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 귀환 >
“어떤 놈이냐?”
자신들이 포위하고 있던 천산파의 무인들 중 활을 든 자가 눈에 띄지 않자 검천마가주가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를 질렀다.
‘패에에에엑’
무엇인가 무거운 것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뒤편에 서 있던 마교도들이 두 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후, 후방에 적이....”
“놈들의 수가 그리 안될 터인데?”
뒤편에서 공중으로 비산하는 팔다리를 보며 혈겁천주 좌군악이 뒤로 이동하기 위해 신형을 뽑아 올리는 찰나 날아든 금빛 줄에 허리부터 두 동강이 났다.
“크하하하하, 좋구나!”
대라광천부 과천풍의 선풍쌍부가 휘돌아 가는 궤적에 있던 마교도들이 갈라지고 터져 나가는 모습에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누가 더 많이 죽이나 내기 하자꾸나!”
“좋지!”
천운뇌격창 관자룡의 거대한 창이 뻗어나가는 곳에 있던 적들이 ‘퍼버버벅 퍼벅’ 꿰뚫리고 터져 나가고 왼손에 강궁을 오른손에 살 하나를 쥔 패력천강궁 냉유성이 모여 있던 적들 사이로 신형을 날려 휘두르고 찌르고 찢는 동작에 수십의 마교도들이 비명성을 내지르며 신형을 눕혀 나갔다.
자신들이 포위한 천산파 적도들의 반대편 우군 진영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성과 솟아 오르는 피보라를 보며 천살단주와 사혼단주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전 단원 도올....”
‘꽤애애애액 카깡 까까깡 크카카카칵’
돌격 명령을 내리려는 천살단주의 뒤편에서 검과 도가 쇠를 긁어 내리는 듯한 소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퍼퍽 퍼버버벅 콰직 콰자작’
흑색 무복의 강철같은 근육이 인상적인 젊은 사내가 자신에게 떨어져 내리는 검과 도를 몸과 머리 팔로 받아내고는 뻗어내는 권각에 천살단원들의 목이며 팔다리가 기이한 각도로 꺾여 나갔다.
“괴, 괴물이다. 검이고 도고 통하지 않아...”
“신난다!”
공야휘가 단철갑의 수련으로 금강불괴로 변한 온몸으로 마교도들을 부수고 찢어 나갔다.
“이 놈!”
자신의 휘하 단원들 수십이 순식간에 찢기고 부러져 나가는 모습에 천살단주가 공야휘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조잡한 외공은 내 검으로 갈라주마!’
신검합일의 기세로 검기를 두른 검을 내지르며 날아 가는 천살단주의 옆구리를 향해 거대한 묵도가 불쑥 튀어 나왔다.
날아가던 천살단주가 급히 공중에서 회전을 일으켜 자신의 허리를 갈라 오는 묵도를 힘겹게 막아 내었다.
“이런 비겁한...”
“병신, 전장에서 비겁이 어딨어?”
단혼절백도가 천살단주의 검을 ‘콰차차창’ 부서뜨리며 그대로 머리에서 사타구니까지 두 쪽을 내 버렸다.
“죽는 놈이 병신 인거야!”
단혼절백도 단리목이 씨익 웃으며 다음 목표를 향해 도를 날렸다.
공야무의 양장에 기이한 묵빛 기운이 어린 가운데 뻗어낸 장법에 닿은 검이며 도가 그대로 부서져 나가고 그 연장선상에 있던 마교도들이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며 절명하고 면사를 두른 나백상의 선풍금사편의 영향권에 있던 마교도들은 영문도 모른 채 머리와 몸이 분리되고 허리며 다리며 잘려 나갔다.
“지원군인가 봅니다.”
“우리를 누가 지원하는 거지?”
자신들을 에워싼 천여명의 마교도들의 후미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성과 병장기 부딪는 소리에 팽무강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우리도 힘을 내어 보자구!”
막대광이 자신들에게 달려 드는 마교도들을 향해 신형을 날리며 묵룡도를 내리 그었다.
‘크아아아악’
오랜 시간에 걸친 전투에 지칠대로 지친 천산의 무인들이 무거운 팔과 다리를 움직여 마교도들을 맞이해 나갔다.
‘하아아앗 차핫’
조화신검을 든 도교교가 전신을 적이 뿌려낸 피로 물들인 채 천산십팔류와 천산파천삼검을 펼쳐 나가다 마교도들에게 둘러싸여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제갈청하가 눈에 들어왔다.
“청하동생....”
제갈청하에게 다가 가기 위해 더욱 힘있게 검을 휘둘렀으나 밀려드는 마교도들에 싸여 안타까운 표정으로 제갈청하가 있는 곳을 바라 보았다.
‘아, 끝인가 보네...’
전신에 빼곡하게 비장한 비도들이 거의 다 떨어져 가고 달려 드는 마교도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는 모습에 제갈청하가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준아... 곧 네 곁으로 갈게...’
손에 잡힌 마지막 다섯자루의 비도를 다 날리고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양 팔을 내려 놓는 순간 ‘시이이이잉 위이이잉’ 귀에 익은 기음과 함께 자신을 갈라 버리기 위해 덤벼 들던 수십의 마교도들이 한 순간에 갈라지고 잘라졌다.
“호, 혹시.... 준이가...”
자신의 주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며 달려드는 마교도들을 조각 내는 일월쌍륜을 확인한 제갈청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고생했다!”
어느새 제갈청하의 뒤로 다가온 북리준이 쓰러지려는 청하를 뒤에서 안아 주었다.
“와, 왔구나.... 정말 와 주었어....”
“이제부터 이 곳은 내게 맡기고 쉬고 있으렴.”
북리준이 자신의 옆에서 감격에 어린 표정으로 웃음 짓고 있던 유검패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악귀같은 표정을 지으며 달려 드는 마교도들을 향해 일월신검을 횡으로 그어 내었다.
‘푸화아아아아악’
단 일검에 열 대여섯 적도들의 허리가 갈라지며 한 순간 제갈청하의 주위에 적도들이 주춤 거리기 시작했다.
“저들은...?”
“내 동료들이야. 아주 무공이 고강한....”
제갈청하가 전장을 살펴 보니 거대한 강철로 만든 활을 휘두르기도 하고 쏘아내고 손에 쥔 활로 찢어내는 엄청난 신위를 보여 주는 궁사와 면사로 얼굴을 가린 흰색 무복의 여인의 어깨가 출렁 일 때 마다 몸부림 치는 금사편에 후두둑 적도들의 팔다리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오셨군요...”
도교교가 제갈청하의 옆에 서 있는 북리준에게 다가와 흘러 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 내었다.
“도누님, 고생 하셨소이다.”
“크하하하, 난 북리봉공이 돌아 올 줄 알았다니까.”
막대광이 피로 흠뻑 젖은 묵룡도를 들고 광소를 터뜨렸다.
“이, 이게 도무지....”
도문주가 전장을 일별하니 더벅머리의 근육질의 젊은 사내가 온 몸으로 적도들의 병기를 받아 내며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지르는 일권 일각에 마교도들이 부서져 나가고 하후상의 창의 두 배는 됨직한 강철창을 나뭇가지 휘두르듯 마교도들을 쓸어 내는 창수를 보며 믿기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허, 호쾌한 지고...”
독고우가 전면에서 자신의 친우인 막대광과 같은 체구에 비슷한 거대한 도를 든 도수가 폭풍같은 기세로 마교도들을 도륙하고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묵색 무복을 입은 촌노가 뿜어내는 무적의 장법을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자, 북리봉공이 돌아 왔으니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구.”
막대광의 말에 팽무강, 모용민, 언철진, 하후상등이 더욱더 힘을 내었고 북리준의 엄청난 신위를 목도한 옛 해남검단의 단원들이 천산검진을 다 잡아 마교도들을 도륙해 나갔다.
갑자기 난입한 일곱사람들로 인해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전황에 당황한 검천마가주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천살단주와 사혼단주. 귀혈방주, 혈겁천주가 다 당했어....”
시시각각 땅에 신형을 눕히는 신교도들을 보며 검천마가주의 입에서 안타까운 후퇴 명령이 떨어졌다.
“전원 후퇴 하.... 커어허헉.”
후퇴 명령을 내리려 크게 벌린 입을 뚫고 들어온 화살에 검천마가주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입 큰 개구리는 그렇게 입을 벌리다 죽었다더라.”
냉유성이 천강궁을 내리자 약 백여명이 채 안되는 마교도들이 뿔뿔히 흩어져 정신 없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이겼다!”
왕일과 승진이 자신의 피에 절은 검을 치켜 들고 소리를 지르자 살아남은 삼백여명의 천산 무인들이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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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도들이 패퇴하고 난 후 아군의 시체와 부상자들을 수습하고 천산파의 수뇌부와 북리준 일행이 천산객잔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곤오가 솜씨를 발휘했구나.”
거대한 탁자에 각종 량채와 어향육사, 소총반두부, 회과육, 철판우육과 마의상수 등이 올라와 있고 곳곳에 화주병이 빼곡 하게 들어찬 모습에 막대광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곤오도 나와 같이 하자꾸나.”
독고우의 말에 앞에 두른 치마를 벗고 예의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북리준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 북리봉공의 생환을 축하하며 한잔 올리겠습니다.”
도문주의 건배 제의에 함께 자리한 철면신산, 팽무강, 모용민, 언철진, 하후상, 유검패가 잔을 들고 반대편에 자리한 북리준과 새로운 일행들도 흔쾌히 잔을 비웠다.
“제 새로운 동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북리준의 말에 장, 권, 도, 창, 궁, 편으로 엄청난 신위를 보인 여섯 사람들에게 일제히 시선이 몰렸다.
“현천금강 공야무 노야 십니다.”
“금강묵현 공야휘는 제 의제가 되었습니다.”
“단혼절백도 단리목 대협입니다.”
“대라광천부 과천풍 대협입니다.”
“천운뇌격창 관자룡 대협입니다.”
“선풍금사편 나백상 여협입니다.”
“마지막으로 패력천강궁 냉유성 대협입니다.”
북리준이 한 사람 한 사람 소개 할 때 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좌중의 인물들에게 포권을 취하며 예를 갖추었다.
“저희 천산의 식구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북리준이 천산파의 도문주와 교교를 시작으로 일행들을 소개 하자 그들도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했다.
“주군께서 겸양 하시어 저희를 대협으로 칭해 주셨는데 저희는 북리봉공을 주군의 예로 대하고 있습니다.”
공야무의 말에 중인들이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나하테는 혀이야, 형!”
공야휘가 연신 술을 들이키면서 입에 안주를 잔뜩 문 채 입을 열었다.
북리준의 양 옆에 자리한 도교교와 제갈청하가 연신 북리준의 앞에 음식을 가져다 놓으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본 과천풍이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군의 내자가 되실 분들이 참으로 곱습니다 그려...”
“그건 나도 인정!”
냉유성이 화주잔을 흔쾌히 비우고는 엄지를 척 세웠다.
“우리도 마교와의 전쟁이 끝나면 주군이 참한 색시감을 소개해 주신다고 약조 했으니 기대해 보자구.”
단리목의 말에 제갈청하와 도교교가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
“저희가 힘을 써 보겠습니다.”
한창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술잔이 돌고 늦은 저녁이 파한 후 향기로운 차를 앞에 둔 일행들이 회의를 시작했다.
“제가 중원을 떠나 있던 일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북리준의 말에 제갈청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곳 천산파의 군사직을 맡고 있는 제갈청하입니다. 북리봉공께서 일년 전 마교 사대호법과의 혈투 후 행방불명이 되신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잔잔한 어조로 입을 여는 제갈청하를 향해 좌중의 인물들이 시선을 모았다.
“마교의 교주인 천마가 현 황제를 꼬드겨 태상황이라는 직책으로 자금성에서 천하를 호령하고 있습니다.
중원 무림 각 성에 마교지부를 개파하고는 자신들이 포교활동에 협조하지 않는 문파는 막강한 무력으로 멸문 시키거나 봉문을 시키고 있는 바 그 수가 수백이 넘었습니다.”
제갈청하가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마른 입술을 축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마교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 많은 문파들이 저희와 같이 중원 무림 각지에 흩어져 소규모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그 세가 워낙 미미합니다. 옛 천무맹과 사황련 소속 문파들이 심산유곡으로 숨어 들어 재기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지만 현재 황궁을 등에 업은 마교의 힘에 비하며 조족지혈이라 볼 수 밖에는 없는 상황입니다.”
< 152. 귀환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