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51화 (151/167)

< 151. 천산전투 >

“꼬리를 밟힌 듯 합니다.”

중원에 나가 마교에 관한 정보와 북리준에 대한 소식을 수소문하고 돌아오던 팽무강과 모용민이 낭패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천산 입구로 마교도들이 진입 했다네.”

시시각각 천산 초입에 배치해 놓은 천산파 무인들의 전언에 독고우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올 것이 온거지.... 일년 넘게 잘 숨어 있었지.”

막대광이 자신의 묵룡도를 무명천으로 닦아내며 중얼 거렸다.

“몇이나 된 답니까?”

“일천이 훨씬 넘습니다. 마교도와 마교에 무릎 꿇은 사황팔문 중 귀혈방과 혈겁천 소속 배신자들입니다.”

천산파의 무인들과 예전 해남검단의 무인들을 합하여 사백이 조금 넘는 인원을 헤아리며 도경명의 안색이 굳어졌다.

“부딪칠까요?”

도문주의 말에 독고우와 막대광이 서로를 바라 보았다.

“후퇴하기에는 너무 늦은 듯 하네. 또한 내려 가는 길목도 놈들이 막고 있음에.....”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준비를 했잖아요. 일년 동안 숨만 쉬고 실력을 길렀으니 부딪쳐 봐요.”

제갈청하의 말에 도교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청하 동생 말대로 저희 천산의 힘을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좋다. 언제까지 도망가고 숨을 수는 없는 일. 전면전으로 갑니다. 모두들 준비해 주세요.”

도문주가 자신의 검을 들고 분연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각 자 위치로 움직이자.”

팽무강의 말에 모용민, 언철진, 하후상이 각자의 무기를 챙겨 들고 천산객잔을 빠져 나갔다.

****

“크크크, 드디어 천산파 놈들의 꼬리를 잡았군.”

마교의 사대마가 중 새로이 검천마가의 위에 오른 위지독이 득의만만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천산 안에 객잔으로 위장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요. 저희 귀혈방도가 마침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놈들의 뒤를 쫓은 것이 주효했습니다.”

귀혈방 방주 곡초량이 검천마가주 앞에서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귀혈방주의 노고를 본단에 잘 보고 드리겠소이다. 이번에 귀혈방과 혈겁천의 방도들이 천산파의 떨거지들을 섬멸한다면 아주 큰 공을 세우는 것입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희 혈겁천의 정예 삼백을 전부 동원했으니 놈들은 독안에 든 쥐일 뿐이지요.”

혈겁천의 천주 좌군악이 자신의 금도를 손에 든 채 히히덕 거렸다.

“전 무림에서 일제히 저희 신교에 반기를 들었던 문파들을 색출하여 청소하는 작업 중에 우리 손에 본단에서 특별히 지목한 천산파가 걸려들었음은 우리 검천마가와 두 세가의 홍복입니다.”

“옳은 말씀 이지요. 우리가 천산파를 지워낸다면 본단에서 큰 상을 내리실 것입니다.”

세 사람이 웃음을 지으며 전면에서 천산을 향해 몰려 가는 자신들의 수하들을 바라 보았다.

“온다!”

가파른 산비탈 위에 숨어 있던 팽무강의 말에 십여명의 천산 무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가파른 산비탈 위에 나무로 목책을 만들고 그 위에 거대한 바위와 아름드리 나무들을 가득 올려 놓고 그 목책을 지탱하고 있던 굵직한 밧줄들 위에 도를 올려 놓았다.

넓게 퍼져 있는 산비탈 곳곳에 만들어 놓은 바위덩이와 나무들이 위태하게 버티고 서 있는 곳에 하후상과 모용민, 언철진 등이 드문 드문 보이는 적도들의 머리통을 보며 침을 삼켰다.

“이 새끼들, 쫄았나 보다.”

“내 말이... 어떻게 콧빼기 하나 안 보이냐? 혹시 다 도망 간 거 아냐?”

“천산 뒤 쪽도 우리 쪽 병력이 올라오고 있는데 어디로?”

“진작 신교 천하가 되었는데 고집을 부리고 버티다 죽어나가는 거지 뭐. 사람은 말이야 시류를 잘 타야 되는 거야.”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위를 경계 하며 산비탈을 올라 서던 귀혈방도들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드드드드드 쿠르르르르릉’

“이게 뭔 소리냐?”

“이런 개 같은...크아아아악”

자신의 앞으로 쏜살 같이 굴러 오는 거대한 바위와 아름드리 나무에 깔린 귀혈방도들이 피를 뿜어 내며 으스러져 갔다.

“크아아아아악, 피, 피해라!”

너른 산비탈 전체를 빼곡이 채우며 쉼 없이 굴러 떨어져 내리는 바위와 나무에 치인 적도들의 피가 대지를 적셔 나갔다.

“꼴 좋다, 배신자들!”

하후상이 저 밑에 자신들이 떨어뜨린 바위와 나무에 비명횡사하는 적도들을 보며 침을 뱉었다.

“다음 장소로 이동!”

팽무강의 고함에 바위와 나무를 굴려 떨어뜨린 병력들이 신속하게 산 위로 이동을 시작했다.

“피해 상황은?”

뒤 쪽에서 느긋하게 병력들을 따라 천산을 오르던 검천마가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망 팔십삼, 부상 이십칠입니다.”

“호락 호락 당하지는 않겠다? 그래, 마지막 발악을 해 보거라.”

검천마가주의 말에 귀혈방주와 혈겁천주도 자신들의 검과 도를 챙겨 들고 앞으로 나섰다.

“조준!”

모용민의 나직한 말에 주위에 활을 든 오십여명의 문도들이 ‘끼이익’ 활을 당겼다.

“발사!”

모용민의 고함소리에 산비탈 위에 선 이백여명의 천산문도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피피핑 피핑 피피피핑’

급하게 연습한 화살이라 명중률이 높지 않았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날린 화살들이 높은 곳에서 내려 꽂히는 기세와 뭉쳐서 달려 올라오는 적들에게 사정없이 내려 꽂혔다.

“크아아악 아아악, 내, 내 팔... 커허어억.”

앞장 서 검천마가주가 힘들이지 않고 쏟아지는 화살들을 검으로 걷어 내었다.

“나무들 뒤에 엄폐 하라!”

검천마가주의 말에 주위에 있던 나무들 뒤로 몸을 숨기자 그 위로 화살들이 쏟아져 내려 박혔다.

‘타다다다다탁 타타탁 타다다탁’

“이 정도면 성공이다.”

각자 스무발씩 준비한 화살을 다 소진한 문도들이 급히 뒤로 물러 나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 전원 도올겨억!”

“와아아아아”

검천마가주의 돌격 명령에 화살비가 그친 것을 확인한 마교도와 전 사황련 무인들이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리기 시작했다.

‘쨍그랑 쨍강 쨍그랑.’

위 쪽에서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무엇인가 땅을 박차는 자신들의 발 밑으로 흘러 내리자 적도들이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기름....”

역한 기름 냄새가 뿜어져 올라오자 한 마교도가 저 위를 바라 보며 중얼 거렸다,

“설마?”

‘푸화아아아아학’

거대한 불줄기가 위에서 피어 오르더니 순식간에 자신들에 발 밑으로 흘러내린 기름에 불이 붙어 올랐다.

“크아아아아악, 살려줘!”

전면에 용감하게 올라 가던 동료들이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이며 나뒹굴기 시작했다.

“화공이다! 기름이 닿지 않는 후방으로 물러나라.”

자신의 앞에 불에 휩싸인 수하들을 보고 귀혈방주가 고함을 질렀다.

멀찍이 기름이 닿지 않은 후방으로 물러난 검천마가주가 이를 갈았다.

“으드드득, 올라가서 갈아 마셔주마....”

“삼단계에 걸쳐 준비한 함정을 다 소진 했습니다.”

바위와 나무, 화살, 화공으로 이어진 함정을 다 소진한 팽무강, 모용민, 언철진, 하후상 등을 보며 철면신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많은 적도들을 줄여 놓았습니다. 해 볼만 합니다.”

“수고들 많았다. 이제 옛 천산파의 터에서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자.”

모두들 비장한 표정으로 옛 천산파의 터로 각자의 무기를 든 채 이동을 시작했다.

“놈들의 함정이 다 소진된 모양입니다.”

조심스럽게 산을 오르던 혈겁천주 좌군악의 말에 검천마가주가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놈들은 우리가 전력의 다 인 줄 알 것이오. 후면으로 신교의 정예 무력부대인 천살단과 사혼단이 덮치는 순간 혼비백산 할 것이오. 아주 기대가 되는군.”

천여명이 넘는 인원이 천산의 전면으로 올랐으나 약 삼백여명의 동료들을 바위와 나무, 활, 화공에 의해 뒤에 남겨 두고 오른 칠백여명의 마교도들의 전면에 결전을 위해 방어진을 구축하고 있던 천산파의 무인들이 눈에 들어 왔다.

“오너라, 마교의 주구들아!”

천산파의 문주인 도경명이 예전 천산동부에서 얻은 청상검을 빼어 들고 전면에 나섰다.

“네 놈이 천산파의 대가리냐?”

검천마가주 위지독이 비릿한 웃음을 입에 베어 물었다.

“네 놈은 누구냐?”

“누구한테 죽는지 알고는 가거라. 이 몸은 마교 사대마가 중 검천마가의 신임 가주 위지독이라고 하느니라.”

“흥, 두 명의 검천마가주가 갈리고 난 후 된 햇병아리로구나.”

뒤에 거대한 묵룡도를 오른쪽 어깨에 걸친 채 비웃고 있는 막대광을 향해 위지독이 자신의 검을 들어 막대광을 가리켰다.

“네 놈의 두꺼운 목은 내가 치겠다.”

“내 목이 워낙 두꺼워서 네 놈의 그 비리비리한 검으로 잘리기야 하겠냐?”

“닥치고 목이나 내밀거라!”

검천마가주가 자신의 애검을 들고 땅을 박차 오르자 양 옆에 서 있던 귀혈방주 곡초량이 자신의 귀도를 들고 신형을 날리고 혈겁천주 또한 자신의 금도를 앞세우며 천산파의 무인들에게 쇄도했다.

“천산의 무인들이여! 일어서라.”

“와아아아아!”

아래에서 짓쳐 올라오는 마교도들을 향해 천산의 무인들이 신형을 날렸다.

‘콰가가가가각 카카칵’

검천마가주의 검과 마주한 도문주의 청상검에서 불꽃이 튀어 오르고 막대광의 묵룡도를 혈겁천주 좌군악의 거치도가 맞부딪쳤다.

‘크아아악 죽어, 커허어억 카아악’

천산 전체를 울리는 병기들이 부딪는 소리와 피륙과 뼈가 갈려 나가는 소음이 산을 가득 메웠다.

“이런 개자식들아! 잘 만났다.”

하후상의 통짜로 된 강철창이 뻗어 나가는 족족 마교도의 머리며 가슴이 터져 나가고 팽무강의 도가 허공을 가를 때 마다 피분수가 솟아 오르고 모용민의 검과 언철진의 권각이 전면에 나선 마교도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할만하네.”

유검패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 명의 마교도를 일검에 갈라내며 웃음을 짓는 찰나 자신들이 서 있는 뒤 편에서 비명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커허어억, 저, 적이다!’

올라서는 적도들의 예봉을 무너뜨리기 위해 천산파의 고수들이 전면에 나서고 후면에는 옛 해남검단의 무인들을 배치해 놓았는데 급격히 무너지는 후미를 향해 유검패가 신형을 날렸다.

“이, 이런...”

어느새 후면 산등성이를 올라선 마교도들의 일검 일도에 천산의 무인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쓰러지고 있었다.

“전원 후퇴 하시오!”

유검패가 자신의 검을 휘두르며 천산 무인들의 피를 흠뻑 머금은 한 사내의 도를 쳐내었다.

“호오, 한 가락 하는 놈이 드디어 나섰군.”

파죽지세로 후면을 치고 들어오던 천살단주가 피를 한껏 머금은 자신의 도를 털어내었다.

“천산검진을 구성하라!”

생각지도 못한 후면의 공격에 무너져 내린 진영을 다시 정비하기 위해 왕일과 승진이 여기 저기를 뛰어 다니며 검진 구성을 독려했다.

‘예사놈들이 아니다...’

유검패가 자신의 앞에서 검을 내지르는 천살단주를 맞이해 검을 부딪치며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전면에서 올라오는 검천마가와 귀혈방, 혈겁천의 마교도들과 후면에서 짓쳐들어온 천살단과 사혼단에게 포위된 천산파의 무인들이 원진을 구성하며 자신들의 무기를 밖으로 돌려 내었다.

“더 이상 도망 갈 곳이 없지? 네 놈들 중 살아서 이 곳을 내려갈 놈은 단 하나도 없음이니라.”

검천마가주의 비아냥거림에 자신들을 둘러싼 천여명이 넘는 마교도들을 보며 천산의 무인들의 표정에 절망감이 어렸다.

“죽을 때 죽더라고 한 놈이라도 더 데려 가야지.”

막대광이 적도들을 베며 뿌려진 피에 혈인이 된 채 포효성을 내질렀다.

“맞다. 머리수가 많다고 꼭 이긴다는 법은 없는 법이다.”

독고우 또한 자신의 전신 곳곳에 숨겨 놓은 암기를 다 소진하고 용영검 한 자루를 손에 쥐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쓸데없는 희망이 얼마나 부질 없는지 바로 깨닫게 해주마. 다 죽여버려!”

귀혈방주인 곡초량이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땅을 박차고 신형을 날리려는 찰나 ‘퍼어억’ 자신의 관자놀이를 꿰뚫는 무엇인가에 절명하고 말았다.

“화살?”

다시 어디서 날아 온 지 도무지 방향을 가늠 할 수 없는 화살에 전면에 서 있던 다섯이 미간이 꿰뚫린 채 뒤로 넘어갔다.

< 151. 천산전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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