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50화 (150/167)

< 150. 모이는 초인들 2 >

“넌 못 이겨! 나를 이기고 나서 대들어.”

“근육돼지 정도는 가볍게 눌러 주마.”

날이 밝자 마자 대라광천부 과천풍과 패력천강궁 냉유성이 예의 공터에 마주 보고 섰다.

“내 화살에 미간이 꿰뚫리기 전에 항복 하시지?”

“그 전에 내 선풍쌍부에 대가리가 쪼개질 것이다.”

냉유성과 과천풍이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 보며 각자의 병기를 뽑아 들었다.

거대한 선풍쌍부를 양 손에 거머쥔 과천풍이 눈이 가늘게 떴다.

‘활은 거리를 안 주면 무용지물이지.....’

냉유성이 자신의 등에 걸머졌던 패력천강궁을 손에 쥐고 왼손을 등 뒤로 돌려 전통에 꽂힌 화살 한 대를 말아 쥐었다.

“둘 중 누가 다치기라도.....”

공야무의 걱정어린 말에 북리준이 빙긋 웃음을 지었다.

“서로 말만 저러는 것이지 진정한 살기는 없습니다. 누군가 위험해 지면 제가 개입 하겠습니다.”

“형님아는 나서지 마라. 내가 둘 다 혼내 줄꺼다.”

공야휘가 콧바람을 내뿜으며 자신의 가슴을 탕탕쳤다.

“맞구나. 휘아가 있었지!”

북리준이 공야휘의 어깨를 다독거리자 공야휘가 기분좋은 웃음을 지었다.

‘피이잉’

과천풍이 땅을 박차고 공간을 접어 오자 냉유성의 강궁에서 한 발 화살이 사라졌다.

‘까아앙’

어느새 달려들던 과천풍이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진 활을 찾다 급히 두 자루의 부로 전면을 막아갔다.

‘피융 피이이융 피융 피융’

냉유성이 느닷없이 공중을 향해 네 발의 화살을 날리는 찰나 과천풍의 선풍부가 냉유성의 허리를 갈라 왔다.

‘쿠아아앙’

두 손으로 말아쥔 패력천강궁으로 선풍부를 막아낸 냉유성의 팔목 바로 앞에 놓인 과천풍의 얼굴을 향해 단궁이 불을 뿜었다.

“이크”

급히 철판교의 신법으로 신형을 뒤로 누인 과천풍의 얼굴 한 치 위로 섬전시 두 발이 간발의 차로 날아 갔다.

“이런 썅!”

철판교로 급히 신형을 뒤로 눕힌 과천풍의 몸 위로 아까 공중으로 날려 보낸 화살이 각기 다른 간격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가가가가각’

뒤로 누운 상태로 양 발을 차 내어 급히 신형을 뒤로 빼낸 과천풍이 신형을 세우자 마자 다시 공중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냉유성의 얄미운 얼굴이 들어 왔다.

“놈!”

순식간에 땅을 박차고 기쾌한 속도로 내지르는 과천풍의 두 개의 부가 허무하게 공간을 갈랐다.

“신법 하나는 명불허전이구만.”

관자룡이 순식간에 지워졌다 나타나는 냉유성의 신법에 혀를 찼다.

냉유성의 사라져 버린 잔상을 베어낸 쌍부가 급히 과천풍의 등 뒤를 막아 나갔다.

‘까앙 깡’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움직이며 살을 당겨내는 냉유성의 신법과 무시로 자신의 정수리를 노리고 떨어져 내리는 화살에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과천풍의 부가 맹렬히 회전을 일으켰다.

“오냐, 언제까지 도망가나 보자!”

‘뿌아아아아아앙’

과천풍의 선풍쌍부가 일으키는 거대한 회오리에 뒤에 서 있던 공야휘와 공야무, 관자룡의 신형이 휘청 거렸다.

“선풍이 아니라 광풍이로군.”

북리준이 거센 바람 앞에 미동 없이 뒷짐을 진 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거대한 선풍쌍부와 함께 몸을 회전시키는 부의회오리에 숨어 다니던 냉유성이 급히 천근추를 시전해서 몸을 바로 세웠다.

“근육돼지가 화가 났구나!”

“어디 또 도망 가 봐라.”

두 개의 쌍부가 일으킨 거대한 부의 회오리에 말린 바위과 절벽이 ‘푸스스스스’ 모래로 화해 날리자 냉유성이 패력천강궁을 살 없이 당겨 내었다.

‘적혼시!’

자신의 내기로 뽑아낸 붉은 강기의 화살을 강궁에 실어내고는 자신에게 맹렬히 다가 오는 회오리를 향해 활을 놓았다.

‘쿠아아아아앙 콰콰쾅’

냉유성의 강기로 만든 적혼시가 선풍쌍부가 만들어낸 대라광천의 기운에 정면으로 충돌하고 순간적으로 절벽이 무너져 내릴 듯한 굉음과 함께 공간이 터져 나갔다.

“콜록 콜록.... 씨이, 콜록.... 먼지....”

공야휘가 자신들을 감싸 안은 자욱한 먼지 사이로 손을 내저었다.

“무승부로군....”

절벽을 등지고 있던 냉유성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토혈을 하고 반대편에 있던 과천풍도 쿨럭 거리며 토해낸 피가 앞섶을 적셨다.

“그, 근육돼지가 제법이군....”

“비리 비리한 놈이.... 패력이라는 말을 쓸만하네....”

두 사람이 비틀 거리며 신형을 바로 세우고 서로에게 서서히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놈, 인정한다!”

“근육이 그리 쓸데없지만은 않구나. 나도 인정!”

두 사람이 웃음을 지으며 어깨 동무를 하고 북리준이 서 있는 곳으로 다가 왔다.

“귀인하고는 내일 붙어야 하나?”

“아서라! 어제 창 귀신하고 붙는 것을 봤는데 너랑 나랑 협공을 해도 안된다.”

과천풍이 고개를 절레 절레 저으며 웃음을 짓지 냉유성이 풀썩 웃음을 지었다.

“나랑 동수인 놈이 저리 인정 하니 나도 인정 해야지. 이제부터 주군이라 부르겠수.”

“나도 받아 주시오.”

과천풍과 냉유성이 포권을 취한 채 허리를 숙이자 북리준이 맞포권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환영합니다.”

“이 동네.... 꽤나 시끄럽군!”

공터가 내려다 보이는 오른편 절벽에 대도를 등에 맨 거한이 오만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 말에는 나도 동감해요!”

그 반대편 절벽에 희디흰 무복에 기이한 금빛 허리띠를 두른 면사녀가 입을 열었다.

“또 새로운 손님이군요.”

두 사람이 절벽에서 표표히 떨어져 내리고 천천히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누가 불곡비종을 울린 귀인이지?”

거대한 도를 비끄러맨 사내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본인이오.”

북리준이 앞으로 나서자 백색무복을 입은 면사녀가 웃음을 지었다.

“일단 인물은 합격!”

“무슨 소리냐?”

과천풍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 주군이 될 사람이 인물이 못나면 고민 스럽잖아? 인물은 합격이고 무공은 어떨지 봐야지.”

“두 떨거지들의 푸닥거리는 잘 봤으니 귀인은 우리와 손을 섞으면 되겠군.”

“두 떨거지?”

“푸닥거리?”

과천풍과 냉유성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쳐다 보다 선풍쌍부와 패력천강궁에 손을 가져갔다.

“내 부에 쪼개질 놈 이름이나 알자....”

“내 화살이 미간이 먼저 꿰뚫린 후에....”

“단혼절백도 단리목!”

“선풍금사편 나백상이에요.”

과천풍과 냉유성이 으르렁 거리는 앞에 북리준이 나섰다.

“두 사람은 쉬면서 구경 하세요.”

“나부터!”

“무슨 소리에요? 저 부터죠.”

단혼절백도 단리목과 선풍금사편 나백상이 서로 먼저 손을 섞겠다고 다투는 중에 북리준이 손을 들었다.

“둘 다 오세요. 빨리 끝내고 밥 먹으러 가시죠.”

“둘 다? 허허, 너무 광오하군.”

“내 말이.... 자신이 무신인 줄 아나 보네. 생긴 것은 멀쩡한데 정신이 좀....”

나백상이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머리 위에서 빙빙 돌렸다.

“밥 때가 되었으니 빨리 끝내겠습니다.”

북리준이 뒷짐을 진 채 공터 중앙으로 나서자 단리목과 나백상이 서로를 쳐다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죽으면 자유지 뭐....”

“맞아, 분명 자초한 일이니까 죽어도 할 말 없겠지.”

북리준이 서 있는 공터 중앙 오른편에 단리목이 왼편에 나백상이 자리를 잡았다.

“이봐요, 후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물러요.”

“나소저 말이 맞아. 죽으면 끝이라고...”

나백상과 단리목의 말에 북리준이 일월신검과 일월쌍륜을 불러 내었다.

“문답무용!”

“하아, 잘 생긴 아저씨 하나 저 세상으로 가네.”

“죽이지는 않을께. 뭐 팔다리 하나씩 가지고 사는 사람도 세상에는 많으니까....”

나백상이 자신의 허리에 두른 금사편을 오른손쥐자 탐스런 금빛 금사가 땅에 흘러 내리고 단리목이 자신의 절백도를 오른손에 감아 쥐고 왼팔 위에 도신을 올렸다.

세 사람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노려 보는 가운데 관자룡이 침을 꿀꺽 삼켰다.

‘휘류류류류륭’

세 사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류에 주위 공간이 일그러져가고 일순간 나백상의 금사편이 편강을 머금은 채 북리준을 두 조각으로 갈라 버리기 위해 편신이 순간 사라지며 떨어져 내리고 단리목의 절백도 또한 도강을 가득 머금은 채 공간을 가르며 천천히 북리준을 향해 나아갔다.

‘일월이 합쳐 떨어져 내리니 혼조차 두 조각으로 갈리리라.’

먼저 두 개의 일월쌍륜이 유영을 하다 맹렬히 회전을 일으키며 하나로 합쳐져 나백상의 편을 맞이해 나갔다.

‘쌔애애애애액’

‘신검에서 피어난 광폭한 광룡의 포효를 그 누가 막으리오!’

일월신검에서 뿜어져 나온 일월광룡의 용틀임이 느릿하지만 한 없이 무겁게 다가오는 절백만도를 향해 몸을 부딪쳤다.

‘쿠아아아아아앙 콰라라라라라락’

네 개의 거대한 기운이 한 순간에 충돌하는 충격파에 삼면을 둘러싼 절벽이 무너져 내렸다.

‘쿠르르르르르 콰콰콰쾅’

그 동안의 싸움에 누적되어온 충돌의 충격이 한꺼번에 터진 파동에 무너져 내리고 자욱한 먼지 사이로 세 사람의 신형이 눈에 들어왔다.

“이, 이럴수가.....”

“이, 이게 말이....”

자신들의 절초를 한 사람이 막아내었다는 것 보다 자신들의 내기가 진탕되고 발을 끌며 삼장이상 밀려 났다는 것에 나백상과 단리목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툭툭툭’

몸에 앉은 먼지를 툭툭 털어낸 북리준이 양 옆에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웃음을 지었다.

“입을 그만 다무시지요. 먼지 들어 갑니다...”

올라오는 토혈을 억지로 집어 삼킨 단리목이 자신의 절백도를 등 뒤로 비끄러 매고는 걸음을 옮겼다.

“쿨럭...이 씨.... 피 봤어....”

나백상이 면사 아래로 흘러내리는 피 한줄기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투덜거렸다.

“인정할 건 인정 해야지. 두 싸가지!”

과천풍이 씨익 웃으며 단리목과 나백상에게 입을 열었다.

“주군을 뵈오!”

“주군을 뵈어요.”

단리목과 나백상이 각 자의 병기를 수납하고는 포권을 취했다.

“반갑습니다!”

****

“더 이상 올 사람이 있는가?”

“모르는 일이지.”

어느새 불괴비종을 울린 지 닷새가 지나 총 여덟의 사람이 공야무가 차린 아침상을 같이 했다.

“천산쌍선님의 안배가 참 재미있네.”

관자룡의 말에 좌중의 인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은 검과 륜을 쓰고 난 창이고 공야노야는 장법, 휘아는 권법, 단리가는 도, 과가는 부, 나가는 편이고 마지막으로 냉가는 궁이라.... 웬만한 병기는 다 모았네.”

공야무가 나이가 많아 노야로 칭하고 나머지는 연배가 비슷하여 서로 말을 놓기로 하고 사흘 밤낮을 술로 함께한 다섯사람이 히죽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주군의 말을 종합하면 우리의 주적은 마교라는 거네.”

나백상이 불콰하게 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넌 무슨 여자애가 매일 술이냐?”

“네 놈이 보태준 게 뭐가 있다고 시비야?”

냉유성의 말에 나백상이 팩 쏘아 붙였다.

“누님이 술 잘 먹어서 난 좋아.”

공야휘가 나백상 옆에 찰싹 붙어 같이 화주잔을 부딪쳤다.

“으이그, 앓느니 죽지....”

“주군! 언제 떠나남?”

과천풍이 화주잔을 단숨에 털어 놓고는 북리준을 바라 보았다.

“식사 하고 바로 떠나야지....”

“그런데 우리가 다 타고 떠날 배는 있나?”

“그것은 노부가 준비해 두었다네. 언제인지 몰라도 이 곳을 떠나기 위해 넉넉한 배를 항상 준비해 두었다네.”

“공야노야, 떠나실 준비는 다 되었는지요?”

“원체 없는 살림이었고 가서 필요한 것은 주군이 준비해 주시겠지요, 허허허!”

“맞습니다. 저 그리고 돈 많습니다!”

북리준의 말에 다섯 사람이 득달같이 달려 들었다.

“난 여아홍!”

“난 고급 객잔에서 하루밤 자고 싶어.”

“난 시장에서 사고 싶은 것 마음껏 사줘요.”

“맛있는 술과 안주가 끊임없이 나오는 곳.”

“난 노름을 할 수 있게 해 줘!”

마지막 말에 다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과천풍을 바라 보았다.

“책으로만 봤는데 재미있겠더라구....”

< 150. 모이는 초인들 2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