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 곤녕궁으로.... >
“황상....”
황태자가 무릎을 꿇고 유공공과 금대인이 오체 복지를 하며 죄를 청하였다.
“황상을 이런 지경에 처하시게 한 소신들의 부덕을 벌하소서....”
“아니다. 다 짐의 부덕의 소치이니라. 청이는 이리 오너라.”
황제의 말에 무릎 걸음으로 황제의 침상 앞에 온 윤청 황태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었다.
“부덕한 부황 때문에 고생이 많았느니라. 천마라는 자의 마수에 걸려 마음에도 없는 호통을 치고 너를 배척했던 행동들은 내 본심이 아니었음을 알아 주었으면 한다.”
“황상.....”
두 부자의 감격스런 상봉을 뒤에서 지켜보던 북리준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이제 황궁에 스며 들어온 뱀들을 걷어낼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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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황태자 저 놈이 왜 미쳐 날뛰는 거지?”
신녀 신도설이 자신의 앞에 앉아 느긋하게 술잔을 들고 있는 천마사령대주를 바라 보았다.
“저러다 말겠지요. 천마께서 돌아 오시면 황제를 시켜 폐위 시키면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럴려고 해요. 그런데 아까 우리 신교도들을 골라 내던 젊은 놈 말입니다.”
“말씀 하시지요.”
“우연일까요? 우리 신교도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지나다니는 것 말입니다.”
“우연이든 아니든 그 놈이 황제의 침전을 벗어 나는 순간 이승을 하직 할 것이니 염려 놓으시지요.”
신녀가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천마사령대주의 빈 잔을 채워 주었다.
“직접 손을 쓰셨으면 합니다.”
“무공도 모르는 목장이라고 들었는데 굳이....”
“왠지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직접 손을 써 주시면 밤에 뵙지요.”
신녀의 말에 천마사령대주가 음욕이 동한 얼굴로 신녀의 전신을 훑어 보았다.
“그리 하신다면 뭐... 크크크!”
날이 밝자 황태자와 유공공, 금대인, 북리준이 황제의 침전을 나서자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신녀가 웃으며 일행을 맞이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황상의 병세는 위중하지 않다고 어의가 판단 하였으니 태상황께서 돌아 오실 때 즈음에 정신이 돌아 오실 것입니다.”
“어찌 밤새 한 번을 깨지 못하시는 데 위중하지 않다고 판단을 하는 것이냐?”
황태자 화난 얼굴로 추궁하자 신녀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대답을 했다.
“제가 어찌 알곘습니까? 어의가 그렇다는 말을 전한 것 뿐입니다.”
“내일 다시 올터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황상께서 정신을 차리시게 하거라.”
“분부 받잡습니다.”
황태자가 찬바람이 쌩 돌게 신형을 돌려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고 맨 뒤에 일행을 따르던 북리준이 신녀의 곁을 지나면서 나직하게 속삭였다.
“곧 끝을 볼 것이다....”
‘미친놈! 네 놈의 끝이 보인다.’
신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오늘 밤, 놈의 목을 자른 후 뵙겠소.’
천마사령대주의 전음에 신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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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태화, 중화, 보화전 외조에서 이십여명으로 시작 하겠습니다.”
금대인의 말에 유공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동료들이 하나 둘 끌려 가면 암약하고 있던 마교놈들이 동요 할 것입니다. 놈들이 한꺼번에 모였을 때 일망타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곤녕궁에 황상을 감시하는 놈들은 어찌 하겠는가?”
“아까 나오며 미끼를 던졌으니 물겠지요. 오는 족족 지워내다보면 신녀도 불안해 질 것입니다.”
“시작하자!”
유공공의 말에 금대인이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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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전 내 내관으로 잠입한 막사동이 갑자기 들이닥친 금의위사 둘에게 포박 되어 진 채 끌려가며 소리를 질렀다.
“대체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고나 가고 싶소이다.”
“네 놈이 더 잘 알 것이다.”
반항을 하다 금의위사에게 얻어 터진 막사동이 개처럼 끌려가는 모습을 본 다른 마교도가 불안한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렸다.
‘무슨 일이지?’
“왜들 이러시는지요? 저는 죄가 없습니다.”
저 편에서 동창의 위사 둘에게 끌려 나오는 숙수로 분한 신교도가 울부짖으며 끌려 나갔다.
‘들킨 거야? 그런데 갑자기 왜? 천마께서 황제를 꽉 쥐고 계신데 왜 이런 일이....’
외정에 속한 태화전, 중화전, 보화전 여기 저기에서 암약하고 있던 동지들이 금의위와 동창의 위사들에게 어딘가로 끌려 가는 모습을 바라 보는 수 많은 마교도들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신교도들 스물이 금의위와 동창 위사들에게 끌려 갔다고?”
태화전에 내관 부총수로 밀어 넣었던 신교도가 불안한 얼굴로 신녀 앞에 서 있었다.
“영문을 모른 채 갑자기 들이닥친 금의위와 동창이 위사들이 끌고 나간 자들이 다 저희 신교도 들이었습니다.”
“몇이나 잡혀갔느냐?”
“저희 태화전에서 여덟, 중화전 일곱, 규화전 다섯입니다.”
신녀가 인상을 찌푸린 채 자신의 옆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천마사령대주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 놈이 무슨 재주로 신교도들을 골라 냈는지 밝히고 죽이세요.”
“알겠소이다. 이따 봅시다.”
천마사령대주가 자신의 검을 들고는 자신과 함께 밤새 뒹굴 신녀의 나신을 생각하며 웃음을 지었다.
“혼자 다녀 오시겠습니까?”
황태자의 감시를 수하에게 맡기고 곤녕궁으로 돌아온 부대주가 물었다.
“무공도 모르는 목장 놈 목 하나 따는데 누굴 데려 가느냐? 금방 다녀 오겠다.”
천마사령대주인 만천성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궁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는 부대주가 중얼 거렸다.
“신녀가 오늘도 몸을 여는 모양이군....”
자시정 (밤 12~ 1시)이 다 되어 가는 시각!
천마사령대주가 어슬렁 거리는 걸음으로 대목장이라는 자가 묵고 있는 전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응?”
자신의 목표인 대목장이라는 놈이 적수공권으로 전각을 나와 어디로 향하는 모습에 만천성이 웃음을 베어 물었다.
“그래, 이왕이면 밖에서 몸부림 치다 죽는 것이 더 낫지. 맑은 밤바람을 맞으면서 말이지.”
목표가 느긋한 걸음으로 가까운 인공으로 조성된 숲 안으로 들어서자 만천성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내 일을 덜어 주는구나. 숲 안에서 깔끔하게 목을 잘라주마.”
인공으로 조성된 숲 안 자그마한 공터에 다다른 북리준이 서서히 신형을 돌리자 뒤를 따르던 천마사령대주이 얼굴에 이채가 떠올랐다.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구나.”
“네 놈이 나를 죽이러 온다는 것을 온 몸으로 이야기 하는데 모를 수가 있겠느냐?”
“그래 봐야 결과가 달라질 것은 없다.”
“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네 놈이 죽는 것을 당분간 숨겨야 하니 말이다.”
북리준의 태연한 말에 천마사령대주 만천성이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내가 누구인 줄 알고 그리 말하는 것이냐?”
“알지, 마교의 주구!”
북리준의 말에 만천성이 온 몸에서 살기를 피어 올리며 검을 뽑아 들었다.
“네 놈의 그 한마디 때문에 단칼에 죽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느니라. 밤은 기니 네 놈이 죽을 때 까지 한치 한치 살을 저며 주마.”
“난 너 같은 변태가 아니라서 깔끔하게 목을 잘라 보내 줄께.”
“놈!”
땅을 박찬 만천성의 검에서 줄기 줄기 뻗어 나오는 구화마검의 절초로 적의 팔다리를 끊어 내려 검을 내뻗었다.
‘푸스스스스’
자신의 구화마검이 허공을 벤 느낌에 급히 신형을 돌려 검을 다시 내 뻗었다.
“무공을 아는 놈이구나.”
마기를 머금은 검을 고개짓 한번으로 회피한 북리준이 나직하게 읖조렸다.
“아는 정도일까?”
‘푸슈슛’
뒷짐을 푼 북리준의 오른손 장심에서 튀어 나온 일륜이 천마사령대주의 목젖을 스쳐 지나갔다.
‘커허어어억’
반쯤 잘려 나간 자신의 목을 부여 잡고 뿜어 지는 피를 막으려 발버둥 치는 천마사령대주를 향해 월륜이 두 손과 목을 동시에 잘라 내었다.
“치우시게.”
어느새 북리준의 뒤에 나타난 유검패와 동창의 위사들이 고개를 숙이고는 천마사령대주의 잘려진 시신을 들고 사라졌다.
“하나!”
인시가 다 되도록 나타나지 않는 천마사령대주를 기다리던 신녀가 뜨거워진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공도 모르는 목장 놈 하나 치우는데 무슨 시간이 이리 걸린담? 아아....”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방문을 열자 부대주가 히죽 웃음을 짓고 있었다.
“꿩 대신 닭이라도....”
“들어 오세요!”
천마사령부대주가 반라의 신녀가 열어 주는 방문 안으로 급히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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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
“그렇습니다.”
부대주와 밤새 운우지락을 즐겼던 신녀가 천마사령대주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부대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당했나?”
“대주가 그 대목장이라는 자를 지우러 간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그 자를 족쳐 볼까요?”
“그래 주세요.”
“그럼 오늘 밤도....”
“알겠어요!”
부대주인 수장천이 곤녕궁에 상주 중인 이십의 사령대원 중 열을 대동 한 채 북리준의 처소로 향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 보던 신녀의 눈빛이 불안하게 떨려왔다.
“천마사령대 열이면 구대문파의 장문도 지울 수 있음이야..... 대주 그 작자가 날 두고 다른 곳에 갈 일이 없을텐데....”
다음날!
“뭐?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천마사령대의 남은 인원의 조장인 자가 난감한 표정으로 신녀 앞에 섰다.
“나머지 인원으로 급습 할까요?”
“아니, 천마께서 광명좌우사와 돌아 오기 전 까지 곤녕궁의 경비에만 신경 쓰세요.”
“알겠습니다.”
천마사령대의 조장이 물러가자 마자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신녀를 뵙고자 합니다.”
태화전 내관 부총수로 분한 신교도임을 감지한 신녀가 입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불안한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방안으로 들어선 부총수가 급히 입을 열었다.
“이, 이번에는 육십이 넘게 끌려 갔습니다.”
“육십이.... 도대체 이것들이 왜 이리 겁 없이 움직이는 거지?”
“자금성 곳곳에 암약하고 있던 교도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언제 자신들이 끌려 갈지 몰라 신녀님이 계시는 이 곳으로 불러 달라는 청원이 끊기지 않습니다.”
내관 부총수의 말에 신녀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금성 내 흩어져 있는 신교도들 곤녕궁으로 모아 주세요. 신교도가 아닌 일반 내관과 궁녀들을 다른 곳으로 배치 하겠어요.”
“네, 저도 부탁 드리겠습니다.”
“알겠어요. 천마께서 돌아 오실 때 까지 이 곳에서 방비를 하는 것으로 해요.”
“알겠습니다.”
****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 했습니다.”
금대인의 말에 유공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녀라는 년이 원하는 대로 발령을 내주고 인원을 재배치 하도록 도움을 주거라.”
“네, 의부님!”
유검패가 유공공의 명에 방을 벗어나고 앉아 차를 들고 있던 북리준을 유공공이 바라 보았다.
“북리 어사의 계획대로 되어 가고 있군.”
“마교도들이 곤녕궁에 다 모이는 날, 한번에 쓸어 내는 것으로 하지요.”
“황상과 황후의 신변은?”
“황후께는 거사일 아침에 황태자 전하의 거처로 방문 해 주십사 요청을 넣을 것 입니다. 그리고, 거사 바로 전 제가 황상을 모시고 밖으로 나오겠습니다.”
북리준의 말에 유공공과 금대인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동창과 금의위, 황실 친위대 등 가용 할 수 있는 고수들은 다 준비 되었네.”
“천마사령대 놈들 열 만 제외하면 수월하게 일을 진행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놈들은 제가 맡지요.”
“황태자 전하께 보고 드리고 오겠네.”
“저도 황상께 가서 일의 진행 상황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 156. 곤녕궁으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