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 유인 >
“천산파를 중심으로 한 광동성 중소문파들의 소행이라고 합니다.”
“크크큭, 역시 천산파가 끼어 있구나...”
흑풍단주가 사대 호법에게 신교 광동지부의 문을 닫게 한 자들에 대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지금 갈까?”
광마의 말에 전마가 화주잔을 집어 들었다.
“오늘 이 세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을 즐기게 해 주자고....케케케!”
“그 아해 이름이 뭐라고 했지?”
흉마가 킬킬 거리는 전마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북리 뭐라 했던 것 같은데....?”
“일단 북리 아, 그 놈부터 잡아 찢어 죽이고 이 곳을 이 지경으로 만든 놈들을 뿌리부터 캐내 씨를 말리자구....”
혈마의 말에 나머지 세 호법이 서로를 바라 보며 낄낄 거리기 시작했다.
****
“마교 광동지부에 마교도들이 들어 갔다고 합니다.”
천산파에 도착한 마교 광동지부의 감시를 맡았던 태천문 소속 무인이 입을 열었다.
“몇이나 되더냐?”
태천문 섭문주의 말에 자신의 문주에게 대답을 했다.
“약 이백 정도 되어 보였습니다.”
“고작?”
막대광이 이백 정도 인원이라는 말에 코웃음을 쳤다.
“일반 마교도들이 아닐 것입니다. 마교의 정예라 봐야 할 것입니다.”
북리준의 말에 도경명이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는 어떠했습니까?”
“선두에 네 명의 노마두들이 섰는데 처음 보는 자들이었습니다.”
“네 명의 노마두라....”
독고우가 중얼거리며 자신이 부딪쳤던 마교도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도무지 모르겠군.”
“어떤 놈들이건 허리를 작신 부러뜨려 버리면 되지 뭘 생각해?”
막대광이 호기롭게 소리를 치고는 잔을 비우고 태천문의 문도가 물러가고 난 후 다시 회합이 진행되었다.
“마교광동지부 근처에 세작 서넛을 파견해 두었으니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우리에게 기별을 할 것입니다.”
흑천각주인 혈전갈 소벽의 말에 중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내일 아침에는 이 곳으로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리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섭노야께서는 중소문파의 정예를 정비해 주시지요.”
“알겠습니다. 흑천각주와 함께 지금부터 준비를 하겠습니다.”
태천문 섭노야와 소각주가 방을 나서고 난 후 도경명이 제갈청하에게 시선을 던졌다.
“제갈군사님, 저희 쪽 마교와의 전쟁에 가용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요?”
“저희 천산파의 무인들이 오백이고 광동 중소문파의 정예 사백으로 총 구백의 무인들이 전투에 임할 수 있습니다.”
“구백 대 이백이라... 해 볼만 하구만!”
“이 무식한 놈아, 무림인의 싸움이 머릿수로 판가름 나더냐? 고수의 숫자가 중요한 거지.”
독고우의 말에 막대광이 히죽 웃음을 지었다.
“우리도 고수 많잖아. 너, 나, 북리봉공, 곤오, 네 놈 아들, 도문주, 교교....”
“넌 네 입으로 네가 고수라고 하고 싶냐?”
“하수는 아니잖아?”
“독고숙부님의 말씀대로 긴장해서 나쁠 것은 없을 듯 합니다. 내일 전투를 준비 하도록 하지요.”
****
“옵니다!”
흑천각 소속의 세작이 숨을 헐떡 거리며 천산파와 중소문파의 정예들이 진을 치고 있던 너른 평야를 가로질러 왔다.
“얼마나 걸리겠느냐?”
혈전간 소벽의 말에 수하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무슨 유람 하듯이 느긋한 걸음으로 약 한 시진 정도 걸릴 듯 합니다.”
“자신감의 표현인가 아니면 만용인가....?”
“부딪쳐 보면 알일을 뭘 고민해?”
막대광이 자신의 묵룡도를 붕붕 돌리며 몸을 풀었다.
“청하야!”
북리준의 부름에 제갈청하가 자신의 비도를 챙기며 고개를 들었다.
“말해.”
“어제 네게 말했듯이 천산파와 중소문파의 무인들을 삼방미환진의 진법에 따라 운용을 해 줘. 이백의 마교도들이 무위가 높아도 진법에 따라 움직이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거야.”
“알겠어. 너는?”
“마교도를 이끌고 온 수장을 상대해야지. 머리를 끊어내면 몸통이 흔들릴테니까...”
옛 해남검파의 본진이 위치해 있던 곳 정문 앞 너른 평야에 구백여명의 천산파와 중소문파의 무인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전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온다!”
누군가의 외침에 너른 평야 저 끝에 약 이백여명의 마교도들이 거침없이 평야를 가로질러 군웅들의 앞에 섰다.
“클클클. 뭐 이리 줄을 서서 죽으려고 하누?”
혈마가 자신들의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무인들을 보며 킬킬 거렸다.
“우리가 손 쓰기 좋게 하려고 애를 썼네.”
“아이고 무셔라.... 제법 군기가 잡혀있네.”
“어차피 그냥 서 있는 시체들인데, 크크크!”
혈마, 전마, 광마, 흉마가 앞으로 나서며 한 마디씩 내뱉었다.
“거기에 북리 뭐시기 하는 아해가 있다면 앞으로 나서거라.”
전마의 말에 북리준이 호기롭게 앞으로 나섰다.
“나를 찾았소?”
“호오... 제법 손 맛이 나겠는걸?”
광마가 붉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햝으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은 누구기에 나를 아는 척 하시오?”
“우리? 그냥 사대호법... 그리고 넌 주군의 명으로 여기 있는 사람이 다 살아도 죽일 거야.”
광마가 히히덕 거리며 번들거리는 눈으로 북리준을 쏘아 보았다.
“광마가 손 보거라. 나머지 떨거지들은 우리가 알아서 할터이니.”
광기에 번들거리는 눈을 빛내던 광마가 땅을 박차고 북리준을 향해 붉고 푸르게 물든 양 권을 뻗어내었다.
‘따다다다당 따다당’
격중 되면 내부에서부터 썩어 나가는 음풍투심장을 향해 북리준의 일월신검이 쇳소리를 내며 광마의 양 팔을 두들겼다.
“이리 오너라!”
북리준의 일월신검이 자신의 팔을 두들겨 옴에도 거침없이 우수를 활짝 뻗어 북리준의 목젖을 뜯어왔다.
‘시이이이잉 사아아아앙’
“웃차!”
예상치 못하게 북리준의 양 팔에서 뿜어져 나온 일월혈륜이 자신의 목과 심장을 노려옴에 철판교의 신법으로 상체가 휙 뒤로 넘어갔다 다시 일으켜졌다.
“재미있는 장난감이로구나!”
북리준의 일월혈륜과 일월신검이 광마의 전신 요혈을 헤집기 위해 비행을 시작하고 살심이 동한 광마의 광기에 찬 눈이 더욱더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전마의 대도가 앞에 서 있는 천산파 무인들을 휩쓸기 위해 휘둘러질 때 그 도를 중간에 막아서는 묵빛 도가 있었다.
“좋은 도구나!”
전마가 자신의 앞을 막아선 우람한 체구의 늙은이를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묵룡도라 하느니라. 난 막가고.... 너 이름이 뭐냐?”
막대광이 묵룡도를 오른 어깨에 걸치고 히죽 웃음을 지었다.
“전마라고 한다. 네 놈을 보니 이 곳에서 심심하게 돌아 가지는 않겠구나.”
“머리는 놓고 가거라. 안 심심하게!”
막대광의 묵룡도에서 검푸른 도기가 흘러 넘치며 전마를 향해 날아 들고 전마의 거대한 도에 넘실거리는 마기가 묵룡도를 맞아 뻗어 나갔다.
‘콰아앙 쾅 콰쾅 쾅’
막대광의 묵룡도와 전마의 대도가 서로의 머리를 노리며 부딪칠 때 마다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크케케케케”
흉마의 양 손이 중소문파의 무인들의 심장과 목을 집요하게 물어 뜯으며 주위를 피바다로 만들어 가고 혈마의 혈수가 번득일때마다 어김없이 우군의 목숨이 하나 하나 져 나갔다.
“개진, 좌익퇴 우익 전진!”
오백여 천산파 무인들이 제갈청하의 지시에 의해 삼방미환진에 묘리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 쓸어버려라!”
흑풍단주의 명에 이백여명의 흑풍단원들이 거침없이 온 몸을 부딪쳐왔다.
“천산검진, 검진을 유지하라!”
왕일의 고함소리에 사인 일조의 천산검진이 삼방미환진의 거대한 움직임 안에서 용틀임을 시작했다.
“절대 일대일로 붙지 마라. 천산검진에 마교도 하나씩 대응하라.”
삼인의 검수가 삼재검진의 묘리에 따라 천산검결에 따른 검을 풀어 나가고 후미에 서 있던 창수가 강철창을 세 검수의 춤사위에 맞추어 적의 심장에 박아 넣었다.
“중로 출, 우익 퇴!”
일당백이라 자부하는 흑풍단의 마교도들이 삼방미환진과 천산검진의 조합에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썩어빠질....”
기괴한 몰골의 흉마가 시커멓게 변한 흑수로 천산파의 무인을 터뜨리려 할 때 영롱한 검신이 불쑥 튀어 나와 흉마의 목을 노리고 날아 들었다.
“이런 어린 계집이...”
도교교의 조화신검에 자칫 목을 베일 뻔 했던 흉마가 콧김을 내뿜으며 도교교에게 달려 들었다.
‘채애앵 채챙’
어느새 자신을 노리고 날아든 비도 세 자루를 쳐낸 흉마가 저 위 연단 위에서 진을 지휘 하던 계집이 날린 비도 임을 알고 땅을 박차려는 순간 자신의 앞 공간이 갈라지며 사이한 기운을 품은 두 자루의 삭도가 가슴을 헤집으려 날아 들었다.
“이, 이런 개 썅!”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합공에 손발이 어지러워진 흉마가 쌍욕을 내뱉으며 자신의 손발을 발라내려 기쾌하게 움직이는 곤오의 두 삭도를 뭉클거리는 마기가 가득한 양 손으로 때려내었다.
“으음.... 전체적으로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네.”
독고우가 달려드는 흑풍단원에게 우수를 떨쳐내자 이마에 비도 손잡이만 남기고 뒤로 넘어갔다.
“적도들의 무위가 예상외로 높습니다. 특히 저 네 노마두가 문제네요...”
도경명이 어두운 표정으로 달려드는 마교도들에게 검을 내질렀다.
“크하하하하! 참으로 신이 나는 구나.”
광마가 광소를 터뜨리며 북리준의 일월신검과 혈륜을 걷어내자 훌쩍 북리준의 신형이 뒤로 물러섰다.
‘한 놈만 먼저 잡자!’
전체 전황이 불리하게 흘러 가는 모습에 북리준이 침중한 표정으로 일월신검을 들어 올렸다.
“오, 그래! 이제 장난은 그만 하자꾸나.”
광마가 자신의 두 팔에 있는 대로 내기를 불어 넣자 검은 불길이 양 팔을 휘감고 자신의 최고 절초인 광마멸혼권을 떨쳐 내었다.
‘신검의 앞에 선 그 무엇도 멸하고 끊어냄이니 궁극에는 무이니라!’
마사히로를 재로 화해 날려 버린 무극멸절의 거대한 힘이 날아 오는 광마멸혼권을 향해 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이, 이게.....”
자신의 전 내공을 쏟아 부어낸 광마멸혼권의 권강이 북리준의 무극멸절의 검강의 거대한 물결에 소멸되어 버리고 그 여파가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느낌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며, 명불 허전....크크크!”
천천히 우수를 들어 엄지를 세운 광마의 손이 ‘푸스스스스’ 바람에 날려 재로 화해가더니 종국에는 전신이 한줌 먼지로 날려 사라졌다.
“이런.... 광마야!”
막대광이 내려치는 묵룡도를 힘껏 걷어낸 전마가 고함을 지르며 북리준에게 달려 들었다.
“저 새끼를 갈아 마셔버릴꺼야!”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광마가 북리준의 검에 고혼이 되어 버리자 혈마가 불타 오르는 두 혈수를 앞세워 신형을 날렸다.
“허허, 광마야.... 곧 네 놈의 수발 들 놈을 보내 주마.”
흉마가 자신의 기괴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무겁게 북리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래, 이거야!’
북리준이 자신과 맞붙었던 광마를 지우자 세 노마가 자신을 향해 달려 오는 것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여기는 비좁으니 너른 곳에서 놀아보자꾸나!”
북리준이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솟아 오르자 전마, 혈마, 흉마가 이를 갈며 그 뒤를 쫓아 신형을 날렸다.
‘독고숙부님! 제가 다녀 올 동안 이 곳을 부탁 합니다. 세 노마가 빠지면 정리하기가 한결 수월 할 것입니다.’
북리준이 전음을 남기고 저 멀리 한 점으로 화해 사라지자 막대광과 도교교, 제갈청하가 그 뒤를 따르려는 찰나 독고우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이 곳을 부탁 하고 세 노마를 유인 하겠다고 전음을 남겼다. 최대한 빨리 이 곳을 정리하고 북리봉공을 따라야 한다. 북리봉공의 무위라면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음이야.”
독고우의 말에 막대광이 ‘크아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도강이 둘린 묵룡도로 흑풍단원들을 베어 나갔다.
‘최대한 빨리 도우러 가겠네...’
독고우가 북리준과 세 노마가 사라진 방향을 일별하고는 자신의 용영검을 들고 신형을 녹여 나갔다.
< 143. 유인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