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 모이는 초인들 >
“그 쪽은 검?”
“검도 쓰고 륜도 쓰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정말 화를 낼 것이오.”
관자룡의 말에 북리준이 웃음을 지었다.
“시작하지요.”
공야무가 공터 저 편으로 물러나고 중앙에 관자룡과 북리준이 서로를 바라 보았다.
“가오!”
관자룡이 두 손을 모으고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세워 수인을 맺자 등에 부채꼴 모양으로 꽂혀 있던 단창이 순식간에 북리준의 전신을 꿰뚫기 위해 창집을 뛰쳐 나왔다.
어떤 창은 직선으로 어떤 것은 곡선으로 다른 놈은 그 한 가운데를 서로 다른 간격으로 공중을 수 놓으며 달려 들자 어느새 뽑힌 북리준의 일월신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차차창 차창 콰드드드드득’
일월신검에 튕겨져 나간 단창들이 어느새 공중에서 용틀임을 한 후 재차 북리준의 전신을 헤집기 위해 날아드는 모습에 공야무가 탄성을 질렀다.
“이기어창....”
“흥!”
자신의 기로 제어 하는 세 자루의 단창을 어려움없이 튕겨내는 북리준의 모습에 수인을 맺은 손을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쐐애애애액 쐐애애액’
순간 속력이 배가된 단창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날아들고 이에 북리준의 손에서 떠오른 일월쌍륜이 비행을 시작했다.
‘콰차차차창 차차창 차차차창’
관자룡이 날리는 세 개의 단창과 북리준의 일월신검과 일월쌍륜이 허공에서 부딪는 소리가 거대한 공터를 뒤흔들었다.
“쳇, 만만치 않군.”
관자룡이 손에 맺은 수인을 변화시켜 자신의 앞으로 당기자 공중을 수 놓으며 북리준을 가르기 위해 애를 쓰던 세 자루의 단창이 관자룡의 앞으로 날아와 둥실 떠 있었다.
“직접 손을 쓰게 만드는군.”
관자룡이 손을 뻗어 자신의 주위를 유영하고 있던 단창을 잡아 ‘끼릭 끼리릭’ 끼워 내더니 거대한 장창을 만들어 두 손에 감아 쥐었다.
“장난은 여기까지 하지.”
“이기어창이 장난이라.... 기대 되는군!”
북리준의 주위를 일정한 궤도로 떠 다니는 일월쌍륜을 일별한 후 ‘후욱’ 관자룡의 신형이 사라졌다.
‘까아앙 까앙 까가가가각 까아앙’
순식간에 공간을 압축한 관자룡의 장창이 북리준의 머리를 터뜨리려 날아 들고 북리준의 두 발이 기이한 보법을 밟으며 고개짓 만으로 창을 흘려 보내고 어느새 날아온 일월쌍륜이 관자룡의 머리와 심장을 노리고 달려 들자 장창이 일순 회전을 일으키며 쌍륜을 쳐내었다.
이어 거대한 몽둥이로 변한 강기를 머금은 장창이 북리준의 허리를 끊어내기 위해 횡으로 휘둘러 지고 일월신검이 우유빛 검기를 머금은 채 맞이해 나갔다.
‘콰아아아앙’
공터 주위의 절벽이 움찔 거릴 정도의 굉음이 터져 나오고 북리준과 관자룡이 훌쩍 뒤로 몸을 날렸다.
“내 창을 제대로 받아내는 자는 선사님을 제외하고는 처음 보는군. 그럼 이 마지막 초식을 받아 낸다면 패배를 자인 하겠다.”
관자룡이 자신의 삼성묵룡창을 두 손으로 받쳐들고 전신의 내기를 돌려 창두로 미려한 환을 만들어 내었다.
“창환이구나!”
공터 옆에서 싸움을 관전 하던 공야무가 탄성을 내질렀다.
“차하앗, 가랏!”
관자룡의 삼성묵룡창이 그려낸 창환 다섯이 떨쳐낸 창신의 명으로 쏜살같이 북리준의 전신을 짓이기기위해 쏘아져갔다.
‘일월의 어우러짐이 극에 달하면 하늘이 깨어짐이라!’
북리준의 주위를 유영하던 일월쌍륜이 지괴의 일월천뢰륜법 중 일월파천의 법식에 따라 맹렬히 서로를 희롱하며 다섯 개의 창환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수우우우욱’
두 개의 거대한 기운이 부딪은 순간 공간이 압축되며 일그러지더니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그 공간이 깨어져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앙 콰콰쾅’
거대한 공터 내 자욱하게 피어 오른 먼지를 공야무가 손을 내저어 시야를 확보 하려는 순간 뒤에서 공야휘가 뛰어 왔다.
“형님이 싸워?”
“그렇단다. 끝난 듯 하구나.”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가 점차 가라앉자 공터 중앙에 천신 같이 우뚝 서 있는 북리준을 향해 공야휘가 손을 흔들었다.
“형님아!”
“쿨럭 쿨럭....으으윽”
우뚝 서 있는 북리준의 반대편 절벽에 사정없이 처박혀 있던 관자룡이 한 모금의 피를 토하고는 절벽에서 신형을 빼내었다.
“으이구 삭신이야.... 이게 얼마만에 남한테 얻어 터져 보는 거냐.... 어이, 그 무공 외에 더한 것이 남았나?”
삼성묵룡창을 분리하여 창집에 꽂아 넣은 관자룡이 터덜 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한 다섯 개 정도...?”
“인정 안 할 수가 없구만.”
관자룡이 북리준의 이장 정도 앞에 서 더니 털썩 한쪽 무릎을 꿇고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천운뇌격창 관자룡! 주군을 뵙소이다.”
정중하게 포권을 취한 채 고개를 숙인 관자룡을 향해 북리준이 미소를 지었다.
“일어서세요. 술이나 한잔 하시지요.”
“감사합니다.”
공야무와 공야휘가 함께 서 있는 북리준과 관자룡에게 다가왔다.
“형님아, 또 이겼네!”
“그럼, 휘아의 형님이 지면 안되지. 여기는 제 의동생인 공야휘라 합니다.”
“공야소협, 반갑소! 관자룡이라 하오.”
“나 소협 아니야. 공야휘야, 이 바보야!”
“일단 자리를 옮기시지요. 새로운 분이 합류 하셨는데 술이 빠질 수가 없지요.”
공야무의 말에 공야휘가 헤벌죽 웃음을 지었다.
“나 술 좋아해. 특히 형님이랑 먹는 술은 제일 맛있어.”
“내상은....”
공야무의 말에 관자룡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가볍습니다. 고작 피 한 모금 토한 것인데요. 하루밤만 자면 낫습니다.”
그 때 북리준이 자신의 소매를 끌어 당기는 공야휘를 잠시 잡고는 고개를 들어 저 편 절벽위로 시선을 던졌다.
“구경 잘 하셨으면 술이나 한잔 하시지요.”
“어? 저기 누가 있네?”
공야휘가 자신의 형님이 쳐다 보는 곳을 바라 보자 절벽 위에 표표히 서 있던 짧은 팔소매와 반바지 사이로 드러난 우람한 근육이 인상적인 사내가 신형을 날렸다.
‘쿠우웅’
흙먼지를 일으키며 절벽 밑으로 단숨에 떨어져 내린 거한의 등 뒤에 거대한 부 두 자루가 엇매어져 있었다.
“하하하, 아주 재미있는 구경을 했소이다.”
공야휘의 거의 두 배는 됨직한 거대한 체구를 가진 거한의 우렁우렁한 목소리에 공야휘가 귀를 막았다.
“시끄럽네....”
“나도 한 발 걸치게 해 주시오. 물론 저 창수 같이 손을 한번 섞어 봐야겠지만...”
“북리준이라 합니다.”
“대라광천부 과천풍이오. 오늘은 술 한잔 하고 내일 내 부와 당신의 검을 대어 봅시다.”
“환영합니다. 난 현천금강 공야무라 하고 이 쪽은 내 제자인 금강묵현 공야휘라 합니다.”
“난 천운뇌격창 관자룡이오.”
“하하하, 반갑소이다.”
귀가 울리는 커다란 웃음소리에 공야휘가 다시 귀를 막고 인상을 썼다.
“시끄러운 아저씨네.”
다섯 사람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공야무의 모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에 북리준이 고개를 들었다.
“또 손님이 오신 듯 합니다.”
북리준을 제외한 네 사람이 아무리 기감을 넓혀도 자신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의 기척을 잡아 내지 못하며 서로를 쳐다 보았다.
“가 보시면 압니다.”
북리준이 웃음을 지으며 앞장을 서고 그 뒤를 나머지 네 사람이 고개를 갸웃 거리며 따랐다.
“아무도 없잖아?”
공야휘가 모옥 안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며 북리준의 앞에 섰다.
“그만 나서시지요!”
북리준의 고요한 말에 모옥 한 켠의 공간이 이지러지고 거대한 강철궁을 등에 매고 양 팔목에 기이한 모양의 단궁을 찬 준수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호오, 내 기척을 잡아내다니.... 과연 금제를 푼 귀인답군요.”
“은신술이 기가 막히는군. 난 과천풍이오.”
대라광천부 과천풍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 하며 앞으로 나섰다.
“거기 그만 멈추시오. 내 반경 삼장 안에 허락 없이 들어오면 머리에 살이 박힐거요.”
“그래? 한번 해 보던지?”
과천풍이 콧김을 내 뿜으며 발걸음을 내디디려 하자 북리준이 그 앞을 막아섰다.
“저녁 때가 다 되었으니 내일 날이 밝으면 손을 섞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는 북리준이라고 합니다.”
고요한 신색에 도무지 내력이 파악되지 않는 사내의 기도에 준수하게 생긴 궁사가 포권을 취했다.
“패력천강궁 냉유성이라 하오.”
“패력은 지랄! 그 비리 비리한 체격에 패력이 어디 있는데?”
“내 패력을 본 놈은 다 죽었다.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만 하거라.”
“그래, 지금 한 판 붙자. 네 놈의 살이 내 머리에 박힐지 내 부가 네 놈의 머리를 쪼갤지 한번 해 보자.”
으르렁 거리는 두 사람을 보며 공야무가 고개를 내저으며 부엌으로 들어 가고 북리준이 두 사람을 달래어 너른 마당에 돗자리를 폈다.
과천풍과 냉유성이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인 표정을 짓는 가운데 공야무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해조류와 생선, 밥 등이 차려진 맛깔 스런 상이 준비 되었다.
“갑자기 많은 손님이 오셔서 정신이 없군요. 난 공야무라 하고 이 곳 불곡비종의 종루지기였었소이다.”
불곡비종이 북리준의 일월쌍륜에 의해 파괴되어 졌기에 과거형을 쓴 공야무가 빙긋 웃음을 지었다.
“난 공야휘!”
“천운뇌격창 관자룡이오.”
“대라광천부 과천풍!”
“패력천강궁 냉유성이오.”
“자자, 먼 길을 오셨을텐데 오늘은 술 한잔 하시고 푹 쉬셨으면 합니다.”
공야무의 말에 새롭게 합류한 세 사람이 화주잔을 들었다.
“형님아! 다들 이름 앞에 별호가 있는데 형님은 없나?”
공야휘가 맛깔스럽게 화주잔을 비우고는 문득 생각 났다는 듯 물었다.
“해남검귀라고 무림 동도 들이 불러 주었다.”
“해남출신인가 보오.”
냉유성의 말에 북리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빈 술잔들을 채웠다.
“왜구들에게 부모를 잃고 왜구들을 죽이기 위한 살귀로 검을 처음 잡았습니다.”
북리준이 천천히 해남검단과 자신의 이야기를 술잔이 도는 중에 풀어 나갔다.
“허허, 굴곡이 많은 삶을 사셨구만.”
공야무가 한숨과 함께 왜구의 수장인 마사히로의 목숨을 끊어낸 이야기 까지 마쳤다.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그만 쉬시지요. 워낙 손님이 없던 곳이라 방이 누추합니다.”
공야무가 모옥 반대편에 있던 방 두 개를 급히 치우고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세 사람을 바라 보았다.
“방이 두 개 뿐이라...”
“난 상관없소.”
관자룡이 풀썩 웃음을 지으며 과천풍과 냉유성에게 시선을 주었다.
“난 저 비리비리한 놈과 같이 자기 싫어.”
“피차일반이다. 그 쪽 같이 살이 뒤룩 뒤룩찐 사람은 내 주위에 없다.”
“미친... 이게 살이 찐거냐? 이 우람한 근육들을 모욕하는 거야?”
“무식하게 근육만 키워서 뇌까지 근육이 된 모양이군. 나도 저 근육 돼지만 아니면 상관 없다.”
“돼에에쥐? 지금 나 보고 돼지라고 했는감?”
다시 험악해진 분위기에 공야무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북리준에게 도움을 청했다.
“두 사람은 내일 손을 섞으며 더 알아 가기로 합시다. 과대협이 체구가 크시니 방 하나를 쓰시고 냉대협과 관대협이 한 방을 쓰시지요.”
북리준의 교통정리에 서로 잡아 먹을 듯 흘겨 보던 냉유성과 과천풍이 자신의 방으로 찬바람을 일으키며 들어갔다.
“바보들 같아! 바보들이 맨날 싸우거든.”
공야휘의 말에 관자룡이 웃음을 지었다.
“공야소협의 말이 맞습니다, 하하하!”
“소협이 아니라고 이 바보야, 공, 야, 휘!”
< 149. 모이는 초인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