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 신이 되었노라 >
“미친놈!”
나백상의 오른손에 들린 금사편이 꿈틀 요동을 치자 ‘패애애액’ 살아 있는 요물인 양 공간을 찢었다.
“그래, 꿈틀 거리는 맛이 있어야지...”
음무기의 마기를 듬뿍 머금은 혈수가 자신의 목을 꿰뚫기 위해 일직선으로 뻗어오는 금사편을 때려 내었다.
‘째애애앵’
음무기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겁마수에 두드려 맞은 금사편이 공중으로 튀어 올라 요동을 치는 사이 음무기의 좌수에 광혈마마수의 기운이 몰려 들었다.
‘마라빙편’
나백상의 오른손에 연장되어진 금사편에 순간 ‘짜자자작 짜자작’ 얼음이 맺히고 누워있던 용린이 역으로 일어섰다.
‘크아아아아악’
무엇이든 부딪는 것을 찢고 부수던 광혈마마수가 터져 나가며 그 터진 부위에 서리가 내려 앉았다.
“이 요망한 년이...”
음무기가 잘려 얼어붙은 우수를 포기한 채 좌수에 극성의 겁마수를 출수 하여 나백상을 터뜨리려 손을 내 뻗었다.
‘탈혼!’
금사편의 역린이 그 길이를 더하고 그 위에 금빛 편강을 머금은 채 극성의 겁마수를 맞이해 갔다.
‘콰아아아앙’
강철이 부딪는 굉음과 함께 반신이 으스러져 날아가는 음무기의 시신을 보며 마교도들이 경악성을 내질렀다.
“지, 지부장님이...”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옛말이 틀린 것이 없네!”
나백상이 자신의 금사편에 흠뻑 적셔진 적의 피를 털어 내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크하하하하, 내가 사황련주 이니라.”
팔비곤마의 용호곤이 공간을 터뜨리며 파죽지세로 마교도들을 쓸어 버리고 공야무의 현천장에 휩쓸린 적도들이 그대로 땅에 신형을 누였다.
‘따다앙 따당’
마교 고수의 도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노인의 허리를 잘라 나가다 쇠를 친 듯한 울림에 도를 놓칠 뻔 했다.
‘퍼어억’
공야무의 묵현장이 자신의 허리를 가르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마교도의 머리를 터뜨렸다.
“휘아 보다는 못하지만 내 몸도 만만치 않느니라.”
성난 호랑이 마냥 양 장에 묵빛 강기를 두른 공야무의 신형이 달려 드는 마교도들을 향해 날아 들었다.
‘크아아아악 퍼퍼퍽 퍼벅 퍼퍼벅’
가슴에 묵현장을 맞은 마교도의 등이 터져 나가고 자신이 찔러낸 검을 부러뜨리며 들어오는 묵빛 장에 머리며 팔이며 떨어져 나가는 모습에 몰려 들던 마교도들이 다른 전장을 찾아 몸을 날렸다.
‘피피핑 파파박 파박 휘이이잉 파박’
세 자루의 삼성묵룡창이 관자룡의 수인을 맺은 손길대로 전장을 누비며 적들을 꿰뚫고 터뜨리자 세 마리의 용이 된 창을 피해 적도들이 분분히 흩어져 갔다.
“제대로 한번 놀아보자!”
어느새 한 자루의 거창으로 변한 삼성묵룡창을 말아 쥔 관자룡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수십의 마교도들에게 횡으로 베어 내었다.
‘슈아아아아앙’
거대한 창에서 뿜어져 나온 반월형의 창강이 달려드는 수십의 적도들의 허리를 두 동강으로 갈라 버렸다.
‘휘리리릭 퍼억’
마지막으로 도망가려는 마교도의 머리를 깨뜨려 버린 북궁추가 자신과 동료들이 만들어낸 참상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출발이 좋군!”
묵야림주, 유명마문주, 만사곡주가 적도들의 피를 뒤집어 쓴 채 자신의 뒤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신형을 돌렸다.
“수고 많았소이다.”
“우리야 그저 조금 거들었을 뿐이지요....”
묵야림주가 저 편에서 히히덕 거리며 장난을 치는 공야무, 관자룡, 단리목, 나백상을 곁눈질 하며 든든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은 어디인지....”
금강묵현이라는 별호대로 도검이 불침하는 몸을 지닌 노인이 다가왔다.
“공야대협, 수고 많았소이다.”
“수고는... 이제 시작일텐데....!”
“호남성으로 방향을 잡을 것입니다.”
“일행들에게 그리 알리겠네.”
허리 부분이 베어져 나풀거리는 채로 휘적 거리며 자신의 일행들에게 다가가는 단단한 등을 바라 보며 북궁추가 웃음을 지었다.
“한번 해 볼만 하다. 북리봉공이 황실만 잡아 준다면 말이지....”
열 명의 극강무인들이 다음 목표인 호남성으로 신형을 날리는 가운데 어느새 몰려든 까마귀와 독수리떼가 그 빈자리를 채워 나갔다.
****
마교의 본산인 십만대산!
광명좌사 냉면혈조 사공백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외로이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천명....’
자신의 손자를 잡아 먹고 천마의 자리에 오른 태상천주가 대법의 완성을 위해 자신의 폐관 연무동에 들여 보내 달라 명한 민간인의 숫자 였다.
“좌사, 날세!”
개벽쌍부 영호강이 북리준의 손에 유명을 달리하고 새로이 광명우사에 임명된 신마귀장 탁철심이 불쑥 방안으로 들어섰다.
“무슨 청승인가? 곧 천마께서 폐관을 깨시고 출도 하실 터인데.”
골수까지 천마에게 향한 충성이 스며든 탁철심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좌사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냥 조금 피곤하다네....”
“정신 차리시게. 천마께서 자네의 그런 맥아리 없는 꼴을 보시면 한 소리 하실 것이네.”
“마지막 제물들은 다 들여 보냈는가?”
“방금 끝내고 왔네. 휴우, 남자를 가까이 하지 않은 순음지기를 지닌 여자 백명을 모으느라 죽는 줄 알았네.”
자신의 앞에 놓인 술병을 병째로 입에 대고 삼킨 광명우사를 좌사가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 보았다.
그 때 새로이 천마에 의해 마군사로 책정된 포일락이 다급한 얼굴로 좌사의 집무실로 뛰어 들어 왔다.
“크, 큰일이 났습니다.”
“마군사, 체통을 지키고 천천히...”
광명우사가 술병을 내려 놓으며 숨을 헐떡이는 포일락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 보았다.
“황, 황궁에 있던 저희 신녀를 비롯한 신교도들이 한꺼번에 쓸려 나갔습니다. 황제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제 정신이 돌아 왔다고 합니다.”
“무슨 개소리? 천마께서 황제의 머리 속에 직접 마기를 주입 하셨는데 어떻게 깨어나?”
우사의 광폭한 목소리에 포일락이 고개를 목 안으로 집어 넣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 그 뿐만이 아닙니다.”
“또 황실의 일 말고 뭐가?”
“감숙, 사천, 귀주, 호남, 호북, 운남, 광서, 하북의 저희 신교 지부가 초토화 되었다고 합니다.”
마군사의 말에 광명우사가 폭급한 얼굴로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광명좌사의 손이 조용히 들렸다.
“누가, 언제, 어떻게.....”
차가운 어조로 묻는 좌사의 말에 우사가 신경질적인 손짓으로 술병을 잡아가고 마군사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들리는 소문을 취합해 본 결과 천무맹과 사황련 잔당들의 소행 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너무 급격하게 지부가 무너져 버려 정확하게 언제 시작 되었는지 특정 할 수 없고 약 삼개월 전부터 최근 까지 습격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사연합맹 잔당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을텐데 한 곳에 전부 몰려들어 지부를 무너뜨렸다고 쳐도 너무 빠르다고 생각지 않나?”
광명우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 그게....”
“있는 상황을 그대로 말하시게.”
좌사의 말에 마군사가 억지로 쥐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열, 열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열명? 단 열명이 여덟 개 성의 지부를 다 문질렀다고?”
“두 조로 나뉘어 움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감숙, 사천, 운남, 광서는 천무맹주와 함께한 놈들이고 귀주, 호남, 호북, 하북은 사황련주 놈들이 움직였습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고작 열이 많게는 일천에서 적게는 오백의 신교도들이 상주하고 있는 지부를 찢었다고?”
광명우사가 다시 버럭 소리를 지르자 마군사가 움츠려드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지, 지금도 어느 성의 지부가 무너질지 모르는 현실입니다.”
“이런 썅! 천마께서 마지막 폐관을 드시는 기간을 노리고 이런 개짓거리를 벌이다니. 천마께 보고 드려야 겠어!”
자리에서 일어나 당장 뛰어 나가려는 우사를 좌사의 차가운 음성이 붙잡았다.
“개죽음 당할 수 있네. 천마께서 스스로 폐관을 깨고 나오시기 전 까지 그 누구도 방해 하지 말라 명하신 것을 잊으신겐가?”
“그, 그래도 지금은 비상시국이 아닌가?”
“천마께서 폐관을 깨고 나오셨을 때 다시 중원으로 향할 채비를 마치고 기다리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일세...”
광명좌사의 가라앉은 차가운 눈빛을 본 우사가 털썩 자리에 주저 앉았다.
“반 시진 후 긴급 회의를 할 예정이니 오행기주와 다섯 개의 무력대주, 사대마가주, 신임 사대 호법 등을 소집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광명좌사의 말에 마군사가 허겁지겁 방을 나서고 사공백이 자신의 앞에서 투덜대고 있던 포일락을 바라 보았다.
“회의 채비를 해야 하니 자네도 준비를 하시게.”
좌사의 축객령에 우사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방을 나서는 모습을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 보았다.
****
십만대산 내 천마의 폐관 수련지인 천마동!
수백의 빠짝 마른 해골들이 곳곳에 널려 있고 거대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연무대 중앙에 발가벗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은 천마가 보였다.
“무, 무서워...흐흑”
“계속 가라고 했어. 가면 사람이 있을 거야.”
연무장으로 향하는 동굴 안에서 두런 거리는 여인네들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어, 사람이 있어....”
연무장 중앙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사내를 발견한 십대 초중반 되어 보이는 소녀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안으로 들어오너라!”
유부에서 들려 오는 듯한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저럴까? 도저히 사람의 음성이라고 믿기지 않는 음성에 소녀들이 동굴 밖을 벗어 나지 못하고 있었다.
“무서워 할 필요 없느니라. 잠시 후 극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니....”
거대한 동공 안에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은 사내와 자신들 뿐인지라 용기를 내어 동굴을 벗어나 연무장 안으로 들어섰다.
“누구세요?”
약 십이삼세 정도 되어 보이는 앳된 표정의 소녀가 무서움을 무릅쓰고 입을 열었다.
“너희들을 극락으로 이끌어 줄 천마니라.”
“천마?”
자신의 앞에 옹기 종기 모여 불안에 떨고 있는 백명의 순음지체 소녀들을 보며 천마가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벗어라!”
순간 천마의 몽롱한 목소리가 들려 오자 백명의 소녀들의 눈에 초점이 흐려졌다.
‘사라락 사라라락’
백명의 순음지체 소녀들이 옷 벗는 소리가 광장을 채우고 전라로 흐느적 거리며 서 있던 소녀들을 향해 천마가 양손을 뻗어 내었다.
‘흐흐흐응 아흐흐흥 하흥’
백명의 소녀들이 몸을 꼬며 열락의 환상에 몸부림 칠 때 한 소녀의 정수리에서 우유빛 기운이 뿜어져 나와 천마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커허어어억 아아아악’
천마에게 순음지기를 강제로 빨린 소녀들은 순식간에 삐쩍 마른 목내이가 되어 부스러져 가고 마지막 남은 소녀의 정기마저 천마의 손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두 눈을 감고 정기를 흡수하던 천마의 두 눈이 번쩍 뜨여졌다.
“크하하하하하, 드디어 이루었도다. 인세에 유일무이한 신이 되었노라!”
목철군의 몸을 빼앗은 천마가 터뜨린 광소에 곳곳에 흐트러져 있던 해골들이 삐거덕 몸을 일으키더니 천마에게 엎드려 절을 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
자리에서 일어서 두 손을 떨치자 엎드려 절하던 해골들이 ‘푸스스스스’ 먼지로 화하고 거대한 동공이 무너질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드디어 나오시나 보다.”
천마동 앞에 이제나 저제나 천마의 출도를 기다리고 있던 광명우사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해 졌다.
< 159. 신이 되었노라 > 끝