켰다.

“천무맹주와 사황련주도 입궁하라 일러 두었는가?”

“휴우... 황상께서 마교, 아니 신교와 정사무림맹의 화해를 권고 하시겠다고 하시니 어찌 말리겠습니까? 내일 입궁 할 것입니다.”

그 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유검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부님! 북리어사와 소자이옵니다.”

“들어오너라.”

유공공과 금대인이 힘없이 술잔을 들이키고 있는 모습을 보며 북리준과 유검패가 자리를 잡았다.

“내일 신교의 교주가 입궁 할 때 북리어사는 우리와 함께 그 자를 맞이하세나.”

“이게 무슨 낮도깨비 놀음인지.... 어찌 하루 아침에 저리 변하실 수 있으신지요?”

금대인의 말에 북리준이 침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황상의 의지 대로 마교 교주가 분란을 멈추어 준다면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그래도 북리어사는 참으로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보는 구만.”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돌이킬 수 없다면 좋은 면을 보려고 노력할 뿐이지요.”

금대인의 말에 북리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잔을 비웠다.

“어찌 되었건 오늘은 검패와 함께 이 곳에 머물고 내일 천마라는 자를 만나보세.”

날이 밝아 황제의 명으로 신교의 교주가 들어서는 자금성의 정문인 오문에 붉은색 비단이 깔려 있었고 형형색색의 종이로 만든 꽃들이 곳곳에 걸려 마치 축제를 연상케 했다.

“이게 무슨 지랄인지....”

사황련주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투덜거리자 천무맹주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말을 삼가셔야 하오. 괜히 황제의 비위를 잘 못 거스르다 좋은 꼴을 못 볼 수도 있소이다.”

그 때 저 멀리 황제의 친위대가 희디흰 말 두 마리가 끄는 화려한 마차를 호위하며 오문으로 다가 서고 있었다.

“저기 오는가 봅니다. 천마라는 작자가...”

천무맹주의 말에 사황련주가 눈을 들어 무개마차에 타고 있는 신교의 사제 복장을 한 인물을 본 순간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저, 저 악마가...”

“무슨 일이오?”

사황련주가 후둘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며 겨우 일어서 손가락을 들어 마차에 앉은 인물을 가리켰다.

“저, 저자요. 내가 이야기 했던 악마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마차 위에 인물을 확인한 천무맹주가 경악스런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나, 남해검문주?”

< 139. 초청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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