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46화 (146/167)

< 146. 환골탈태 >

천산쌍괴의 진원지기로 만들어진 원기옥을 삼키자 화와 수의 엄청난 기운이 온 몸을 헤집으며 용틀임을 시작했다.

“크으윽”

천산쌍괴가 창안한 건곤무극심공을 운용하여 온 몸의 혈맥을 찢어 발길 듯한 광폭한 기운을 심법에 따라 일주천, 이주천..... 끊임 없이 비어버린 혈맥과 단전에 녹이고 녹이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 고오오오오오오’

원기옥을 삼키고 난 후 사흘 낮밤을 수시로 불의 기운이 때로는 물의 기운이 북리준을 잠식할 때 금아의 등이 뜨거워 지고 차가워 지기를 반복하며 북리준의 몸에서 뿜어지는 열기와 냉기를 다스려 주었다.

‘치이이이이익’

북리준의 전신에서 줄줄이 흘러나오는 땀에 고약한 냄새가 그득한 노폐물이 뜨거워진 금아의 등껍질에 닿아 증발하고 몸 속에 쌓인 독소들이 켜켜이 싸인 북리준의 전신에서 ‘쩌저저저적’ 무엇인가 갈라지고 터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우지지직 우직 뿌드드득’

북리준의 전신에서 뼈가 부러지고 뒤틀리며 최상의 골격으로 변화가 시작 되고 잠시 후 ‘쩌저적’ 북리준의 전신 피부에 실금이 가기 시작 하더니 ‘후두두둑’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옛 껍질을 벗듯 옛 피부가 땅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꾸오오오오”

금아가 자신의 친우의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돌아 보며 기쁨의 울음을 터뜨렸다.

북리준의 양 팔목에 차여 있던 일월수갑이 찬란한 빛과 함께 스러져가고 그 안에 있던 일륜과 월륜이 환골탈태한 북리준의 양팔에 스며들어갔다.

원기옥의 열기와 냉기에 의해 바스러져 버린 옷 조각과 떨어져 내린 피부 조각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북리준의 눈에 번쩍 뜨여졌다.

“후우우우!”

긴 한숨과 함께 정광 어린 눈으로 주위를 살피던 북리준이 지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 보는 금아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수고가 많았다. 너도 나도 일단 씻어야 겠구나.”

자신의 몸에서 흘러내린 독소와 피부조각, 옷 부스러기 등으로 더럽힐 대로 더러워진 금아의 등껍질을 바다에 같이 들어가 세심하게 닦아 주었다.

“금아야, 이제 너도 쉬러 가려무나. 난 당분간 이 곳을 떠나지 않으니까 충분히 쉬고 와.”

북리준의 말에 금아가 고개를 주억 거리더니 바다로 돌아갔다.

예전 만들어 두었던 수어피를 입은 북리준이 쌍괴의 무덤으로 가 정성스럽게 절을 올렸다.

“두 분 쌍괴님의 업을 해소 하기 위한 첫 번째 안배는 완성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두 번째 안배인 남해무극칠절과 일월천뢰륜법을 조화시키신 건곤무극검륜삼절을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이 곳에 처음으로 들어와 천괴의 무극칠절과 지괴의 천뢰륜법을 수련하던 거대한 동공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북리준이 자신의 몸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삼갑자의 정순한 내공이 자리를 잡았다. 천괴님의 무극칠절을 무리 없이 극성 까지 펼칠 수가 있게 되었다.’

남해무극칠절인 단섬, 낙영, 뇌격, 광룡, 만파, 멸절, 무극의 칠초식을 심상으로 구현해 펼쳐 보았다.

눈을 뜬 북리준의 자신의 양팔을 슬쩍 들어 올리자 소리 없이 자신의 손 위에 떠오른 맑디 맑은 백색과 흑색의 일월혈륜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삼갑자의 내공으로 일월혈륜과의 완벽한 교류가 가능해졌다. 지금껏 단 한번도 펼쳐 보지 못한 일월파황도 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지괴의 일원천뢰륜법 중 일월단혼과 일월파천까지는 시전이 가능 하였으나 일월수갑과 천잠사에 매인 일월혈륜으로는 시전이 불가능 했던 일월파황도 펼칠 수 있게 됨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이 곳에서 시전했다가는 쌍괴동이 무너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지.”

삼갑자를 훌쩍 넘는 내공을 삼주천하여 쌓인 피로를 풀고 나자 어느새 금아가 자신에게 줄 해산물을 입에 물고 나타났다.

“조금 더 쉬고 오라니까....”

“꾸오오오오!”

“알았어. 내가 무공 수련을 하는 동안 틈틈이 쉬도록 해.”

북리준이 금아가 물고 온 삼목빙어를 입에 넣고 씹어 삼키자 금아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 곳에 다시 온 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구나. 천산파와 친우들은 무탈한지....”

낮과 밤이 바뀌기를 수십번이 지난 후 북리준이 다시 서서히 내리쬐는 햇빛을 보며 중얼거렸다.

“금아야, 오늘 이 곳을 떠나려고 해. 두 분 스승님이 남기신 건곤무극검륜삼절은 오성 정도 익혔는데 이 곳에서는 마음껏 무공을 펼칠 수가 없기에 세 번째 안배를 찾아 나서며 무공을 완성하려고 한다.”

북리준의 말에 금아가 고개를 주억거리고 잠시 후 금아와 함께 천산쌍괴의 무덤에 무릎을 꿇었다.

“이제 다시 세상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천괴님의 말씀대로 성공과 실패를 마음에 두지 않고 제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저 하늘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

쌍괴의 무덤에 절을 올린 북리준이 일월신검과 야명주 두 알을 챙겨들고는 금아의 등에 올랐다.

“금아야, 스승님들의 마지막 안배로 안내해 줘.”

“꾸오오오오!”

****

“벌써 육개월이 훌쩍 넘었네요....”

제갈청하가 도교교와 함께 자그마한 소반에 소채 몇 가지를 놓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꼭 돌아오실 거야. 우리 희망을 버리지 말자.”

“알아요.... 그런데.... 자꾸 비관적인 생각이...”

“제갈동생! 세상 사람들이 상공을 다 포기 해도 우리는 포기하면 안돼....”

두 사람이 슬픈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지켜 보던 도문주과 독고우, 막대광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육개월 만에 마교 천하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황제가 미쳐 돌아가니 이런 일이 가능한 거지.”

도문주의 한탄에 독고우가 쓴 화주를 들어 삼켰다.

“마교 지부 외에 구대문파, 오대세가, 사황팔문 등 대문파들을 강제로 봉문 시키고 이를 따르지 않는 문파는 피로 씻고 불태워 버리니 벌써 삼할 정도의 문파가 멸문 당했다는군.”

“곤륜과 공동, 화산이 피로 씻겨 나가고 무당과 소림에는 마교도들이 태상황의 명으로 해검지와 산문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새 다가온 유검패가 곁을 내어주는 막대광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태상황? 허, 지랄 같은.....”

삼개월 전 황제의 칙명으로 황사로 있던 천마가 태상황이라는 전무후무한 직책을 만들어 황제 위에 군림을 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막대광이 욕지기를 내뱉었다.

“천무맹과 사황련 측은 어떠한가?”

도문주의 물음에 유검패가 한숨을 내쉬었다.

“천무맹주와 사황련주가 구심점이 되어 중원 산야로 흩어져 마교의 지부들을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실제 타격을 미미합니다.”

북리준이 실종되고 난 후 마교의 습격을 예상한 도문주의 의견으로 천산으로 돌아온 일행들 중에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끼어 있었다.

“오셨는가?”

팽무강, 하후상, 모용민, 언철진 등이 천산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까지 꼬리가 달라 붙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네 명의 친우가 객잔 안으로 들어서자 제갈청하가 일어나 친우들이 앉은 자리에 합석했다.

“고집 피우지 말고 돌아가라니까...”

“미친년! 그러는 네 년이나 돌아가.”

하후상이 콧김을 내뿜으며 잔을 비웠다.

“각 자 세가에서 복귀령이 내렸지만 거부한 것은 순전히 우리의 뜻이야.”

팽무강이 처연한 표정으로 잔을 들었다.

“킁, 복귀하면? 봉문하고 난 후 마교놈들이 시키는 대로 다 하라고? 죽으라면 죽어야 되는거야?”

제갈세가, 하후세가, 하북팽가, 모용세가, 진주언가 등이 마교의 명에 굴복하여 전 세가원들에게 복귀령을 내리고 봉문을 선포 한지 삼개월이 다 되어갔다.

“난 숙부님이 함께 계시잖아? 어느 정도 세가에서 감안해 줄 거야.”

제갈신산도 청하와 함께 가문 복귀령을 무시하고 천산에 와 천산파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후우, 그 곳에 두고 온 중소문파 장문들의 눈빛이 계속 어른 거립니다.”

자신들이 천산으로 돌아간다는 말에 꼬옥 다시 돌아와 달라는 눈빛으로 작별을 한 태천문의 섭노야과 흑천각의 소각주의 얼굴이 눈에 아른 거렸다.

“우리가 힘이 없음이야..... 힘이 없으니 이리 쫓겨 들어오는 것이고....”

독고우의 중얼거림에 객잔의 분위기가 더욱 가라 앉았다.

“자자, 북리봉공이 돌아 왔을 때 이런 모습을 보면 실망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북리봉공이 이 곳에 돌아와 우리와 함께 화려하게 비상을 하려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지요.”

마른세수를 한 도문주가 일부러 힘을 준 목소리로 좌중의 인물들에게 힘을 북돋었다.

“그래, 준이가 오면 마교 놈들을 닥치는 대로 없애버리자구.”

하후상의 말에 팽무강과 모용민, 언철진 등이 힘없이 웃음을 지었다.

‘사람 같지 않은 무공을 지닌 천마를 과연 준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단신으로 소림에 올라 반나절만에 북두소림을 봉문시켜 버린 천마의 무위가 떠오르자 팽무강이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지웠다.

‘일수에 백팔나한진이 깨어져 나가고 본전 앞에 소림무승들이 권법을 수련하던 상석과 역대 고승들의 묘와 석탑이 숲의 나무처럼 서 있던 탑림이 천마의 일권 일각에 깨어져 나갔다.... 휴우, 준이를 기다리는 것은 좋은데....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지....’

모용민이 힘없이 실소를 지으며 쉴 새 없이 잔을 비웠다.

****

자금성 내 태상황이 기거하는 궁전 안!

태상황이 된 천마가 저 위 태사의에 삐뚜름이 앉아 있고 그 아래 광명좌우사, 신교 신녀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대 호법이 결국 돌아 오지 못했다?”

“천마님의 명으로 광동으로 천산파를 지우러 내려갔던 흑풍단주의 말로는 사대호법 중 광마의 죽음은 목도 하였으나 나머지 혈마, 흉마, 광마는 북리준이라는 자를 쫓아 간 것만 보았다고 합니다.”

광명우사의 말에 백무흔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 놈, 북리준이라는 놈의 생사는?”

“광동에 내려가 수소문한 결과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본론만....”

백무흔의 말에 광명우사가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는 말을 이어갔다.

“세 호법과 그 북리준이라는 자가 동귀어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세 놈과 동귀어진? 그럼 죽었다는 말이네. 쯧쯧쯧, 나름 신경 써서 호법의 위까지 올려 주었더니 그런 개죽음을 당해? 병신새끼들이로고...”

백무흔이 마음이 안든다는 표정으로 옆에 놓인 술잔을 들어 삼켰다.

“무림의 상황은?”

“현재 구대문파, 오대세가, 사황팔문 등의 대문파들 중 저희 신교에 반항하는 문파들을 몇몇 본보기로 멸문 시킨 후 스스로 봉문을 선언하고는 빗장을 걸어 잠근 상태입니다.”

광명좌사의 말을 급히 우사가 받아 이어갔다.

“천마께서 명하신 무림말살지계는 앞으로 육개월 후 진행될 예정이옵니다.”

“명실공히 무림과 황실을 아울러 천상천하 유아독존 하실 천마님의 앞길을 미리 축하 드리옵니다.”

신녀 신교의 말에 백무흔이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천년! 신교의 나라에 신교의 교도만이 넘쳐나는 나라를 건설할 것이다. 크하하하하!”

“천마시여, 영생 하소서!”

광명우사와 신녀, 광명좌사가 오체복지 할 때 감격에 겨운 우사와 신녀의 표정과 달리 아무런 표정 없이 엎드린 좌사가 생각을 했다.

‘과연 이게 맞는 길인지....’

< 146. 환골탈태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