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남검귀-158화 (158/167)

< 158. 일당백 >

“고작 열명으로 우리 지부를 잡겠다? 허어, 산골에 짱박혀 있다가 머리가 돌았나 보구나.”

귀령검 도자인이 자신의 수하들 오백여명이 내뿜는 흉흉한 기운에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대가리수만 믿고 까부는 놈이 한 성의 지부장이라니.... 마교도 맛이 갔군.”

거대한 체구에 무지막지한 대부 두 개를 등에 엇갈려 맨 거한이 코웃음쳤다.

“우리가 무림에 출도한 첫 기념이니 살살하자구.”

거대한 강궁을 손에 들고 실실 거리며 웃음 짓는 궁사를 보며 귀령검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미친 놈들이 단체로 모였구나. 오냐, 그렇지 않아도 본산에서 천무맹의 잔당을 잡아내라 닦달을 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고맙구나.”

“킁, 형님이 우리 보고 일당백이라고 했어. 내 몫은 백 명이야.”

검은 색 반바지와 반팔을 입을 온 몸이 근육으로 뭉친 듯한 젊은 사내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오백이나 되는 적에게 둘러 쌓였는데 어찌 이리 마음이 편안하냐?”

모용민이 히죽 웃음을 지으며 옆에 서 있는 팽무강을 바라 보았다.

“우리 몫만 처리하면 되니까.”

“설마 휘소협 말대로 백명?”

“미친놈! 우리는 스물만 하자.”

언철진이 자신의 양손 관절을 ‘뚜두둑’ 꺾어내며 목을 휘돌렸다.

“까불다 칼침 맞지 말고 긴장들 해라.”

제갈청하가 자신의 양손에 비도 네 자루씩을 꽂아들고는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소승도 제 몫을 다하겠습니다.”

소림 방장의 수제자이며 마교라면 치를 떠는 광승 일현이 불호를 외웠다.

“무량수불, 무당의 자리도 비워 주시지요.”

무당의 신성으로 마교와의 전쟁에 항상 선봉에 나선 공허검 종리후가 무당검을 들었다.

“천무맹주의 팔다리를 자르고 나머지는 다 죽여라. 절대검존의 목숨은 붙여 놓아야지...”

오백여명이 넘는 마교도들이 진득한 살기를 뿜어 내며 열 명의 일행들을 옥죄어 왔다.

“공야소협 말대로 일당백 합시다.”

오랜만에 제 정신으로 검을 잡은 절대검존이 씨익 웃음을 지었다.

“일당백, 백명은 내꺼야.”

공야휘가 온 몸으로 투기를 뿜어내며 다가오는 적도들을 보며 희게 웃음을 지었다.

“죽여라!”

오백여명이 넘는 마교도들이 검, 도, 창, 과, 편, 부 등 가지각색의 무기를 들고는 열명을 난도질 치기 위해 신형을 날렸다.

자신의 창을 내지르던 마교도가 멍청하게 서 있는 반팔과 반바지의 젊은 놈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겁에 질려 꼼짝을 못하는구나.’

공야휘에게 각자의 무기를 뻗어내던 마교도들이 전신에서 피를 뿜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따다다다다당 따다당 따당’

“으잉?”

자신들이 내지른 창, 검, 도가 쇳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오고 뒤이어 뻗어낸 기를 머금은 권각에 머리와 가슴이 터져 나갔다.

‘크아아아아악’

“칼이 튕겨나와?”

“도검이 안 통한다...”

공야휘를 둘러싸고 각 자의 무기를 내질렀던 수십의 마교도들이 순식간에 달려든 속도 보다 배가 빠르게 피를 뿜어내며 튕겨져 나갔다.

“크하하하하, 형님이 일당백 하라고 했다.”

기를 한껏 두른 공야휘의 권각, 어깨, 팔꿈치, 무릎등 뻗어내는 모든 부위가 흉기가 되어 마교도들을 터뜨려 나갔다.

‘피피핑 피핑 파팍파팍’

다가 오는 마교도들에게 수십발의 화살을 연사 하여 단숨에 일발즉사 시킨 패력천강궁 냉유성이 근접해 오는 적들을 오른손에 쥐어든 화살과 왼손의 강궁으로 두드려 터뜨리고 찔러 찢기 시작하자 주위에 수십의 시체들이 널부러져 갔다.

“궁사가 근접전에 저리 능하다니....”

호랑이 같은 기세로 강궁으로 때려 부수고 찔러 터뜨리며 움직이고 그 사이 사이 화살을 맞고 널부러진 시체의 살을 귀신같은 솜씨로 회수 하여 틈틈이 화살을 날려 두 세명을 한 화살에 꿰어 나갔다.

‘부아아아아앙 부아앙 콰차차창 콰지지직’

대라광천부 과천풍의 선풍쌍부가 거대한 회오리가 되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병장기건 마교도건 부수고 터뜨리고 날려 버리며 전장을 누비고 있었다.

“힘들을 내거라. 이러면 재미가 없잖아!”

거대한 부 두 개를 나뭇가지 같이 휘두르며 한 수에 대여섯명의 마교도들을 날려 버리는 과천풍 주위에 마교도들이 거리를 벌리며 후퇴하기 시작했다.

“내가 절대검존이니라!”

남궁휘가 일년 동안 억누르고 쌓인 화를 자신의 검에 담아 시원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남궁휘의 제왕검에서 줄기 줄기 뿜어져 나오는 제왕검형과 창궁무애검법에 달려들던 마교도들이 갈기 갈기 찢겨 피먼지로 화해 갔다.

“아미타불, 본 승은 지옥이 두렵지 않노라.”

광승이라는 별호가 왜 붙었는지 직접 몸으로 보여 주고 있는 일현의 권에서 뿜어져 나오는 백보신권에 대 여섯의 마교도의 가슴이 움푹 파이며 피분수를 입으로 뿜어내며 절명하고 이어 펼쳐진 장에서 펼쳐진 대력금강장에 얻어맞은 마교도들이 내장이 가루가 되어 그 자리에서 허물어져 갔다.

“무량수불....”

공허검 종리후의 검에서 줄기 줄기 뿜어져 나오는 태극검에 마교도들의 병장기가 멋대로 휘어져 같은 편을 베어 나가고 이어 나오는 태극혜검에 적도들이 두 조각으로 갈라져 나갔다.

“신바람 나네!”

팽무강이 하북팽가의 오호단문도를 거리낌 없이 펼쳐 마교도들을 도륙하고 언철진의 권각에 맞닿은 적도들의 육신이 터져 나갔다.

모용민의 검에서 거친 명천십이검이 터져 나올 때 마다 적도들이 잘리고 갈리며 피를 쏟아내었다.

‘피피핑 피핑 피피핑’

제갈청하 또한 질세라 적엽비화의 비도술을 펼칠 때 마다 마교도들의 이마에 혈화가 피어 올랐다.

“이, 이익.... 미친 놈들이!”

감숙지부장인 귀령검이 전장을 일별하니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자들은 전부 자신의 수하들이었다.

“왜? 도망갈려구?”

어느새 자신의 앞에 선 천무맹주가 하얗게 웃음을 짓는 모습에 도자인이 자신의 귀령검을 뽑아 들었다.

“네 놈이라도 잡고 가야겠다.”

“허허, 내가 많이 놀긴 놀았나 보구나. 개나 소나 내 목을 내 놓으라고 하니....”

“문답무용이다.”

“피차일반이다.”

도자인이 자신의 귀령검에 아낌없이 마기를 쏟아 부어 귀령십팔검을 펼쳐 남궁휘의 전신을 찢으려 달려 들었다.

“좋구나....”

남궁휘가 자신의 제왕검에 기를 불어 넣고는 순식간에 십삼검을 찔러내자 ‘쿠르르릉 콰쾅’ 뇌전이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귀령십팔검을 맞받아쳐 갔다.

‘크아아아아아악’

뻗어낸 귀령검을 타고 오른 섬전십삼검뢰 뇌전의 기운에 전신에서 김을 뿜어 올리더니 ‘퍼어억’ 칠공에서 시커멓게 탄 피를 뿜어내며 절명했다.

“남궁가의 섬전십삼검뢰이니라. 네 놈이 무엇을 맞고 뒤졌는지는 알고나 가거라.”

절대검존 남궁휘가 히죽 웃음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 보니 자신과 함께 온 일행들에게 무참하게 문질러져 가는 마교도들이 눈에 들어 왔다.

“그래, 바로 이 맛이지!”

다시금 땅을 박차고 자신에게 달려 드는 감숙지부의 마교도들을 향해 천풍검법을 뿜어내며 달려 들었다.

“끝인가 보군...”

마지막 마교도가 공야휘의 권에 가슴이 함몰되며 쓰러지자 팽무강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백명을 못 죽였어. 형님이 일당백을 하라고 했는데, 씩 씩 씩....”

“다음에는 내가 양보해 줄테니 꼭 일당백을 하라고.”

냉유성이 곳곳에 널린 시신에 꽂힌 활을 회수하며 웃음을 지었다.

“다음은 어디지?”

대라광천부 과천풍의 말에 팽무강이 한쪽 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천지부로 갑니다!”

처음 들어 섰던 십인들이 각자의 무기를 챙겨들고 시체가 차고 넘치는 감숙지부를 나섰다.

천무맹주를 위시한 십인이 마교의 감숙지부를 떠난 후 봉문을 선언하고 숨 죽이고 있던 근처 중소문파의 무인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생존자가 한 명도 없어.”

“진짜 열명이었다고?”

“맞다니까! 천무맹주님을 전에 뵌 적이 있어서 알아 보았고 팽가와 모용가, 소림, 무당의 무인 등등 총 열명이었다고.”

“열명이 오백이 넘는 마교도들을 도륙 했다는 거네. 이거 숨죽이고 있던 정사연합맹이 기지개를 제대로 켜는 모양이네.”

“자자, 각자 문파로 돌아가 우리도 싸울 준비를 하자구. 마교놈들의 긴 꿈을 깨 주어야지.”

감숙성 내 마교의 힘에 눌려 숨도 쉬지 못하고 있던 문파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며 웅비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

귀주성 내 신교 귀주지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거대한 나무 위에 십인의 인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약 팔백명 정도 되는 마교도들이 상주해 있고 지부장 되는 놈이 마교 서열 이십위 안에 든다는, 마교 내에서 방귀 깨나 뀐다는 놈이라고 하오.”

사황련주 팔비곤마 북궁추가 자신의 주위 나뭇가지 위에 걸터 앉아 있는 동료들의 면면을 살폈다.

‘현천금강이라고 했나? 예사 노인네가 아니고...단혼절백도라는 놈도 내 아래는 절대 아니지. 천운뇌격창이라는 창수 놈도 그렇고 선풍금사편이라는 년도... 도대체 이런 괴물같은 자들이 어디 있다가 갑자기 튀어 나온거지?

전대 풍령곡주와 묵혈도가 천산파에 적을 두고 있었다니 이것도 참 대단하고....’

북궁추의 뒤에 앉아 있는 사황팔문의 묵야림주, 유령마문, 만사곡주 또한 같이한 일행의 기도에 눌려 얌전히 처신을 하고 있었다.

“선봉에 사황련주가 서시겠소?”

전대 풍령곡주였던 독고우의 말에 북궁추가 등에 맨 두 개의 곤을 말아 쥐었다.

“두말 하면 잔소리지 않겠소? 갑니다!”

북궁추가 서 있던 거대한 가지를 박차고 날아 오르자 그 뒤를 사황팔문의 세 문주들이 따라 신형을 날렸다.

“주군이 휘아에게 일당백은 해야 한다고 했는데 정말 인당 백명은 맡아야 겠군.”

느릿하게 나뭇가지에서 몸을 일으킨 현천금강 공야무가 웃음을 지었다.

“저 쪽 보다 뒤처지면 주군을 볼 낯이 없어지니 빨랑 빨랑 끝냅시다.”

단혼절백도 단리목이 자신의 거도를 들고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누구 도가 더 매서운지 내기나 하자구.”

막대광이 치밀어 오르는 호승심을 내리 누르며 자신의 묵룡도를 손에 쥐었다.

“좋수다!”

“늙으나 젊으나 저러고 싶나?”

선풍금사편 나백상이 날씬한 교구를 일으켜 엉덩이에 묻은 나뭇가지를 털어내었다.

“단리 놈 말이 맞아. 나도 빨리 끝내고 다음 목표로 움직이고 싶다고.”

천운뇌격창 관자룡이 자신의 삼성묵룡창을 추스르고는 신형을 날렸다.

“우리도 가자. 질 수는 없잖아.”

독고우가 몸을 날리는 북리준이 데려온 초절정 고수들을 보며 검을 뽑아 들었다.

“북리봉공이 돌아오니 살 맛이 나는구나!”

독고우와 나란히 신형을 날리는 막대광의 묵룡도가 넘실거리는 도기를 담아 내었다.

“크하하하하, 내가 팔비곤마 북궁추이니라.”

난데없이 담을 넘고 날아온 거한이 휘둘러대는 거대한 두 개의 곤에 곤죽이 되어 날아 가는 마교도들 사이를 묵야림주의 흑수와 만사곡주의 흑풍선, 유령마문주의 희디흰 소수가 누비며 생명을 끊어 내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가각 콰가가각 콰차차창’

단혼절백도가 지나간 자리가 폭풍을 맞은 듯 파헤쳐지고 부서져 나가며 마교도들이 각자의 병기를 쥔 채 공중으로 비산했다.

“좋구나 좋아!”

단리목의 호쾌한 도법에 격앙된 막대광의 묵혈도 또한 검은 회오리를 일으키며 마교도들을 잘라 나갔다.

독고우의 손이 한번 떨쳐질 때 마다 서넛의 마교도들의 머리에 혈화가 피어 오르고 휘둘러지는 검에 가슴이 갈라져 나갔다.

“적도들은 열 명 뿐이다. 방진을 구성해서 적들의 목을 쳐라.”

느긋하게 새로 들인 애첩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낮술을 즐기던 귀주 지부장인 파면혈수라 음무기가 난장판이 된 대연무장 지휘대 위에서 고함을 질렀다.

“낮술 한잔 하셨어? 지분 냄새까지.... 아주 개판이로세.”

면사로 얼굴을 가린 가녀린 교구의 여인이 손에 금사편을 들고 음무기의 앞에 섰다.

“네 년의 면사를 벗겨 인물이 괜찮다면 나중에 죽여 주마, 크크크!”

“이 정도면?”

나백상이 살짝 면사를 들쳐 얼굴을 보여 주자 음무기의 얼굴에 음욕이 깃들었다.

“네 년은 그 얼굴 때문에 죽음을 면했다.”

“미친 놈! 너 같은 놈은 갈기 갈기 찢어 개 먹이로 주는 것도 아깝다.”

“옷을 벗겨 주마!”

음무기의 혈수가 자신에게 한껏 비웃음을 날리고 있는 나백상의 옷을 찢기 위해 공간을 격하여 날아 들었다.

< 158. 일당백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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